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의 제야는 성폭행 피해자다. 동네어른들과는 다른 다정하고 친절한 젊은 당숙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하지만 보호받고 치유해야 할 제야에게 돌아온 비난의 화살과 거짓소문들. 잔인했던 사람들로 인해 집을 떠나 강릉 이모집에 살게되는 제야다. 왜 그장소에 있었는지 스스로를 자책하고 증오와 혐오를 가진채 살아가는 제야에게 삶은 그저 견뎌야하는 그 무엇이었다. 주인공인 제야의 일기 형식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 최진영작가의 <이제야 언니에게>는 창비의 경장편 시리즈 '소설Q'의 첫번째 작품이다. 찢어버리고 싶을정도로 끔찍했던 그날, 제야의 모든 세상이 부서졌던 그날, 있을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될 일이 제야에게 일어났다. 자신과 동생 제니를 지키려 경찰에 신고하지만 피해자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비난만 받게 되고. 부모마저 소극적인 태도로 조용히 지나가기만을 바란다. 저항하지않았기에 암묵적 동의하에 이루어진 일이라 말하는 사람들을 보며 사회가 성폭력피해자에게 가지고있는 잣대가 얼마나 고정되어있는지 새삼 놀랐다. 나를 의심하는 사람들의 말이 쌓일수록 나는 나를 의심하게 되었어. 내가 그럴 만한 행동을 했을지도 모른다고 나를 너무 몰아세웠어. 내가 겪은 사건만큼 나란 존재 자체가 너무 끔찍했지. 끔찍한 나는 그런 일을 당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상하잖아, 그 일 이전에는 나는 나를 끔찍해하지 않았어. 원인과 결과가 자꾸 역전되는 거야. (223p) 동생 제니,승호와 함께 밤하늘 별자리를 보고 노래를 부르던 제야를 보며 딸아이를 생각했다. 딸아이와 겨우 한살밖에 차이가 나지않는 제야가 겪은 고통과 아픔을 읽을수록 온몸이,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다시금 자신의 삶을 다시 시작하려는 제야. 제야도, 은비도 그리고 우리의 딸들이 안전한 세상에서 행복한 삶을 살게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