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인간선언 - 증오하는 인간, 개정판
주원규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올해초 <메이드 인 강남>을 통해 주원규작가를 처음 알게되었다. 책소개를 읽자니 한창 버닝썬사건으로 떠들썩 하기도 했거니와 목사이면서 소설가인 주원규작가의 이력도 나름 흥미로웠다. 더구나 즐겨 보았던 tvn드라마 <아르곤>의 작가라고하니 소설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져만갔다. 
첫만남의 느낌은 기대했던것 보다 훨씬 강렬하게 남아있다. 작가 본인의 강남클럽에 잠입취재와 소설의 대부분이 사실을 바탕으로 쓰여졌다는 사실에 소설속 이야기들이 생생하게 다가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부의 상징인 강남을 배경으로 부패한 공권력과 상류층들의 실상을 예리한 시선으로 담아낸 주원규 작가. 그의 신작인 [반인간선언]에서도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이야기하고 있다.

주인공 서희는 대학에서 미술사학을 가르치던중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이 된 국회의원이다. 3선의 국회의원인 아버지가 돌연 세상을 떠난뒤 다른의원들의 권고를 받아 아버지의 지역구에 반강제적으로 출마하게 된 서희.
선거에 당선된날 강력계 형사인 주민서가 찾아와 전남편인 상훈의 소식을 전하면서 이 의문의 사건들이 시작된다. 광장에서 발견된 상훈의 손에서부터 발, 귀와입, 눈, 머리, 심장까지 차례로 발견되는 토막난 시신의 주인들은 누구인지, 사건을 추적하는 주민서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그곳엔 늘 국내 거대기업인 CS그룹이 있다.

 

 

 



소설속 두가지 주목할 사건의 진실에 다가서는 중심인물은 초선 국회의원과 나홀로 의구심을 품고 파헤쳐 가는 형사다. 그들이 마주하게될 거대기업의 횡포, 부패한 종교와 권력의 유착.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만들어낸 반인간적 행위들.
일반적인 사회파추리소설 형태를 지닌덕에 초반부터 술술읽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절단된 사지가 살인사건장소에 하나씩 등장하는 이유가 궁금해 눈을 뗄수가 없었다. 하지만 흥미로운 소재와 초반 집중도와 달리 짧은분량에 모두 담지 못한 탓인지 열린결말이라 하기에는 허무한 마무리가 아쉬움으로 남는다. 

민서는 이 모든 것이 성가시기만 했다. 절차와 상명하복의 질서를 신처럼 숭배해야 하고 명확한 증거를 확보해야만 하는 경찰이라는 자신의 신분이 이토록 거추장스러웠던 적은 없었다. 민서는 다시 한번 확인하고 말았다. 진실은 법과 원칙 그 너머에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 너머에 있는 진실을 확인하거나 폭로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법과 원칙의 프레임 너머에 있다는 사실까지도.(220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셰어하우스
베스 올리리 지음, 문은실 옮김 / 살림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살림출판사의 신간인 베스 올리리의 [셰어하우스]는 경제적인 이유로 한공간에 같이 생활하게 된 두 남녀인 티피와 리언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로맨스소설이다. 
런던의 한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고 있는 티피는 남자친구와 헤어진후 이사할 집을 구하고 있는 상황. 그러다 스물일곱의 호스피스 병원 간호사인 리언의 셰어하우스 광고를 보게된다. 하지만 그가 제시한 조건은 평범한 셰어하우스가 아니다. 자신이 야간에 일하는 동안 기거할 룸메이트를 구하는것. 생판 모르는 남자와 같은집 같은방, 심지어 침대까지 공유해야하지만 이것저것 따질수 없는 그녀다. 마주칠 일이 없을꺼라 생각으로 동거는 시작됐지만 어느새 여기저기 메모지를 붙이며 소통하기 시작하는 리언과 티피.
때론 자신이 나간뒤 돌아올 상대방을 위해 저녁을 만들어놓기도 하고 또 때론 피곤함을 달래주기위해 케익도 만들며 메모지를 주고받는다. 
힘든시간들을 겪으며 생각지도 못한 이별과 외로웠던 서로에게 포스트잇을 통해 속마음을 털어놓으면서 조금씩 사랑에 빠지는 리언과 티피.
소설을 읽는 내내 나까지 설레기도 하면서 미소가 지어졌다. 그러면서도 각자 사귀던 연인과 헤어진 상태인데 어쩜 그리도 빨리 사랑에 빠지는지 한편으론 살짜기 부럽기도 하고.

 

 



그놈은 너에게 독이었어. 어디로 어떻게 갈지 시키고, 그렇게 하고 나서도 너를 거기까지 데려다줬지. 왜냐하면 너 혼자서는 길을 찾아갈 수 없다는 생각을 너한테 주입시키려고. 모든 다툼의 소지가 너에게서 비롯된 것으로 만들었어. 너에게 사과를 받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았지. 너를 차버리고는 네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너를 다시 집어왔어. 네가 뚱뚱하고 이상하고, 너를 원할 사람은 없다고 했어. 네가 여신인데도 말이야.(239p)

하지만 소설속엔 달달한 사랑얘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 남친인 저스틴에게 감정적인 학대를 받았던 티피의 이야기는 요즘 심각한 사회문제인 데이트폭력를 다뤘다.
티피의 모든 감정까지 조종하며 온전히 자신만을 의지하게 만드는 전남친인 저스틴. 헤어졌음에도 원치않는 연락을 해오고 급기야 알려주지도 않은 티피의 집으로 꽃배달을 시키며 많은 사람들 보는앞에서 프로포즈까지 하는 쌩쑈를 벌인다. 그러면서도 티피에게 하지도 않은 대답을 했다고 우기는 저스틴. 자신이 가스라이팅의 피해자인것을, 사랑이 아닌 폭력이었다는 것을 헤어진후에 깨닫게 된 티피는 힘겨워한다.



리언의 정적이면서 진중한 성격과 큰키와는 다르게 통통 튀는 발랄함과 따뜻한 심성을 지닌 티피가 만들어가는 사랑이야기.
소설을 읽자니 한때 채팅으로 두 남녀가 서로를 알아가며 연인이 되는 로맨스영화도 생각나기도 하고. 한편의 영화로 만들어도 좋을것 같은 [셰어하우스]. 무엇보다 죽어있던 연애세포를 살포시 깨울만큼 달달한 소설이 아니었나싶다.

나는 메모를 그의 코밑에 흔들며 요지를 일깨워주었다. 그러고는 메모지를 그의 셔츠 주머니에 끼워 넣었다. 그가 나를 끌어당겨 머리에 입을 맞췄다. 한쪽 입꼬리가 내려간 미소를 지으며. 이 모든 것이 너무도 좋았다. 도저히 가질 수 없는 걸 손에 넣은 것처럼, 우리가 너무 많은 행복을 차지해버려서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돌아갈 행복이 모자라게 됐다는 듯이.(494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스트 러브 소설Q
조우리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년이면 고등학생이 되는 딸아이가 처음으로 소장하게 된 책이 팬픽이다. 초등학교 고학년때 좋아하던 아이돌의 팬픽을 엄마인 나몰래 샀던 딸아이. 이름있는 작가도 아닌 출판사에서 정식으로 출간된 책도 아닌 팬픽이란 알수 없는 책을 소장하고픈 딸아이의 마음을 도통 이해할수가 없었다.
지금은 시들해져 덕질은 안하고 있지만 지금도 딸아이의 방 어딘가 고이 모셔놓은 딸아이의 애장품들.

창비에서 출간된 조우리작가의 [라스트 러브]는 한때 자기만의 스타가 있었던 독자들에게 공감하며 읽을수 있는 책이 아닐까싶다.
해체를 앞둔 여성 아이돌 그룹인 '제로캐럿'의 여섯명의 주인공 다인,루비나,지유,재키,준,그리고 마지막 마린. 화려한 무대로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활동하던 데뷔5년차의 그들이 앞두고 있는 라스트 러브는 처음이자 마지막 콘서트다.
재계약을 하지 못하고 떠나는 지유와 재키, 그리고 남겨진 아이돌멤버들과 새로운 멤버의 합류속에 생기는 갈등과 내면의 이야기, 아이돌그룹의 화려함뒤에 숨겨진 현실적인 모습까지 담은 [라스트 러브].

 

노래는 계속 이어졌다. 노랫말 사이에 팬들은 좋아하는 멤버의 이름을 넣어 부르곤 했다. 김다인 사랑해, 이수빈 사랑해, 최마린 사랑해, 송준희 사랑해. 파인캐럿도 목이 터져라 외치던 때가 있었다. 홍재영 사랑해, 제로캐럿 사랑해. 그렇게 외쳐야만 한다고 믿었던 사랑. 그런 사랑들.(167p)

 

 



소설의 독특한점은 제로캐럿의 본편이야기외 가상의 팬픽작가인 파인캐럿이 쓴 이야기도 담겨있다는 것. 제로캐럿을 주인공으로 쓴 팬픽속엔 동성간의 사랑이나 로맨스등 다양한 모습들을 그려 자신의 아이돌스타를 향한 사랑과 팬심을 담아냈다.
개인적으로 쉽지않은 소설이었다. 그럼에도 이 소설을 누군가에게 추천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기존 소설의 형식과는 다른 독특함때문이다. 그리고 자신만의 아이돌그룹을 사랑했던 소중한 시간들이 있던 독자들에겐 분명 의미있는 소설이 될듯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웃 사람들 - Novel Engine POP
무레 요코 지음, 최윤영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읽으려고 마음먹은건 무레 요코라는 이름때문이었다. 이미 [카모메 식당]으로 국내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저자 무레 요코. [모모요는 아직 아흔살]이라는 책을 읽은 지인들의 호평에 그녀에게 관심이 많았던 터였다. 유난히 우리나라 감성과 맞는 일본작가중 한명이 아닐까 싶은 그녀의 신간 [이웃 사람들]. 역시 우리들의 평범한 삶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다.

소설은 주인공 마사미의 시선을 통해 주변 이웃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수다스럽고 궁금증많은 엄마와 바람을 피고 아내의 눈치를 보는 무심한 아빠, 이웃들의 정보를 캐내고 다니며 모든 정보를 꿰차고 있는 이웃집아줌마 야마카와. 그들이 이야기하고 만나는 이웃들은 친숙한 옆집아줌마, 또는 친분은 없지만 인사만 하는 동네 소문의 주인공들이다. 착한 아내를 구박하고 사람들에게 안하무인으로 대하는 밉상 긴지로, 미인인 엄마를 닮지않은 네모난 얼굴의 동네친구 오사무, 비밀에 쌓여 무성한 소문만 들리는 새하얀 센다씨, 어느날 모두 사라진 인도인 이웃, 흰천을 나풀거리며 춤을 추는 효로롱교의 신자 세토씨, 무엇보다 밤바씨 집에 세들어 사는 젊은 아기엄마의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안아달라고 우는 아기를 덥다는 이유로 거부하는 아기엄마에게 쏟아지는 이웃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과 남의 가정사에 시시콜콜 간섭하는 사람들. 결국 이웃들의 항의로 재계약을 하지못하고 떠나는 아기엄마의 모습에 마음한켠이 불편한건 나역시 한때 육아로 고생했던 기억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친엄마가 자신의 아이가 울부짖어도 무시한다는 사실이 무섭다. 아이가 크면 엄마는 어떤 형태로든 방치한 대가를 받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렇다고 피폐한 상태의 엄마에게 무리를 강요하는 것 또한 불쌍하다. 어쨌거나 동네에서는 '절규의 숙소' 앞을 지날 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으면 모두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리게 되었다. (190p)

유난스럽지도 않으면서도 유쾌하게 그려내는 무레 요코만의 따뜻한 감성이 느껴지는 소설인 [이웃 사람들]. 겨울문턱에 쌀쌀해진 요즘 특별할것 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마음 따뜻하게 읽어보는건 어떨지 살포시 추천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원을 말해줘
이경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작가 이경이 만들어낸 가상의 도시속엔 온몸이 허물에 덮히는 알수없는 피부병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살고있다. 인구 50만이 살고 있는 D구역에서 격리되어 살고있는 그들을 관리하고 있는 곳은 방역센터다. 주인공인 그녀의 직업은 파충류 사육사다. 허물을 벗기위해 들어간 방역센터에서 만난 후리, 김, 뾰족수염과 함께 피부병을 낫게해준다는 롱롱이라는 전설의 거대뱀을 찾으러 가게된다.
전설의 거대뱀 롱롱을 통해 병이낫길 바라는 사람들의 간절한 소원이 이루어질지. 사람들이 마주하게 되는 정부와 제약회사의 음모와 인간의 탐욕에 소름이 돋는다.

프로틴은커녕 끼니도 잘 챙기지 못하니 허물은 금방 자라났다. 별 수 없이 다시 공원으로 와 전처럼 공원 관리인과 숨바꼭질하며 지냈다. 밤이면 벤치에 누워 생각했다. 롱롱을 찾으면 정말 허물을 벗을 수 있을까. 영원히 허물을 벗으면 한 번도 허물 입지 않은 사람처럼 살 수 있을까. 한 번도 버림받지 않은 사람처럼 살 수 있을까.(71p)

 

 


개인적으로 SF에 빠져 읽기가 쉽지않은 편이다.
미스터리나 인문쪽을 좋아하는 취향이라 그렇기도 하지만 상상력이 부족한 탓도 있을듯 하다.
그런데 다산에서 출간된 [소원을 말해줘]는 SF물이지만 생각보다 가독성이 무척 좋았다. SF라기보단 재난과 공포소설에 가까운 소설이 아닐까싶다. 영화에서 자주 보았던 소재였기에 머릿속으로 그리며 더욱 흥미롭게 읽었다. 흔한 소재일까 생각했지만 바이러스에 의해 변화되는 인간의 모습이나 좀비가 되는 여느 이야기와는 조금 다른 피부에 허물이 생기는 바이러스라니 조금 색다르게 다가왔다. 그리고 보통의 SF소설들의 많은 분량이 아닌 300페이지도 못되는 분량의 이야기가 아쉬울 정도로 푹 빠져 읽은듯하다. 빠른 이야기전개가 지루할 틈없이 펼쳐지며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이 담긴 이경의 [소원을 말해봐]. 참신하면서도 흥미로운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