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거포스트, 1663 1 - 네 개의 우상
이언 피어스 지음, 김석희 옮김 / 서해문집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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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홍상수 감독의 '오!수정'이란 영화를 본적이 있다. 같은 시간대에 같은 사건을 두고 세명의 화자가 세가지의 시선을 가지고 있는 내용이었다.(영 가물가물 하긴 하지만..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중에서 그나마 내가 좋아했던 작품중의 하나였는데(다른건 거의 싫어했다..ㅠㅠ 너무 지루해서) 한가지 사건이 사람마다 다르게 각인되고 있는게 잼있기도 하고, 아주 주관적인 이야기를 아주 객관적인것처럼 다루었던 화면이 무엇보다 기억에 남았다.
말하자면 핑거포스트도 그런 내용이다. 동시대에 살고있는 4명의 증인이 그로브박사의 죽음을 둘러싸고 각각의 입장에서 증언하는. 각각의 증언은 프랜시스 베이컨의 우상론에 빗대어 표현되는데, 정말 기발하고 독창적이어서 작가의 지적능력에 감탄하게 된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장미의 이름이 선전문구에 콱 박혀 있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선전문구에 장미의 이름을 뺐다면 더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든다.  역사추리소설이라는 것만 빼면 별로 공통점도 없는데도 너도나도 장미의 이름을 사칭(!)하는 분위기때문에 오히려 이 책의 값어치가 내려간 느낌이다. 장미의 이름은 장미의 이름대로,  이 책은 이 책대로.  둘다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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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한 짐승의 연애
이응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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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응준은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소설가이자 시인이다. 이응준에게 있어 그가 시인이자 소설가라는 사실은 주목할만하다. 이응준은 어느 작가보다도 미적인 환영을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작가이다.-중략-
무정한 짐승의 연애에서 보이는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무언가 마성적이라 할 만한 분위기다. 무정한 짐승의 연애에서는 더이상 이응준 특유의 동화적이고 몽환적인 이미지의 연쇄들은 보기 힘들다. 대신에 훤씬 분노와 환멸에 가득찬 격정적이고 마성적인 이미지들이 소설집 전체를 가로지르고 있다. 그것은 아마도 현재의 문명 혹은 질서에 대한 암울한 진단, 혹은 우울한 전망과 관련깊은 것으로 보인다.

-계간지 '작가 판' 중에서 무정한 짐승의 연애에 대한 평론 일부분

친구가 연애소설빼고 나머지 책을 소개해 달라고 했을때, 굳이 연애소설을 소개해 주고 싶어서 이응준의 '달의 뒤편으로 가는 자전거 여행'과 소설집 '내 여자친구의 장례식'을 추천했다. 뭐 꼭 연애소설이랄순 없지만 연애소설을 읽고 싶을때 한번씩 집어들게 되는 책이다.

서점에 들러 서성거리다가 문득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오랜만에 내는 신작이라 반가운 마음에 선뜻 사버렸는데... 앞의 평론에서처럼 작가가 겁나게(?) 변한것 같다. 예전에는 시선은 좀 냉소적이어도 마음은 따뜻한 사람같았는데 지금은 완전히 냉혈인간으로 변한 느낌이랄까? 책의 느낌이 확 변해버린데 너무 놀래서 잘 안보던 평론까지 뒤적거리게 되었다. 평론을 읽고 난 뒤에도... 여전히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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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로주점 청목정선세계문학 18
에밀 졸라 지음, 임해진 옮김 / 청목(청목사) / 1989년 6월
평점 :
절판


학교다닐때 드레퓌스 사건이 토론대 위에 오른 적이 있었는데, 워낙 까마득하여 생각나지는 않지만 주제는 아마도 이랬을 것이다. 요컨데 지식인은 사회에 어떤 기능을 해야 하는가.. 라는. (정확하지는 않다. 벌써 10년이 다되가는 일이라서 ㅠㅠ) 그때가 1998년이었는데 에밀졸라의 유명한 공개장 '나는 고발한다'가 발표된지 100주년을 기념하는 것이기도 했다.

드레퓌스 사건, 에밀졸라(또는 목로주점)은 이런것 같다. 누구나 알고 있는 듯 하지만 동시에 잘 모르고 있는. 말하자면 중국음식점의 깐풍기 같은. 누구나 익숙하지만 먹어본 적이 없는. 혹은 먹어본적이 있더라도 언뜻 그 맛이 떠오르지 않는... 모 그런것.

우리집 책들중에 젤 낡은 책 중의 하나인 목로주점을, 그래서 읽었다. 중국집 메뉴판 훑듯이 쭉 지나치다 내용이 전혀 생각나지 않아서.

주인공 젤베즈는 어린나이에 아이와 남편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정확하게 말하면 동거인). 빨래터에서 일하며 힘들게 생활을 꾸리지만 동거인 랑티에는 다른여자와 도망가 버린다. 이후 함석쟁이 쿠포와 재혼하여 젤베즈의 삶은 조금 나아지는 듯 하지만,  쿠포가 다치게 되면서 또다시 생계문제를 떠앉는다. 어렵게 세탁소를 개업하지만 돌아온 랑티에때문에 더욱 엉망이 되어버린다.  

젤베즈의 내내 불행했던 삶이 책을 덮고서도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하층민의 삶을 군더더기없이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는 이 책은, 당연하게도 비극으로 끝난다.(가난한 사람들이 어떻게 행복할 수 있겠나.. 그건 드라마나 CF속에서 가능할 뿐이다)

이렇게 오랜 여운이 남는 책은 정말 오랜만이다.

ps..우리집에 있는 목로주점은, 1986년 백양문화사에서 발간된 오래된 책인데 아쉽게도 지금 알라딘에서는 찾을수가 없다.. 다른책은 번역이 어떤지 장담할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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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귀고리 소녀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양선아 옮김 / 강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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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귀고리소녀는 같은 제목으로 상영됐던 영화의 원작이다.

라고 되어있었지만.. 영화에 대해 본적도 들은 적도 없다. 이 그림을 그린 베르메르라는 화가에 대해서도 별로 아는 바 없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북구의 모나리자-라고 불려진다는 그 소녀의 신비한 표정이 아름다웠고, 매혹하는, 동시에 매혹된 듯한 신비의 눈길이라는 선전문구가 확 마음에 들었다. (책 표지를 가득메우고 있는 소녀의 그림을 한마디로 잘 설명했다는 느낌이다.)

옆길로 좀 새자면, 솔직히 뭔가를 사칭한 책들을 읽고 끝이 좋았던 적은 별로 없었던 거 같다. 이를테면 장미의 이름을 빙자한 거의 모든 책들이 그렇고-다빈치 코드 포함해서. 아직 예외를 못찾았다 -, 미하엘 앤데를 능가한다는 거의 모든 작품이 그랬다. 그러나 이 책은.. 내가 모나리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다는 사실때문에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모나리자에 비유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별로 거슬리지 않았다.
독자평도 너무 좋았고, 탁상용 달력도 덤으로 준다는 말에 책을 골랐다.(아줌마들... 덤 너무 좋아한다. --;;)
아뭏든 이 책은 절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베르메르의 그림이 손에 닿을 듯이 생생하다. 하녀 그리트의 생활에 비쳐진 화가 베르메르의 일상을 매우 편안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려냈는데, 그 당시 네덜란드의 모습(1650년대)을 잘 구현해낸 작가의 능력이 아닌가 한다.

ps..[진중권 조이한의 천천히 그림읽기]라는 책에 보면 이 화가 베르메르의 그림 '금의 무게를 다는 여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있다.(59p) 여기서는 이 그림을 놓고 도상학을 설명하고 있다. 진주귀고리 소녀가 하녀 그리트의 시점으로 쓰여져서, 편안하고 절제된 맛은 있지만 막상 화가 베르메르의 내면세계는 잘 표현되지 못했던 점이 좀 아쉽게 느껴졌다. 그러나 이 부분을 읽어보면 소설에서는 표현되지 못했던 화가의 내면세계를 조금쯤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완전히 이해하기에는.. 언급된 분량이 너무 적다... 알다시피 나는 그림에는 문외한이다. 하기야 모.. 다른 것인들 안그렇겠는가마는.) 비교해 읽어보면 더욱 인상깊을 것이다. 내가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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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물만두님의 "내 맘에 드는 글들..."

달의 뒷편으로 가는 자전거 여행과 느릅나무 아래 숨긴 천국을 너무 잼있게 읽어서 이책도 같은 기대를 하고 읽었었는데.. 몇년의 공백뒤에 나온 책이라 그런지 작가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더라구요.. 그래도 여전히, 낯익은듯한 구절을 많이 발견해서 참 좋았습니다. 알라딘 돌아다니다가 만두님을 알게되었는데 너무 좋네요. 앞으로 한번씩 들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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