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 다시, ‘저녁 없는 삶’에 대한 문제 제기
김영선 지음 / 한빛비즈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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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21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김영선 지음/한빛비즈)

52시간 근무 시대, 법이 어떻게 바뀌어도 스스로 야근하는 굴레에 대하여

, , 고 교훈 중 가장 많은 것이 성실근면’.

세상 사람들이 모두 노동자라 불러도 우리나라는 근로자로 부른다. 열심히, 부지런히 일하라고 근로자라 부른다.

근대 국가와 산업 혁명을 거치면서 공장 노동자를 기준으로 한 국가와 사회 운영의 원칙과 기본들이 우리 사회에 아주 깊숙하게 스며들어 있다.

4차 산업혁명을 부르짖고, 1인당 GDP 3만 달러 돌파를 강조해도 여전히 근면, 성실이다.

저녁이 있는 삶과 워라벨을 외쳐도 부지런히 일하라고 내몬다.

 

이 책은 장시간 노동에 대한 분석으로 장시간 노동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우리 몸과 마음에 어떻게 각인되고 재생산되는지를 관찰한다. 또 장시간 노동이라는 예속 상태를 해체하기 위한 가능성을 탐색한다. 최종적으로 이 책은 자유시간을 주체적으로 구성하는 새로운 기획들을 찾고 배치하기 위한 작업이다. -<프롤로그> 중에서

 

청계천과 구로공단의 피복 노동자에게만 장시간 노동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21세기가 시작되고 벌써 22년이 지나고 있는 대한민국에 장시간 노동이 존재한다.

산업화 이후의 우리 사회를 정의하는 말로 과로 사회만큼 어울리는 말이 없다.

정보화 시대에 진입해서도 과로 사회와 장시간 노동이 지속되고 있다. 디지털 모바일 기술이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카톡 감옥, SNS 감옥처럼 신기술에 의한 업무의 일상 침투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장시간 노동이 만드는 폭력의 양상을 살펴보자. 첫째, 장시간 노동은 누군가의 일자리를 불안하게 만들고 박탈하는 폭력(불안정 노동 및 실업)이다. 둘째, 장시간 노동은 누군가의 희생을 전제로 한 폭력이자 누군가의 일할 의지를 애초부터 꺾어버리는 폭력(성별 분업 및 경력 단절 심화)이다. 셋째, 장시간 노동은 스스로를 결핍 존재로 만드는 폭력(부속품화, 가족 내 현금인출기 신세)이자 자기 충족적인 삶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폭력(비활동적이고 말초적인 소비로 유도)이다. -<1장 시간의 결> 중에서

 

잘 먹고 잘사는 나라를 선진국이라 하고 작년에 UN에서 우리나라는 공식적으로 선진국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과연 그럴까? 일중독(workaholic)으로 그려지는 우리나라가 과연 잘 먹고 잘사는 나라일까? 연평균 근로시간 2,069시간(2016)으로 OECD 평균보다 306시간이나 많은 나라가 과연 선진국일까?

피로회복제 광고 문구, ‘떡이 사람이 될 수는 없어도, 사람이 떡이 될 수는 있습니다.’를 보며 쓴웃음을 짓는 우리는 사람대접을 제대로 받고 있을까?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을 호소하는 사람이 지천으로 널린 현실은 어떻게 나아질 수 있을까?

 

이런 현실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지점은 바로 우리가 이런 현실이 당연하다는 듯 여긴다는 것이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주위를 둘러보면 대다수 사람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보니 장시간 노동을 문제로 인식하지 않거나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로사는 주변적이거나 어느 개인만의 비극이 아니다. 만성적으로 과로에 노출된 우리의 현재를 조망하는 결정적 관점을 제공한다. 과로사가 개인적 죽음으로 유통·소비되는 사회적 담론을 역전시키는 상징 투쟁이 필요하다. 과로사가 사회구조적 위험의 산물로 연결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시선과 담론들, 여기에 대항할 수 있는 언어를 찾아야 한다. -<2장 시간기근 사회의 질병: 시간마름병> 중에서

 

판교 등대, 구로 등대, 오징어잡이 배. IT업계, 게임업계의 사람들 모두 아는 그 단어다. 야근과 밤샘노동이 일상화되어 있는지를 말해주는 단어.

70년대 초반의 전태일과 현재의 노동자들은 무엇이 다른가. 계층화의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노동자들을 제외하면 나아진 것이 없다고 느낀다. 기업의 매출총액과 연평균 성장률은 높게 찍히는데 노동자의 실질임금이 오히려 하락하는 이유는 플랫폼을 매개로 한 국내외 자본이 차지하는 막대한 수익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요즘 SNS를 통한 업무 지시 때문에 퇴근해도 퇴근한 것 같지 않고, 휴가가 휴가 같지 않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 정도로 업무에 연결되어 있다는 문제 제기는 디지털 노동의 이면을 잘 드러내긴 하지만, 신기술이 노동에 파고들면서 빚어낸 거대한 변화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다. 여기서 거대한 변화는 노동의 탈공간화탈노동자화된 노동자들위험의 개인화를 말한다. -<3장 우리는 왜 시간기근에 허덕이는가?> 중에서

 

빈약한 자유시간, 바닥난 체력, 일에 치인 삶에서는 참여와 연대를 통한 주체적인 시민사회의 구성이 불가능하다. 인간으로서 공감하고 사랑하고 관계하며 자신과 타인을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장시간 노동을 해체해야만 한다.

 

시간의 민주화는 장시간 노동이라는 비정상 상태에 균열을 내는 방법이자, 시간마름병의 치료가 개인과 가족, 조직, 사회 전체의 시대적 의제임을 담아내는 지향이고, 해체 이후의 사회를 그려가는 청사진이다. 시간의 민주화는 오랫동안 당연시되어 온 폭력적인 시간 체계를 역사화하는 과정이다. 동시에 장시간 노동과의 단절을 통해 다른 삶에 대한 감각과 상상력을 움트게 하는 과정이다. -< 4장 시간의 민주화: 시간 예속을 어떻게 해체할 것인가?> 중에서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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