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 바른 나쁜 인간 - 도덕은 21세기에도 쓸모 있는가
이든 콜린즈워스 지음, 한진영 옮김 / 한빛비즈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예의 바른 나쁜 인간(이든 콜린즈워스 지음/한빛비즈)

왜 인간은 스스로를 도덕적이라 착각할까?

저자는 분명하게 이 책이 도덕에 관한 학술서가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사회의 변화에 따라 도덕이 어떻게 규정되고 변화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책이다. 그 과정에서 사용된 주된 방법은 논문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각계각층 전문가와의 인터뷰였다. 그 전문가에는 살인범과 불륜 사이트 운영자까지 포함된다.

 

도덕은 21세기에도 쓸모가 있는가?

윤리적 허점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21세기에 어디서 굳건한 도덕적 기반을 찾을 수 있을까?

 

저자는 위의 질문에 대해 1년의 기간을 두고 탐구하기로 했다. 도덕성이 어디서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1년 동안 탐색하다 보면 그 방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겼다.

저자는 결코 하나의 답안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인류 전체가 지켜야만 하는 하나의 도덕, 절대적인 도덕을 지키라고 소리치지 않는다. 현재의 도덕의 지형을 그려 나가는 중이다.

 

도덕성을 후천적이라고 생각하는 살인범과의 인터뷰로 저자의 여정은 시작한다. 경제적 궁핍과 실업, 그리고 알코올중독에 노출된 환경에서 자라난, 24살에 두 사람의 생명을 빼앗은 살인범. 그런 그가 프랑스 외인부대에 들어가 도덕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게 되고 자수를 했다는 이야기. 교도소 안에서 만난 심리학자가 소개해 준 책을 읽으며 느낀 죄책감. 그와의 인터뷰 과정에서의 저자의 생각. 인간은 본질적으로 도덕적이지도 않고 비도덕적이지도 않으며 누군가의 도덕성 여부는 그의 결정과 행동에 달려있는 것 같다.

 

에드워드 윌슨과 헨리 루이스 멩켄은 도덕은 열망이 아니라 신중함에서 나오고,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사회의 결속력을 높이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권이 거의 없다는 데 동의한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볼 때 타인에게 우리가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확신을 주는 게 사회적으로 이익이다. 그런 확신을 주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자기 자신이 먼저 확신하는 것이고, 그래서 나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도덕과 개인의 이익이 대결할 경우, 우리가 단호하게 옳은 일을 선택할 때만 도덕은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다. 우리는 옳은 일을 하고 싶고, 더 큰 선을 행하고 싶고, 탁월함을 우러러본다. 하지만 하루하루의 삶에서 무관심의 힘은 강해지고 우리는 선보다 못한 것, 탁월함에 못 미치는 것들과 씨름한다. -<7장 옳은 일을 하려면 뭔가를 걸어야 한다> 중에서

 

우리 사회의 운영 방향을 결정하는 과정인 정치과정에서 도덕은 어떤 역할을 할까? 정치지도자들이 주장하는 사회 운영의 방향과 정책들 속에서 도덕은 어느 위치를 차지할까? 세계 최대의 강대국의 정치지도자들을 통해 어렵지 않게 답을 얻을 수 있다. 그들의 약속에서 도덕은 사탕발림에 지나지 않고 자신들의 주장을 이롭게 보이는 화장술에 불과하다. 정치지도자들의 주장에만 귀를 기울이고 스스로 판단하지 않으면 우리는 중우정치의 함정에 빠질 뿐이다.

저자의 결론 역시 비슷하다.

허영과 어리석음, 용기, 야망 같은 영역에서 정치가 선두를 달리는 동안 도덕성은 자기 길을 스스로 개척할 수밖에 없다.

 

외도를 꿈꾸는 전 세계 기혼자들을 위한 온라인 데이트 서비스업체인 애슐리매디슨의 창업자와의 인터뷰.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결혼생활과 성도덕의 변화와 양상을 확인한다.

또한 <섹스 앤 더 시티>의 작가 캔디스 부시넬과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과학기술에 의한 성적 과잉의 시대를 증명하며 그 속에서의 성규범과 환경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진보를 믿었던 18세기와 19세기 철학자들은 인간이 하나의 종으로서 하루하루 더 나은 행동을 하면 점차 더 바람직하고 도덕적인 존재가 되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20세기는 그 믿음이 틀렸음을 보여줬다. 그 증거는 홀로코스트만이 아니다. 중국에선 문화대혁명이 벌어지는 10년 동안 3천만 명이 죽었고, 캄보디아의 독립운동가였지만 크메르루주를 조직해 가혹한 독재정치를 펼쳤던 폴 포트는 광란의 학살정책으로 당신 국민의 21퍼센트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더 현대로 오면 아프리카와 보스니아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컴퓨터 화면에 떠오르는 이미지들은 문명이라는 표면 바로 아래에 잔혹한 인간성이 도사리고 있음을, 그리고 그런 잔혹함이 눈 깜짝할 사이에 도덕성 비슷한 것은 무엇이든 제거할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18장 삶과 죽음의 길목에서 도덕보다 중요한 것> 중에서

 

21세기에 들어 종교의 역할은 변화를 반영하지 않는 태도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약화되었다. 이는 성과 관련된 문제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사회가 성적인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사적인 삶과 공적인 삶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그 변화로 인해 가족의 단위가 바뀌었고, 그에 따라 자녀를 얻는 방법도 새롭고 다양해졌다.

동성 파트너에게 익숙해지는 풍토가 근본적으로 이성 간의 결혼을 주축으로 한 가치체계를 따르게 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인간관계망과 가족의 안정성을 중시하던 시대는 이제 점점 저물고 있다.

 

저자는 1년여에 걸친 도덕의 탐구가 아무 소득 없이 끝났다고 고백한다. 사회의 각 분야의 전문가와의 인터뷰와 추천 서적의 탐독으로는 오늘의 도덕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저자는 독단적인 시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20대 일곱 명의 젊은 남녀를 모집하고 자신의 아파트에서 만난다. 오늘을 살고 있는 청년 세대와의 대담을 통해 인류가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가치관과 덕이 있지만, 가치관과 덕이 나타나는 방향이 항상 똑같지 않다고 보았다.

그리고 인류가 도덕에 관한 한 절대주의자가 되면 안 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변화가 기본인 세상에서 도덕을 이야기하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다. 물질적 풍요와 편익만을 중시하는 세상에서 윤리적 삶을 이야기하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다. 저자와 함께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도덕의 여러 얼굴을 마주한 시간이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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