다과 수업 Stylish Cooking 29
명지은 지음 / 싸이프레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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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 다과나 화과자를 보면 어쩜 이렇게 다소곳이 예쁜지 감탄하게 된다. 손재주가 다소 부족하지만 차향 가득한 조용한 작업실에서 정갈히 빚고 싶다. 나는 떡이나 다과에도 관심이 많은데 조금씩 시작해 보려고 할 때 결혼과 출산이란 삶의 큰 변화를 겪으면서 손을 놓게 되었다. 그러던 차에 다과 수업이라는 책을 만나 다시 한걸음 떼고픈 충동을 느끼게 된다. 책은 크게 베이직 가이드, 기본고물과 앙금 만들기, 전통 다과 만들기, 화과자 만들기, 음료 만들기로 나뉜다. 베이직 가이드에서는 쓰이는 도구와 재료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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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고물과 앙금 만들기에서는 눈에 익은 통팥 앙금, 고운 흰앙금 뿐 아니라 처음 보는 살구, 단호박, 흑임자 앙금이 나온다. 굉장히 다양한 맛의 앙금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하나하나 차근히 만들어 보는 것도 의미 있을 테지만 사실 시간을 들이는 일이니 쉽지 않을테다. 책 곳곳에 시판재료로 대체하는 방법을 알려주니 큰 벽이 있다고 느끼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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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다과 만들기에서는 매작과, 호두정과, 개성주악, 견과류 밤초, 딸기 찹쌀떡, 오쟁이떡, 마블 바람떡, 구름떡이 소개된다. 작가의 말처럼 구하기 힘든 재료나 도구가 필요 없는 레시피 위주로 실려 있는 듯 하다. 매작과는 중학교 가정시간에 만들었는데 꽤 잘 만들어 칭찬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다시 만들고 싶어졌다. 개성주악도 떡을 처음 배웠던 곳에서 참 예쁘게 보아서 만들고 싶었는데 책에 실려 있어 반가웠다. 디저트를 소개하면서 이름의 유래나 히스토리가 짧게나마 소개 된 점도 책의 좋은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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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과자와 떡을 모두 가리켜 와가시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한자표기 그대로 읽어서 화과자라 부른단다. 따뜻한 말차와 함께 곁들여서 기름은 거의 들어가지 않고 단 것이 특징이다. 시작은 다양한 양갱이다. 나도 양갱은 몇번 만들어 봤는데 간단해 보이나 예쁘게 만드는 게 은근 어려웠다. 책에 소개 된 양갱이나 코하쿠토는 마카롱이나 다쿠아즈의 속재료로 활용해도 좋을 듯 하다. 화과자의 꽃중의 꽃인 네리끼리는 고운 앙금에 찹쌀 반죽을 섞어 만든다. 모양이 너무 예뻐 나같은 곰손이 만들 수 있을까 조금 두려워진다. 딸아이 태몽이 벚꽃이어서 연분홍 빛이 고운 벚꽃 모양 네리끼리는 꼭 만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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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다과에 어울리는 음료가 마지막 장에 소개 된다. 말차 팥 라떼나 통팥 프라페는 그 맛이 궁금하다. 음료의 베이스가 되는 청, 콩포트, 시럽도 짤막하게 알려준다. 다과에 대해 잘 몰라 과정이 정확한지 잘 모르겠으나 어렵게 느껴지는 정서적인 방법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집에서도 따라할 수 있게 개량하여 소개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고 한다. 하나하나 천천히 따라해 봐야지. 특히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 활용하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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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자어사전 - 한자어 속뜻 사전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시리즈
이재운 외 엮음 / 노마드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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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나는 사전이 국어사전, 한자어사전, 영어사전 이렇게 세권이 필요했다. 사전은 꽤나 두꺼워서 들고 다닐 수 없었다. 그래서 학교와 집에 각각 한권씩 비치해 두었었다. 그러다 전자사전이 나왔고 스마트 폰이 생기면서 점차 사전검색이 쉬워졌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두꺼운 사전을 보기가 어렵다. 갑자기 일본 영화 ‘행복한 사전’이 떠오른다. 이렇게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언뜻 보면 매우 느리게 단어 하나하나에 집중해서 뜻을 찾는다. 그에 비해 스마트 폰에서 검색하는 단어의 뜻은 무척 간단해 보인다. 사실 나는 포털사이트 사전을 그닥 믿지도 좋아하지도 않는다. 종이사전은 내가 찾던 단어 뿐 아니라 아래 위로 훑으면서 다른 단어의 뜻도 엿보는 재미가 있었다.
아기를 낳은 후 책을 읽을 시간이 없고 말을 나눌 사람이 없으니 어휘력이 현격하게 떨어지는 기분이다. 공부를 해야겠다 생각이 드는데 책 이름이 마음에 든다. ‘알아두면 잘난 척 하기 딱 좋은 우리 한자어사전’. 나중에 딸아이에게도 잘난 척 좀 하고 싶어 꼭 앍고 싶었다. 요즘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 다음 세대는 중국어인 한자를 배울 필요가 없다는 교육계의 주장으로 한자수업이 없어졌다고 들었다. 그러나 이는 참 바보 같은 주장이다. 우리말에 깃든 한자는 외국어가 아니라 우리말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와 문화가 담겨 우리말을 더욱 찰지고 아름답게 만들어 줄 수 있는데 근본 없는 정화사업에 밀려 요즘 아이들이 한자를 모르는 게 안타깝다. 작가의 말처럼 쓰고 보기 어려운 한자 표기를 알아야 하는 게 아니라 한자어를 순 우리말로 바꾸더라도 그 어원이 무엇인지 알아야 말의 쓰임이 풍부해진다는 것이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장은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한자어 1031가지, 2장은 알쏭달쏭 주제별 한자어 1233가지이다. 책을 받고 사전 다운 두께에 깜짝 놀랐다. 단어 밑에 한자 하나하나를 해석한 본뜻, 단어 자체의 뜻을 쓴 자구해석, 시간이 지나면서 바뀐 뜻, 예시를 보여주는 보기글이 실려 있다. 한자어사전이라고 해 언뜻 옥편을 떠올렸는데 전혀 아니다. 보기도 쉽고 찬찬히읽으니 단어 하나하나에 역사도 알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생각없이썼던 단어가 틀렸다는 것도 깨달았다. 저자가 이 책 뿐 아니라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말 어원사전’도 출간 했다고 하는데 꼭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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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코쿠엔스의 음식이야기 - 세계 음식 문화를 만든 7가지 식재료
제니 린포드 지음, 앨리스 패툴로 그림, 강선웅.황혜전 옮김 / 파라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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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코쿠엔스' 는 요리하는 인간이라는 의미이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다르게 어째서 요리를 하게 되었을까. 책은 머리말부터 흥미로워 책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부풀렸다. 돼지고기, 꿀, 소금, 칠리, 쌀, 카카오, 토마토 이 일곱가지의 식재료에 대한 기원, 이름의 유래, 문학, 종교 등등 인문학이 맛있게 버무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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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식재료는 우리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돼지다. 돼지를 최초로 사육한 지역은 확실하지는 않지만 중국으로 추정된다. 집을 뜻하는 한자어인 家가 돼지豕와 지붕宀의 조합이다. 그만큼 중국인의 삶에 돼지는 가깝고도 중요했다는 걸 알 수 있다. 몇몇 종교는상한 음식이나 배설물까지 먹어치우는 돼지가 불결하다고 여겨 먹는 걸 금기시 한다고 한다. 때문에 그 종교를 믿지 않는 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돼지고기를 먹기도 했다는 재밌는 역사를 알 수 있었다. 나는 고향이 제주도인데 재래식화장실 아래에 돼지를 키웠던 게 기억이 난다. 이상한 소리를 내며 빙빙 도는 돼지가 무서워 화장실 가기 싫었었는데 지금은 제주똥돼지라는 말이 유명하다니 시간이 많이 지난 게 실감난다. 책에는 돼지고기로 만든 음식이나 돼지를 도축하는 과정이 감긴 책이나 구절을 알려주는데 그 묘사가 무척 흥미로웠다. 베이컨, 소시지, 햄 등이 어디가 유명하고 어떻게 만드는 지 설명해 주는데 유럽 곳곳을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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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식재료는 값싼 설탕에 밀렸지만 풍미에서 한참 위인 꿀이다. 꿀벌이 멸종 되면 모든 식물들이 번식하지 못해 결국 인류는 멸망한다는 풍문을 들은 적이 있다. 2만 종의 벌중에 꿀을 만드는 꿀벌은 단 7종이라니, 귀하고 또 귀하다. 꿀의 매력 중 하나는 근처 꽃과 나무에 따라 그 색과 향 그리고 질감이 매우 다양하게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책에 처음 듣는 단화꿀들이 소개되는데 한번쯤 꼭 먹어보고 싶다. 나는 아카시아 꿀, 밤꿀, 잡꿀 등등 많은 꿀을 먹어 봤다. 이름에 따라 맛과 향이 다르니 참 놀랍다. 빵이나 과자를 만들 때 꿀을 종종 쓰기도 하는데 밤꿀은 향이 진해서 보통은 아카시아 꿀을 추천한다. 꿀은 감미료 뿐 아니라 다양한 질환에 약으로도 쓰였다고 한다. 책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돌이 지나지 않은 아기에게 꿀을 먹여서는 안된다. 꿀에 들어 있는 보툴리누스균의 포자가 만든 독소가 아기에게 매우 위험해서 자칫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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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식재료는 오늘날에는 쉽게 구할 수 있지만 한때는 지위와 부, 힘의 원천이었던 소금이다. 소금은 양념으로도 쓰이지만 보존하는 성질이 있어 미이라를 만들 때도 사용되었다. 생선이 상하지 않도록 소금을 치거나 젓갈로 만드는 것도 다 이 보존력 때문이다. 책에 무척 다양한 소금의 종류와 생산되는 과정을 설명해 주고 있다. 그중에 나는 천일염, 히말라야 소금, 플뢰르 드 셀을 먹어 보았다. 천일염은 시중에 쉽게 구할 수 있어 일반 요리할 때 쓴다. 히말라야소금은 핑크색에 입자가 굵다. 고기를 구울 때 갈아서 뿌려 먹었다. 플뢰르 드 셀은 책에서도 많은 페이지를 할애해서 설명할 만큼 고급 소금이다. 나는 주로 베이킹 할 때 썼는데 일반 소금의 뒷맛이 약간 텁텁하다면 이 소금은 산뜻하다. 사실 10여년 전만해도 일반 소금과 맛의 차이가 극명했는데 요즘은 소금이 참 다양하게 나오다보니 그 차이가 좁혀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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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는 칠리, 즉 고추에 관해서 나온다. 매운맛은 흔히 통각으로 맛은 아니라고 한다. 매운 걸 먹으면 엔돌핀이 나와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니, 고통을 오히려 쾌락으로 승화하다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매운 걸 좋아하는게 삶에 찌들어서인가 싶어 조금은 씁쓸해졌다. 다섯번째는 한국인의 식탁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쌀이다. 쌀의 종류는 그 찰기와 모양에 따라 나뉘는데 우리네가 먹는 건 찰기가 많은종이다. 레시피에 비빔밥이 들어 있는 게 흥미로웠다. 저자는 아시아의 음식에도 일가견이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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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번째와 일곱번째는 우리나라에서는 식재료로 좀 생소한 카카오와 토마토다. 먼저 카카오는 제과제빵이나 음료에 많이 쓰인다.때문에 우리 전통 음식과는 접점이 없다. 예전에는 주로 음료의 형태로 즐겼다는데 주로 사회 엘리트층이 즐기던 품위 있는 음료였다. 산업 혁명으로 카카오 가공방식이 바뀌면서 우리가 아는 딱딱한 초콜릿이 탄생했다. 쇼콜라티에라고 초콜릿을 다루는 기술자를 이르는 프랑스 단어가 있는데 이는 프랑스에서 초콜릿이 역사적으로 중요하게 여겨진 것을 반영한다. 나는 제과제빵을 좋아해서 초콜릿 테크닉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초콜릿은 온도에 매우 예민하고 템퍼링이라는 다소 까다로운 작업을 알아야 해서 지금도 어렵게 느껴진다. 책에 일련의 과정이 간단하게 나오는데 아는 부분이라 반가웠다. 토마토 역시 스파게티 소스나 케첩의 재료로 많이 알려져 있지 흔한 재료로 쓰기에는 거리감이 있다. 말려서 오일에 절여 놓던가 화이트식초와 오일에 마리에이드 해 먹어도 맛있다. 어릴 때 토마토가 채소라는 게 참 이해되지 않았는데 관세로 인해 채소가 되었다는 일화는 읽고 그 연유를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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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읽었던 책들 중 제일 재밌게 읽었다. 삽화도 섬세해서 보는즐거움을 더했다. 그리스로마시대에는 배부르지 않고 미식을 즐기기 위해 씹고 바로 뱉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그들의 멸망이 신의 저주라는 우화를 어디선가 들었었는데 옛부터 미식을 탐닉하는 건 죄악이라고 하지만 일상의 큰 즐거움인 건 부정할 수 없다. 그런 식재료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종류 등등을 다양한 관점으로 볼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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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껏 먹고 쭉쭉 빠지는 저탄수화물 다이어트 레시피 - 탄수화물을 줄여 ‘비만 호르몬’을 잡는 다이어트 레시피 150
주부의 벗사 지음, 김수정 옮김 / 윌스타일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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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질이란, 탄수화물에서 식이섬유랄 뺀 걸 말한다. 그러나 탄수화물에 식이섬유는 미량이므로 탄수화물이 바로 당질이라고 이해해도 좋다. 당질은 에너지원일 뿐 몸의 구성분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용되지 못한 분량은 결국 지방으로 쌓이게 된다. 결국 당질을 제한 한다는 건 탄수화물과 당류를 조절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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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탄고지’, 저탄수화물 고지방 다이어트가 한동안 유행이었다. 지인이 식이요법으로 살을 아주 많이 빼서 관심이 갔지만 탄수화물을 끊을 자신이 없기에 포기했었다. 문제는 한국 전통의 식단으로는 계속해서 탄수화물을 끊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지인도 식단을 할 때는 빠지다가 원래 음식으로 돌아가면 다시 살이 붙기를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효과는 확실하게 있는 듯 해서 자꾸만 관심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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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차에 ‘저탄수화물다이어트레시피’란 책을 보았다. 아무래도 저탄고지 식단은 레시피에 한계가 있어 쉽게 질리지 않을까, 선입견이 있었는데 좀 더 다양한 레시피를 접한다면 나도 도전해 볼 수 있을 듯 했다. 책을 대충 둘러보니 낯선 재료가 몇 눈에 뜨이고 사진의 느낌이 아무래도 일본 번역서 인 듯 해서 지은이를 보니 ‘주부의 벗사’란다. 여러 명이 올린 레시피를 묶은 책인가, 고개가 갸웃거려졌는데 역시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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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참 다양한 레시피가 실려있다. 육류가 많을 거라는 나의 예상과 다르게 무침이나 나물, 샐러드가 많아서 평소 반찬으로도 충분히 먹을 수 있겠다. 밑간을 확실히 하면 단맛이 적어도 괜찮다거나, 달걀노른자와 참기름으로 감칠맛을더해주는 소소한 팁들이 계속해서 나온다. 특히 요즘 설탕을 줄여야겠다고 고민이 많던 차였는데 이 책의 레시피는 설탕이나 시중의 소스를 줄이는 레시피가 많아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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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마다 당질양과 칼로리가 정확히 나와 다어어터들과 요리과정이 비교적 간단해 요리초보자들이 보면 좋을 듯 하다. 다만, 생소한 재료가 몇있고 재료만 보았을 때 과연 무슨 맛이 날지 가늠이 안 되는 레시피도 있다. 만들어 보고픈 레시피 목록을 정리해 놓았으니 명절 끝나고 시도해 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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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채우는 그림 인문학
유혜선 지음 / 피톤치드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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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서평이벤트 #시답잖은뒷말 #팔미호양 #나를채우는그림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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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은 그림인문학이지만 그림만 있고 ‘인문학’이 없는 점이 아쉽다. 저자가 만난 사람의 사정과 그에 따른 소견을 명화와 엮은 에세이라고 해야하나?? 그래서인지 그림에서 느낀 감상이나 삶에 대한 견해가 나와는 다른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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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녀를 그린 올랭피아를 보며 여성의 정체성을 당당하게 끌어낸 작품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올랭피아’라는 작품의 뒷이야기를 조금은 알고 있던 내가 보기에는 동의하기 어려웠다. 옆에서 꽃을 들고 있는 흑인하녀에 대한 언급은 없으면서 오프라 윈프리의 말을 인용한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 뭉크에 사춘기는 처음 보는 작품인데 발가벗은 몸을 가리는 소녀의 두눈에서는 부끄러움만큼이나 당당하고 싶은 마음이 엿보인다. 그 옆에 자리잡은 커다랗고 시커먼 소녀의 그림자에서는 서로 상반되는 심리로 인한 불안이 느껴진다. 헌데 뻔하게 보이는 그림자에 대한 언급없이 소녀의 표정만으로 불안과 공포를 말하고 이를 단순하게 현대인의 내면과 연결 시킨 점은 그림이 말하고자 하는 방향과는 전혀 다른 듯 해서 와닿지 않는다. 또한 나는 영혼이 있든 없든간에 성실은 매우 드문 소양으로 굉장히 훌륭하다고 생각하는데 책은 무능한 소시민적 근성이라고 말하고 있어 좀 놀랐다. 저자와는 다르게 오히려 나는 천채적인 영감과 능력이 있어도 성실하지 않으면 무능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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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처음에는 책장을 넘기면서 불편한 부분이 많아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크게 고민 되었다. 하지만 끝까지 읽다보니 어느 부분에서는 저자의 글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저자는 자아, 사랑, 인생, 죽음, 행복으로 주제를 나누어 이야기를 풀고 있다. 개중에 사랑이나 죽음에 관한 글은 조금은 와닿기도 했다. 나는 그동안 몬드리안의 그림이 왜 훌륭한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책을 읽고 그 배경을 알고 나니 그 그림의 선과 면이 비로소 고요하고 편안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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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체적으로는 내가 책에서 원한 인문학적 깊은 통찰이 아닌 사실의 겉핡기와 피상적인 사견의 나열이라 좀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책을 통한 반문도 내적 성장의 밑거름이 되리라 믿기에 끝을 맺을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육아와 살림을 하느라 그동안 보지 못했던 다양한 미술작품을 오랜만에 감상한 점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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