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 명물 박수무당 납시오' 빨간대문 요상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미남당'의 박수무당 남한준. 잘생긴 얼굴에 명품옷으로 치장한 현금 좋아하는 전직 프로파일러이자 현직 사기꾼 박수무당이다. 미남당엔 천재로 주목받으며 유명 해킹 집단의 최연소 멤버이자 전직 FBI 사이버 수사국에 근무했던 남혜준과 한준의 파트너 수철까지 3인방의 활약으로 부유층 고객들의 복채를 휩쓸며 용한 박수무당으로 이름을 알린다. 재밌는 점은 그들이 고객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방법인데, 흥신소를 운영중인 수철과 해커출신 혜준이 고객의 정보를 먼저 알아내어 과거와 미래의 점을 치는 방법이 현직 경찰들 빰치는 솜씨여서 보는 내내 유쾌했다. 거기다 잘생긴 외모와 신들린 목소리로 호통까지 하는 모양을 보니 어찌 안넘어갈수 있으랴. 카카오페이지 모바일 소설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정재한작가의 [미남당 사건수첩]은 한마디로 유쾌하고 재밌는 소설이다.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모두 독특하고 개성이 강한데 개인적으로 캐릭터의 매력에 흠뻑 빠지는 타입이라 더욱 재밌게 읽었다. 책이 어떻게 출간될지는 모르겠으나 가제본의 표지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표정과 분위기가 어쩜 그리 비슷한지 머릿속으로 그려가며 읽으니 흡사 드라마 한편을 본듯하다. 실제로 이제목 그대로 드라마로 나오는것도 굉장히 재밌을듯 한데 탐정물이나 형사물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재밌게 시청할수 있지않을까싶다. 일반적인 추리물보다 무겁지 않으며 거대한 음모와 사건에 휘말리며 풀어가는 과정도 속도감있게 진행되어 지루할 틈이 없이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책을 덮으며 잠시 든 생각, 시리즈가 나올까? 캐비넷에서 나오는 소설들을 재밌게 봐왔던 터라 제목부터 남달랐던 [미남당 사건수첩]에 대한 기대감에 무척 만족스런 소설이었다.
언젠가 jtbc 뉴스룸에 유엔 난민기구 친선대사 자격으로 출연한 배우의 인터뷰가 인상깊게 남은적이 있다. 이라크 난민촌에 이어 방글라데시에 있는 한지역의 난민캠프에 다녀온 그의 참혹한 난민들의 실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영화 '터미널'에서 고국의 분쟁으로 인해 미국에 난민신청하는 톰 행크스의 모습이나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오는 주인공 대위가 전쟁으로 인해 제 3국으로 난민신청하는 이야기처럼 화면으로만 보았던 그들의 실제 이야기가 너무나 아픈 현실적인 문제로 느껴졌기 때문인듯 하다. 자신들의 나라에서 분쟁과 박해로 국경을 넘어야 했던 사람들. 생명의 위협를 느껴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이방인같은 삶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 자신을 받아주는 타국의 사회속에 난민으로 살아야 하는 여정들이 과연 어떠했을지 감히 짐작조차 할수 없다. 인천 공항 송환 대기실에는 피부색도 말도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하나같이 그와 꼭 닮은 희망을 품은 채 모여 있었다. 삼십여 명의 사람들이 의자와 화장실만 있는 공간에 복작대고 있었다. 십중팔구는 그곳에 머물다 자기 나라로 추방된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그 '십중팔구'의 '팔구'에 해당되지 않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무엇보다 그는 송환 대기실에서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유일한 사람이었으며 실제로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22p) '난민은 어떤 사람들인지' 청소년들의 시선에 맞춰 그들의 삶에 좀더 가까이 다가간 한권의 소설을 이야기해본다. 창비에서 출간한 [어느날 난민]이란 소설은 인천에 설립된 난민캠프를 배경으로 여러가지 사연을 가지고 난민지위신청을 한 각기다른 나라 사람들의 모습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소설이다. 생각했던 것만큼 '난민'이라는 소재가 주는 묵직함이 때로는 그들의 아픈 현실을 비춰주며 이해와 위로를 통해 무겁게만 느껴지진 않았다. 소설에는 특정된 주인공이 따로 없는 인물들 모두의 사연들이 그려지는데 '명예살인'이라는 이름으로 가족에게 생명을 위협받았던 인도여인 찬드라의 이야기가 유난히 마음을 헤집고 다닌듯하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낯선사람과의 결혼. 집안 어른이 정한 결혼을 하는것이 이슬람의 오래된 구시대적 전통인데 그것을 거스른 그녀에 대한 가족들의 만행은 결국 얼굴에 남은 상처만큼 지울수없는 마음의 상처를 남기고 만다. 뿌리내릴곳을 찾아 부유하는 삶이 어디 그들뿐일까 작가는 미혼모 강해나와 아들인 강민, 성소수자이며 경찰관인 허진수를 통해 이땅에 살고있지만 기댈곳과 머물곳이 없는 난민같은 삶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을 통해 작가는 지구별 위에서 인간은 누구나 난민일수 밖에 없는 존재임을 이야기한다. 소설의 배경인 공항근처 섬에 있는 신도시의 새아파트. 입주자가 보이지않는 유령도시같은 모습은 뿌리내릴곳을 찾는이들과 자신들을 받아주길 기다리는 난민들의 모습이 어우러져 묘한 동질감을 만들어낸다. 어느새 힘든 여행지의 게스트 하우스같은 곳인 난민캠프 안에서 자신들의 작은 연대를 이루는 그들을 보며 오늘을 살아가는 낯선 이웃과의 동행이 참 따뜻했던 시간이었다. 내가 원하는 세계에 들어가고 싶지만 그곳이 나에게 문을 쉽게 열어 주지 않을 때, 또는 그 속에 뿌리 내렸다고 생각했건만 어느새 밀려나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 나 혹은 당신은 난민이라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어느 누구도 예외는 아니다. 난민은 더이상 '그들'이 아니고, 지중해나 시리아나 아프리카 어느 지역 같은 먼 곳의 문제만도 아니다. 어느 날 문득, 나 혹은 당신은 '그들'과 다르지않은 처지의 난민임을 깨닫게 될 수도 있다.(작가의 말중)
한길사에서 출간된 [다크 챕터]는 '성폭행'이라는 작가의 실제경험을 토대로 쓰여진 자전적 소설이다. 소설은 작가의 고통스런 기억들이 녹아들어서인지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묘사로 성폭행 이후 피해자들이 겪는 정신적인 충격으로 인한 트라우마와 파괴된 삶의 모습이 어떤지 고스란히 보여주고있다. 인터뷰를 통해 본 작가 위니 리는 성폭력 사건이 얼마나 잔인한 일인지 경각심을 심어 주고 싶어서 주변의 만류에도 소설을 쓰게되었다고 한다. 뜻하지 않은 성폭행이라는 지옥을 경험하고 긴시간 치유의 시간을 가졌던 그녀가 9년동안 고통스럽던 순간들을 재현하며 조금씩 써내려간 글들을 세상에 내놓기 쉽진 않았으리라 짐작된다. 소설의 독특한 점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시점이 교차되면서 진행된다는 것인데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가 범죄를 저지르게 만드는 사회적 요인들, 즉 범죄의 뿌리까지 독자들에게 이해시킨다는 점이다. 삶을 이렇게 생각한다면 지나치게 멜로드라마 같을까. 내 존재가 반으로 나뉘어져서 지난 29년간의 삶과 그 이후의 삶이 완전히 분리된 것만 같다고 한다면 말이다. 나는 지금 내 삶의 등고선에 예기치 못한 균열을 낸 그 틈새 저편을 건너다본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까맣게 모른 채 저편 삶윽 끄트머리에 서 있는 예전의 나 자신에게 소리 질러 경고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17p) 하버드대학 출신으로 영화계에서 일을 하며 여행과 하이킹을 즐기는 활동적인 여성인 비비안. 업무차 떠난 벨파스트 힐즈에서 잠시 하이킹을 즐기던 그녀는 현지에 살던 15세 소년 조니에게 성폭력을 당하게 된다. 폭행과 위협속에 살고자했던 그녀는 가해자인 조니의 요구에 순순히 응해주었던 자신의 나약함과 수치스러움에 괴로워 하지만 오랜 치료와 주변 친구들의 도움으로 자신의 삶을 되찾게 된다. 무엇보다 비비안의 치료 상담도중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성폭행을 겪으며 부서진 삶을 살아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요즘 한국사회에 불어온 '미투'운동을 보자니 더욱 공감하게 된다. 그들은 자꾸 묻는다. '그 여자에게 한 짓을 후회하는가?' 그럼 다른 여자들은? 내가 훔친 지갑이나 핸드폰, 그런 것들에 대해서도 후회해야 하나? 그럼 내 인생을 통째로 후회해야 하나? 그런데 내가 어째서 내 인생이 어떤 건지도 모르고 별반 관심도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후회해야 하는가? 내 인생이 그 사람들 중 누군가의 인생에 끼어들기 전까지는 아무도 내 인생에 관심이 없다. 그러나 내가 그 여자와 그 짓을 하지 않았다면, 그 여자가 경찰한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면, 내 인생엔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어둠속을 혼자 돌아다니는 보잘것없는 파비 소년에게 누구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을 것이다.(325p) 가해자인 조니는 아일랜드 유랑민으로 아버지의 폭력을 못견딘 어머니가 동생들을 데리고 떠나버린뒤 형과 함께 캐러밴에 살고있다. 폭력적인 아버지와 어릴때부터 소년원을 들락거리는 형에게 배운 도둑질과 여자들을 성폭행하며 불안한 삶을 살아가는 15살의 청소년이다.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유랑민에 대한 차별과 불편한 시선들 속에서 자신이 저지르는 행동에 대해 점점 합리화를 시키는 조니. 하지만 자신의 삶이 불행하고 존중받지 못한다고 해서 다른이의 인생을 망가뜨릴 권리는 없다는 것을 그는 깨닫게 될까? [다크 챕터]는 어쩌면 '불편한' 소설일수도 있을것이다. 생생한 폭력과 고통을 묘사한 내용들이 가슴 아프고 안타깝다는 이유로 차마 읽어내기 쉽지 않을수도 있다. 하지만 신체적 고통 뿐 아니라 지울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그래서 '영혼의 살인'이라 불리는 성폭행을 당한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할수는 없지 않는가. 어디선가 삶의 어두운 장면들을 지나지 못한 누군가에게 분명 위로가 될수 있는 소설일 것이다.
얼마전 [잊혀진 아이]라는 소설을 읽을때도 느꼈었지만 '오타아이'작가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능력과 짜임새있는 스토리는 읽을수록 푹빠져들게 된다. 특히나 장르소설을 읽을때면 사건의 배경이나 정황설명이 길어지면 지루해질수 있거나 너무 빠른전개에 산만해지기도 하는데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있는 이야기 전개는 끝내주는 가독성으로 이어준다. 작가의 데뷔소설이라고 하는 [범죄자]를 받아들고 티저북이란걸 알면서도 한창 푹빠져읽다가 뚝 끊기는 탓에 괜시리 짜증이 날 정도였으니 뒤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는건 당연지사. 드라마 각본을 써온 작가여서 그런지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을 놓을수 없게 만든다. 대낮 한가로운 공원에서 벌어진 무차별 살인사건으로 소설의 이야기는 시작되고 희생자중 유일한 생존자인 18세 슈지는 계속되는 죽음의 손길을 피하기위해 형사인 소마, 전직기자출신 야리미즈와 사건의 전모를 하나씩 파혜쳐 나가기 시작한다. 슈지의 목숨을 노리는 일명 스키 마스크란 인물은 누구인지, 무차별 살인사건의 숨겨진 음모는 무엇일지 도통 결말을 예측할수가 없다. 무엇보다 궁금한건 한낮 한가로운 공원에 누군가를 기다리는듯한 슈지를 포함한 다섯명의 피해자들이다. 표면적으로는 타겟을 따로 정하지않은 무차별 살인같지만 파헤칠수록 고개드는 다섯사람들에 대한 의문점들. 그러나 살해된 사람들의 공통점과 그들을 이어주는 접점이 없다는것이 사건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킨다. 소설을 읽으며 제일 인상깊었던건 안면조직이 괴사되는 무서운 병인 '멜트페이스 증후군' 을 앓고있는 가족들을 상대로 다큐멘터리 제작을 했던 도리야마와 야리미즈의 대화였다. 방송후 그들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들은 '혐오'라는 이름으로 상처를 주고 '선의'를 가장한 또다른 폭력을 만들어낸다. 병의 존재를 많은 사람에게 알려 사회에 올바로 인식시키는 것은 아이를 분별없는 비방과 차별에서 지키기 위한 첫걸음이다. 하지만 그 때문이라고는 하나 자신들의 삶을 불특정 다수앞에 고스란히 드리내기 위해서는 엄청난 결심이 필요했으리라. 카메라는 이른바 찍튀다.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고 카메라앞에 선 사람은 그후 호기심에 가득찬 세간의 시선 속에 방치된다. (172p) 상.하로 두권의 책으로 완성된 소설중 200페이지 좀 넘은 분량의 티저북이기에 사건이 어떻게 풀어나갈지, 어떤 결말을 독자들에게 안겨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읽는 내내 눈길을 뗄수없는 최고의 몰입감을 주는 오타아이의 <범죄자>와의 다음 만남은 어떨지 궁금해지면서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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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에서 출간된 <왕국>을 읽으며 쉽지않았음을 고백한다. 700페이지에 달하는 많은 분량의 독서가 쉽지않았으며 일반적인 소설과는 다른 전개가 쉽지않았다. 종교라는 주제로 소설이라는 장르로만 책을 대했기에 자전적 에세이 같으면서 장황한 해설, 역사책같은 깊은 고찰이 담겨져있어 쉽게책장이 넘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2014년 프랑스에서 출간된 <왕국>은 50만부가 팔리는 베스트셀러로 [르몽드]문학상을 받은만큼 작품성이 뛰어난 소설이라 하는데 초기 기독교 역사를 다루는 소재인만큼 성경을 한두번이라도 접해본 이들에게는 매우 흥미로운 소설임은 읽을수록 알수있게 된다. 또한 신앙에 발을 들이는 과정에서 부터 작가의 열정적인 신앙생활과 고민들은 오랜시간 기독교인으로 살아온 내게 '믿음'에 대해 깊이 생각할수 있는 시간이었다. 소설은 초반 3년간 열정적인 신앙생활을 하다 불가지론자로 돌아선 작가 카레르의 이야기와 후반부에 불가지론자의 눈으로 바라본 기독교와 성경을 재해석한 바오로와 루카복음서 이야기가 그려져있다.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방대한 역사와 실체없는 신에 대한 수많은 사람들을 이끈 기독교라는 힘에 대한 작가의 시각은 불신자에서 열렬한 신앙인으로 또 불가지론자까지 한가지 편협한 시각이 아님에 신선한 느낌을 준다. 복음서를 통해 바오로와 루카라는 두인물의 이야기는 성서를 바탕으로 했지만 자유로운 이야기 흐름으로 재미있게 이끌고 있어 가독성을 더해준다. 내가 여기서 마치게 될 이 책을 나는 진심을 다해 썼지만, 책이 다루려 하고 있는것이 나보다 훨씬 큰 것이기 때문에, 이 진심이라는 것은 가소로운 긧임을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쓴 이 책은 나의 어떠함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똑똑한 자, 부유한 자, 높은 곳에 있는 자들 - 모두가 왕국에 들어가는 것을 방해하는 장애물이다 - 로 말이다. 그래도 나는 시도해 보았다. 그리고 책과 작별하는 이 순간 자문해 본다. 이 책은 과거 나였던 그 젊은이와 그가 믿었던 주님을 배신하고 있을까, 아니면 나름의 방식으로 이들에게 충실히 남아 있는 것일까?(693p) '나는 모르겠다'란 말로 책의 끝을 장식한 작가의 고뇌가 와닿는다. 그가 말하는 '왕국'이란 현재 우리 기독교가 가져야 할 정신, 즉 낮은자에 대한 사랑과 선함을 이야기 하는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본다. 자아성찰식으로 시작된 작가 자신의 자전적 소설은 흔히 기독교에서 얘기하는 모태신앙으로 기독교집안에서 자란 내게는 공감가는 이야기들이 종종 있었지만 과연 종교가 없는이들에겐 어떤 공감을 자아낼지 사뭇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