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관의 눈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허하나 옮김 / 폭스코너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코야마 히데오, 허하나 역, [교도관의 눈], 폭스코너, 2022.

Yokoyama Hideo, [KANSHUGAN], 2004.

갑자기 추워진 날씨하고 어울리는 책을 읽고 싶었다. 좋아하는 작가이고, 강렬한 제목이 붙은 일본 미스터리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하지만 살짝 어긋난 기분...;; 소설 [교도관의 눈]은 교도소하고 관련 없는 6개의 단편 모음이다. 혹시라도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같은 위트나 감정을 파고드는 뭔가를 예상하면 안 된다. 괜한 헛발질은 싸늘함과 우울함을 남기고, 씁쓸한 삶의 이야기는 마음을 더 춥게 한다.

교도관의 눈

자서전

말버릇

오전 다섯 시의 침입자

조용한 집

비서과의 남자

모두 다른 이야기지만, 등장하는 주요 인물은 하나같이 열등감과 자격지심 비슷한 것을 지니고 있다. 직업이든, 감정이든... 자기가 하는 일에 만족하지 못하고,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니 실수를 범하고 문제를 확대한다. 일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자기반성과 성장을 이루어 가는데,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욕망과 책임 사이에서 방황하는 인간의 본성을 들여다볼 수 있다.

곤도는 삼십팔 년간의 근무 중 이십구 년을 유치장 교도관으로 지냈다고 한다. 순사(한국 경찰의 순경에 해당한다-옮긴이)로 임명되었을 때부터 일관되게 형사과를 지원했지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국 교도관 인생을 걷게 된 것도 형사가 되는 꿈을 포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유키코는 말했다.(p.21)

"사무직원은 경찰서에서 일하지만, 경찰관이 아니잖아. 경찰관들의 속내는 당연히 모르지. 그래도 괜찮아. 경찰관의 가족, 그 정도 마음만 있으면 돼."(p.42)

'교도관의 눈'에서... 현경 교양과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야마나 에쓰코는 또래 경찰관을 의식한다. 경찰에서 삼십팔 년 중 이십구 년을 유치장 교도관으로 있었던 곤도 미야오는 은퇴를 앞두고도 형사과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평범한 불행이네.

중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의 일이었다. 집단 괴롭힘을 당했다. 명찰을 잡아 뜯겨 발로 짓밟히고, 이유도 모른 채 무자비하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곳에 혼자 남아 울면서 명찰을 주웠다. 다다노 마사유키. 눈물로 글자가 흐려진 탓에 '마사유키(正幸)'가 '후코(不幸)'로 보였다. '다다노 후코(직역하면 '평범한 불행'이라는 뜻. 동음이의어와 유사한 글자를 이용해 스스로를 자조하는 말장난이다-옮긴이).' 그걸 바라보고 있자니 웃음이 복받쳐 올랐다. 소리 없이 웃던 다다노는 이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상하게 우스웠다. 다섯 살 때 어머니에게 버림받았던 일마저 납득되는 듯한 기분이었다.(p.71-72)

"나는 사람을 죽인 적이 있다... 삼십 년가량 전의 일이다. 사랑하는 여인을 내 손으로 죽였다."(p.92)

'자서전'에서... 방송국에서 계약직 구성작가로 일하는 다다노 마사유키는 개편으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된다. 때마침 효도전기 효도 고자부로 회장의 자서전 집필 의뢰가 들어오고, 그는 삼십 년 전의 살인에 관해서 듣게 된다.

그까짓 일로...

귀에 젖은 말이 유키에의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다.

재작년에 돌아가신 어머니의 입버릇이었다. 당차고 자존심도 세고 자식 교육에도 엄격한 분이셨다. 끙끙거리며 속앓이를 하고 있을 때면 늘 그 말을 들었다. 그까짓 일로 울긴 왜 울어. 그까짓 일 따위 얼른 잊고 정리하렴.

저도 모르게 그 말투를 물려받은 유키에도 매서운 어조로 자주 사용했다. 집에서만 큰소리치는 두 딸에게. 사회에서 도망치려고 한 남편에게. 그리고 몇 번이나 좌절할 뻔했던 스스로에게도.(p.125-126)

남편은 학교에서 무리하게 '열정적인 선생님'인 양 행동했던 것 같다. 6학년을 맡아 졸업시킨 다음 해에 2학년 담임을 맡게 됐다. 몹시 산만한 아이가 여럿 있어서 요즘 말하는 학급 붕괴 같은 상황에 부딪혔던 모양이다. 수업이나 생활지도는 마음대로 되지 않고, 교장의 질타나 학부모의 압박에 시달리던 중 몸에 이상이 생겼다.

자율신경실조증. 의사에게 병명을 들었을 때의 남편 얼굴을 잊을 수 없다.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그럴듯한 병명이 붙은 사실을 기뻐하고 있었다. 이걸로 더 이상 학교에 가지 않아도 돼. 그 교실에서 벗어날 수 있어. 일순 그렇게 생각했던 거다.(p.154)

'말버릇'에서... 가정법원의 가사조정위원인 세키네 유키에는 남편을 돌보며 두 딸을 키웠다. 요즘 우리 사회의 문제로 떠오른 학부모 갑질 논란은, 이미 일본에서는 2000년대에 성행했었나 보다. 그녀는 새로운 이혼 조정 건에서 아는 얼굴을 만난다.

범인이 저지른 일은 '부정 접속 행위 금지 등에 관한 법률'에 저촉되는 명백한 범죄행위였다. 하지만 S현경에는, 아니 이 방 안에는 피해자라고 일컬을 만한 사람이 존재하지 않았다. 피를 흘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재산이나 생활도 침해받지 않았다. 피 흘릴 일이 생기는 건 이 일이 매스컴에 알려졌을 때다. 그때 처음으로 피해자가 발생하게 된다.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다.(p.200)

기호...

마찬가지였다. 다치하라도 줄곧 그렇게 살아왔다. 공무원. 돈. 방 세 개짜리 관사. 너그러운 아내. 두 딸. 적성에 맞는 일. 기대 이상의 계급... '행복의 기호'를 모아왔다. 언제나 그 수를 세고 확인했다. 늘어나면 늘어난 만큼 과거에서 멀어질 수 있다고 믿었다.(p.223)

'오전 다섯 시의 침입자'에서... 현경 정보관리과에서 인터넷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다치하라 요시유키는 오전 다섯 시에 크래커에 의한 홈페이지 바꿔치기, 사이버테러를 발견한다. 황급히 서버를 분리하고 복구 절차를 진행하지만, 네 명의 접속자가 있었다. 책임 논란이 커지기 전에 범인을 찾아야 하고, 네 명의 입을 막아야 한다.

"어쩌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어요. 지역면이고, 작은 기사니까."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그 말은 천사의 음성 같기도 했고, 악마의 음성 같기도 했다.(p.243)

다카나시는 벽에 눈길을 줬다. 스무 장쯤 되는 패널에는 무지개와 구름이 다양한 배합과 앵글로 찍혀 있었다. 언제, 어디에 나타날지도 모르는 무지개를 카메라에 담는 건 분명 대단히 고생스러운 일일 터. 하지만 시선을 잡아채는 사진은 보이지 않았다. 한마디로 평가해서, 아마추어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p.254)

'조용한 집'에서... 현민일보 본사 편집국에서 지역면 편집을 하는 다카나시 도루는 16년간 외근 기자로 일하다가 내근직으로 옮긴 지 3개월이다. 기자 경력하고 비교해서 편집 감각은 신입에게도 밀리는 상황인데, 지역 무명 사진작가의 25일까지 전시회를 26일 오늘까지로 기사를 내었다. 뒷수습해야 한다.

마치 연애와도 같이 농밀한 교제를 해온 만큼 두 번에 걸친 거절은 구라우치를 번민하게 했다. 어르신에게 미움받았다.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유는 모르지만, 어르신과 구라우치의 관계에 금이 가게 만든 '원인'은 짐작되었다. 사무실에서 나온 뒤부터 줄곧 가부키의 오야마(가부키에서 여성 역을 연기하는 남성 배우-옮긴이)를 연상시키는 희고 갸름한 얼굴이 머리에서 아른거리며 떠나지 않았다.

바로 가쓰라기 도시카즈다.(p.295)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마음속 응어리는 감출 길이 없었다. 가쓰라기에게 질투하고 있었다. 초봄부터 줄곧 그랬다. 응어리가 점차 부풀어 올라, 몸이 뒤틀리는 듯한 기분도 맛보았다. 오십 대 남자의 질투. 젊은 부하에 대한 질투. 겉으로 드러낼 수 없는 감정인 만큼 유독가스처럼 속에 가득 차서 구라우치의 마음을 계속 오염시켜나가고 있었다.(p.296)

'비서과의 남자'에서... 지사실 비서과 과장인 구라우치 다다노부는 일찌감치 자신은 주인공이 아니라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쪽이라는 것을 깨닫고, 모시는 일을 한다. 다른 동기에 비해 빠른 출세, 나름의 승승장구로 현지사의 직속 부서장이 되었다. 그런데 새로 뽑은 젊은 감각의 비서에게 어르신의 관심이 쏠리는 것을 질투한다.

불운한 과거를 만회하기 위한 현재의 (집착에 가까운) 노력은 오히려 발목을 잡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습득된 버릇은 대물림을 한다. 가정을 지키고 유지하기 위한 몸부림이 있고, 시간차 트릭의 전조를 볼 수 있다. 책을 읽기 시작할 때는 '자격지심'과 '질투심'을 떠올렸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자아 성찰'과 '역지사지(易地思之)'가 생각난다. 피해자이고 동시에 가해자인 세상,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짚의 방패
키우치 카즈히로 지음, 최재호 옮김 / 북플라자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키우치 카즈히로, 최재호 역, [짚의 방패], 북플라자, 2020.

Kiuchi Kazuhiro, [WARA NO TATE], 2007.

경찰의 보호막은 정녕 짚으로 만든 방패인가!

참신한 소재와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일본 미스터리 특유의 긴장감을 잘 드러낸다. 키우치 카즈히로는 만화가이고, 영화감독이고, 소설가이다. 소설 [짚의 방패]는 2013년에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었다. 개인적으로 일본 배우의 과장된(?) 연기를 좋아하지 않아서... 영화는 별로였고, 늘 그렇듯이 원작의 재미는 기대 이상이다. 작가에 대한 관심으로 찾아보니 다른 번역은 아직 없다.

<이 남자를 죽여주세요>

신문 한 면을 거의 가득 채울 만큼 거대한 검은색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 밑에는 커다란 얼굴 사진과 '키요마루 쿠니히데, 34세'라는 글자가 있었고, 다시 그 밑에는 '보상으로 100억 원을 드리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맨 아래에는 '니나가와 타키오카' 회장의 서명과 홈페이지 주소, 그리고 전화번호가 있었다.(p.22)

그 홈페이지에 의하면, 키요마루를 살해하여 100억 원의 보상을 받는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키요마루 쿠니히데에 대한 살인죄 또는 상해치사로 유죄판결을 받은 자(여러 명 가능)

둘째, 그 외 키요마루 쿠니히데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사실이 공개적으로 인정된 자(여러 명 가능)

조건을 만족하는 사람이 여러 명이라고 해도 각각 1인당 100억 원이 지급된다고 했다.(p.28)

도쿄에서 초등학생 여자아이가 살해된다. DNA 감식으로 용의자를 확정하는데, 이미 7년 전에 비슷한 범행을 저질러 형을 살고 최근에 출소한 키요마루라는 자이다. 사건의 잔혹함뿐만 아니라 세상이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은 죽은 소녀가 대기업 회장의 손녀였고, 재계의 거물인 니나가와 회장은 이 살인마를 죽이는 대가로 100억 원이라는 현상금을 내건다. 비참하고 참담한 피해자는 거액을 제시하여 사적 복수를 하려 하고, 누군가는 인생을 바꿀 기회로 여기고 달려든다.

SP란 시큐리티 폴리스(Security Police)의 약자로, 내각 총리를 포함해 각급 장관, 국회의장, 헌법재판소장과 대법원장, 각 정당 당수, 도지사나 전경련 회장 등 요인(VIP)의 경호를 주 업무로 하는 경찰이다.

SP 중에서 기동경호대에 소속된 SP는 평소 어떤 요인을 경호해야 하는지 정해진 담당이 없는 SP이다. 가령, 미국 대통령 방문과 같은 대규모 국가행사가 있을 때나, 각 요인을 담당하는 SP가 어떤 사정으로 결원이 발생할 때를 대비해 만들어진 예비부대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일상 업무는 주로 대기였다. 그저 할 일이 없이 대기만 하면서 지내면 된다.(p.26)

국가의 공권력, 즉 경찰력에 대한 신뢰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만에 하나, 돈에 눈이 먼 인간이 니나가와의 광고를 보고 키요마루를 살해하면 어떻게 될까. 경찰에 맡기는 것보다 현상금을 거는 편이 가해자를 잡기에 더 유효하다는 결론이 된다. 돈이면 무엇이든 되는 세상, 천민자본주의가 승리한 셈이 되고 말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경찰 공권력의 위신이 실추될 뿐만 아니라 사회 질서도 무너지고 만다.(p.31-32)

경찰은 공권력의 신뢰와 질서 유지를 위해 애쓰지만, 연일 계속된 매스컴의 보도로 온 국민은 감시자가 된다. 얼마 후 용의자 키요마루는 끊임없는 살해 위협을 견디지 못하고 후쿠오카 남부경찰서에 자진 출두한다. 경찰은 그를 체포해서 검찰 송치를 위해 도쿄로 이송해야 하고, 이례적으로 SP를 투입한다. 대기 중이던 기동경호대 소속 메카리 카즈키 경정을 포함해서 SP 2명, 수사본부 형사 2명, 후쿠오카 남부경찰서 형사 1명... 총 5명으로 이송 팀이 꾸려진다. 요인 경호가 아니라 범죄자를 보호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방금 들어온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후쿠오카 남부경찰서에서 구속 중인 용의자 키요마루 쿠니히데가 경찰관 한 명에게 피습당했다고 합니다."(p.69)

전국의 경찰관은 약 24만 명.

물론 그들이 일으킨 사건은 셀 수 없다.

...

기본적으로 경찰 조직은 자기들의 잘못을 은폐하기 쉬운 조직이다. 그러니 그 와중에 은폐하지 못한 사건들만 따져도 그 정도일 것이다. 경찰이 저지른 범죄 중에서 은폐된 것까지 포함하면, 엄청난 숫자의 경찰관이 법을 어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p.70-71)

예상은 했지만, 차마 입에 담지 못한 일이 발생한다. 경찰관에 의한 피습... 100억 원이라는 돈의 무게는 직업윤리, 양심, 신념마저 바꾸어 놓는다. 경찰관에 이어서 치료 간호사, 범죄 조직만이 아니라 일반 시민까지 한탕주의에 빠져있다. 안전한 장소는 없고,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 후쿠오카에서 도쿄로 이송을 시작한다.

메카리는 키요마루가 죽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적어도 지금은.

하지만 죽어도 좋은 녀석이라고는 생각한다. 아무 죄 없는 소녀를 두 명이나 죽인 녀석이다. 게다가 자신의 쾌락을 위해서.

그런 키요마루를 목숨 걸고 지킬 가치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임무라서인가? 자신이 경찰 조직의 일원이기 때문에?

메카리에게 이런 위험까지 감수해가면서 경찰 조직에 남아 있을 이유 따윈 없었다.

'지킬 가치도 없는 인간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잃었을 때 내 죽음에 대체 무슨 가치가 있단 말인가. 그렇게 죽은 나를 아내가 어떻게 볼 것인가. 난 키요마루를 위해서 죽을 수 없다.'

메카리는 그 사실을 명확하게 깨달았다.(p.127-128)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는 키요마루의 목숨 자체가 아닐세. 키요마루가 경찰의 호위 속에서 살해당하는 사태가 발생하느냐가 문제일세... 더구나 경찰관에 의해 살해당한다면 더 큰 문제지."(p.130)

천문학적인 현상금이 걸린 파렴치한을 호송하는 일은 계속된 외부의 위협과 내적인 갈등을 유발한다. 죽이기만 하면, 죽임에 기여하면 큰돈을 만질 수 있기에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자들이 있고, 가까이서 무장한 경찰관은 더 위협적이다. 살인마를 목숨 걸고 지켜야 하는 사명, 이 일의 가치문제, SP와 강력반 형사의 입장 차이... 갈등은 극대화되고, 서로를 불신하는 중에 하나씩 쓰러진다.

설정이 기발하고 짜임새 있는 소설을 좋아하는데, 완전히 취향 저격이라고 해야 하나... 영화를 보아서 내용을 알고 있어도 재미있게 읽었다. 어느 순간, 지나치게 짜임새와 구성을 쫓다 보니... 내가 소설을 보는 것인지? 나무위키를 보는 것인지? 헷갈리기도 하고...ㅋㅋ

아, 100억 원이면, 나도 어쩌면...ㅠ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국
도노 하루카 지음, 김지영 옮김 / 시월이일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노 하루카, 김지영 역, [파국], 시월이일, 2020.

Tono Haruka, [HAKYOKU], 2020.

제163회 아쿠타가와상

집 근처에 작은 도서관이 있다. 열람실은 없고, 종합자료실만 있는... 그래도 시립이라서 어지간한 책은 다 있다. 좋아하는 일본소설도 꽤 있고... 도서관을 이용하면 구간 도서는 마음대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읽기가 느리다 보니 늘 반납의 압박을 받는다. 모르는 책보다 잘 아는데 궁금한 책을 고른다. 다섯 권을 빌릴 수 있지만, 두세 권을 빌려 한 권도 못 읽고 반납할 때가 많다. 이런 배경에서 읽은 도노 하루카의 짧은 소설 [파국]이다.

파국(破局)은? 글자 그대로 판을 깨뜨리다, 일이나 사태가 잘못되어 결딴이 나는 판국, 문학(희곡)에서 비극적인 결말을 이르는 말이다. 아쿠타가와상의 기대감, 현실에서 마주할 수 없는 욕망, 추잡한 인간의 끝없는 추락 과정을 보고 싶었다. 그런데 파국은 무슨? 해프닝, 단순한 우발적인 사건을 과대평가한 아쿠타가와상이 파국이다!

텔레비전에서는 남성 경찰관이 강제추행 혐의로 체포되었다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달리는 도카이도선 열차 안에서 여성의 속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고 한다. 범죄자가 붙잡히는 건 좋은 일이다.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한다.(p.12)

텔레비전의 전원을 켜자, 전 여자친구의 집에 침입해 속옷을 훔친 혐의로 남성 경찰관이 체포되었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p.20)

자리 간격이 가까운 걸 핑계 삼아, 나는 그 여자에게 일부러 다리를 갖다 대려고 했다. 그렇지만 내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곤 그만두었다. 공무원을 목표로 하는 사람이 그런 비열한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대신 의자의 위치를 신중하게 조절하는 체하며 그녀의 다리를 훔쳐보았다.(p.32-33)

텔레비전에서는 뉴스가 나오고 있었는데, 여자화장실에 소형 카메라를 설치한 혐의로 남성 경찰관이 체포되었다고 한다.(p.99)

모든 범죄는 죄악이지만, 직업적으로 특히 더 저질러서는 안 되는 사람이 있다. 가령 경찰관이 성범죄에 연관된다든가 하는... 요스케는 평범한 대학생이다. 법학부 4학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졸업한 공립 고교에서 럭비부 코치로 활동한다. 근육질의 탄탄한 몸, 남에게 드러내지 않는 성욕... 사회의 질서와 규범 안에서 자신을 잘 통제하며 살고 있다.

나는 마이코와 사귀는 사이니까 더 많이 섹스를 하고 싶다. 사실은 매일 하고 싶지만, 공부도 하고 싶으니까 이틀에 한 번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그러나 마이코가 하고 싶지 않다면 억지로 섹스를 할 수는 없다. 억지로 하려고 하면 그건 강간이고, 나는 범죄자가 되어 법의 심판을 받게 되리라. 게다가 나는 마이코의 남자친구다. 마이코가 싫어하는 일은 할 수 없다. 마이코가 목표를 향해 노력한다면, 그걸 응원하는 게 내 역할일 것이다.(p.54-55)

요스케는 여자 친구와의 관계에서도 자신을 억제할 줄 안다. 마이코는 정치 지망생으로, 미래를 위해 늘 분주하고 활발하다. 겉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요스케는 그녀를 응원하면서도 채우지 못하는 욕망이 있다. 이런 요스케에게 동아리 공연에서 우연히 만난 신입생 아카리가 다가온다.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시작은... 탈선? 왜곡된 욕망? 억눌린 사회 규범의 탈출? 이라기보다 그냥 자연스러웠다. 생일에 집에 초대해서 케이크를 만들어주는... 소홀한 쪽보다 관심 주는 쪽으로 기우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내가 예쁘다고 말하자, 아카리는 어리둥절해하며 무슨 말인지 되물었다. 당연히 아키리 얘기라고 하자, 갑자기 무슨 말이냐며 웃었다. 갑자기가 아니라, 말하지 않았을 뿐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고 나는 말했다. 그리고 개그 공연에서 봤을 때부터 그렇게 생각했고, 앞으로도 말로 하지 않을 뿐 늘 그렇게 생각할 거라며 내 소견을 말했다. 그러나 방금 전의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왜냐하면 내일 일 같은 건 아무도 모르니까. 지금의 내가 아카리를 예쁘다고 생각하고 소중하게 여긴다고 해서 내일의 나도 그렇게 생각하리라고는 아무도 보증할 수 없을 것이다.(p.151)

같이 밥을 먹고, 여행을 가고, 잠을 자고... 열심히 공부해서 시험을 보고, 열정적으로 후배들을 코칭하고... 요스케의 순조로운 일상은 한순간에 깨어진다. 두 여자 사이에서, 배려와 욕망 사이에서, 규범과 일탈 사이에서... 삶은 꼬이고, 멍든 채 끝난다.

일상적이면서 난해하고, 원인과 결과가 불분명해서 아주 불친절하다. 앞뒤로 뭔가 더 이야기의 살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매력적인 캐릭터와 좋은 글솜씨가 중간에서 뚝 끊긴 기분... 아, 친절한 소설이 그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백광
렌조 미키히코 지음, 양윤옥 옮김 / 모모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렌조 미키히코, 양윤옥 역, [백광], 모모, 2022.

Renjo Mikihiko, [HAKKO], 2002. 2008.

하나의 사건을 두고 보는 시각에 따라 저마다의 견해가 있고, 또 여기에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경우에는 방어기제를 펼치며 나름의 입장을 취한다. 한여름 대낮에 일어난 참사는 인간의 본성을 여실히 드러내는데, 여느 막장 드라마로 여기기에는 수려한 문체가 매혹적이다. 평온한(?) 가정에서 일어난 4살 여자아이의 실종과 죽음... 연관된 사람들은 하나씩 자기 이야기를 들려준다. 반전의 반전이 거듭된다는 말조차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 처음으로 만난 렌조 미키히코의 소설 [백광]... 白光이다.

일흔이 되고 처음 한동안은 죽음이 주춤주춤 다가와 해가 갈수록 성가신 물건처럼 자꾸 들러붙는다 했더니만 최근 일이 년 사이에는 또 다른 나 자신이나 친한 친구처럼 내 몸속에 들어앉아 아예 일상이 되어 버렸다.(p.8)

하루하루 몸이 쇠약해져 가는 것에 반비례해서 요즘은 추억만 하루하루 젊어져 간다.

하지만 그 추억도 이제 슬슬 한계에 다다른 모양이다. 날마다 천장을 올려다보며 옛날 일을 이래저래 곱씹었으나 이제는 그 추억의 재료도 떨어진 모양이다. 아직 재료가 고갈되지 않은 것은 두 가지 과거뿐이다. 만세 소리와 아내의 미소로 배웅을 받으며 죽음의 길을 떠났던 전쟁 통의 그날 밤, 그리고 천신만고의 항해 끝에 도착한 남태평양의 섬, 허연 불꽃처럼 작열하는 태양 빛이 내리쬐는, 새파란 바다에 둥실 떠오른 듯한 원색의 섬. 그 두 가지는 몇 번을 떠올려도 처음과 똑같이 선명하게 내 머리와 몸을 온통 점령한다.(p.14-15)

이제는 죽음의 기운이 일상처럼 느껴지는 나이, 노인성 치매로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게이조는 젊은 시절 태평양 전쟁에서 살아 돌아왔다. 과거 전쟁터로 끌려가는 기차역에 마중 나온 아내와 딸 그리고 남태평양의 어느 섬에서 일어난 사건... 정신은 희미하나 두 가지 일은 잊히지 않는다. 아주 오래전의 일이지만, 그때의 상흔은 여전히 남아 노인의 몸과 마음을 지배하고 있다.

게다가 태풍 전의 고요함이라고 할까, 아침 일찍 만들어둔 샌드위치로 나오코까지 넷이 식탁에 앉아 점심을 먹을 때쯤부터 신선한 바람이 불어서 집 안은 안온한 정적에 감싸였다. 시아버지도 조용해졌고 사토코도 묘하게 곤두섰던 신경이 풀려서 이번 여름 들어 처음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마음이 편안하기까지 했다.(p.28)

하지만 반드시 그것만으로 한 소녀의 운명이 결정된 것은 아니었다. 사토코는 혹시 나오코가 집에 있기 싫다고 말했다면 함께 데려갈 생각이었다. 그래서 "나오코는 할아버지하고 집에 있을래?"라고 물었는데 나오코가 고개를 까닥거리는 인형처럼 천진하게 그러겠다고 했던 것이다. 그리고 곧바로 제 엄마가 두고 간 꽃무늬 가방에서 스케치북과 크레용을 꺼내더니 방바닥에 엎드려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사토코가 "집에 있을래?"라고 물은 뒤부터 그림을 그리기까지 삼십 초도 걸리지 않았다. 네 살짜리 어린아이의 너무도 재빠른 반응에 내심 놀라서, 제 엄마한테 집 보고 있으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법을 아예 꿰고 있구나, 하는 짠한 마음이 들었다.(p.29)

등장하는 인물은...

게이조와 두 번째 부인 아키요. 첫 번째 부인과 딸은 전쟁 때 공습으로 죽고, 아키요도 몇 년 전에 지병으로 사망했다.

아들 류스케와 며느리 사토코. 둘 사이에는 딸 가요가 있다.

사토코의 동생 유키코와 남편 다케히코. 둘 사이에는 딸 나오코가 있다.

그리고 대학생 히라타 나오키.

여름날, 나오코가 사라진다. 한순간 사건 현장이 되어버린 집안... 아이 엄마 유키코는 문화센터 강의를 들으려고 나오코를 언니 집에 잠시 맡긴다. 사토코는 딸 가요를 치과에 데려가야 해서 나오코를 시아버지에게 부탁했다. 게이조는 치매로 정신이 없고, 남편들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여덟 명의 자기 고백은, 겉으로 드러난 것과 다르게 제각각 속 사정이 있다. 그 시간에 아이 엄마는 문화센터에서 만난 대학생과 바람을 피우고 있었고, 아이 아빠는 불륜 현장을 뒤쫓고 있었다...

맨 처음에 2시 41분이라는 시간에 대해 말했었지만, 그건 육 년 전 어느 날, 한 남자가... 미타카 역 플랫폼을 통과하는 열차에... 신혼 초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 함께 타고 있던 열차에, 바로 내가 몸을 던지려고 했던 시간입니다.(p.57)

"나오코는 죽어서 다시 내 몸속에 들어왔어.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죽는다는 건 태어나지 않은 거래. 그 아이는 앞으로 내 핏속에서 계속 살아가고 나는 점점 더 그 애를 닮아 갈 거야."(p.88)

우리는 각자 서로 다른 이유에서 그날 죄 없는 나오코를 죽였다... 서로 상대가 공범자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그리고 부부로서는 손을 맞잡지 못했지만 그 아이를 죽인 범죄자로서는 손발이 잘 맞는 공범이 되어서. 여태껏 없었던 다정함을 느끼며 지금 이렇게 손을 맞잡고 있다...(p.216)

이 집은 배신과 보복의 전쟁터였다. 승패가 결정되지 않은 채 영원한 싸움을 반복하는 전쟁터...(p.245)

자매(형제)는 태어날 때부터 경쟁자인가? 부모의 사랑을, 관심을, 인정을, 재산을 더 받으려고... 서로 가진 것을 탐하고, 시기하는 관계인지도 모르겠다. 어릴 때부터 현명하고 착한 언니, 언제나 화려하고 시선을 끄는 동생... 자매의 보이지 않는 전쟁은 결국 한 아이를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저마다의 이유... 너무 예뻐서, 돌보기 귀찮아서, 내 아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아이라서, 죄의 결정체라서... 모두가 공범으로 관여하고 있다.

나오코는 자기의 죽음을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전쟁의 상흔, 이기심과 욕망으로 인한 가족의 파괴와 해체를 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느 도망자의 고백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정민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야쿠마루 가쿠, 이정민 역, [어느 도망자의 고백], 소이미디어, 2022.

Yakumaru Gaku, [KOKKAI], 2020.

죄의식과 진정한 속죄에 관해서... 일본의 소년범죄를 다루며 꾸준히 글을 쓴 작가는, 최근에는 범죄와 형벌 이후의 삶에 초점을 맞추어 새로운 글을 쓴다. 늘 그렇듯이 다양한 의견과 논쟁이 뒤따르지만, 사회 변화를 추구하는 작가 정신에 찬사를 보낸다. 야쿠마루 가쿠의 소설 [어느 도망자의 고백]은 음주 운전으로 인한 사망사고와 노인성 치매를 소재로 하여 또 한 번 현실의 문제를 마주한다.

술을 마신 상태로 운전해서 사람을 치어 죽이고 달아났다. 붙잡히면 상당한 중죄로 다스려질 것이다.

수년간 교도소에 갇히고, 사회에 나온 뒤에도 사람들에게 범죄자라는 뒷손가락질을 받고 평생을 살아야 할 것이다.

내 인생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뿐만이 아니다. 부모님과 누나도 범죄자 가족으로서 떳떳하지 못한 삶을 강요받게 된다.(p.37)

마가키 쇼타는 여자 친구의 메시지를 받고, 한밤중에 빗길에서 음주 상태로 운전하다가 횡단보도에서 사람을 치고 도망간다. 다음날 뉴스 보도로는 피해자는 80대 여성으로 200m를 끌려가서 사망했다고 한다. 되돌리고 싶은 상황이다. 노리와 후미히사는 인플루엔자로 고열에 시달렸는데, 아내는 새벽에 편의점으로 얼음을 사러 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한다. 믿을 수 없는 상황이다. 가해자는 죄책감과 두려움으로, 피해자는 슬픔과 분노로 가득 차 있다.

아야카와 사야마 일행은 내가 체포된 것을 알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교도소에 수감되는 걸까. 만약 그렇다면 교도소는 도대체 어떤 장소이고 그곳에서 얼마나 갇혀 지내야 할까. 출소한 뒤 나는 어떤 모습일까. 제대로 된 직장에 취직할 수 있을까.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거나 또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거나 결혼할 수 있을까. 장차 아이를 가질 수는 있을까. 그러고 보니 누나는 예정대로 신이치 씨와 결혼할 수 있을까. 아버지는 변함없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출소하면 다시 가족과 함께 생활할 수 있을까.(p.66-67)

몸을 가늘게 떠는 마가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마사키는 그 눈물의 이유를 상상했다.

그것은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에 대한 뉘우침의 눈물일까. 아니면 자기 앞길이 막힐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오는 눈물일까.(p.107-108)

곧바로 이어진 경찰 수사는 용의자를 특정하고, 쇼타를 체포한다. 유치장에 갇힌 범죄자의 심리는... 치인 게 사람인 줄 몰랐다고, 신호등은 차량 진입 신호였다고 하며 과실을 주장한다. 피해자 가족에게 사과의 편지를 쓰지만 거절당한다. 인터넷에서 악성 댓글과 비난이 난무하고, 가족의 신상 털기가 이루어진다. 가족을 잃은 피해자의 심리는... 이것은 누가 봐도 살인이다. 예상치 못한 이별과 상실의 아픔은 깊은 절망과 원한으로 마음에 사무친다.

법정에서 피고인이 흘리는 눈물은 사죄와 뉘우침의 눈물일까? 아니면 막막한 자기 처지에 비관한 눈물일까? 현실의 문제이고, 논란의 쟁점이다. 마가키 쇼타는 징역 4년 10개월의 형벌을 받는다.

'해야 할 일이 있다.'

마가키 쇼타의 판결이 나온 날에 나고야에 가자고 권했더니 아버지가 그렇게 말하며 거절했다.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지만 아버지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제 와서 그 말이 마음에 걸린다.(p.146)

여느 일본 미스터리하고는 다르게 범죄의 수사나 재판의 과정보다 그 이후에 중점을 둔다. 세월은 흘러 마가키 쇼타는 만기 출소한다. 교육평론가였던 아버지는 일을 그만두고, 어머니와 이혼했다. 누나의 결혼은 파혼으로 끝났다. 전과자라는 낙인과 주위의 시선으로 제대로 된 직업을 갖지 못하고 일용직으로 산다. 그 사이 친구들과는 좁힐 수 없는 간격이 생겼고... 결국 어울릴 수 있는 건 같은 신세의 전과자들뿐이다. 하루아침에 아내를 잃은 노리와 후미히사는 사설탐정을 고용해 마가키 쇼타를 조사한다. 90에 가까운 노인은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 있음을 다짐하지만, 고령으로 기억력과 인지능력이 떨어지고 있다.

"앞으로 만날 일이 없을 테니 지금 말할게. 우리 가족은 너 때문에 불행해졌어. 그런데 가장 불행한 건 우리도, 더욱이 너도 아니야."(p.225)

저쪽에 가면 더 편해지지 않을까.

자신이 저지른 죄를 반성하지 않는, 그런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생활하는 편이 훨씬 살기 편할지도 모른다.(p.295-296)

젊은 날 실수라고 하기에는 엄청난 일을 저질렀고, 그 대가는 아주 혹독하다. 그날 이후 피해자는 말할 수 없는 큰 고통에 시달린다. 그렇다면 범죄자는...? 불행은 당사자만 아니라 가족 전체로 확산하고, 어쩌면 영원히 회복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남은 평생 속죄하며 살아갈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범죄 소굴로 들어갈 것인지... 살기가 녹록지 않다. 속죄와 용서, 인간성의 회복에 관한 이야기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