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헌터
요 네스뵈 지음, 구세희 옮김 / 살림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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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네스뵈, 구세희 역, [헤드헌터], 살림, 2011.

Jo Nesbo, [HODEJEGERNE], 2008.

헤드헌터(Headhunter)는 인재 스카우트 전문가를 의미하고, 사람 사냥꾼을 뜻한다. 북유럽 스릴러의 전설인 요 네스뵈의 소설 [헤드헌터]는 기업 스카우트 전문가와 특수부대 출신의 추격자가 등장한다. 숨은 명작으로 알려진 동명의 영화를 보아서 내용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짜임새 있는 구조와 군더더기 없는 글은 확실한 재미를 주는데, 기업 소설인가 싶다가 범죄 소설로 바뀌고, 추격전이 펼쳐지며, 추리와 반전으로 마무리된다. 블랙 코미디의 요소가 있고, 철학적인 메시지를 포함한다.

내게 필요한 것은 '아인바우, 리드, 버클리의 9단계 심문 모델'이 전부다. 이런 미소를 짓는 것은 내가 정말로 전문가에, 분석적이며,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는 헤드헌터다. 그리 힘든 일은 아니지만 난 그중에서도 최고다.(p.12)

알파 헤드헌팅에서 일하는 로게르 브론은 업계에서 제일 잘나가는 헤드헌터이다. 무엇보다 평판을 중요하게 여기고, 복종-자백-진실이라는 FBI의 9단계 심문 모델을 숙지하고 있으며, 면접을 주도하는 재능이 있다. 하지만 그는 키 168센티미터의 작은 남자이다. 그의 아내 디아나는 키가 크고, 아름답고, 예술을 사랑하는 과분한 여자이다. 그녀는 아이를 갖고 싶어 한다. 운전수였던 아버지는 그에게 작은 키를 물려주었다. 열등한 유전자의 두려움, 아이에게 아내의 사랑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염려... 그는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를 향한 아내의 갈망을 덜어내기 위해 좋은 집과 고급스러운 화랑과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것을 유지하는 비용이다!

나는 서재로 들어가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에드바르 뭉크의 '브로치', 다른 이름으로 '에바 무도치'라고도 불리는 그림의 고해상도 사진을 찾아냈다. 그 그림은 현재 시장에서 35만 크로네에 거래되고 있었다. 그러면 암시장에서는 27만이 채 안 되니 내 그림보다 겨우 2만 비싸군. 장물아비에게 50퍼센트, 우베에게 20퍼센트를 떼어 주고 나면 내겐 8만 크로네가 남는다. 늘 그런 식으로 배분해 왔는데 사실 그림을 훔치느라 겪는 고생은 고사하고 그 위험부담을 감수할 값어치도 되지 않는다.(p.50)

로게르는 아무도 모르게 다른 일을 하는데, 그것은 미술품 그림을 훔치는 일이다. 헤드헌터를 찾아온 이들을 심층 면접하면서 얻은 정보를 가지고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한다. 그런데 갈수록 값비싼 그림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화랑에서 아내의 소개로 알게 된 클라스 그레베를 면접하면서 그가 루벤스의 그림을 소유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로게르는 마지막으로 크게 한탕 할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클라스는 네덜란드의 특수부대 출신으로 추격전 전문가이다.

"그러면 군대로 복귀한 후 살인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명하죠?"

"덜미가 잡히지 않게 해야죠. 석시닐콜린 같은 걸로."

"독인가요? 독화살 같은?"

"그게 우리 같은 헤드헌터들이 쓰는 거죠."(p.144)

심리전으로 항상 상대보다 우위에 섰던 로게르는 만만치 않은 상대를 만났다. 클라스는 이미 FBI뿐만 아니라 CIA에서 사용하는 심리 분석을 꿰고 있었으며, 이기는 것에 익숙한 인물이었다. 로게르는 루벤스의 그림을 훔치러 클라스의 집에 갔다가 그곳에서 아내의 휴대전화를 발견한다. 계획된 함정? 로게르가 가는 곳마다 클라스가 바짝 뒤를 쫓는다. 이제는 그림이 문제가 아니라 사냥꾼으로부터 살아남아야 한다.

궁지에 몰린 인간의 처절한 몸부림이라고 해야 하나... 서로 다른 목적으로 만난 두 사람은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 사투를 벌인다. 논리적 개연성으로 짜임새 있는 구조, 장엄하면서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전개, 예상치 못한 반전, 뒷이야기로 충분한 설명, 등장인물의 개성... 등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스릴러이다. 요 네스뵈의 매력을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다시 읽어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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