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켈리튼 키
미치오 슈스케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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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오 슈스케의 <스켈리튼 키>를 읽었다.

사실 책을 덮고나니 이 책이 어떻다고 말하기가 참 애매했다. 그러다 책표지의 띠지를 봤더니 확 이해가 되었는데(띠지 같은거 없이 읽은거라 저건 책을 다 읽고 사진을 보고나서야 알았다)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라는 거. 이게 장르처럼 구분될 만한 단어는 아니지만 참으로 적절한 표현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건 어떻게 바라보는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작품이였다. 그만큼 장단점 도드라진다는 소리.

우선 장점이라면 꽤 센 장르적 짜릿함.

이걸 읽기전 내가 이 작가의 어떤 책을 읽었나 메모를 뒤적여보니 이거 내가 읽은 미치오 슈스케의 10번째 작품이다. 나름 작가의 성향을 안다고 할 수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확실한 장르적 즐거움'을 제공한다는 것. 그러니 읽어나가는 내내 작가가 어떤 장르적 즐거움을 주기위해 단서나 반전을 뿌려놨을까 열심히 탐구했다. 하지만 내 능력으론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턱하니 마주치게 되는 반전. 작가는 이를 위해 앞부분을 촘촘히 직조해 놓았기에 잠시 어리둥절 했지만 유쾌한 마음으로 무릎을 칠 수 있었다. 1독후 다시 앞으로 돌아가 2독 하면서 작가가 뿌려놓은 단서를 수집하거나, 벌려놓은 틈을 확인하는건 큰 즐거움.

단점은 깊은 맛이 부족하다는 거다.

주인공이 사이코패스라 함은 상당히 흥미로운 요소다. 그러기에 난 주인공의 심리상태 등을 유난히 주의 집중해가며 읽었다. 작가도 나름 여기에 관한 자료를 많이 모았구나 싶게 그 세계를 정성스럽게 묘사한다(혹은 묘사하긴한다). 문제는 거기까지라는 거.

사이코패스를 소재로 가져다 쓰는 정도에 그쳐, 작품의 전반적인 깊이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러니 독자가 어떤면에 중점을 두는냐에 따라 만족도가 아주 높을수도, 시시하다고 느낄수도 있는 작품이다.

(스포일러)

이 작품의 포인트는 서술트릭이다.

분명 작가가 반전을 넣어 놓았을꺼라는 건 짐작했는데 나같은 독자는 작품 중간에선 그 틈을 벌리기 어려웠다. 그러기에 마지막 즈음에나 반전이 나오려나 생각했기에 꼼짝없이 당했다.

서술트릭은 작품안에서 이런 트릭이 쓰였다는 것조차 모를때 진짜 즐거움이 된다. 그러면에선 성공.

(제대로 된 출간본을 못봐서 그런데, 책 뒷표지에 뛰어난 서술트릭의 결정판!! 하는 문구가 부디 없길 바란다)

사실 장르소설 좀 읽는다 하는 사람에게 쌍둥이 트릭은 아주 익숙하다. 그만큼 진부하게 느껴질법한데 여기선 꽤 신선하게 변주를 한다.

'나' 혼자 서술한 것처럼 그려졌지만 이들이 쌍둥이인 두사람 이란걸 알게 된 순간 바로 떠오른 건 작가가 표식을 남겼겠구나 하는 것.

번호밑의 저 칼이 자꾸 존재감을 드러내던데 혹시 저것이 아닐까 싶더니 역시나..

챕터에 따라 그냥 칼이기도 하고, 피가 철철 떨어지는 칼이기도 하다. 뭐 당연히 피가 철철 떨어지는 쪽이 '살인자인 나'란 소리겠지.

 

그러니 이걸 안 뒤엔 이 그림을 확인해가며 이게 지금 누구의 시점의 '나'인지 신경써 가며 읽었다.

그 와중에도 헷갈리기도 했지만.

서술트릭이란 걸 알고 난뒤면 꼭 다시 앞으로 돌아가 그 틈을 벌리려 애쓰는데 이때 중요한 건 작가가 공정한 게임을 했냐는 것. 같은 상황이 1독때랑 2독때 완전 다르게 보이고 읽혀야 한다. 대놓고 독자에게 거짓을 이야기해서 눈을 흐리게 하면 아웃.

그런 면에선 긍정적이다. 88쪽 즈음의 프링글스 2통.. 이란 문장에 2독땐 씩 웃었고. 히카리 누나집을 방문했을때 묘한 시차가 나서 위화감을 느꼈는데 그것이 왜 그랬나 뒤늦게 알게되었다.

2독때 주의깊게 보니 히카리 누나 앞에서 명백하게 "우리 같은 사이코패스도"란 식으로 복수로 칭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식의 재미가 깊이까지 담보한 건 아니란 사실.

이 작품의 키워드는 사이코패스.

나름 작가는 사이코패스를 바라보는 시선에 중립을 두려고 한다.

그러기에 전혀 다른 두가지 상황을 가져온다. 선천적이란 것과 후천적이라는 거. 이걸 위해 각기 다른 쌍둥이들을 데리고 한 실험이 나온다. 하지만 이건 이렇다더라 하는 가설 정도이지 작가는 명백히 사이코패스는 태어나는 것이다 쪽을 지지하고 끌어온다.

이 작품에서 두 명의 '나'인 겐토와 조야는 태어나기만 한 뱃속에서 나왔을뿐 전혀 다른 성장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더 극악한 사이코패스는 좋은 환경속에서 교육을 받은 겐토쪽.

물론 작가도 충분히 공부를 하고 고심을 한 후에 이런 설정을 만들었겠지만 독자인 내 입장에선 위험해 보였다. '피'로 한번 정해지면 무조건 평생 지배를 받아야 한다는건가.

엔딩도 약간 에러. 좀 심심하게 느껴졌다. 아니 솔직히 말해 약간의 신파다 싶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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