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없다는 건 어떻게 된다는 것인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인가? 내가 없어지면 그럼 난 어디에 있다는 것인가? 정말 죽음인가?
아니야, 죽고 싶지 않아.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더듬더듬 초를 찾다가 촛대를 마룻바닥에 넘어뜨리고말았다. 그는 베개 위에 쓰러지듯 뒤로 벌렁 드러누웠다. 불을 켜서 뭐해? 다 마찬가진걸. 그는 이렇게 혼잣말을 하고 두 눈을 크게떠 어둠 속을 응시했다. 죽음, 그래 죽음이다. 그런데 저 사람들은아무도 모르고 알려고 하지도 않고 불쌍히 여기지도 않는구나. 그았어. 다음 날도 괜찮았고. 그러다가 조금 쑤시기 시작하더니 점점저 즐겁게 놀기나 하는구나. (문 저쪽에서 사람들의 노랫소리와 반주 소리가 흩어져 들려왔다) 다 마찬가지다, 저들도 모두 죽을 것이다. 바보들 같으니. 내가 먼저 가고 너희들은 좀 나중일지 몰라도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저렇게 즐거울까, 짐승 같은 놈들!‘ 그는 악에 받쳐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통증이 밀려와 더이상견딜 수 없이 고통스러웠다. 모든 사람이 이렇게 끔찍한 공포를 겪어야만 하는 운명이라니 그럴 수가 없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뭔가 잘못된 거야. 진정해야 해, 진정하고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봐야 해.‘ 그는 다시 생각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그래, 병이 시작됐을 때부터 보자. 옆구리를 부딪쳤지. - P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