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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거짓말
이유리.임승수 지음 / 레드박스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이유리, 임승수, [국가의 거짓말], 레드박스, 2012.
당신은 국가를 믿으십니까?
한때, '사회 정의'라는 화두에 몰입해서 이런 종류의 책만 읽은 적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나 자신을 향해 몇 가지 질문을 던져 보았다. 1)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 것은 아닌가? 2) 식민지배에서 벗어나 가장 발전한 나라는 어디인가? 3) 역사 이래로 완벽한 시스템이 있었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한쪽으로만 치우친 것은 건강한 것이 아니고,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어느 나라보다 우리가 잘살고 있으며, 누가 집권을 해도 모두를 만족하게 할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이후로는 균형을 유지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며, 객관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북파 간첩사건에서 반값 등록금까지 합법적 거짓말의 실체를 밝힌다.
처음 책을 들었을 때에 조금은 자극적인 제목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오마이뉴스>의 인기 칼럼 모음이라는 사실이 누군가의 마음을 불편하게 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상식적으로 국가는 국민, 주권, 영토로 이루어지는데... 간혹, 이스라엘처럼 '영토'를 잃었다가 다시 빼앗은 예도 있고, 우리나라처럼 '주권'을 잃었다가 다시 회복한 예도 있다. 하지만 '국민'이 없는 국가는 상상할 수 없다. 국민이 없어지는 순간, 국가도 이미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가가 국민을 속인다? 도대체 왜 국가가 거짓말을 한다는 것인가? 혹시 한쪽 사람들의 일방적인 주장은 아닐까?
역사적으로 소수의 기득권층이 자신의 이득만을 위해 '국가'라는 정치 권력을 사용할 때는 항상 '거짓말'이 존재한다... 국가가 소수의 기득권층을 위해 거짓말을 할 때 민중들에게 어떤 참혹하고 비극적인 결과가 오는지...(p.11-12)
[국가의 거짓말]은 소수 기득권층이 국가 권력을 이용하여 다수 국민을 속이는 23개의 거짓말을 기록하고 있다(정확히 19개의 거짓말과 4개의 의혹).
대중은 거짓말을 처음에는 부정하고 그다음엔 의심하지만 되풀이하면 결국에는 믿게 된다._괴벨스
1부 조국에 배신당한 사람들에서는... 목숨을 걸고 휴전선을 넘으며 조국을 위해 싸웠으나 버림받은 북파공작원의 비극을, 국면전환을 위해 살인자를 반공 투사로 피해자를 간첩으로 둔갑시킨 수지김 사건을, 재판도 없이 국가의 무자비한 폭력 앞에 20만 명이나 학살당한 보도연맹 사건을, 반값 등록금 허위 공약과 4대강 사업의 허상을, 감세 정책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을,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정부의 정책을...
자본주의는 전쟁을 먹고 자라난다._로자 룩셈부르크
2부 전쟁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에서는... 호주에서 '원주민 동화정책'으로 혼혈 아이들을 강탈해 노예로 부린 사건을, 일본에서 자살 특공대로 강요된 가미카제의 비극을, 그리고 군량 확보를 위해 오키나와 주민을 죽음으로 내몬 군국주의를, 미국에서 가난한 흑인을 대상으로 저지른 매독 생체 실험을, 그리고 실체 없는 대량살상무기를 명목으로 일으킨 이라크 전쟁을, 거짓말을 일삼은 나치의 선전부장 괴벨스를...
독재자는 자신의 자유를 위해 국민을 노예로 만든다._찰리 채플린
3부 거짓에 침묵하는 사람들에서는... 민간 기관으로 국민을 상대로 이자 놀음을 하는 미국 연방준비은행을, 1%를 위해 99%를 희생시키는 공기업 민영화 정책을, 결코 친환경이 아닌 원자력 에너지의 위험을, 세계를 도청하는 미국 정보기관을, 그린피스의 레인보우 워리어 호를 폭파시킨 프랑스 미테랑 정부를, 검은 자본 국제통화기금(IMF)의 위험을...
모든 진실은 세 가지 단계를 거친다.
첫째는 조롱이고,
둘째는 거센 반발이며,
셋째는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_아르투르 쇼펜하우어
4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사람들에서는... 아이티 지진과 미국의 기후무기 의혹을, 에이즈를 일으키는 그러나 아무도 증명한 적이 없는 HIV 의혹을, 예방접종으로 다국적 제약회사의 통계조작과 정보은폐 의혹을, 911테러의 음모론의 근거를... 다루고 있다.
책을 읽으며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균형과 객관성이었다. 그리고 어느 한 편의 일방적인 주장이나 근거 없는 의혹은 아닌지를 주의 깊게 살폈다. 이런 내 마음을 이미 알고 있던 것일까? 각각의 칼럼은 논리적인 글쓰기, 세부적인 통계와 꼼꼼한 기록 추적, 그리고 관련자들의 인터뷰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글마다 참고문헌을 수록하여 관심분야를 더 깊이 공부할 기회를 제공한다.
23개의 국가의 거짓말을 읽으며 (하나하나가 전부 충격적이었지만)감정을 다스리기 어려웠던 것은... 1) 아무리 전쟁 중이었다지만, 재판도 없이 무고한 20만 명을 빨갱이라는 누명으로 학살한 보도연맹 사건 2) 호주에서 미개한 원주민 아이들을 문명화시킨다는 이유로 부모로부터 강탈해 고아로 키우며 노예로 부린 사건 3)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을 강제적으로 죽음의 비행으로 몰아넣은 일본 가미카제 특공대... 이다. 아무런 이유 없이 국가로부터 개인의 행복을 박탈당하고 죽음으로 내몰린 사람들, 그들의 억울한 비명이 귓가에 들려오는 듯했다. 그리고 몇몇 사건과 거짓말은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매우 안타깝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서 빨리 공평하고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