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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어하우스
베스 올리리 지음, 문은실 옮김 / 살림 / 2019년 11월
평점 :

살림출판사의 신간인 베스 올리리의 [셰어하우스]는 경제적인 이유로 한공간에 같이 생활하게 된 두 남녀인 티피와 리언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로맨스소설이다.
런던의 한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고 있는 티피는 남자친구와 헤어진후 이사할 집을 구하고 있는 상황. 그러다 스물일곱의 호스피스 병원 간호사인 리언의 셰어하우스 광고를 보게된다. 하지만 그가 제시한 조건은 평범한 셰어하우스가 아니다. 자신이 야간에 일하는 동안 기거할 룸메이트를 구하는것. 생판 모르는 남자와 같은집 같은방, 심지어 침대까지 공유해야하지만 이것저것 따질수 없는 그녀다. 마주칠 일이 없을꺼라 생각으로 동거는 시작됐지만 어느새 여기저기 메모지를 붙이며 소통하기 시작하는 리언과 티피.
때론 자신이 나간뒤 돌아올 상대방을 위해 저녁을 만들어놓기도 하고 또 때론 피곤함을 달래주기위해 케익도 만들며 메모지를 주고받는다.
힘든시간들을 겪으며 생각지도 못한 이별과 외로웠던 서로에게 포스트잇을 통해 속마음을 털어놓으면서 조금씩 사랑에 빠지는 리언과 티피.
소설을 읽는 내내 나까지 설레기도 하면서 미소가 지어졌다. 그러면서도 각자 사귀던 연인과 헤어진 상태인데 어쩜 그리도 빨리 사랑에 빠지는지 한편으론 살짜기 부럽기도 하고.

그놈은 너에게 독이었어. 어디로 어떻게 갈지 시키고, 그렇게 하고 나서도 너를 거기까지 데려다줬지. 왜냐하면 너 혼자서는 길을 찾아갈 수 없다는 생각을 너한테 주입시키려고. 모든 다툼의 소지가 너에게서 비롯된 것으로 만들었어. 너에게 사과를 받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았지. 너를 차버리고는 네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너를 다시 집어왔어. 네가 뚱뚱하고 이상하고, 너를 원할 사람은 없다고 했어. 네가 여신인데도 말이야.(239p)
하지만 소설속엔 달달한 사랑얘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 남친인 저스틴에게 감정적인 학대를 받았던 티피의 이야기는 요즘 심각한 사회문제인 데이트폭력를 다뤘다.
티피의 모든 감정까지 조종하며 온전히 자신만을 의지하게 만드는 전남친인 저스틴. 헤어졌음에도 원치않는 연락을 해오고 급기야 알려주지도 않은 티피의 집으로 꽃배달을 시키며 많은 사람들 보는앞에서 프로포즈까지 하는 쌩쑈를 벌인다. 그러면서도 티피에게 하지도 않은 대답을 했다고 우기는 저스틴. 자신이 가스라이팅의 피해자인것을, 사랑이 아닌 폭력이었다는 것을 헤어진후에 깨닫게 된 티피는 힘겨워한다.

리언의 정적이면서 진중한 성격과 큰키와는 다르게 통통 튀는 발랄함과 따뜻한 심성을 지닌 티피가 만들어가는 사랑이야기.
소설을 읽자니 한때 채팅으로 두 남녀가 서로를 알아가며 연인이 되는 로맨스영화도 생각나기도 하고. 한편의 영화로 만들어도 좋을것 같은 [셰어하우스]. 무엇보다 죽어있던 연애세포를 살포시 깨울만큼 달달한 소설이 아니었나싶다.
나는 메모를 그의 코밑에 흔들며 요지를 일깨워주었다. 그러고는 메모지를 그의 셔츠 주머니에 끼워 넣었다. 그가 나를 끌어당겨 머리에 입을 맞췄다. 한쪽 입꼬리가 내려간 미소를 지으며. 이 모든 것이 너무도 좋았다. 도저히 가질 수 없는 걸 손에 넣은 것처럼, 우리가 너무 많은 행복을 차지해버려서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돌아갈 행복이 모자라게 됐다는 듯이.(494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