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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드롭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데니스 루헤인, 조영학 역, [더 드롭], 황금가지, 2014.
Dennis Lehane, [THE DROP], 2014.
몇 년 전, 책을 처음 출간했을 때부터 아주 많이 읽고 싶었던 소설이다. 데니스 루헤인이라는 이름과 매력적인 표지 디자인이 자연스럽게 관심을 끌었다. 이후에 톰 하디 주연으로 동명의 영화를 보았고,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 드디어 원작 소설을 만나게 되었다. 소설 [더 드롭]은 원래 단편소설 [개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황금가지, 2014.)의 확장판이라고 한다. 작가는 단편소설을 먼저 쓰고, 여기에 살을 붙여 장편의 스릴러를 완성했다.
밥이 개를 발견한 건 성탄절에서 이틀이 지난 때였다. 사람들이 추위와 숙취, 과식으로 집에 틀어박힌 탓에 거리는 고요했다. 밥은 플래츠 거리에 있는 커즌 마브의 술집에서 오후 4시부터 새벽 2시까지의 교대 근무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곳에서 일을 한 지도 거의 20년이 다 되었다.(p.11)
사촌 마브의 술집에서 바텐더로 일하는 밥 사이노스키는 퇴근길에 쓰레기 더미에서 상처 입은 개를 발견한다. 그리고 나디아라는 여자를 알게 된다.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흔히 핏불이라고 하는 강아지는 누군가가 심하게 때리고 일부러 버린 듯 보인다. 혼자 사는 밥은, 개가 시설에 보내져도 주인이 찾지 않거나 누군가에게 분양되지 않으면 안락사된다는 말을 듣고... 결국, 개를 데려가기로 한다. 이것은 나중에 몰고 올 사건의 발단이 된다.
"젠장, 진짜 지랄같이 나오면 어쩌려고? 거긴 갱단 술집이란 말이야. 드롭 바라고."
피츠의 미소도 딱딱해졌다.
"그게 핵심이야, 인마. 드롭 바가 아니면, 누가 이 짓 한대?"(p.39-40)
기네스 두 잔을 따르는데 체첸 인 둘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짧은 머리와 이틀분의 수염, 둘 다 양털 반코트 차림이다. 마브가 두 사람을 지나치며 걸음도 멈추지 않고 누런색의 마닐라 봉투를 건넸다. 밥이 거품을 처리할 즈음 체첸 인들도 보이지 않았다. 신출귀몰. 처음부터 나타나지 않은 것 같았다.(p.40-41)
커즌 마브의 술집은 갱단에서 운영하는 드롭 바이다. 매일 밤, 술과 도박으로 벌어들인 돈을 수금원에게 전달한다. 그래서 아무도 마브의 술집은 건드리지 않는다. 갱단 간의 전쟁이 아니고서는, 목숨을 맞바꿀만한 보복이 뒤따르기에... 그런데 스키 마스크를 뒤집어쓰고 샷건으로 무장한 이 인조 강도가 들어와 금고를 털어가는 일이 발생한다.
"도시를 움직이는 사람은 의사당 건물이 아니라 지하에 있다. 저기, 제1의 도시? 네가 보는 곳 말이냐? 그건 놈들이 그럴듯하게 보이기 위해 입힌 겉옷에 불과해. 몸통은 제2의 도시란다. 도박을 하고 여자와 약과 TV와 카우치 등, 노동자들이 구매 가능한 물건들을 파는 곳 말이다. 노동자가 제1의 도시와 엮일 때는 오직 도시한테 엿 먹을 때뿐이지만, 제2의 도시는 평생, 하루도 빠짐없이 그의 삶과 죽음을 지배하지."
초브카 우마로프는 제2의 도시의 왕자다.(p.69)
로코. 독신자와 순교자의 수호성인, 그리고......
개의 수호성인(p.86-87)
어둠의 지배자로, 도시의 갱단을 이끄는 초브카가 직접 마브의 술집에 찾아오고, 경찰은 10년 전에 행방불명된 리치 휠런의 행적을 다시 수사한다. 밥은 개의 이름을, 독신자와 순교자의 수호성인 그리고 개의 수호성인인 '로코'라고 한다. 감옥에서 출소한 에릭 디즈는 나디아와 관계가 있고, 개의 본래 주인은 자기라고 하면서 돌려달라고 협박 한다. 모든 것이 꼬인 상황, 긴박함 속에서 매듭을 하나씩 풀어야 한다.
1. 죄수를 믿지 말라.
2. 아무도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
3. 먼저 쏴라.
4. 하루에 세 번 빗질하라.
5. 놈들이 네게 해코지를 하리라.
6. 공짜 일은 금물.
7. 일은 신속하게.
8. 늘 합리적으로 보여라.
9. 개를 키워라.(p.131)
멍청이 범죄자 에릭은 이 바닥에서 성공하기 위해 나름의 법을 만든다. 오직 자기만을 위한 규칙! 감옥에서 심혈을 다해 만들어 낸 아홉 개의 항목이다. 그런데 아홉 번째, 개를 키워라... 그는 왜 개를 키우려고 했을까?
"예. 예전엔 속죄가 불가능한 죄가 있다고 믿었어요. 후에 아무리 좋은 일을 해도 결국 악마는 빨리 목숨이 끝나기만 기다려요. 이미 영혼을 손에 넣었으니까. 악마가 없다고 해도 마찬가지죠. 죽고 나면 하느님이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안됐다. 넌 못 들어와. 용서 못 할 죄를 지었으니까, 혼자 지내거라. 영원히."
"차라리 악마가 낫겠네요."
"그래요? 지금 생각은 달라요. 신이 아니라 우리 문제라고 생각하니까요. 이해하겠죠?"(p.167)
밥은 개를 데려다 키우고, 여자를 알게 되고, 강도를 만나고, 협박을 당한다. 슈퍼볼 선데이, 마브의 술집이 갱단의 슈퍼볼 드롭으로 선정되고, 그날 밤에 100만 달러가 모인다...
사실, 영화의 내용이 아직 머릿속에 남아 있어서 결말을 알고 있었다. 등장하는 인물의 성격과 배경이 상당히 잘 묘사되고, 글을 읽으며 영화의 장면이 하나하나 떠올라 색다른 재미를 느꼈다. 주인공 밥은 크게 영웅적이지 않고, 권선징악 메시지의 전달자도 아니다. 술집에서 일하고, 개를 데리고 다니고, 일요일이면 성당 미사에 참여한다. 나름의 기준으로 적정선을 유지하는 사람... 선을 넘어오면 가차 없이 일을 벌이는 통쾌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