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같은 세상 - 스물두 명의 화가와 스물두 개의 추억
황경신 지음 / 아트북스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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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될때까지 걸었다. 다리가 아프면 아무 공원에나 들어가 쉬고, 배가 고프면 아무 곳에서나 빵을 사먹고, 목이 마르면 미네랄 워터를 마셨다. 기분이 내키면 미술관에 들어가고, 센강을 걷고, 몽마르트르의 작은 카페에서 셰리주를 마시며 재즈를 들었다.                    -p99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훌쩍 떠나는 일을 나는 하지 못한다.
적어도 최소한의 여행경비가 있어야 한다. 목적지가 정해져야 한다. 당연하게도, 잠잘곳은 예약이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고도 나는, 망설이고 또 망설인다. 이번에는 기회비용이 발목을 잡는다.
이 돈이면 CD가 몇장인데, 책이 몇권인데, 영화가 몇편인데, 옷이 몇벌인데...
그러다가 결국은, 못가고 만다.

대학다닐때 언젠가, 수업을 왕창 제끼고 떠나는 동기에게 학점관리에 대해 물은적이 있다.
그애는 봄 햇살이 간지러워서 못견디겠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나는 또 뭐가 그렇게 서러웠던지.
얼마후 그 앤 나에게 대출을 부탁하며 또 어디론가 훌쩍 사라져버렸고...
나는 강의를 빼먹고 자취방으로 가.. 라면을 꾸역꾸역 처 먹으며 혼자 울었던 기억이 있다.

황경신의 책은
잊었거나, 잊었다고 믿고 싶었던 많은 기억들을 끄집어 냈다.
하나하나 펼쳐지는 그림과 함께.
나는 황경신의 문장에서..
떠나보낸 첫사랑을 기억해냈고,
어두운 구석을 좋아했던 학창시절을 떠올렸으며,
이젠 다 끝난일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꿈을 돌아보게 됐다.

그거면 됐다고...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한순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그림들. 기억과 경험들로 더욱 특별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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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탈 2007-06-08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다가 결국은, 못가고만다.. 훗 그렇죠 ^^ thanks to - 추천하고 갑니다^^

노란고무줄 2007-08-09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야 님의 글을 읽었네요.. 추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