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맞춤법
김주절 지음 / 리듬앤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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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절의 <다시 정리한 다정한 맞춤법>을 읽었다.


이 책은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맞춤법에 관한 책이다.

그러기에 음.. 감동깊게 읽었어.. 한 뒤 옆으로 밀어놓는 것이 아니라 계속 옆에 두고 읽어보고 찾아볼 그런 책이다.

일단 이 책은 가독성이 좋다.

저자가 가장 중요시한 것도 이것.

'설명이 장황하면 끝까지 읽지 않는 독자가 속출할테고, 설명이 빈약하면 책을 읽는다고 한들 독자가 써먹기는 어려울테니' 꼭 필요한 부분만 쉽게 설명한다고 되어있는데 딱 이 온도를 맞춰놨다.

나같은 사람은 문법용어가 나오면 머리가 아픈 사람인데 약간씩 이런식의 설명이 나오긴 하지만 대부분은 일상어를 예를 들어 설명하기에 쭉쭉 읽어나갈 수 있다. 게다가 젊은 저자답게 트렌드에 적절한 말이라 해야하나 그런걸 쓰기에 누군가의 블러그 정도의 글을 읽는 듯 부담이 없다.

나를 기준으로 봤을때 약 30% 정도는 이 정도는 내가 안 헷갈리고 쓰고 있지 수준(적어도 내가 무난하다..를 문안하다..라고 쓴다거나 어이없는 걸 어의없다..고 쓸리는 없다)

50% 정도는 그래 내가 혹시 이렇게 쓸 수도 있겠구나.. 헷갈리지 않도록 조심해야지 하는 수준

나머지 20%는 어이쿠.. 이 책 안 봤으면 이렇게 쓸뻔 했잖아.. 신경쓰고 조심해야지 정신 차려야 할 수준이다.

그럼에도 내가 과연 머리로는 알지만 이렇게 쓸 수 있을까 싶은 것도 있긴 했다.

가령, 자이언티의 가사에도 나온다는

'없는데 위로되어 주길 바라. 네가 뭔가가 되어 주길 바라' 그런거.

바르게 써야지 싶어 "**야, 난 네가 지금 이 일을 해주기 바라" 라고 말하다면 상대방이 뭐지 저 외계어는 그렇게 쳐다볼 것 같다.

이런 건 또 있다.

쫄았다..는 졸았다로 써야 한다고. 계속 끓게 두었더니 국물이 다 졸았어.. 이건 ok.

헌데 "웬 덩치 큰 남자가 째려봐서 졸았잖아"(이거 맞는 표현이라고)라고 하면 째려보는데 졸긴 왜 졸아(sleeping) 그럴 듯. ㅎㅎ

아이스크림 이름이기도 한 '설레임'은 잘못된 표현이다.. 하는 건 알고 있었는데 왜 그렇게 쓰면 안되는지 설명을 들으니 이해가 쉽다.

설레는 건 오로지 내 마음에 의한 것이기에 설레다..는 피동으로 쓰지 않는다는 것. 막연히 안된다네..가 아니라 안되는 이유까지 알고 나니 적용해서 쓰기가 쉽다.

저런 칠칠맞은 미련퉁이.. 이런 말도 잘 쓰는데 칠칠하다.. 가 긍정적인 의미라기에 좀 놀람. 그러기에 칠칠하지 못하다, 칠칠치 않다.. 그렇게 써야 한다고.

공교육 속에서 책과 시험에 단련된 사람답게 중간중간 들어간 '배운 거 써먹기'퀴즈, 열심히 풀어보고 답 맞추고 그랬다.

잘 맞출때마다 흐뭇해함. 내가 이런걸 틀릴 순 없어 하는 비장한 마음으로 풀었다.

헌데 난 띄어쓰기는 정말 어렵다. 이 책에서도 그 파트를 쭉 읽기는 했는데 고개를 절레절레.

난 어디서 퀴즈 풀때면 맹렬한 도전의식을 가지고 덤비는 편인데 띄어쓰기 문제는 그냥 가볍게 포기해 버린다. 제일 어려운 것이 이것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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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켈리튼 키
미치오 슈스케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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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오 슈스케의 <스켈리튼 키>를 읽었다.

사실 책을 덮고나니 이 책이 어떻다고 말하기가 참 애매했다. 그러다 책표지의 띠지를 봤더니 확 이해가 되었는데(띠지 같은거 없이 읽은거라 저건 책을 다 읽고 사진을 보고나서야 알았다)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라는 거. 이게 장르처럼 구분될 만한 단어는 아니지만 참으로 적절한 표현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건 어떻게 바라보는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작품이였다. 그만큼 장단점 도드라진다는 소리.

우선 장점이라면 꽤 센 장르적 짜릿함.

이걸 읽기전 내가 이 작가의 어떤 책을 읽었나 메모를 뒤적여보니 이거 내가 읽은 미치오 슈스케의 10번째 작품이다. 나름 작가의 성향을 안다고 할 수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확실한 장르적 즐거움'을 제공한다는 것. 그러니 읽어나가는 내내 작가가 어떤 장르적 즐거움을 주기위해 단서나 반전을 뿌려놨을까 열심히 탐구했다. 하지만 내 능력으론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턱하니 마주치게 되는 반전. 작가는 이를 위해 앞부분을 촘촘히 직조해 놓았기에 잠시 어리둥절 했지만 유쾌한 마음으로 무릎을 칠 수 있었다. 1독후 다시 앞으로 돌아가 2독 하면서 작가가 뿌려놓은 단서를 수집하거나, 벌려놓은 틈을 확인하는건 큰 즐거움.

단점은 깊은 맛이 부족하다는 거다.

주인공이 사이코패스라 함은 상당히 흥미로운 요소다. 그러기에 난 주인공의 심리상태 등을 유난히 주의 집중해가며 읽었다. 작가도 나름 여기에 관한 자료를 많이 모았구나 싶게 그 세계를 정성스럽게 묘사한다(혹은 묘사하긴한다). 문제는 거기까지라는 거.

사이코패스를 소재로 가져다 쓰는 정도에 그쳐, 작품의 전반적인 깊이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러니 독자가 어떤면에 중점을 두는냐에 따라 만족도가 아주 높을수도, 시시하다고 느낄수도 있는 작품이다.

(스포일러)

이 작품의 포인트는 서술트릭이다.

분명 작가가 반전을 넣어 놓았을꺼라는 건 짐작했는데 나같은 독자는 작품 중간에선 그 틈을 벌리기 어려웠다. 그러기에 마지막 즈음에나 반전이 나오려나 생각했기에 꼼짝없이 당했다.

서술트릭은 작품안에서 이런 트릭이 쓰였다는 것조차 모를때 진짜 즐거움이 된다. 그러면에선 성공.

(제대로 된 출간본을 못봐서 그런데, 책 뒷표지에 뛰어난 서술트릭의 결정판!! 하는 문구가 부디 없길 바란다)

사실 장르소설 좀 읽는다 하는 사람에게 쌍둥이 트릭은 아주 익숙하다. 그만큼 진부하게 느껴질법한데 여기선 꽤 신선하게 변주를 한다.

'나' 혼자 서술한 것처럼 그려졌지만 이들이 쌍둥이인 두사람 이란걸 알게 된 순간 바로 떠오른 건 작가가 표식을 남겼겠구나 하는 것.

번호밑의 저 칼이 자꾸 존재감을 드러내던데 혹시 저것이 아닐까 싶더니 역시나..

챕터에 따라 그냥 칼이기도 하고, 피가 철철 떨어지는 칼이기도 하다. 뭐 당연히 피가 철철 떨어지는 쪽이 '살인자인 나'란 소리겠지.

 

그러니 이걸 안 뒤엔 이 그림을 확인해가며 이게 지금 누구의 시점의 '나'인지 신경써 가며 읽었다.

그 와중에도 헷갈리기도 했지만.

서술트릭이란 걸 알고 난뒤면 꼭 다시 앞으로 돌아가 그 틈을 벌리려 애쓰는데 이때 중요한 건 작가가 공정한 게임을 했냐는 것. 같은 상황이 1독때랑 2독때 완전 다르게 보이고 읽혀야 한다. 대놓고 독자에게 거짓을 이야기해서 눈을 흐리게 하면 아웃.

그런 면에선 긍정적이다. 88쪽 즈음의 프링글스 2통.. 이란 문장에 2독땐 씩 웃었고. 히카리 누나집을 방문했을때 묘한 시차가 나서 위화감을 느꼈는데 그것이 왜 그랬나 뒤늦게 알게되었다.

2독때 주의깊게 보니 히카리 누나 앞에서 명백하게 "우리 같은 사이코패스도"란 식으로 복수로 칭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식의 재미가 깊이까지 담보한 건 아니란 사실.

이 작품의 키워드는 사이코패스.

나름 작가는 사이코패스를 바라보는 시선에 중립을 두려고 한다.

그러기에 전혀 다른 두가지 상황을 가져온다. 선천적이란 것과 후천적이라는 거. 이걸 위해 각기 다른 쌍둥이들을 데리고 한 실험이 나온다. 하지만 이건 이렇다더라 하는 가설 정도이지 작가는 명백히 사이코패스는 태어나는 것이다 쪽을 지지하고 끌어온다.

이 작품에서 두 명의 '나'인 겐토와 조야는 태어나기만 한 뱃속에서 나왔을뿐 전혀 다른 성장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더 극악한 사이코패스는 좋은 환경속에서 교육을 받은 겐토쪽.

물론 작가도 충분히 공부를 하고 고심을 한 후에 이런 설정을 만들었겠지만 독자인 내 입장에선 위험해 보였다. '피'로 한번 정해지면 무조건 평생 지배를 받아야 한다는건가.

엔딩도 약간 에러. 좀 심심하게 느껴졌다. 아니 솔직히 말해 약간의 신파다 싶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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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저보고 작가라네요 - 책바보 박 선생의 독서 글쓰기 비법
박균호 지음 / 북바이북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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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의 <사람들이 저보고 작가라네요>를 읽었다.
부제가 '책바보 박 선생의 독서 글쓰기 비법'이다. 그러니 이 책의 선택 포인트는 글쓰기 비법. 나름 이러한 맥락의 글이 독자들에게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런 약간의 도움을 얻기위해 이 한권을 읽는 건 좋은 선택은 아닌 듯.
이 책을 어느정도 읽어나가다 보면 어떤 식으로 나온책인지 딱 견적이 나온다.
저자는 이미 몇권의 책을 낸 경험자. 아마 이 책도 출판사측(아마도 신생출판사)에서 먼저 내자고 제의를 했을꺼다. 이미 몇 권의 책을 낸 저자는 '책을 내기 위해' 글을 끌어모으고 새로 쓰기도 하면서 한권을 위해 컨셉에 맞춰 글을 조율했을 것이다.
하지만 책을 내자고 약속이 된 상태에서 책 한권꺼리를 빡빡 긁어 모으자니 글이 아주 잡다해졌다. 그러다보니 독서중엔 '쿠쿠다스' 보다는 '아이비'나 '에이스'를 먹으라는 이게 뭔 잡다한 소리여 싶은 글까지 등장한다.
난 정말 육개장보다는 미역국을 먹으면서 글을 읽어라 하는 걸 책으로 읽고 싶진 않다.
이게 유머라고?
이걸 어느 잡지 한구석이나 누군가의 블러그에서 읽은 글이라면 나도 기발하다고 박수를 쳤을 것이다. 문제는 이게 책이라는거. 
그러면 저자는 이런글을 왜 넣었냐? 책을 만들고 싶어서. 얼른 뭐라도 때려박아 넣어서 책을 내야 하니까.
저자는 책을 내서 좋겠지만 이걸 선택해 읽는 독자는 뭐가 되냔 말이다.

심지어 글쓰기 비법의 자신의 목소리를 낼 자신이 없으니 남의 글쓰기 방법을 끌어다 팁이라고 내놓는다.
헌데 여기서도 딴지를 걸고 싶은 곳이 있으니, '작가는 모름지기 노인과 어린아이의 입맛을 모두 만족시키는 요리사가 되어야 한다'는 부분.
이게 티브이 프로그램이라면 동의했을 것이다. 모든 연령의 사람들이 봐도 무난해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는 거.
하지만 이게 책이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책은 분명 잘 읽히는 입말로 쓰여져야 한다. 여기서 잘 읽힌다는건 현학적인, 그저 글에서 잘난척 하고 싶을뿐인 꼬인 문장 없이 유려해서 부드럽게 잘 읽혀야 한다는 소리일꺼다. 모든 연령대나 모든 지식수준의 사람을 만족시킨다는 건, 그대로 뒤집으면 결국 아무도 '제대로'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소리다.
그러기에 난 그저 잘 읽히는 쉬운 책을 믿지 않는다. 읽는 수준을 점차로 높힘으로써 이해하는 생각근육을 키우도록 해야한다는건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일.. 아닌가.


그 와중에 인상적인 부분은, 저자의 글쓰기 비법 3가지(186쪽에서 187쪽)

1. 접속사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 접속사를 사용하면 문장에 힘이 없어지고 너저분해진다.
2. 동사 '있다', 명사 '것', 의존명사 '수'를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글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표현인데 글이 상투적으로 보이게 하는 신비한 마력을 지닌 것들이다.
3. 부사나 형용사를 최대한 사용하지 않는다. 
-문장의 힘을 떨어뜨리고 진정성을 의심받게 하는 재주가 있는녀석들이다.

읽고 나한테 하는 지적일세.. 싶어 뜨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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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7 - 시오리코 씨와 끝없는 무대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1부 7
미카미 엔 지음, 최고은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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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미 엔의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7 - 시오리코씨와 끝없는 무대>를 읽었다.
순서가 약간씩 바뀌기는 했지만 이전 시리즈 6까지 다 읽었다.
그런데 기억이란 것이 참 우스운 것이 몇년에 걸쳐 비블리아 시리즈를 읽었다 생각했는데  다시 자료를 찾아보니 1에서 6까지 몽땅 2015년 한해에 읽었다. 긴세월 함께 한 시리즈라고 생각했는데 나의 착각이였던 것. 


 
원래 비블리아 고서당 팬이여서 그런가. 시리즈의 끝남이 아쉽다.
독특한 소재에 풀어가는 방식도 독창적이여서 읽는 것이 참 즐거웠는데, 역시나 마지막 편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다만 책의 퀄리티와는 별개로, 기간을 두고 읽다보니 이전 이야기랑 연결하는 것이 좀 힘들었다. 물론 전체적인 얼개를 이해하는데야 지장은 없었지만 세세한 것까지는 연결이 잘 안되어 열심히 기억을 떠올려가며 읽었다.
이전 시리즈가 6편이나 되다보니 매 편마다 퀄리티가 좀 들쑥날쑥 하기도 했는데 이번 7편은 잘 장식된 마지막 편 이였다 . 이전에 뿌려놓았던 떡밥 내지는 복선이 남김없이 회수되는 것도 좋았고.
특히 마지막, 모든 문제가 해결될때는 쾌감이 상당했다.


(스포일러)

다만, 주인공 남녀인 시오리코와 다이스케가 연결되는건 여전히 반대다(난 이전 책부터 이 커플 반댈세..를 열심히 외쳤다)
보통은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하면서 읽게 되는지라 그들이 연결되기를 바라게 되기 마련인데 난 이상하게 이 커플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다이스케가 듬직한지는 모르겠지만 시오리코 같은 여자는 듬직.. 그런거 말고 좀 더 예민하고 지적인 사람이 어울릴 것 같다. 솔직히 나에게 있어 다이스케는 그냥 '곰'이다.
시오리코의 엄마인 지에코가 반대하는데 그 심정 막 이해가 된다는 거(물론 끝에가선 해피엔딩이 되지만)
시오리코와 지에코는 서로 싫어하는 모녀지만 확실히 이 둘은 닮았다.
곰님이랑 연결되는 말고 그냥 이 모녀 둘이 같이 길을 떠나는 것이 어땠을까 싶다. 작품 중 엄마 지에코가 다이스케에게 말한대로 "어차피 사랑은 광기"라서 "시오리코의 광기라 사라졌을 때, 네 존재가치는 더 이상 없을꺼"니까 말이다.
보통 작가는, 주인공들에게 감정이입이 되도록 글을 쓰는데 이 작가는 주인공에게 정이 떨어지도록 글을 써서 이들이 연결되니 맥이 풀리는  이상한 상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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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십자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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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히가시노 게이고의 <공허한 십자가>를 읽었다.
이 작가의 작품에 대해 개인적으로 호불호가 심해(불호가 더 강하다) 잘 안 읽는 편인데 어디선가 추천하기에 잡았다. 작가의 작품을 대부분 안 좋아하지만 그럼에도 열광했던 몇 작품이 있었기에 기대를 가지고 읽었는데.. 역시나..
내가 이 작가에서 느끼는 실망감 요소들의 종합선물세트다.

제목이 공허한 십자가인데 내게 이 작품은 '공허한 이야기'다.
물론 끝까지 흥미진진하게는 읽긴 했는데(이건 늘 그렇다. 이 작가의 작품은 늘 끝까지 한달음에 잘 읽힌다) 작가가 띄워놓은 메세지는 촌스럽게 이야기 속에서 작동하고 있었고 특히나 신파감성은 이야기에 몰입하는걸 방해했다.
이야기가 진득하지 못하고 얄팍한 것이 지극히 '아침드라마'스럽다고 느낀 것.
과거의 대한 죄책감을 차원높게 승화시키려 하는 캐릭터도 있고 자신을 내동댕이 치는 등장인물도 있는 등, 구성만으로는 흥미진진한 요소가 많은데 이야기가  깊지 않은지라 그게 책을 읽는 내 마음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원래 소설이라는 것이 이야기를 읽었을 뿐인데  나에게  이런 메세지와 여운이 남았네.. 해야 하거늘 작가의 메세지를 띄우는 방식이 너무도 직접적이라 신문 한조각에 실린 기획기사를 읽은 느낌이다. 


​또, 프롤로그가 한 챕터 나오는데 나같이 머리 나쁜 사람은 이후 그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기에 본격적인(?)  이야기를 할 때 캐릭터 잡는데 조금은 애를 먹었다.
뭐 나쁜 내 머리를 탓해야 하겠지만 왜 이 이야기를 앞에 뚝 떼어놓아 이렇게 만드냐구요. 그냥 중간쯤 녹였으면 좋았잖아요.


아, 그리고 이런 '옮긴이의 말'은 왜 붙였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책홍보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글을 쓴다지만 너무해.

손과 손이 싸운다니 너무해.








(스포일러)






​이야기의 중심엔 사요코가 있다.
그는 11년전에 아이를 잃고 남편과 이혼한 후 작가로 살다가 살해를 당한다. 누가 죽였는지는 바로 밝혀진다.
이제 소설은 왜? 살해 당했는지 파고든다.

일단 이 작품의 패착은 신파조라는 거.
​애를 낳고 죽인후 버리기까지 한 남녀의 죄책감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캐릭터로 등장한 이는 남자의 배우자로 나온 하나에. 하나에의 사연은 눈물없이 읽을 순 없다. 쌍팔년도.. 아니 육십년대 정서가 물씬하다.
게다가 하나에의 아버지는, 대부분 인간말종으로 살다가 별안간 뒤에 가서 뭐 이렇게 헌신적인 아버지가 되냔 말이다.
​이야기가 맞물리면서 감정이 연결되어야 하는데 이상하게 캐릭터들이 튄다. 어떤  캐릭터나 사건이 다음의 무언가를 내보내기 위해 만들어졌구나 하는 기능적인 것이 보이다 보니 이야기에 몰입하기가 어려웠다.  

그럼에도 확실한 성취점이 있긴한데 사형에 대해 생각할꺼리를 준다는 거.
​난 '확실한' 사형반대주의자다.
남의 목숨을 빼앗는 것을 강한 금기로 하는 세상에서 무슨 이유가 되었든 남의 목숨을 가져간다는 건 강한 모순이라고 생각하기 때문. 이 작품에선 작가는 사형제도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난 어느부분은 동의하기도 하고 의문점을 갖기도 하고 그랬는데, 
그럼
에도 마음에 와닿는 구절이 있었으니.. 사요코는 그의 책에 이런 글을 남긴다.
"사람을 죽이면 사형에 처한다 - 이 판단의 최대 장점은 그 범인은 이제 누구도 죽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라고.
물론 난 이 책을 덮고 난 후에도 여전히 사형반대주의자지만, 의문점을 던져준다는 점에선 이 작품에 작은 지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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