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침 一針 - 달아난 마음을 되돌리는 고전의 바늘 끝
정민 지음 / 김영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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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8 <일침(정민 지음/김영사)>

달아난 마음을 되돌리는 고전의 바늘 끝

 

오래 아껴 만지고 다듬었던 글들이다. 저마다 시절의 표정이 담겼고, 내면의 풍상이 녹아들었다. 말을 아끼고 글을 줄이고 싶지만, 그마저도 뜻 같지가 않다. 차고술금借古述今은 옛것을 빌어 지금에 대해 말한다는 뜻이다. 현실이 답답하면 옛글에 비추어 오늘을 읽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해묵은 구리거울에 오늘을 비춰 본 상우천고尙友千古의 소산이다. 흐리거나 희미하지 않다. - ‘서언중에서

 

인류 역사상 가장 지식이 넘쳐나는 지금. 우리는 과연 인간과 진리 앞에 자신이 있는 모습으로 서 있는가?

정보의 폭풍 속에서 내면의 웅숭깊은 성찰, 현실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쏟아내는 저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1부는 마음의 표정, 2부는 공부의 칼끝, 3부는 진창의 탄식, 4부는 통치의 묘방으로 구성되었다.

글 제목이 모두 네 글자, 사자성어다.

단 네 글자로 생각을 정리하는 우리의 전통.

100개의 사자성어 가운데 알고 있는 것이 고작 세 개밖에 없다니!

나의 무지함이 너무나 날 것으로 드러난 책이었다.

 

심한신왕 / 마음이 한가해야 정신이 활발하다 / 心閒神旺

일없는 사람이 마음만 바쁘면 공연한 일을 벌인다. 마음이 한가로우면 정신의 작용이 활발해져서 건강한 생각이 샘솟듯 솟아난다. 내 마음의 상태를 어떻게 유지할까? 나는 마음이 한가로운 사람인가? 몸만 한가롭고 마음은 한가롭지 못한 사람인가? 그도 아니면 몸이 하도 바빠 마음을 잃어버린 사람인가?

 

관물찰리 / 사물을 보아 이치를 살핀다 / 觀物察理

사물 속에 무궁한 이치가 담겨 있다. 듣고도 못 듣고, 보고도 못 보는 뜻을 잘 살필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을 옛사람들은 관물觀物이라고 했다. 사물에 깃든 이치를 찬찬히 들여다보는 것은 찰리察理. 눈으로 보지 않고 마음으로 보고, 마음을 넘어 이치로 읽을 것을 주문했다.

 

간위적막 / 시련과 적막의 시간이 필요하다 / 艱危寂寞

사람에게는 간위艱危의 시련만이 아니라 적막한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역경이 없이 순탄하기만 한 삶은 단조하고 무료하다. 고요 속에 자신을 돌아볼 줄 알아야 마음의 길이 비로소 선명해진다. 이 둘을 잘 아울러야 삶이 튼실하다. 시련의 때에 주저앉지 말고, 적막의 날들 앞에 허물어지지 말라. 이즈러진 달이 보름달로 바뀌고, 눈 쌓인 가지에 새 꽃이 핀다.

 

담박영정 / 맑게 헹궈 내어 고요 속에 침잠하라 / 淡泊寧靜

내성의 침잠 없이 허둥지둥 바쁘기만 하면 영혼의 축대가 그 서슬에 주저앉는다. 자신과 맞대면하는 시간을 늘려나가야 바깥의 경쟁력도 강화된다.

자신을 끊임없이 비우고 헹궈 내는 담박淡泊과 내면으로 침잠하는 영정寧靜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제 뜻이 환해지면[明志], 그제서야 먼 데까지 갈 힘이 생긴다[致遠].

 

설니홍조 / 눈 진흙 위에 난 기러기의 발자국 / 雪泥鴻爪

분명히 있지만 어디에도 없다. 자취만 남고 실체는 없다. 한 해를 바쁘게 달려왔다. 일생을 숨 가쁘게 살아왔다. 여기저기 어지러이 뒤섞인 발자국 속에는 내 것도 있겠지. 발자국만 남기고 기러기는 어디 갔나?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인간들이 오늘도 사는 해 백 년을 못 채우면서, 언제나 천년 근심 지닌 채 산다[生年不滿百, 常懷千歲憂].

 

찬승달초 / 칭찬이 매질보다 훨씬 더 낫다 / 讚勝撻楚

정색을 한 매질보다는 칭찬이, 어리석다는 야단보다는 신뢰를 담은 기쁜 낯빛을 짓는 것이 자식의 바른 성장에 훨씬 낫다는 말씀이다.

 

해현갱장 / 거문고 줄을 풀어 팽팽하게 다시 맨다 / 解弦更張

해현갱장해야 할 때 교주고슬을 고집하면 거문고를 버린다. 고집을 부려 밀어붙이는 것만 능사가 아니다. 제 악기가 내는 불협화음은 못 듣고, 듣는 이의 귀만 탓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전에 괜찮았으니 앞으로도 문제 없을거야 하며 아교만 찾는다. 남들은 듣기 괴롭다고 난리인데 제 귀에만 안 들린다. 줄을 풀어 새 줄을 매야 할 때가 된 것이다.

 

피음사둔 / 번드르한 말 속에서 본질을 간파한다 / 詖淫邪遁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피사가 있고, 외곬에 빠져 판단을 잃은 음사가 있다. 바른 길을 벗어난 사사가 있고, 궁한 나머지 책임을 벗으려고 돌려막는 둔사가 있다. 이 피음사둔詖淫邪遁의 반지르한 말을 잘 간파해서 본질을 꿰뚫어 보는 안목을 맹자는 자신의 장점으로 꼽았다.

 

양묘회신 / 가라지를 솎아내고 좋은 싹을 북돋우자 / 良苗懷新

양묘회신良苗懷新! 새싹에 새 기운이 가득하다. “가난이야 족히 근심할 것이 못된다. 가슴 속에 도를 지니지 못한 것이 부끄러울 뿐.” 스승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큰 숨을 들이쉬면 아지 못할 생기가 가슴에 가득하다.

 

쟁신칠인 / 바른 말로 충언하는 신하 일곱만 있으면 / 諍臣七人

자공子貢이 벗에 대해 묻자, 공자의 대답이 이랬다. “충고해서 잘 이끌어 주다가 도저히 안 되겠거든 그만두거라. 자칫 네가 욕보는 일이 없도록.” 벗 사이에 바른 말이 잦으면 사이가 멀어진다고도 했다. 제일 슬픈 것은 말을 해도 도저히 안 되니 제 몸이라도 지키려고 아예 입을 닫고 곁을 떠나 버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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