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챕터
위니 리 지음, 송섬별 옮김 / 한길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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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사에서 출간된 [다크 챕터]는 '성폭행'이라는 작가의 실제경험을 토대로 쓰여진 자전적 소설이다. 소설은 작가의 고통스런 기억들이 녹아들어서인지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묘사로 성폭행 이후 피해자들이 겪는 정신적인 충격으로 인한 트라우마와 파괴된 삶의 모습이 어떤지 고스란히 보여주고있다.
인터뷰를 통해 본 작가 위니 리는 성폭력 사건이 얼마나 잔인한 일인지 경각심을 심어 주고 싶어서 주변의 만류에도 소설을 쓰게되었다고 한다.
뜻하지 않은 성폭행이라는 지옥을 경험하고 긴시간 치유의 시간을 가졌던 그녀가 9년동안 고통스럽던 순간들을 재현하며 조금씩 써내려간 글들을 세상에 내놓기 쉽진 않았으리라 짐작된다. 
소설의 독특한 점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시점이 교차되면서 진행된다는 것인데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가 범죄를 저지르게 만드는 사회적 요인들, 즉 범죄의 뿌리까지 독자들에게 이해시킨다는 점이다.

삶을 이렇게 생각한다면 지나치게 멜로드라마 같을까. 내 존재가 반으로 나뉘어져서 지난 29년간의 삶과 그 이후의 삶이 완전히 분리된 것만 같다고 한다면 말이다. 나는 지금 내 삶의 등고선에 예기치 못한 균열을 낸 그 틈새 저편을 건너다본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까맣게 모른 채 저편 삶윽 끄트머리에 서 있는 예전의 나 자신에게 소리 질러 경고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17p)

하버드대학 출신으로 영화계에서 일을 하며 여행과 하이킹을 즐기는 활동적인 여성인 비비안. 업무차 떠난 벨파스트 힐즈에서 잠시 하이킹을 즐기던 그녀는 현지에 살던 15세 소년 조니에게 성폭력을 당하게 된다. 폭행과 위협속에 살고자했던 그녀는 가해자인 조니의 요구에 순순히 응해주었던 자신의 나약함과 수치스러움에 괴로워 하지만 오랜 치료와 주변 친구들의 도움으로 자신의 삶을 되찾게 된다. 무엇보다 비비안의 치료 상담도중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성폭행을 겪으며 부서진 삶을 살아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요즘 한국사회에 불어온 '미투'운동을 보자니 더욱 공감하게 된다.

그들은 자꾸 묻는다. '그 여자에게 한 짓을 후회하는가?' 그럼 다른 여자들은? 내가 훔친 지갑이나 핸드폰, 그런 것들에 대해서도 후회해야 하나? 그럼 내 인생을 통째로 후회해야 하나? 그런데 내가 어째서 내 인생이 어떤 건지도 모르고 별반 관심도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후회해야 하는가? 내 인생이 그 사람들 중 누군가의 인생에 끼어들기 전까지는 아무도 내 인생에 관심이 없다. 그러나 내가 그 여자와 그 짓을 하지 않았다면, 그 여자가 경찰한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면, 내 인생엔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어둠속을 혼자 돌아다니는 보잘것없는 파비 소년에게 누구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을 것이다.(325p)

가해자인 조니는 아일랜드 유랑민으로 아버지의 폭력을 못견딘 어머니가 동생들을 데리고 떠나버린뒤 형과 함께 캐러밴에 살고있다. 폭력적인 아버지와 어릴때부터 소년원을 들락거리는 형에게 배운 도둑질과 여자들을 성폭행하며 불안한 삶을 살아가는 15살의 청소년이다.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유랑민에 대한 차별과 불편한 시선들 속에서 자신이 저지르는 행동에 대해 점점 합리화를 시키는 조니. 하지만 자신의 삶이 불행하고 존중받지 못한다고 해서  다른이의 인생을 망가뜨릴 권리는 없다는 것을 그는 깨닫게 될까? 

[다크 챕터]는 어쩌면 '불편한' 소설일수도 있을것이다. 생생한 폭력과 고통을 묘사한 내용들이 가슴 아프고 안타깝다는 이유로 차마 읽어내기 쉽지 않을수도 있다. 하지만 신체적 고통 뿐 아니라 지울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그래서 '영혼의 살인'이라 불리는 성폭행을 당한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할수는 없지 않는가. 
어디선가 삶의 어두운 장면들을 지나지 못한 누군가에게 분명 위로가 될수 있는 소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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