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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로주점 ㅣ 청목정선세계문학 18
에밀 졸라 지음, 임해진 옮김 / 청목(청목사) / 1989년 6월
평점 :
절판
학교다닐때 드레퓌스 사건이 토론대 위에 오른 적이 있었는데, 워낙 까마득하여 생각나지는 않지만 주제는 아마도 이랬을 것이다. 요컨데 지식인은 사회에 어떤 기능을 해야 하는가.. 라는. (정확하지는 않다. 벌써 10년이 다되가는 일이라서 ㅠㅠ) 그때가 1998년이었는데 에밀졸라의 유명한 공개장 '나는 고발한다'가 발표된지 100주년을 기념하는 것이기도 했다.
드레퓌스 사건, 에밀졸라(또는 목로주점)은 이런것 같다. 누구나 알고 있는 듯 하지만 동시에 잘 모르고 있는. 말하자면 중국음식점의 깐풍기 같은. 누구나 익숙하지만 먹어본 적이 없는. 혹은 먹어본적이 있더라도 언뜻 그 맛이 떠오르지 않는... 모 그런것.
우리집 책들중에 젤 낡은 책 중의 하나인 목로주점을, 그래서 읽었다. 중국집 메뉴판 훑듯이 쭉 지나치다 내용이 전혀 생각나지 않아서.
주인공 젤베즈는 어린나이에 아이와 남편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정확하게 말하면 동거인). 빨래터에서 일하며 힘들게 생활을 꾸리지만 동거인 랑티에는 다른여자와 도망가 버린다. 이후 함석쟁이 쿠포와 재혼하여 젤베즈의 삶은 조금 나아지는 듯 하지만, 쿠포가 다치게 되면서 또다시 생계문제를 떠앉는다. 어렵게 세탁소를 개업하지만 돌아온 랑티에때문에 더욱 엉망이 되어버린다.
젤베즈의 내내 불행했던 삶이 책을 덮고서도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하층민의 삶을 군더더기없이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는 이 책은, 당연하게도 비극으로 끝난다.(가난한 사람들이 어떻게 행복할 수 있겠나.. 그건 드라마나 CF속에서 가능할 뿐이다)
이렇게 오랜 여운이 남는 책은 정말 오랜만이다.
ps..우리집에 있는 목로주점은, 1986년 백양문화사에서 발간된 오래된 책인데 아쉽게도 지금 알라딘에서는 찾을수가 없다.. 다른책은 번역이 어떤지 장담할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