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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피난소
가키야 미우 지음, 김난주 옮김 / 왼쪽주머니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지진이나 태풍, 해일처럼 자연재해를 당한 사람들의 모습은 방송매체를 통해 본적이 있다. 지진때문에 큰피해를 당해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 태풍으로 엉망이된 논과 밭으로 시름에 잠긴 농민들. 이런 모습을 보면 우리 인간은 무자비한 자연재해앞에서는 나약할수밖에 없는 존재인가보다. <70세 사망법안, 가결>이나 <후회병동>처럼 사람사는 이야기를 그려 따뜻한 감성을 전해주는 일본의 작가 가키야 미우는 일본의 대지진을 겪은 후 피난소 사람들의 모습을 소설로 담아냈다. 개인적으로 어릴적 집중호우로 인한 홍수로 두번의 피난소 생활을 했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살고있던 집의 지대가 유난히 낮았던터라 순식간에 불어난 물때문에 집이 잠기고 학교건물로 피난갔던 그때, 그곳에서의 불편하고 힘든 생활들.
<여자들의 피난소>는 자연재해을 통해 더욱 약자일수밖에 없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이야기의 중심인물은 세여인 후쿠코, 나기사, 도오노. 일본의 지진과 해일로 인해 집과 가족,직장을 모두 잃은 후 인근 중학교에 마련된 임시거취인 피난소에서 지내게된다.
도박에 빠져 돈한푼 벌어오지 않고 구박만 하던 남편이 재해로 죽었으리라 생각했던 50대의 중년여성인 후쿠코. 자유로움을 누리던 그녀에게 살아돌아온 남편과의 삶은 지옥과 같다.
남편과 어렵게 이혼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어머니와 함께 가게를 하는 40대의 나기사. 그녀의 아들인 마사야는 생계를 위해 술집을 하게된 나가시때문에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있다.
지진과 해일로 집과 가게는 물론이고 어머니마저 잃은 나기사는 아들인 마사야의 행방도 알수없게 된다.
20대의 예쁜외모를 가진 도오노의 사정은 더욱 암담하다. 자연재해로 사랑하는 남편을 잃고 어린젖먹이 아들까지 키워야하는 도오노를 시시때때로 괴롭히는 시아버지와 시아주버니때문이다.

자연재해을 당한 사람들이 거취하게 된 피난소에서는 약자를 배려하지않는 인간들의 추악한 이기심때문에 심신을 달래줄 휴식처가 되어주지 못한다. 피난소의 대표가 화합이란 명목으로 칸막이하나 나눠주지 않는통에 불편해진 여자들, 전기를 아끼자고 이른저녁에 행해지는 강제취침, 다른이의 시선들때문에 편히 모유수유조차 할수 없는 젊은 엄마, 늦은밤 화장실의 성폭행위험에 노출되어진 여성들. 소설은 피난소의 모습뿐 아니라 여성들이 일상속에서 겪는 불공평한 차별과 세여자들의 삶을 통해 '여성이 설 곳 없는 사회'의 민낯을 보여준다.
핸드크림을 발뒤꿈치에도 바르면서 마음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깨달았다. 목욜을 해서 인간다움과 일상성을 되찾은 것일까. 이 피난소에 온 뒤로 지친 머리 한구석에서 줄곧 무언가가 이상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무언가가 이상한 게 아니라, 모든 것이 이상하다. 너무나 가혹하게 생활하는 탓에 권리 의식을 야금야금 잃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기를 주장하는 감성이 약해진 것은 아닐까. (192p)
자연재해로 인해 평범한 일상이 무너진 사람들의 이야기는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하지만 <여자들의 피난소> 소설속 약자인 세 여자들의 연대를 통한 새로운 삶의 도전은 자연재해를 떠나 팍팍한 오늘을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위로를 받는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