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탈래 콩콩이 모든요일그림책 2
이관도 지음 / 모든요일그림책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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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릴 적에도 콩콩이가 있었더랬다. 지금처럼 다양한 디자인에 멋진 콩콩이가 아니라 철제로 되어 조금은 조악했지만 나는 그마저도 갖지 못했다. 가지고 있는 친구에게 어렵사리 빌려 조심스레 중심을 잡고 ‘콩콩’ 뛰면 하늘을 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얼마 못가 자세가 흐트러져 쓰러지곤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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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한 꼬맹이가 콩콩이를 들고 사파리 버스를 향해 뛰어가는 뒷모습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급한 마음에 콩콩이를 떨구었나 보다. 지나가던 토끼가 콩콩이를 발견하고 신나는 여행이 시작된다. 여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원숭이, 멋쟁이 사자, 더위를 싫어하는 곰, 청설모를 만나 모두 다 함께 콩콩이를 타고 하늘 높이 날아올라 드넓은 세상을 구경한다. 그러다 비가 내리고 동물들은 아래로 아래로 떨어지고 만다. 바다에 떨어진 동물들은 다정한 고래의 안내로 육지에 도착한다. 그리고  바다 깊숙한 곳에 가라앉은 콩콩이는 호기심 많은 해마를 만나 또 다른 여행을 다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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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좁은 우리에 갇힌 동물원의 동물들과 하늘을 자유롭게 날고 있는 동물의 처지가 대비되는 삽화가 나온다. 이 그림을 보면서 평소 갖고 있던 물음이 더 머릿속에 맴돌았다. 동물원은 과연 필요할까?? 오래전 딸아이와 함께 갔던 동물원의 호랑이는 제자리에서 계속 뱅글뱅글 돌기만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널은 초원에서 생활해야 하는 호랑이를 좁은 우리에 가두어서 생긴 정신병이라고 한다. 그때 받은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하지만 세상은 이분법으로 나뉠 수 없는 법이다. 동물원에서 일을 하며 삶을 일구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야 하며 화면이 아닌 실제로 동물을 보고 기쁨과 행복을 느끼는 아이들이 분명 있을 테다. 모든 동물원의 동물들의 처지가 불행하다고 일반화 시킨다면 가정에서 동물을 키우는 것도 나는 매한가지라고 생각한다. 각각의 동물들의 의사를 인간은 들을 수 없기에 그들이 행복 여부는 오로지 인간의 판단으로만 결정된다. 이 얼마나 불안하고 위태로우며 오만하고 편협한 시각인가. 때문에 동물원이든 가정이든 어떤 환경에서 동물들을 품고 있는지 스스로 되돌아볼 필요가 있고 끊임없이 어떻게 공생해야 하는지 자문해야 한다. 지구 위의 무자비한 살육자인 인간은 야생이든 사육이든 동물들을 보호하려고 조금이나마 노력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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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책으로 돌아가서 수채화 느낌의 그림과 귀여운 캐릭터에 나의 복잡해진 머리와 다르게 눈이 편안해진다. 책과 색칠공부가 같이 와서 딸아이와 열심히 수성 사인펜으로 칠하고 물로 살짝 번지게 하면 멋질 듯하여 물을 뿌렸는데 안타깝게도 종이가 힘없이 찢어져 버려 사진을 찍지 못했다. 지금은 딸아이가 동화책의 재밌는 이야기만을 단편적으로 즐기고 있지만 어서 커서 나와 다른 좀더 깊은 생각을 나누고 싶다는 욕심이 커진다. 재밌는 동화책으로 오랜만에 무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어 뜻 깊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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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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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똥꼬는 힘이 좋아 국악 동요 그림책
류형선 지음, 박정섭 그림 / 풀빛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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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빛 출판사의 국악 동요 그림책 시리즈는 개성 있는 그림체에 재밌는 노랫말, 그리고 국악을 접할 수 있어 눈과 귀를 즐겁게 해 줘요. 아이가 이 국악 동요 시리즈를 엄청 좋아해서 소장하지 않는 시리즈가 어떤 게 있는지 검색했는데 제목에 ‘똥’이 들어간 책이 있다는 걸 스치듯 보았어요. 그래서 후에 구매하려고 검색했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더라고요. 잘못 본 건가 싶었는데 이번에 일곱 번째로 출간된 ‘내 똥꼬는 힘이 좋아’였어요. 제목만 보아도 딸아이가 이 책을 엄청 좋아할 걸 알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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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는 똥이나 방귀 말만 들어도 자지러지게 웃어요. 아이들은 왜 그토록 똥을 좋아할까요. 딸은 변기에 응아하고 나서 냄새가 싫어 도망치고 싶다고 하면서 말이죠. 저는 똥의 모양과 종류가 이렇게 많을 거라고 책을 읽기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긴 똥, 짧은 똥, 두꺼운 똥, 얇은 똥, 쭉쭉 뻗은 쭉쭉 똥, 꾸불꾸불 꾸불 똥…. 책을 읽으면서 대비되는 형용사를 배울 수 있어 좋았어요. 아직 알지 못하겠지만 똥의 색깔과 모양으로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다고도 알려 주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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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똥을 이고 달리는 아이라든가 여러 모양의 똥을 묘사한 개구진 그림체와 중독성 있는 동요에 배를 잡고 웃는 딸아이를 보면서 저도 같이 깔깔거렸답니다. 귓가에 자꾸 ‘내 똥꼬는 힘이 좋아, 암만 봐도 힘이 좋아. 내 똥꼬를 거쳐갔던 똥들에게 물어봐 봐’가 맴돌 정도로 중독성이 있더라고요. 사는 데 있어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는 게 최고인 듯해요. 딸아이가 지금처럼 골고루 잘 먹고 깔깔거리며 신나게 놀고 하루 종일 재잘거리고 무진장 많은 황금빛 바가지 똥을 하루에 한 번 싼다면 더할 나위 없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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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비건 샌드위치 - 채식 초보자를 위한 맛있고 건강하고 만들기 쉬운 비건 레시피 60
박소현 지음 / 경향BP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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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환경에 대해서 생각이 많다. 우리집에서 나오는 이 쓰레기들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생각하면 숨이 턱 막힌다. 내 눈앞에 치웠다고 없어진 건 아닐 텐테. 그래서 옷도 근 몇 년 동안 한두 벌 밖에 구매하지 않았다. 미혼일 때는 한 달에 몇 번씩 옷이며 신발이며 택배 상자가 오지 않는 날이 없었는데 말이다. 사고 싶은 욕구가 가끔 일 때면 옷장에 넘치게 있는 옷들을 보며 몇 년 전까지는 없던 생소한 죄책감을 꺼내든다. 그래서 예전에는 건강 때문에 비건에 관심이 있었다면 이제는 환경을 위해서 해나아가고 싶단 생각이다. 하지만 나는 육식을 너무나 좋아해서 줄이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하루에 한 끼라도 비건으로 가볍게 즐기면서 서서히 시작해 보면 어떨까 싶다. 식빵을 즐겨 만드는 나의 시선에 들어온 【오늘은 비건 샌드위치】. 책의 서두에 ‘한 명의 완벽한 비건보다 불완전한 비건 지향인 여러 명이 더 가치 있다’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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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첫 번째 파트는 ‘비건 샌드위치 만능 속재료’로 깻잎 페스토, 두유 치즈, 후무스 등등 채소로 만드는 소스나 속재료를 소개한다. 두 번째 파트에서는 기본 샌드위치가 실려 있다. BLT나 불고기처럼 고기가 들어간 샌드위치는 두부나 콩고기로 대체해서 만드는데 그 맛이 궁금해진다. 세 번째 파트에서는 가벼운 술안주로도 좋을 오픈 샌드위치, 네 번째 파트는 파니니 같은 그릴 샌드위치, 다섯번 째 파트는 빵을 밥이나 구황작물 등으로 대체한 글루텐 프리 샌드위치가 게재되어 있다. 무얼 만들까 고민하다가 표지에 실린 새송이 치아바타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치아바타가 없어 집에서 만든 통밀 오트밀 식빵으로 바꾸었다. 사실 썩 좋아하지 않는 새송이와 토마토가 들어가 있어 과연 맛이 좋을까 의심이 들었다. 그런데 생각 외로 너무 맛있다. 바질의 향에 사과의 단맛이 잘 어울려 토마토의 풋내가 느껴지지 않고 새송이의 쫄깃한 식감이 재밌다. 무엇보다 냉장고 속 재료로 쉽고 가볍게 만들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책에서 랩을 사용한 포장 법을 가르쳐 주지만 나는 랩을 되도록이면 쓰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초보자라 그런지 종이만으로 포장하기 너무 어렵더라. 비건 샌드위치는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채소와 과일의 다채롭고 싱싱한 단맛에 단백질은 콩고기나 두부를 활용해 채우고 있다. 가볍지만 든든하고 뒷맛도 깔끔하다. 이 책 또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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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나가 놀자 국악 동요 그림책
류형선 지음, 김선배 그림 / 풀빛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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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에너지는 어린이집 선생님도 혀를 내두른다. 날이 좋으면 매일 산책하고 산에서 노는데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홍길동처럼 뛰어 논다고 한다. 이렇게 움직이는 데도 체력이 남는지 하원하는 길에 매일 놀이터에 가자고 조른다. 가서는 두 시간은 기본이다. 친구들이 다 떠나고 깜깜해져도 집에 들어가지 않겠다며 고집을 부린다. 일단은 힘을 빼야 집에서 내가 편안해지니 될 수 있으면 놀게 두지만 지금처럼 추울 때는 정말 고단하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은 놀면서 자란다고 믿기에 딸아이가 잘 놀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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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아이가 쿨쿨 자고 있는데 새가 ‘밖에 나가 놀자’고 지저귀며 시작된다. 우리딸은 눈을 뜨자마자 내게 오늘은 어딜 가고 무엇을 하며 놀 건지부터 묻는다. 잠이 묻어 있지 않은 또랑또랑한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등줄기가 오싹 소름이 돋을 때가 가끔 있다. 설렘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을 느껴본 지 오래라 그런 딸이 부러우면서도 하루를 어떻게 재밌게 채워주나 막막해진다. 새소리에 깨어나 씩씩하게 기지개를 켜고 아침 스트레칭을 한 후 세수와 양치를 한다. 가방을 메고 한 손에는 잠자리채를 들고 집을 나선다. 혼자는 재미없으니 친구, 선생님, 멍멍이 그리고 모두를 만나 산 여기저기를 누빈다. 해님이 쨍쨍한데 바람은 불어 시원하다. 나무 밑에서 잠시 쉬다가 노을이 지니 다양한 색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을 보며 감탄한다. 달과 별이 뜨면 각자 집으로 돌아가 다시 오늘같은 내일을 기다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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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무척 눈에 익어 작가님을 검색했는데 정보가 많이 없다. 캐릭터는 올망졸망 귀엽고 노는 장면이 내 어릴 적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콩닥거렸다. 책을 읽기 전에는 딸은 집에 있기를 좋아하는 나를 닮지 않았구나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니 나도 무던히도 밖을 좋아했구나 싶다. 비 오는 날에 놀이터에서 했던 모래놀이, 어른들이 가지 말라는 곳에 들어가서 했던 숨바꼭질, 친구들과 개천 주변을 돌아다니며 잠자리나 메뚜기를 잡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동요를 들으니 느리지도 그렇다고 빠르지도 않은 템포의 꽹과리와 피리 소리가 경쾌하다. 책의 배경은 생명력이 넘치는 여름이었는데도 황금색 들녘을 깡충 걸음으로 뛰어다니며 노는 아이들의 풍경이 문득 떠오른다. 이상하게도 코 끝에서 가을 냄새가 스쳐 지나간다. 우리 모두 사계절 내내 ‘밖에 나가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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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빛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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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나뭇잎 웅진 우리그림책 83
박은경 지음, 서선정 그림 / 웅진주니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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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는 숲 활동이 많은 어린이집을 다녀서 그런지 자연물에 관심이 많아요. 가을이 되어 우수수 떨어진 바싹 마른 낙엽을 바스락거리며 밟거나 움켜쥐면서 그 감촉을 즐거워한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에도 가지고 놀려고 낙엽을 살짝 들었는데 새까만 송충이가 숨어 있었나 봐요. 소스라치게 놀란 딸아이는 소리를 지르며 제 품에 안겼어요. 그 후로 잠깐 동안은 낙엽 만지기를 무서워했지만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잎사귀와 나뭇가지를 주워 놀지요. 이 동화책은 우리 딸을 놀래킨 송충이처럼 커다란 나뭇잎 아래에 어떤 곤충들이 숨어 있을까, 라는 상상력으로 시작된 이야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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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랗고 붉은 나뭇잎이 떨어졌어요. 바싹 말라 오그라들면서 마치 집처럼 오목한 공간이 생겼지요. 처음으로 이 집을 발견한 곤충은 딱딱한 등딱지를 가진 풍뎅이였어요. 그래서 풍뎅이가 이 작은 집의 주인이 되었답니다. 차가운 비가 오는 날 비를 쫄딱 맞은 네발나비가 와서 비를 피할 수 있냐고 물었을 때, 첫서리가 와서 너무도 추웠던 날 커다란 거미가 찾아왔을 때, 잡아먹으려는 매를 피해 숲들쥐가 헐레벌떡 도망쳐 왔을 때, 알을 낳기 위해 무당벌레가 힘껏 문을 두드렸을 때 마음씨 고운 풍뎅이가 용기를 내어 주지 않았다면 이들은 친구가 될 수도, 긴 겨울을 가족처럼 의지하며 날 수도 없었을 거예요. 하지만 아쉽게도 봄이 되어 나뭇잎 밑 식구들 마음에 바람이 불자 나뭇잎 집이 뒤집어지고 말았어요. 그래서 모두들 뿔뿔이 흩어졌어요. 뒤집힌 나뭇잎은 물이 가득 차서 누군가의 목을 축일 수 있는 바가지, 씻을 수 욕조, 물장구칠 수 있는 수영장이 되었어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나뭇잎 집에 있던 식구들 몇몇이 다시 찾아오고 다른 숲속 친구들도 모여 다른 의미의 보금자리가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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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화는 쓰임과 공존에 대한 이야기인 듯해요. 언제나 자신 그대로인 나뭇잎이지만 숲속 친구들의 집과 바가지, 수영장 등 그때그때의 쓰임에 따라 하는 일이 달라져요. 요즘 스스로의 정체성에 고민이 많았는데 그저 흘러가는 대로 딸, 아내, 엄마 그리고 내가 생각나는 나로 내버려 두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요즘 코로나로 사람들 사이가 무척 각박해지고 있는데 밖의 추위를 가늠해 천적까지 보듬은 풍뎅이에게 ‘같이 삶’에 대한 태도를 배우기도 했고요. 지혜가 담긴 책의 내용이 가슴에 와닿았고 무엇보다도 알록달록 다채로운 그림이 정말 멋진 그림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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