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의 철학 - 2019 청소년 교양도서 선정
송수진 지음 / 한빛비즈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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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46 을의 철학(송수진 지음/한빛비즈)

저자가 살기 위해 시작한 철학이라는 숨구멍.

그 숨구멍으로 생명을 이어가며 외치는 이야기.

철학이 꼭 어려운 말로 쓰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증명한 저자의 지혜로움과 버텨냄.

철학자라는 사람은, 공부도 많이 하고 권력과 권위를 갖춘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인 젊은 철학자는 우리 사회의 의 위치인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들에게 철학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철학이란 자신을 지키는 호신술이자 보호막이다. 그러니 당연히 에게 더 필요하지 않겠는가!

 

니체와 마르크스부터 칸트, 키에르케고르, 스피노자, 비트겐슈타인 등등 서양철학뿐 아니라 동양철학까지 삶의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모든 철학자가 소환된다. 그러나 철학자들의 이론을 해설하는 현학적인 책이 아니다.

이 책에는 이론으로만 설명하는 철학이 아닌, 펄떡펄떡 뛰는 활어와 같은 삶의 철학 이야기가 몸부림친다.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설령 세상이 원하지 않는 것일지라도 자신이 원하면 자신만의 철학이 될 수 있다. 만나는 것은 무엇이든 다 죽이라는 임제 스님의 말은 그런 뜻이다.

자기 삶을 해석해보자. 해석을 시작하는 순간 누구든 니체가 말하는 철학자가 된다. 내 마음이 내키는 대로. 완충지대에 모른 척 있다가는 세상의 탁류에 쓸려갈 수밖에 없다. -<1. 나는 왜 하필 자본주의 사회에서 태어난 것일까?> 중에서

 

책 표지에 <2019년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스티커가 붙어있다.

청소년들이 수능을 위해 외우는 철학이 아닌, 자기 스스로를 위한 철학, 인생의 주인이 되기 위한 철학을 익히기에 가장 유용한 책이다.

 

대다수 피지배계급에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견뎌내기 위한 환상들이 존재한다. 그 환상들을 만든 게 바로 지배계급이다. 이데올로기에 갇혔다는 자각도 못 한 채 뭉칠 수 없도록 철저히 분열시키고 나눈다.

마르크스의 사상을 통해 저자의 생활을 분석하며 자본주의의 비루함을 비판하였다고 해서 세상을 오로지 마르크스 철학만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쿨하게 마르크스로부터 떠나자는 저자의 태도가 요즘 친구들 말로 간지가 난다.

 

프롬은 말한다. 당신이 허무했던 이유는 남이 바라는 나로 열심히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짜 삶은 자신을 억압했던 것들을 스스로 깨닫고 자발적 고독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이처럼 진짜를 향한 동경은 철학자들의 공통분모다.

누군가 나를 몰라줘도, 환대해주지 않아도 나는 최선을 다해 살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면 진짜 대단한 사람이다. 그래, 외부 동력이 상실되었다면 내부 동력으로라도 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감수성이 필수다. 일상을 재해석하자. -<2. 우리는 속았다> 중에서

 

저자는 갑의 위치가 아닌 을의 위치에서 사회생활을 경험한다.

우리 사회에서 을의 자리를 원하는 사람은 없지만, 사람 대부분이 자리하는 곳이기도 하다.

위 아래의 계층, 계급 구조 속에서의 가 아니라, 주인이 되고 주체가 되는 내 삶의 주인공으로서의 가 되자.

 

철학이 진짜 무서울 때가 있다. 바로 절대 고독의 길을 홀로 걸으라고 할 때다. 자꾸 자유를 원한다면서 현실을 외면하는 나에게 자발적 고독의 시간을 가지라고 한다. 넘어진 자리에서 홀로 일어서라 하고, 누구에게 의지하거나 무언가에 기대지도 말고 스스로 과거와 단절하라고 한다. 정해진 운명 같은 것을 맹신하는 대신 자신을 둘러싼 세계의 우연한 마주침 속 불안을 가슴에 담은 채 살아가라고 한다. -<5. 왜 나는 자유를 원하는가> 중에서

 

철학은 냉정하다.

철학에 포근한 위로는 없다.

있는 그대로를 보라 하고

어둠에 직면하게 하며

벼랑 끝에 서게 한다.

절대자에 기대지도 말고

오롯이 스스로 알아서 행복해지라고 한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나지 않았다.

그저 태어났다.

그 자체가 위대할 뿐이다.

 

이제껏 읽은 철학책 중에서 나의 삶을 가장 잘 들여다보게 하는 책이다. 저자의 삶을 그렸는데 그 삶의 이야기가 나의 삶과 이어지는 느낌이 계속 들었다. 공동체와 연대 속에 나의 길과 나의 삶을 찾아가야겠다.

우리 시대의 젊은 철학자의 탄생을 축하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을의철학 #송수진 #한빛비즈 #함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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