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jtbc 뉴스룸에 유엔 난민기구 친선대사 자격으로 출연한 배우의 인터뷰가 인상깊게 남은적이 있다. 이라크 난민촌에 이어 방글라데시에 있는 한지역의 난민캠프에 다녀온 그의 참혹한 난민들의 실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영화 '터미널'에서 고국의 분쟁으로 인해 미국에 난민신청하는 톰 행크스의 모습이나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오는 주인공 대위가 전쟁으로 인해 제 3국으로 난민신청하는 이야기처럼 화면으로만 보았던 그들의 실제 이야기가 너무나 아픈 현실적인 문제로 느껴졌기 때문인듯 하다. 자신들의 나라에서 분쟁과 박해로 국경을 넘어야 했던 사람들. 생명의 위협를 느껴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이방인같은 삶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 자신을 받아주는 타국의 사회속에 난민으로 살아야 하는 여정들이 과연 어떠했을지 감히 짐작조차 할수 없다. 인천 공항 송환 대기실에는 피부색도 말도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하나같이 그와 꼭 닮은 희망을 품은 채 모여 있었다. 삼십여 명의 사람들이 의자와 화장실만 있는 공간에 복작대고 있었다. 십중팔구는 그곳에 머물다 자기 나라로 추방된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그 '십중팔구'의 '팔구'에 해당되지 않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무엇보다 그는 송환 대기실에서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유일한 사람이었으며 실제로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22p) '난민은 어떤 사람들인지' 청소년들의 시선에 맞춰 그들의 삶에 좀더 가까이 다가간 한권의 소설을 이야기해본다. 창비에서 출간한 [어느날 난민]이란 소설은 인천에 설립된 난민캠프를 배경으로 여러가지 사연을 가지고 난민지위신청을 한 각기다른 나라 사람들의 모습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소설이다. 생각했던 것만큼 '난민'이라는 소재가 주는 묵직함이 때로는 그들의 아픈 현실을 비춰주며 이해와 위로를 통해 무겁게만 느껴지진 않았다. 소설에는 특정된 주인공이 따로 없는 인물들 모두의 사연들이 그려지는데 '명예살인'이라는 이름으로 가족에게 생명을 위협받았던 인도여인 찬드라의 이야기가 유난히 마음을 헤집고 다닌듯하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낯선사람과의 결혼. 집안 어른이 정한 결혼을 하는것이 이슬람의 오래된 구시대적 전통인데 그것을 거스른 그녀에 대한 가족들의 만행은 결국 얼굴에 남은 상처만큼 지울수없는 마음의 상처를 남기고 만다. 뿌리내릴곳을 찾아 부유하는 삶이 어디 그들뿐일까 작가는 미혼모 강해나와 아들인 강민, 성소수자이며 경찰관인 허진수를 통해 이땅에 살고있지만 기댈곳과 머물곳이 없는 난민같은 삶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을 통해 작가는 지구별 위에서 인간은 누구나 난민일수 밖에 없는 존재임을 이야기한다. 소설의 배경인 공항근처 섬에 있는 신도시의 새아파트. 입주자가 보이지않는 유령도시같은 모습은 뿌리내릴곳을 찾는이들과 자신들을 받아주길 기다리는 난민들의 모습이 어우러져 묘한 동질감을 만들어낸다. 어느새 힘든 여행지의 게스트 하우스같은 곳인 난민캠프 안에서 자신들의 작은 연대를 이루는 그들을 보며 오늘을 살아가는 낯선 이웃과의 동행이 참 따뜻했던 시간이었다. 내가 원하는 세계에 들어가고 싶지만 그곳이 나에게 문을 쉽게 열어 주지 않을 때, 또는 그 속에 뿌리 내렸다고 생각했건만 어느새 밀려나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 나 혹은 당신은 난민이라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어느 누구도 예외는 아니다. 난민은 더이상 '그들'이 아니고, 지중해나 시리아나 아프리카 어느 지역 같은 먼 곳의 문제만도 아니다. 어느 날 문득, 나 혹은 당신은 '그들'과 다르지않은 처지의 난민임을 깨닫게 될 수도 있다.(작가의 말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