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키는 결혼생활 - 세상이 만든 대본을 바꾼 특별한 가족 이야기
샌드라 립시츠 벰 지음, 김은령.김호 옮김 / 김영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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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82 <나를 지키는 결혼생활(샌드라 립시츠 벰 지음/김영사)>

세상이 만든 대본을 바꾼 특별한 가족 이야기

50이 넘으면서 나의 생활을 돌아보게 된다. 특히 결혼생활이나 자녀 문제에 관한 생각이 많아진다. 그래서 선택한 책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원만한 결혼생활을 위한 가이드가 아니었다.

바로 페미니즘 심리학 즉 여성학의 선봉에 섰던 저자의 자서전이었다.

우리 사회에서의 여성학이나 페미니즘의 위상을 논하기에 나의 지식이 너무나 짧았기에 공부하는 태도로 책을 읽었다.

 

우리 사회의 결혼과 서양의 결혼이 차이는 있더라도 기본적으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만나 가정을 꾸리는 점에서는 일치한다. 그 과정에서 부딪치는 여러 문제 역시 비슷한 것이 많다.

결혼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가문의 영향이 존재하고, 기본적으로 , 간의 결합이고, 연애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점 등등. 저자 역시 당사자 간의 선택에 가문, 가족의 영향이 심하게 개입되는 경험을 한다.

    

카네기공대 심리학에 재학 중이던 저자는 당시 심리학과 교수였던 대릴 벰을 만나 서로 첫눈에 반하게 된다. 관습적인 결혼생활을 거부하기로 합의한 두 사람. 지금이야 가사 노동에 대한 공동 책임이 익숙하지만, 여성해방운동이나 성차별 개념에 대한 이해가 없었던 1960년 당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두 사람은 서로를 위해 기꺼이 경력에 있어서 희생을 감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내가 희생을 감내하는 것이 아닌, 두 사람의 희생 말이다.

유대계 가족의 관습에서 벗어난 결혼에 대한 가족의 거부 반응에 저자는 편지를 통해 자신의 결심과 입장을 전달한다.

그 편지를 통해 저자의 결혼 계획을 바꾸려는 가족들의 시도는 종지부를 찍게 된다.

 

대릴이 내면 한가운데 갖추고 있는 바위처럼 굳건한 정서적 안정과 합리성은, 내가 나 자신에게서 구하던 것이었을 뿐만 아니라 그를 매혹적으로 보이게 한 요소였다.

당시 대릴이 나에게 내 인생에서 부족했던 합리성과 견고함을 선사했다면, 나는 그에게 부족했던 감성과 격렬함을 주었다. -p67

대릴과 나의 젠더 비순응성은 문화적 규범으로부터의 독립이나 무관심처럼 보였고, 이런 방식은 우리를 함께 엮어준 심리적인 기질의 또 하나의 측면이었다. -p81

 

결혼 이후 그들이 실천했던 평등주의 결혼생활은 1967년부터 시작한 공동강연을 통해 미국 전역에서 공적인 페미니즘 주제로 빠르게 번져갔다.

부부의 강연으로 여성의 평등권과 레즈비언과 게이 평등권에 대한 투쟁에 있어 생산적인 성과들을 거두게 된다.

    

진정한 평등주의 결혼은 룸메이트 테스트라 불리는 조건을 만족하는 노동 분업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대학교에서 혹은 독신자 아파트를 함께 쓰는 두 남성 혹은 두 여성이 일을 나누는 방식을 말한다. 심부름, 가사와 이런저런 일들은 서로의 선호, 합의, 동전 던지기, 번갈아가며 하기, 외부의 도움받기 아니면 가장 자주 등장하듯, 그냥 하지 않고 내버려 두는 방식으로 나누어 맡아야 한다.” -p138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세상에 살고 있다면 평등주의에 관해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모두를 위해 동일한 권리를이라는 구호만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남성 위주의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에 평등주의를 위해서라면 문화적인 맥락에서 (그리고 남성 자신도) 당연히 남성의 것이라고 여겼던 권력과 특권을 빼앗아 여성 (궁극적으로는 커플)에게 넘겨주어 확보하게 하는 일이 필요하다. -p155

 

두 자녀를 젠더에 대한 고정관념 없이 키우기 위해 어떻게 노력했는지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저자는 성과 젠더 시스템을 근간으로 하는 문화에 대항해 보호하려 했다. 큰딸 에밀리와 둘째 제러미가 남성과 여성에 관한 어떤 문화적 고정관념 혹은 신체에 관한 어떤 문화적 오명을 익히지 않은 채 남성과 여성의 차이에 관해 배우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다. 조금 다른 말로 하면 성교육은 앞당기고 젠더 교육은 늦추는 것이 부부의 목표였다.

아이들의 성교육은 앞당기고 젠더 교육은 늦춤으로써 대릴과 저자는 아이들에게 섹스와 성별 차이에 대해 최대한 빨리 배우도록 할 수 있었다.

 

저자는 1976년에 미국 심리학회로부터 젊은 연구자상을 받게 된다. 이는 젠더에 관한 저자의 연구를 평가했을 뿐 아니라 당시 떠오르고 있던 여성학 전체에 대한 평가였다.

그해에는 많은 일이 있었던 제러미가 태어났고 스탠퍼드대학의 종신교수직이 거부되었다.

스탠퍼드대학 종신교수직이 거부되고 나서 몇 해 동안 다른 페미니스트 학자처럼 성차별이 무엇이고,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다 상세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제러미가 겨우 21개월이었을 때 저자의 네 가족은 스탠퍼드를 떠나 이타카로 이사했고, 저자는 코넬대학 심리학과와 여성학과의 부교수(종신교수직), 그리고 여성학 프로그램의 디렉터가 되었고, 대릴은 심리학과 교수(종신교수지만 처음에는 반일제로 시작했다)로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당시 저자는 미국 심리학회로부터 수상까지 한 저명한 학자임에도 여성학 프로그램 운영에 부담을 느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생각이 바뀌게 된다. 여성과 젠더 분야에서 훌륭한 페미니스트 학풍을 만들 수 있도록 최고의 여성학자들을 최대한 많이 채용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최고로 관심을 갖고 있던 젠더와 성과 섹슈얼리티를 통합하는 큰 그림의 책인 젠더의 렌즈를 대릴의 도움으로 집필하게 된다.

 

1965년 대릴과 나는 결혼하면서 우리만의 젠더 해방 실험을 시작했는데 여기에는 궁극적으로 두 가지 극단적인 목표가 있었다. 오늘날 사용하는 언어로 써보자면 첫 번째 목적은 젠더의 대립과 남성 지배적 사고로부터 자유로운 관계를 만드는 것이었다. 두 번째 목적은 우리 아이들이 젠더에서 해방되어 동성애를 혐오하지 않으며 섹스에 대해 긍정적으로 사고하도록 키우는 것이었다. -p253

 

페미니즘과 여성학을 단지 이론으로 주장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일상으로 표현하고 설득했던 샌드라 립시츠 벰. 남성과 여성이 아닌 자기 자신으로 일생을 살아간 저자는 2009년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사실을 안 뒤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로 마음먹고, 2014년 남편인 대릴이 보는 가운데 독이 든 와인을 마시고 세상을 떠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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