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세계를 마주하기 위한 365개의 물음 2년전 큰아이가 중학교를 입학하기 전 <Q&A a day - 5년후 나에게>라는 책을 선물했었다. 365개의 질문을 하루에 하나씩 적어나가고 같은질문을 5년동안 기록하는 책. 자신의 기록을 통해서 깊어진 사고와 조금더 성장한 자신를 마주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준비한 선물이었다. 매일 꼬박꼬박 쓰지는 못하는 듯 하지만 꾸준히 쓰는 아이를 보니 숙제를 내준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살짝 든다. 나에게도 365개의 질문을 담은 책한권을 만나게 되었다. 아르테에서 출간된 <질문>이란 책은 쓸모없고 이상하지만 유쾌한 365개의 질문을 담은 책이다. 이책은 앞에서 읽는다면 한글로 된 질문을 만날수 있고 뒤에서부터 읽는다면 영어로 된 질문을 만날수가 있어서 하루 한장씩 읽으며 완독후 마지막장에서 다시 시작해보는 재미도 있을 듯 하다. 이토록 엉뚱하고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어떤답들을 내야 할지 사실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쉽고 단순한 365개의 질문은 일상속의 '나'를 발견하게도 하면서 또다른 내면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내가 원하던것이 무엇이었는지, 내가 좋아했던것과 가고싶었던곳, 엉뚱하고 자유로운 나의 생각들에 좀더 집중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11.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장소는 어디일까요? [화장실] 44. 담배 한 개비를 피우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10분] 101. 자기만의 나라를 세운다면, 그 나라의 이름을 무엇이라고 지을까요? [서하국] 115. 당신을 제한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게으름] 166. 소설 속 인물 중 연인으로 만나고 싶다고 생각한 사람이 있나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닉영 (재벌이라지요^^) 224. 만약 새가 된다면, 가장 먼저 어디로 날아가고 싶습니까? [북유럽] why?오로라를 보고싶어요. 252. 각각의 달에 색이 있다면 5월은 무슨 색깔일까요? [파란색] why? 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얼마전 상영했던 <보헤미안 랩소디>는 영화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전설의 록밴드인 '퀸'열풍을 일으킨 영화다. 퀸의 보컬 프레디머큐리의 일대기와 그의 주옥같은 음악들을 스크린 가득 그린 영화는 ㅈ기성세대에겐 젊은날들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켰고 젊은 세대에게는 방송을 통해 익숙하게 들어왔던 노래의 주인공들에 대해 알게 해주었다. 오래시간 대중의 사랑을 받고 수많은 명곡을 남긴 그들을 사람들은 위대한 아티스트라 한다. 영국출신 그룹 '비틀즈' 또한 20세기 가장 위대한 아티스트로 많은 뮤지션들에게 영감을 주고 뮤즈가 되었던 그룹이다. 아직까지도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음악으로 영원한 삶을 사는 비틀즈. [존 레논의 말]은 비틀즈의 리더 존 레논의 삶속 순간순간 남겼던 말들을 기록하고 있다. 학창시절부터 그들의 음악은 영화나 드라마, 광고를 통해 많이 듣고 자란터라 새삼스럽진 않았지만 책을 통해 존 레논이라는 사람의 다양한 모습을 볼수 있다는건 또다른 재미다. 책은 여러챕터로 나뉘어 때론 도발적인 유머와 또 때로는 그의 자유분방함과 반항적인 성격을 나타내는 발언과 인터뷰내용을 담았다. 사실 나는 한 인간으로 존 레논을 바라보자면 조금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지 않았나 싶다. 한때 <oh my love>를 애창곡으로 꼽을 정도로 그의 음악에 심취했던적도 있었지만 아마도 비틀즈의 해체가 그의 사생활과 스캔들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을테다. 광팬의 총격으로 안타깝게도 팬들의 곁을 떠났지만 뮤지션이자 사회운동가로 전쟁을 반대하며 반전운동과 평화운동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했던 존 레논의 사상과 음악은 많은이들의 가슴에 남아있다. 세상에 평화를 가져올 수만 있다면 우리는 기꺼이 온 세상의 광대가 되겠습니다. ?이것은 폭력이 사라진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우리식의 반전 퍼포먼스입니다. 우리처럼 여러분도 자기만의 방법을 찾으세요. - 존레논이 1969년 3월 그의 아내 요코 오노와 일주일간 암스테르담 힐튼 호텔에 머물면서 평화를 위한 침대 시위를 하던중에 한 말이다. (191p) 존 레논이 음악으로 세상에 전하고자 했던 메세지가 개성있는 일러스트와 함께 담긴 [존 레논의 말]. 책을 읽으며 오랜만에 존 레논이 남긴 음악을 듣고 추억을 떠올려볼수 있는 시간이었다.
가슴제거 수술을 하고 이후 선택지에 따라 자궁제거 수술만을 남겨놓은 트렌스젠더인 한솔과 사이비교단에서 도망쳐나온 나미. 부산행열차 안에서 만난 두 여자를 그린 [인터네셔널의 밤]이 아르테에서 출간하는 작은책 시리즈의 포문을 열었다. 등단 10년를 맞는 박솔뫼작가의 여덟번째 작품이기도 한 [인터네셔널의 밤]은 빠른 시점의 변화와 인물들의 독백처럼 담담하게 흘러간다. 한솔은 친구의 결혼식을 가기위해 탄 부산행 열차안에서 불안한 모습의 나미와 만나게 된다. 보자마자 창가쪽 자리를 양보해달라는 나미는 도망나온 자신을 찾아올 교단사람들을 피해 얼굴도 모르는 유미이모의 집에 가는중이다. 저마다의 사연으로 자신의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한솔과 도망치는 나미. 모호하고 두서없는 두사람의 대화에선 '배제'된 사람들의 짙은 외로움이 묻어난다. 인생에서 무언가 사건이 있었고 그 이후, 이전의 삶을 회복할 수 없었던 것이다. 어떻게 보편시민에서 박탈당했는지 또한 배제라는 말을 어떻게 알고 있는지 반복해서 설명했다. 그러고 나서야 서류에 필요한 도장을 받을 수 있었다.(55p) 서류를 준비하고 창구에 앉아 자신을 증명하고 설명해야하는 한솔과 돌보던 아이들을 놔둔채 자신만 교단에서 도망쳐나왔다는 죄책감을 갖고있는 나미에게 탈출구는 어디일까? 낯선 곳에서 만난 낯선 사람과 감정을 공유하며 위안을 받는 두사람. 살다보면 이런일 저런일들이 생기지만 그냥 살면 된다는 유미이모의 말처럼 두사람은 새로운 여행지를 향해 떠난다. 손에 든 수첩에 모든것이 좋았다고 쓰는 한솔. 나는 왠지 이소설의 결말이 '희망'을 품고 있는 듯 하다. 처음 만나본 박솔뫼작가의 소설인 [인터내셔널의 밤]은 손바닥만한 크기와 132쪽분량의 작은책이지만 읽어내기가 쉽지않았다. 나역시 보편적, 일반적이란 족쇄에 갇힌 좁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는건 아닐까란 생각이 문득 들면서 오랜만에 책한권을 읽고 긴시간을 고민하고 생각도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진듯 하다.
재개발을 앞둔 이문동의 사람,골목길, 추억이야기가 따뜻하게 담겨있는 [이문동 블루스]. 책을 읽기전부터 울렁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느라 애를 먹었다. 30년을 넘게 살았던 추억 가득한 동네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안양천이 주변에 있어 공업지대를 형성했던 동네인 '양평동'은 결혼을 하고 떠나기전까지 학창시절을 보내며 젊은날의 나를 살게 해준곳. 30년전 고등학생때부터 즐겨 먹었던 단골집인 순대곱창집과 정류장앞의 붕어빵아저씨와 복닥복닥한 재래시장안 풍경, 가로세로 교차되는 좁은 골목길은 집집마다 맛있는 냄새가 가득하다.책속 이문동처럼 재개발을 준비하며 추억의 장소들은 하나둘씩 시간속으로 사라지고 이젠 많이 변해버린 동네가 되었다. [이문동 블루스]는 곧 재개발을 앞둔 동네의 골목 곳곳을 담으며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담았다. 열차 소리 가득한 외대앞역 풍경과 조용하고 한적한 오래된 마을인 '독구말'의 낡은간판과 동네 작은 구멍가게등 점점 사라지고 있는 과거의 흔적을 품은 몇안되는 동네라한다. 특히 어릴적 내가살던 곳에서도 볼수 있었던 오래된 헌책방과 가정슈퍼, 구두수선집, 옷가게등 이문동의 터줏대감들의 정겨운 모습이 눈길을 끈다. 소중하고 낯익은 풍경들이 재개발로 하나둘씩 사라지는것이 안타까워 책에 담았다는[이문동 블루스]에는 오랜 삶의 기억을 품은 사람들과 이제 곧 사라질 장소들을 공유하고픈 사람들의 안타까움과 애정이 느껴진다. [이문동 블루스]는 그리움을 부르는 책이다. 책장을 넘길때마다 어릴적 동네친구들과 함께 누비고 다녔던 추억의 장소들이 한조각씩 떠올라 그리운 밤이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 빛바랜 풍경만큼 편안한 허름한 골목 사이 소박한 웃음 뒤에참았던 눈물까지 다독여주는 시간의 흔적만큼이나 추억이 깃드는 곳, 어떤 온기가 담겨있는 이곳, 이문동입니다. (189p)
소설을 읽으며 몇해전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났다. 90세 노환으로 돌아가신 나의 할머니를 사람들은 호상이라 했다. 타고난 건장한 체격으로 허리조차 꼿꼿했던 할머니의 가벼운 감기. 몸져 누우신 그대로 우리곁을 떠나실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터라 호상이란 말에 맘이 좋지 못했던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아버님이 급작스레 돌아가시고 혼자계신 시어머님께선 편안한 죽음을 위해 기도하신다. 자식들에게 못볼꼴 보여주지 않고 자식들 힘들게 하지 않고 살만큼 살다가 편안하게 죽는것도 복이시라는 어머님의 말씀. 소설속 지혜의 할머니도 그런맘이었을까? 나의 할머니처럼 호상이길, 자식들 힘들게 하지 않고 편안한 죽음을 바라는 시어머님의 마음처럼? 은모든작가의 [안락]은 스스로 수명계획을 세우는 지혜의 80대 할머니의 이야기다. 갑작스런 사고로 남편을 떠나보내고 자식들에게 5년동안 신변정리한 후 안락사를 하겠다는 할머니. 거기다 국회에서 안락사를 합법화 한다는 법안이 통과되면서 지혜의 가족들은 혼란스러워진다. 거동도 하지못한채 9년째 요양원에 누워있는 자신의 언니처럼, 자식들과 이별의 인사조차 나누지 못하고 급하게 떠난 남편처럼 죽음을 맞이하기 싫은 그녀의 마음이 십분 이해가 되면서도 남아있는 가족들의 슬픔이 더 가깝게 느껴지는건 나역시 노년의 부모님이 생각나서일테다. 가족들 한사람 한사람 눈을 마주치며 생의 마지막 인사를 하는 그녀와 모든짐을 내려놓고 편안한 미소만을 남긴채 떠나는 할머니의 모습을 오래도록 간직할 가족들. 할머니의 임종 스케줄은 오후 네 시에 잡혀 있었으므로 이별까지 아홉 시간이 남았다. 그런 식으로 시간을 셈해본 것은 처음이었다. 편안하게 보내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할수록 긴장이 됐고, 그러자 시간이 몇 배는 빠르게 지나가는 것만 같았다. (139p)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자기의 결정이나 가족의 동의로 연명치료를 받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법인 웰다잉법이 소재가 된 소설인 [안락]은 생의 마지막 과제인 '죽음', 어떻게 죽을것인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져준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