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송곳니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노나미 아사 지음, 권영주 옮김 / 시공사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노나미 아사, 권영주 역, [얼어붙은 송곳니], 시공사, 2007. 

Nonami Asa, [KOGOERU KIBA], 1996.

제115회 나오키상

 

  내가 일본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소재의 다양성, 빠른 전개, 짜임새 있는 구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벼움 때문이다. 더불어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글 곳곳에 숨겨진 암시와 복선, 패턴과 반전, 그리고 단서의 조각을 모아 커다란 그림을 그려 가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노나미 아사의 [얼어붙은 송곳니]는 1996년에 출간되어 나오키상을 받았고, 얼마 전에 개봉한 영화 [하울링]의 원작이다. 그래서일까? 책을 읽기 전에 작가에 대한 호기심과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정말 컸었다.

 

  사건의 발단은 북풍이 몰아치는 잿빛 도시의 어둠 속에서 한 남자가 레스토랑으로 들어선다. 그리고 잠시 뒤, 남자의 몸에서 원인 모를 불꽃이 솟아오르고 불길은 점점 번져 건물을 집어삼킨다. 남자의 몸에서 일어난 수수께끼와 같은 발화 원인을 찾기 위해 정밀 감식이 이루어지고, 수사본부가 설치된다(안타깝게도 내가 높은 가독성으로 깊이 몰입해서 읽은 부분은 여기뿐이었다). 좀 더 내용을 살펴보면, 범인을 잡기 위해 삼십 대 초반의 기동수사대 여성과 중년의 베테랑 남성 수사관이 한 조로 편성된다. 그리고 이야기는 이 두 남녀의 시점에서 번갈아 가며 진행된다. 하지만 사건의 해결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다. 전형적인 남성 위주의 경찰조직에서 자존심 강한 여성과 권위적인 남성의 만남은 불협화음을 내고, 서로에 대한 팽팽한 신경전으로 이어진다.

 

  글을 읽는 내내 아쉬웠던 것은 (물론 이것을 좋아하는 독자도 있겠지만)두 주인공의 불편한 관계가 소설의 후반부까지 지속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인체발화'와 '늑대 개'(wolf dog)라는 참신한 소재에도 지나친 심리묘사에 사건과 추리가 희미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몇 가지를 덧붙이면, (오토바이로 늑대 개를 추격하다가 넘어져 잠시 마주한 장면을 제외하고는)주인공의 위기나 스릴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처음 일어난 사건과 뒤이어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사건 사이의 연관성도 인위적이고, 암시와 복선 구조도 빈약하다. 사건의 해결도 주인공의 수사와 추리보다는 수사본부의 물량공세에 의존하고 있고, 심지어 늑대 개의 포획도 서정적인 감성만이 돋보일 뿐, 긴장과 박진감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한숨마저도 찬 바닷바람이 날려버렸다. 다키자와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며 '댁 말이야.'라고 했다. 바람을 등지고 힘들게 담뱃불을 붙이더니 겨우 다카코 쪽을 보았다.

  "즐거워 보이던데."

  다키자와는 눈을 가늘게 뜨고 담배 연기를 내뱉었다. 다카코는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다키자와는 '역시.'라고 하고는 또 담배를 피운다.

  "보고 있으려니까 알겠더군."

  "질풍은... 저를 인정해 준 것 같았습니다."

  "... 다른 형태로 만났더라면 좋았을 텐데."(p.467)

 

  서로에 대한 편견으로 모든 것이 상반된 두 주인공 사이에서도 한가지 공통점은 있었다. 과중한 경찰업무 때문에 여성은 남편으로부터 배신을 당했고, 남성 역시 아내로부터 버림을 받은 상황이었다. 여성의 부모는 여자다운 일을 원하고, 남성의 자녀는 가정적이기를 원한다. 만약... 이들이 다른 형태로 만났더라면? 현실에서의 나와 내가 죽도록 싫어하는 누군가가 다른 형태로 만났더라면?

 

  소설에서는 따돌림, 청소년, 약물중독, 성범죄, 경찰의 과중한 업무, 가부장적 조직문화, 은퇴 경찰견의 처우... 등 일본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한번에 너무 많은 것들을 다루어서일까? 분명하고 명확한 메시지를 찾기가 어려웠다. 여성 주인공을 중심으로 몇 개의 시리즈('여형사 오토미치 다카코')가 있다고 하는데, 지난 2주 동안 지루하게 책을 읽어서인지 선뜻 마음이 가지는 않는다. 좋게 평가되는 작품인데 개인적인 성향과 취향에는 맞지 않아 여러 가지로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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