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나뭇잎 웅진 우리그림책 83
박은경 지음, 서선정 그림 / 웅진주니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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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는 숲 활동이 많은 어린이집을 다녀서 그런지 자연물에 관심이 많아요. 가을이 되어 우수수 떨어진 바싹 마른 낙엽을 바스락거리며 밟거나 움켜쥐면서 그 감촉을 즐거워한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에도 가지고 놀려고 낙엽을 살짝 들었는데 새까만 송충이가 숨어 있었나 봐요. 소스라치게 놀란 딸아이는 소리를 지르며 제 품에 안겼어요. 그 후로 잠깐 동안은 낙엽 만지기를 무서워했지만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잎사귀와 나뭇가지를 주워 놀지요. 이 동화책은 우리 딸을 놀래킨 송충이처럼 커다란 나뭇잎 아래에 어떤 곤충들이 숨어 있을까, 라는 상상력으로 시작된 이야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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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랗고 붉은 나뭇잎이 떨어졌어요. 바싹 말라 오그라들면서 마치 집처럼 오목한 공간이 생겼지요. 처음으로 이 집을 발견한 곤충은 딱딱한 등딱지를 가진 풍뎅이였어요. 그래서 풍뎅이가 이 작은 집의 주인이 되었답니다. 차가운 비가 오는 날 비를 쫄딱 맞은 네발나비가 와서 비를 피할 수 있냐고 물었을 때, 첫서리가 와서 너무도 추웠던 날 커다란 거미가 찾아왔을 때, 잡아먹으려는 매를 피해 숲들쥐가 헐레벌떡 도망쳐 왔을 때, 알을 낳기 위해 무당벌레가 힘껏 문을 두드렸을 때 마음씨 고운 풍뎅이가 용기를 내어 주지 않았다면 이들은 친구가 될 수도, 긴 겨울을 가족처럼 의지하며 날 수도 없었을 거예요. 하지만 아쉽게도 봄이 되어 나뭇잎 밑 식구들 마음에 바람이 불자 나뭇잎 집이 뒤집어지고 말았어요. 그래서 모두들 뿔뿔이 흩어졌어요. 뒤집힌 나뭇잎은 물이 가득 차서 누군가의 목을 축일 수 있는 바가지, 씻을 수 욕조, 물장구칠 수 있는 수영장이 되었어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나뭇잎 집에 있던 식구들 몇몇이 다시 찾아오고 다른 숲속 친구들도 모여 다른 의미의 보금자리가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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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화는 쓰임과 공존에 대한 이야기인 듯해요. 언제나 자신 그대로인 나뭇잎이지만 숲속 친구들의 집과 바가지, 수영장 등 그때그때의 쓰임에 따라 하는 일이 달라져요. 요즘 스스로의 정체성에 고민이 많았는데 그저 흘러가는 대로 딸, 아내, 엄마 그리고 내가 생각나는 나로 내버려 두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요즘 코로나로 사람들 사이가 무척 각박해지고 있는데 밖의 추위를 가늠해 천적까지 보듬은 풍뎅이에게 ‘같이 삶’에 대한 태도를 배우기도 했고요. 지혜가 담긴 책의 내용이 가슴에 와닿았고 무엇보다도 알록달록 다채로운 그림이 정말 멋진 그림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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