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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의 오해
키이쓰 E. 스타노비치 지음, 신현정 옮김 / 혜안 / 200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소비자의 규칙 : 사이비과학을 경계하라
사람들은 심리학에게 본질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요구하고 조작주의에 거부반응을 보인다. 그것은 심리학이 종교나 철학이 아닌 과학이라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이다. 조작적 정의는 측정할 수 있는 관찰가능한 조작에 근거하여 진술된 개념의 정의다. 그것은 과학지식을 공개적으로 검증가능한 것으로 만드는 중요한 기제다. 어떠한 이론도 반증할 수 없도록 구조화되어 있다면 그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 제시된 확증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 임상경험이나 사례연구가 이론의 증거가 되지 못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 있다. 가짜약 효과가 이러한 증언들을 신빙성 없게 만든다. 통제된 관찰을 통한 증거만이 주장을 실제로 검증할 수 있다. 그러나 대중매체 심리학의 영역에서는 이런 일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상관관계와 인과관계>>
두 변인 사이에 상관이 존재하더라도 그 관계가 반드시 인과적 연계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결과는 두 변인과 관련되어 있지만 측정되지 않은 제3변인에 의해 일어날 수 있다. 또한 두 변인이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변인 A와 변인 B의 상관관계가 A에서의 변화가 B에서의 변화를 초래하기 때문이라고 성급하게 결론내리기 전에, 인과관계의 방향은 B에서 A로 가는 반대방향일 수도 있다는 사실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선택편향은 행동과학에서 많이 나타나는 사이비상관의 원인이 된다. 즉, 사람들이 어느 정도는 자신의 환경을 스스로 선택하기 때문에 행동적 특성과 환경변인들 사이에 상관관계를 만들어 내게 된다.
실험통제의 원리: 처치와 결과>>
인간의 물리적 현상에 대한 직관은 부정확하다. 그렇다면 인간행동이라는 보다 복잡한 영역에 대한 우리의 통속이론 역시 정확하다고 믿을 수 없다. 과학자들은 한 현상에 대한 특정 이론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특수한 조건을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연구자는 원인이라고 가정한 변인에 처치를 가하고(다른 모든 것들은 일정하게 유지한다) 결과라고 가정한 변인에 나타나는 효과를 관찰한다. 이것의 훌륭한 예를 경이로운 말 클레버 한스와 자폐아의 촉진적 의사소통의 검증의 사례에서 볼 수 있다.
응용연구와 기초연구>>
응용연구는 결과를 자연 상황에 직접적으로 대응시키려는 의도를 가진 연구이다. 여기에서는 표집의 무선성 그리고 연구조건의 대표성이라는 문제가 중요하다. 기초연구에서는 이것이 문제되지 않는다. 이론검증을 위한 기초연구에서는 인위적 상황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낸다. 대부분의 심리학 연구는 기초연구이다. 따라서 심리학 연구는 “실제 삶과 같지 않을” 수 밖에 없다.
소비자의 규칙 : 연계성 원리의 위반에 유념하라
‘획기적 돌파구’ 모형 vs. ‘점진적 종합’ 모형 : 연계성 원리>>
단 하나의 결정적 실험이나 통찰에 의해서 과학의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거나, 과거의 모든 지식을 뒤엎어 버림에 의해 과학의 진보가 이루어진다는 생각은 오해이다. 예술과 다르게 과학에서는 연계성 원리를 준수한다. 과학에서 새로운 이론은 이전에 확립된 경험적 사실들과 접합되어야만 한다. 우리가 과학의 위대한 도약으로 보는 아인슈타인의 이론도 연계성 원리를 위반하지 않는다. 과학은 단계적으로 진행되고 모든 사람은 선임자들의 연구에 의존한다. 과학은 한 사람의 생각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수천 사람의 결합된 지혜에 의존하는 것이다. 어떤 분야에서 혁명적이고 근본적인 진보로 주장하는 소수의 사람이 지배하는 과학은 틀림없이 사이비과학이다.
인간행동에 관련된 문제가 엄청나게 복잡하다는 사실을 고려해 볼 때, 심리학 실험이 상당히 모호 요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심리학자들은 심리학이라는 과학이 존재하고 진보하고 있으며, 그 진보는 느리고 우리의 결론은 때때로 괴로우리만치 오랜 기간에 걸친 연구의 종합과 논쟁을 거친 후에라야 비로소 얻어진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획기적 돌파구’라는 대중매체의 주장은 항상 회의를 불러일으키는데, 특히 심리학적 주장에서 그렇다. (253)
인간 인지의 아킬레스건: 확률적 추리>>
이미지의 생생함으로 인해 사람들은 단일 사례에 압도되어 판단이 흐려져 무가치한 증거를 신뢰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리고 사람들은 법칙의 확률적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다. 너무나도 자주 사람들은 확률적 경향성을 무력화시키기 위하여 단일 사례들을 인용한다. 게다가 인지적 착시, 조건확률의 전도(B가 주어졌을 때 A의 확률이 A가 주어졌을 때 B의 확률과 같은 것처럼 행동), 표집크기 정보 사용의 실패(보다 큰 표집이 전집의 모수치를 보다 정확하게 추정한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못함), 노름꾼의 오류(실제로 독립적인 사건들 간에 연계를 찾으려는 경향성) 등으로 인해 확률적 사고에 어려움을 겪는다.
심리학에서 우연의 역할>>
사람들은 순전히 우연으로 일어난 일에 어떤 구조가 있는 것으로 믿고 설명하려는 경향을 갖고 있다. 이것은 착각상관(아무 패턴도 없는데 어떤 패턴을 보려 하는 것)에 의해 일어난다. 로르샤 검사에 대한 믿음은 착각상관 현상으로 인해 나타나는 것이다. 임상가들이 어떤 관계를 보게 되는 것은 그들이 그러한 관계가 그 속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지, 관찰하고 있는 반응패턴 속에 그러한 관계가 실제로 들어 있기 때문이 아니다.(329) 우연을 설명하려는 경향성에 내재한 또 하나의 현상은 통제착각(우연에 의해 결정되는 결과에 개인적 수완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다. 복권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직접 참여방식의 복권은 통제착각을 이용한 것이다. 또한 사람들은 각자가 받을 자격이 있는 만큼 받고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 믿으려는 경향이 있다.(공정한 세상 가설)
때로 좀더 정확한 예측을 위해 오류를 용인하는 것은 그 정확성에 오히려 기여한다. 집단통계적 예측과 임상적 예측은 이점에서 반대적인 특징을 지닌다. 어떤 임상가들은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집단통계적 예측보다 더 나은 진단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와 관련된 모든 연구에서는 집단통계적 예측이 더 정확하다는 결과의 일관성을 보인다. 복잡다단한 인간에 대한 장황하고 독특한 설명은 오히려 보다 일상적 사례에 대한 예측 정확도를 상실한다. 심리학에 있어서 경험에 의한 개인의 ‘임상적 통찰’이나 직관은 더 많은 실수를 야기할 소지를 갖는 것이다. 그것들이 새로운 연구를 위한 출발점이 되기도 하지만, 행동을 예측하는데 있어서 통계적 정보를 더 중시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어느 정도의 정확도를 가지고 인간행동을 예측하려면 흔히 오류를 감소시키기 위한 오류의 용인이 수반되어야 한다. 즉, 보편원리에 의존하여 보다 우수한 예측을 하게 되지만 동시에 모든 단일 사례에서 정확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345)
이중고난의 과학
텔레파시, 천리안, 염력, 미래예언력, 바이오리듬, 점성학, 심령 치료 등등의 책들은 심리학을 가장한 것들이지만 이러한 현상들은 현대심리학의 연구 대상이 아니다. 초감각지각을 실행가능한 주제로 간주하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유익한 것으로 판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막다른 골목으로 이끌어 가거나 아니면 반복가능하지 않고 흥미를 끌지 못하는 관찰을 내놓는 영역은 탈락하고 만다. 아이디어와 연구방법의 이러한 자연도태야말로 과학을 진리에 접근하도록 이끌어 가는 것이다. (364)
그러나 심리학이 주장을 판단할 만한 과학적 기제가 없는 분야라는 가정은 사람들로 하여금 심리학이 이러한 사이비과학과 연관되어 있는 분야라고 간주하게 만든다.
통제된 실험연구에 근거하지 않고 개인적 경험이나 소수의 사례에 의존한 자조적 문헌(self-help literature)들은 대중에게 심리학에 대한 좋지 않은 인상을 심는 데 크게 일조하는 것들이다. 흥미와 상업성만을 고려하여 출판된 이러한 저서들은 심리학이 이러한 데이터베이스에 의존한다고 암시함으로써 일반대중을 오도하고, 심리학 연구자들이 처방전 지식을 추구한다는 오해를 갖게 한다. 실제로 전체적인 심리학 연구는 인간행동에 대한 보편적 사실과 이론을 밝혀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기초연구다.(371)
대중매체 심리학자들은 대부분 심리학자 축에 끼지도 못하는 이들이다. 텔레비전에 방영되는 심리학적 정보들은 증명, 진리, 증거, 논리, 정당화, 데이터 등과 절대적으로 관련이 없는 놀이감일 뿐이다. 사람들은 자연의 어떤 측면보다도 인간과 관련된 물음에 대한 답을 훨씬 간절하게 원한다.(376) 따라서 심리학자들이 견지하는 과학적으로 정당한 보수주의의 태도가 이와 직면할 때 문제가 유발된다. 대중과의 진공상태 속에 자조적 선각자들과 염력 사기꾼들이 대중매체를 통해 밀려들어오는 것이다.
심리학 분야의 독특한 측면은 행동연구에 과학적 방법이라는 수단을 끌어들인 것이다. 반면 심리학 연구는 ‘사람을 읽어내는 데’ 어느 것이든 특별한 ‘직관적’ 힘을 부여하지 않는다.(3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