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 웅진 세계그림책 16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허은미 옮김 / 웅진주니어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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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 엄마

-앤서니 브라운의 <우리 엄마>를 읽고 잠시 나를 돌아 보다-


우리 아들은 네 살이다.

밖에 장마 비 오는 소리를 음악 삼아 들으며 책을 보다가 옆에서 낮잠이 든 아들 녀석 얼굴을 본다. 정말 잘난 내 아들. 잠든 얼굴을 보고 개구쟁이 짓하던 추억을 떠올리며 웃고 있노라면 낮잠 자는 두 시간이 이십 분처럼 훌쩍 지나간다.

내 아들, 정말 잘 생겼다. 얼굴이 호빵처럼 동그랗고 볼에 살이 볼록하고 태어날 때부터 코가 오똑해서 신생아실에 아기 보러 나온 엄마들이 재 좀 보라며 너무 잘 생겼다하며 호들갑을 떨곤 했다. 눈이 왕방울에 속눈섭은 마스카라를 한 듯 길게 말려 있다. 조그맣고 사랑스런 입술은 또 어떻고. 돌 무렵 아장아장 걸으며 재롱을 피울 때 이놈을 데리고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모두 아기가 예쁘다 하며 꼭 하는 말이 있었다.

“엄마가 아닌가 보네.”

어떤 사람들은 이모가 대리고 나왔냐고 하고 옆집 엄마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그만큼 우리 아들은 잘 생겼고, 나는 못생겼다는 소리다. 내심 섭섭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우리 아들이 잘났다는데 기분이 좋았다. 그러면 나는 늘 살짝 웃으며

“우리 남편 닮았어요.”

했다. 그래도 명색이 엄마인데 이모나 옆집 아줌마로 불리는 건 싫어서다. 그러면 그들은 하나 같이

“남편분이 잘 생기셨나 보네. 아빠만 쏙 빼닮아서 섭섭하지 않으우?”

하고 묻는데 나는 그들이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를 리 없다. 못생긴 여자가 운 좋게도 잘난 남편을 만났나 보네 하는 표정들이다.


내 인생에서 제일 성공한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연 이놈을 낳은 거라고 말할 것이다. 정말 못난 내가 이렇게 잘난 아들을 낳았고 이 잘난 아들 녀석은 지질이 못난 나를 엄마라고 부르고 사랑한다고 한다. 그저 엄마의 사랑을 더 받고 싶어서 이 더운 여름날에도 목을 감으며 착착 안겨 온다. 덥다고 뿌리치면 서럽게도 운다.

“처쭈니는 엄마 사랑하는데, 치! 치!”

나를 이렇게 사랑해주는 존재가 있다는 게 참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감격스럽다.

그러면 그동안 사랑을 받아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냐면 그건 아니다. 나름대로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랐지만 부모님이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 나는 늘 우리 집에서 키 작은 못난이로 불렸다. 전교 1등 하는 오빠들과 다르게 공부도 그다지 잘하지 못했고, 여덟 살 차이 나는 여동생과 늘 비교를 당했다. 동생은 키도 크고 예쁘고 공부도 잘했다. 한마디로 나는 엄마 아빠의 열성 유전자만 타고 나서 우리 집의 돌연변이처럼 여겨졌다. 그래도 속은 좋아서 강원도 묵호 굴다리 밑에서 주워 왔다고 너의 엄마가 거기서 풀빵 장사 한다고 너의 엄마 찾아 가라고 그렇게 놀려 대도 나는 아니다, 아니다 내 눈 큰 거는 엄마 닮았다, 이마 넓은 거는 외할머니 닮고, 콧대 없는 거는 아빠 닮았다 하며 엄마가 아니라고 하는 엄마 품을 한사코 기어 들어가 안기곤 했다. 그렇게 놀려 댄 후 품을 파고드는 딸자식을 안아주는 것으로 부모의 사랑을 표현해 주신 거다. 그리고 나의 십대에는 내 이름이 없었다. 오빠들이 하도 공부도 잘하고 늠름해서 동네 사람들은 물론 학교 선생님들에게 나는 늘 누구집 딸, 누구 동생으로 불려졌다.


정말 못난 존재, 이름 없는 존재로 자란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존재가 생겼으니, 바로 내 남편과 내 아들이다. 한때는 남편과 결혼해서 아줌마의 삶으로 전락하는 내 신세를 한탄하기도 했지만 아들 녀석이 자라면 자랄수록 나는 결혼하길 정말 잘했다, 아줌마가 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는 요놈이 나에게 슈퍼맨 엄마라고 불렀다. 잠자리에 누워서 내 얼굴을 다정스럽게도 만지며

“슈퍼맨 엄마, 우리 엄마!”

하고는 생글 생글 웃는 것이다.

허은미 선생님이 옮긴 앤서니 브라운의 책 <우리 엄마>를 읽은 덕인지, 탓인지…….

나는 정말이지 이 책에 나오는 슈퍼 엄마가 아니다. 요리도 그다지 잘 하지 못하고, 놀라운 재주꾼 엄마처럼 뭘 잘 만들어 내지도 못하고, 돈이 많지 않아 아이가 원하는 것을 다 사주지도 못한다. 화장도 훌륭한 화가처럼 잘 하지 못할뿐더러 화장하는 날이 일 년에 몇 번 없을 정도이다. 힘도 약해서 무거운 것도 잘 못 들어서 일하는 남편에게 마트로 오라고 전화 한 적도 있다. 마법의 정원사는 절대 되지 못한다. 우리 집에 그나마 선물로 들어오는 화초는 일주일 이상 살아남은 적이 없다. 아이가 슬플 때 기쁘게 할 수 있는 착한 요정은 정말 아니다. 아이가 울면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서 빨리 그치라고 소리를 버럭 질러 더욱 아이를 슬프게 만든다. 천사처럼 노래하기는커녕 제일로 가기 싫은 곳이 노래방이다. 차라리 몸 흔드는 나이트클럽이 낫다. 어릴 때부터 못난이로 불린 나는 나비처럼 아름답다는 소리는 죽을 때까지 못들을 것이다. 그렇다고 엄마가 되지 않았으면 무용가나 시장은 결코 될 수 없었다. 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긴 했지만 성적이 좋지 않아 교대나 사범대 근처에도 못 갔다. 뭐, 교직 이수 과목을 들으면 가능했지만 내가 다닌 학교는 교직 이수과목도 없었다. 뭐, 결혼을 안했으면 지금쯤 평범한 회사원이었겠지? 평범한 회사원이 되는 것 보단 엄마가 된 것이 훨씬 다행이라고 생각 한다. 적성에도 맞지 않은 회사원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지긋지긋해서 그 돌파구로 결혼을 선택했으니 말이다.


훌륭한 엄마, 그러니까 슈퍼 엄마도 아니고 훌륭한 직업인도 아니고 나는 도대체 무얼까?

훌륭한 엄마, 슈퍼 엄마는 아니지만 나는 엄마이긴 하다. 잘하는 게 하나도 없지만 나의 아들과 남편의 사랑을 받는 엄마, 주부이다.

우리 아들이 결코 슈퍼 엄마가 될 수 없는 나의 실체를 안다면 어떨까? 그래도 지금처럼 사랑한다고 말할까? 슈퍼 엄마가 아닌 나를 싫다고 하는 아들 모습을 상상하면 정말 울음이 목구멍까지 올라올 것만 같다. 그렇지만 다시 생각하면 우리 아들은 그래도 나를 사랑해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내가 천상에 여린 여자인 우리 엄마를 처음부터 지금까지 사랑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더 바란다면 슈퍼엄마가 아닌 나의 실체가 밝혀져서 온전한 나의 모습으로 사랑받을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지금은 본의 아니게 이 동화책으로 인하여 슈퍼 엄마의 가면을 쓰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 책에 나오는 슈퍼엄마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해보면 어떠냐고 충고해주는 이가 있다면, 아니 아니다. 나는 그 가면을 벗어서 내 눈에 띄지 않게 멀리 멀리 던지고 싶다. 슈퍼 엄마의 가면보다 그래도 내 얼굴이 훨씬 예쁠 거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남편이 때로는 아이 같이 어리광을 부리는 내 모습을 매력으로 아는 것처럼 사랑하는 나의 자식들도 못난 엄마의 숨은 매력을 찾아낼 것이라 또 한 번 확신한다.

이 땅에 사는 슈퍼 엄마 아닌 못난 엄마들, 모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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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상자 베틀북 그림책 86
데이비드 위스너 지음 / 베틀북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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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 구성력, 그림 표현력, 어느 것 하나 손색이 없는 이 그림책에 상을 주지 않는다면 내가 위즈너라도 정말 억울할 것이다. 상 받아 마땅하다. 글자는 하나도 없는데 아주 긴 이야기를 읽은 듯하다. 돋보기로 보이는 수많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이런 식으로 다 늘어놓는다면 지구 한 바퀴는 돌아야 할 것처럼 보인다. 이번의 주인공인 남자 아이는 관찰을 좋아하는 아이 같다. 이름 모를 (나만 모름, 가재인 듯 보임) 바다 동물을 돋보기로 관찰하다 지루해서 꽃게를 발견하고 뚫어져라 세세한 부분까지 보다가 더 재미있는 것을 보고 싶다 생각하다 얼떨결에 파도에 휩쓸린다. 그리고 간신히 빠져나와 파도에 떠밀려온 카메라를 발견한다. ‘수중 카메라’속에서 발견한 필름에서 나온 여러 장의 사진들은 아이에게 정말 놀라운 흥미 거리다. 바다 속 사진, 그 사진을 자신과 같이 본 세계의 친구들, 아이는 그 작은 카메라 하나로 온 세상을 다 본 듯 가슴이 벅차다. 그리고 또다시 곱슬머리 여자아이에게 발견되는 카메라, 위즈너는 아마도 그 작은 수중 카메라에 온 세상을 넣고 싶었나보다. 온 세상 아이들을 만나게 해주고 싶었나보다. 어쩌면 이토록 기발할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데이비드 위즈너는 아마도 너무나 심심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너무나 심심했기에 너무나 재미있는 상상을 하게 되지 않았을까. 일상을 탈피하고 싶은 욕망은 아이의 마음이 되어 상상의 세계에서 뛰어놀게 되었을 것이다. <아기돼지 세 마리>의 기발한 아이디어도 정말 놀랍다. 내 아이에게 상상력과 창의력에 돛을 달고 싶다면 데이비드 위즈너의 책을 꼭 사주길 바란다. 글자가 없으니 읽어줄 필요도 없이 그저 안겨주기만 하면 된다. 한번 보고 마는 책이 아니라 두고두고 보고 또 보며 새록새록 놀라워 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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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화요일 비룡소의 그림동화 84
데이비드 위스너 글.그림 / 비룡소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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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대단하다. 데이비드 위즈너는 더 대단하다. 사람이면 누구나 어릴적에, 아니 어른이 된 지금도 공부를 하다가 때론 밥을 먹다가 뭔가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 하고 상상력을 발휘해볼 것이다. 상상력은 누구나 있다. 좀 더 기발한 상상을 하는 사람이 있고, 일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진부한 상상을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나는 가끔 ‘갑자기 우리 가족 중에 누군가가 없다면?’하고 끔찍한 상상을 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는, 복권에 당첨되는 등등의 상상을 한다. 이건 너무나 일상과 가까운 진부한 상상일 것이다. 여섯 살인 나의 아들은 동심이 있기에 상상력이 기발하다. 네 살 초입 무렵에는 밥그릇에 수저를 꽂아 놓고 로켓이라 하기도 했고, 오늘만 해도 블록과 자동차를 혼자 가지고 놀며 독무대인 연극에 심취해 있었다. 자동차가 말을 하고 공중으로 날아다니기도 하고, 블록이 사람이 되고, 귀신이 되기도 했으며 햄버거가 되기도 했다. 뭐 이정도가 기발할 것까지야 없지만 아이들의 상상은 일상과 무관하게 시 공간을 초월해서 발휘된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예를 들었다.

이러한 아이들의 상상력에 더 큰 날개나 프로펠러를 달아주는 그림책 작가를 꼽으라면 단연 ‘데이비드 위즈너’일 것 같다. ‘가끔 테이블 위에 놓인 수저나 혹은 볼펜들이 일어나 춤을 춘다면?’이라는 상상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 순간 스치고 지나가는 상상을 구체적인 그림으로 표현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그림책 작가가 아닌가 싶다. 거기에 더욱 풍부하고 기발한 상상력을 마치 영화를 보는 듯 그림으로 표현해 내는 사람, 칼데콧 상으로 인정받았기에 더욱 대단해 보이는 사람이 데이비드 위즈너이다.

  개구리들이 연잎을 타고 하늘을 날다니, 얼마나 신나고 재미있었을까? 개구리들의 눈동자는 호기심으로 똘똘 뭉쳐 있고, 사람의 세상을 점령한 그들은 사뭇 전투적이기까지 하다. 슈퍼맨 보자기를 목에 두르고 하늘을 날고, 빨래를 망가뜨려도 죄책감이 없고, 태연하게 텔레비전을 보고, 마당의 개를 떼지어 공격하고, 온통 개구리 난장판이 되었다. 아침이 되어 서둘러 연못으로 돌아가며 아쉬움이 역력한 불만스러운 표정이다.


화요일 저녁 여덟시에 왜 이 같은 일이 벌어질까? 시간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이유는 뭘까 나름대로 생각을 해봤다. 내 생각이 작가의 의도와는 무관하겠지만 상관없다. 동화는 어차피 상상이니까. 월요일은 한 주가 시작되어 지난주의 못다 한 일을 처리하기도 하고, 한 주를 준비하기도 하고 바쁠 것이다. 화요일 아침과 낮엔 계획한 일들을 하느라 바빴을 것이고, 저녁을 먹고 나서 여유를 부릴 여덟 시에 슬슬 지난주와 별반 다름없이 진행되는 일상에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이번 주엔 뭔가 재미있는 일이 있었으면 하고 기대를 할 것이다. 그 찰나 개구리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면 어떻게 될까. 개구리들은 저녁에 자주 우니 말이다. ‘저 개구리들!’하고 생각한 순간 개구리들이 일상을 점령한 상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을지 모른다. 그것을 그림으로 그려내지 않았을까? 그리고 화요일 저녁만 되면 일상의 질서를 깨는 상상 내지 공상의 세계로 들어가고 싶은 생각에 끝 장면엔 돼지를 등장시켰을지도 모른다. 그 다음 주엔 고양이, 그 다음 주엔 닭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재미있기도 하지만 조금 끔찍하다는 느낌도 든다. 개인적으로 동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일 거다. 우리 아이는 “우와! 개구리가 날아다녀!”하며 괴성을 지르더니 개구리가 탄 연잎을 “이건 뭐야?”하고 물어봤다. “연꽃잎.” 하고 대답해 주었더니 “개구리가 연꽃잎을 타고 날아다녀! 우와 좋겠다!” 한다. 아마도 자신이 개구리가 되고 싶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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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1 - 개정판
김형경 지음 / 푸른숲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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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방송 60분 부모' 게시판에 쓴글-

첫 아이와 둘째 아이가 달라 보인다는 혜진이 어머니께
- 내 안의 화를 푸는 방법


안녕하세요?
저는 3살 아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예요. 아이가 아직 하나라 혜진이 어머니 보다는 훨씬 살만하죠.^^
그런데 저도 산후우울증을 심하게 앓다가 최근에 극복하고 웃을 수 있게 된 경험이 있습니다.
또, 저 혼자 너무 잘난 체 하는 건 아닌가 많이 망설이다가 글을 쓰게 됩니다.
저도 내 안에 화가 많이 쌓여서 아이한테 소리지르고 남편한테 짜증 많이 냈어요. 그 힘든 과정을 잘 참고 견뎌준 남편에게 참 고맙기도 합니다. 정말 심하게 자주 싸워서 신생아 때 엄마의 큰 소리를 많이 들은 우리 아기가 이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때가 되어 떼가 엄청 심해졌어요.
그런데 저는 내 안의 화를 푸는 작업을 아주 절실하게 하게 된 계기가 있었어요.
어느날 저의 친한 친구가 이 책을 읽어보라고 하더라구요.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 푸른숲 펴냄->.
이 책을 읽으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될지 구체적인 생각을 정립할 수 있을 거라며, 책을 빌려주면 안읽을 것 같으니까 직접 서점 가서 사서 읽으라고 어찌나 간곡하게 말하는지, 도대체 무슨 책이길래 저러나 하고 정말 몇년 만에 서점에 가서 책을 샀어요. 이 책은 작가인 김형경 선생님의 경험담이 80% 정도 반영되었다고 하는 심리 상담 과정을 그대로 소설로 쓴 것입니다. 심리 치료의 임상 사례로 손색이 없다고 전문가의 추천글도 있더군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제 자신이 누군지,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저의 주소를 알게 되었다고 해야 하나요? 정말 너무 놀랍고도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었습니다. 내가 몰랐던 나를 알게 되는 과정이 이렇게 힘든 줄은 몰랐어요.
저는 공부 안하거나 말 안들었을 때 주로 아버지한테 많이 혼났는데요, 책을 읽으며 엄마와 나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 지 알았습니다.
책을 읽으며 저는 셋으로 분리된 자아와 대화를 나누게 되었어요. 저는 여태껏 엄마한테 사랑을 많이 받으며 자랐다고 생각했고 저희 친정엄마는 실지로 마음이 참 여리고 따뜻한 분이세요. 그런데 그 책을 읽으며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4살 5살 무렵의 제가 제 앞에 떡하니 나타나 울고 있었어요. 외롭다고, 혼자 있어서 외롭다고 울고 있었어요. 지금도 제 눈에 눈물이 맺히려고 하네요. 그 때 집안 사정으로 엄마가 일을 나가셨거든요. 세살 터울씩 나는 큰오빠와 작은 오빠는 자기들끼리 놀러 나가서 저는 방안에 혼자 있었던 거죠. 오빠들은 내가 걱정이 되니까 문을 잠그고 나가기도 하고, 문 잠그는 걸 제가 싫어하니까 옆집 아주머니께 동생을 대문 밖에 못나가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나갔어요. 그랬던 시절이 있었는데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 때를 한번도 떠올리지 않고 엄마는 나를 아주 많이 사랑했다고만 생각했어요.
그리고 또 하나로 분리된 자아는 사춘기 때의 저였어요. 그때가 친정엄마가 가장 힘든 결혼생활을 할 때 였어요. 그 때 알게 모르게 큰딸인 저한테 화풀이를 조금씩 했던 것 같아요. 제가 우울증 겪을 당시 화를 참지 못하고 아이한테 했던 것 처럼요.
그리고 또 하나의 자아는 지금 이순간의 나입니다.
이순간의 내가 다섯살 나와 초등학교 6학년 때의 나에게 말했어요. 그때 그시절은 참 살기 힘든 때였다고, 엄마도 완벽할 수 없는 인간이기에 실수가 있었던 거라고, 하지만 이유가 어떻든 넌 참 외로웠지? 그래, 마음껏 울어. 이제 어른이 된 내가 널 안아줄게, 하고.
그렇게 어렸을 적에 저를 끄집어 내어 안아주는 일, 참 너무 고통스러웠어요. 가슴이 산산조각 나는 것 같은 힘든 과정이었습니다. 그 일을 하고 난 뒤 심한 몸살을 앓았죠. 내 마음을 모르는 남편, 또 왜 아프냐며 화를 내더군요. 친정 엄마도 보고싶고 해서 아이를 대리고 친정에 갔습니다. 친정엄마에게 말했어요. "엄마, 나 한번 꽉 안아줄래?" 하구요. 얘가 세삼스럽게 왜 이러나 하면서도 기꺼이 꽉 안아주시더군요. 참 많이 어색해 하셨어요. 내 속마음을 엄마에게 다 털어 놓지는 못하고 괜히 남편 흉만 실컷 봤습니다. 엄마는 제가 남편때문에 힘든 줄 아셨죠. 자꾸 저를 안아주며 머리를 만져주시면서 결혼하면 다 힘든 거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냥 남편때문에 힘든 것 처럼 하고 훌쩍 훌쩍 울었어요. 그렇게 하고 났더니 속이 어찌나 후련한지,ㅎㅎ^^
그러고 나서 저는 직장을 그만두었습니다. 15개월이 되어 놀이방에 가서 하루 종일 엄마와 떨어져 노는 우리 아이를 위해서요. 또 하루 종일 아이와 씨름하는 것도 자신이 없어서 오전에만 놀이방에 보내요. 그 시간에 저는 하고 싶은 거 하고 아이가 놀이방에서 돌아오면 최대한 많이 놀아주려고 해요. 음악 틀어 놓고 같이 춤추고 노는 시간도 가지구요, 아이를 많이 안아주고 사랑한다 사랑한다고 하는 과정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방송에서 전문가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것 처럼 사소한 걸로 칭찬해주며 안아주고 있어요. 자연히 남편과 잠자리 하기도 싫었던 저였는데 남편과의 관계도 많이 반성하게 되어 요즘은 정말 잘해줘요. 그랬더니 남편 잔소리도 많이 줄었구요, 대화도 많이 하게 되었어요.
저는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김형경 지음. 푸른숲 펴냄> 읽고 내 안에 쌓인 화를 푸는 과정을 밟았습니다. 님도 저처럼 내안의 화를 푸는 작업 꼭 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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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슨 씨앗일까? 샘터 솔방울 인물
최재천 외 지음 / 샘터사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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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으며 초등학교 6학년 때 ‘10년 후의 자화상’ 라는 제목으로 글짓기를 하고 발표를 했던 일을 떠올리게 되었다. 10년 후! 초등학교 6학년이 12 살이니 10년 후면 23 살에 나는 무얼 하고 있을까 하고 생각하며 글짓기를 하는 시간이었다. 그 때 어린 마음에 10년이라는 시간은 참 까마득하게 느껴졌고 10년 후면 반드시 어엿한 어른이 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반 전체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자신이 무엇이 되고 싶은 지에 대한 글을 썼다. 담임선생님의 의도는 10년 후에 내가 어떻게 살고 있을 지 구체적으로 상상해보라는 것이었는데 말이다. 23살이면 대학생이라는 생각도 못하고 그야말로 초점을 빗나간 글을 쓴 셈이다. 나는 그때 동화작가가 되어 있을 거라는 글을 써서 발표를 했는데 담임선생님께서 ‘너는 글을 참 잘 쓴다. 그러니 그 꿈은 정말 실현가능한 것이다, 동화작가가 되거든 꼭 이 선생님을 찾아 달라, 네가 쓴 이 글은 선생님이 잘 간직하고 있을 테니 너는 네가 쓴 동화책을 들고 와서 지금 이 순간을 떠올리며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고 칭찬을 하셨다. 누군가에게 칭찬을 받은 일은 많은 해가 지나도 이토록 생생하게 기억이 나나 보다. 그리고 덧붙이신 말씀은 우리반 아이들 모두의 글을 잘 복사해서 간직하고 있을 테니 10년 후에 선생님과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고 지금 쓴 이 글을 중학교 고등학교에 가서 힘든 일이 있을 때 다시 꺼내 보라는 것이었다. 그 때의 우리반 아이들, 16년이 지난 요즈음 명절이면 동창회가 열려 친구들 하나하나 소식을 전해 듣고 있는데 누구 하나 인생의 낙오자 없이 각자의 위치에서 성실하게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사설이 길었는데 이렇게 사담을 길게 쓴 이유는 초등학교 때 무슨 꿈을 가졌느냐가 정말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이다. 이 책에 나온 훌륭하신 인물들도 어린 시절 가슴에 꿈을 품을 수 있었기에 긴 인생 항로를 한 길로 걸어올 수 있었던 것이다. 현존하는 훌륭한 인사들의 이 글들은 아이들에게 내가 무엇이 되고 싶은 지를 고민하게 하고 혹은 가슴 속에 간직한 꿈을 더 단단히 다지는데 큰 도움을 줄 것 같다. 

 꿈을 이룬 사람들, 다시 말해 훌륭한 전문가가 된 사람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고 그것을 아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첫째 무엇보다 성실해야 한다는 것, 둘째 위인전기의 인물들이 그렇듯 훌륭한 인사들은 어려운 상황을 슬기롭게 잘 극복하는 지혜가 있다는 것이다. 그 지혜는 어린 시절의 많은 경험과 충고와 격려를 해주는 인생의 선배들에게서 얻어졌다. 요리사인 박효남 선생님은 어려웠던 가정 형편, 자연과 더불어 사는 최재천, 서진석, 이영문 선생님은 어린 시절의 대 자연, 화가인 김점선 선생님은 아빠의 칭찬, 시각 장애인 강영우 선생님은 본보기가 된 인생의 선배가 지혜의 텃밭이 되었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하게 짚어야 될 점은 책에 나온 인사들의 어린 시절에는 책이 항상 함께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쉬지 않고 무엇에 홀린 듯이 독서에 빠지기도 했다는 김점선 화가 선생님의 글이 감동적이었다. 한사람의 인격을 형성하고 능력을 만드는 데에 독서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를 보여주는 글이었다. 컴퓨터 전문가 안철수 선생님, 생물학자 최재천 선생님, 기자이자 동화작가 김병규 선생님의 글도 마찬가지다.

 행복해진다는 것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다는 것이다. 최재천 선생님은 유토피아를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사며 사는 곳이라고 했다. 책에 나온 인물 모두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행복해 하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행복이 무엇일까 하는 물음을 다시금 진지하게 던져 본다. 그리고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꿈을 담은 글을 써서 발표를 한 것처럼 우리 아이들도 이 책을 읽고 꿈을 가졌으면 좋겠다.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왜 이루고 싶은지에 대한 글을 써 본다면 좀 더 성숙한 마음으로 중학생이 될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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