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슨 씨앗일까? 샘터 솔방울 인물
최재천 외 지음 / 샘터사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책을 읽으며 초등학교 6학년 때 ‘10년 후의 자화상’ 라는 제목으로 글짓기를 하고 발표를 했던 일을 떠올리게 되었다. 10년 후! 초등학교 6학년이 12 살이니 10년 후면 23 살에 나는 무얼 하고 있을까 하고 생각하며 글짓기를 하는 시간이었다. 그 때 어린 마음에 10년이라는 시간은 참 까마득하게 느껴졌고 10년 후면 반드시 어엿한 어른이 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반 전체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자신이 무엇이 되고 싶은 지에 대한 글을 썼다. 담임선생님의 의도는 10년 후에 내가 어떻게 살고 있을 지 구체적으로 상상해보라는 것이었는데 말이다. 23살이면 대학생이라는 생각도 못하고 그야말로 초점을 빗나간 글을 쓴 셈이다. 나는 그때 동화작가가 되어 있을 거라는 글을 써서 발표를 했는데 담임선생님께서 ‘너는 글을 참 잘 쓴다. 그러니 그 꿈은 정말 실현가능한 것이다, 동화작가가 되거든 꼭 이 선생님을 찾아 달라, 네가 쓴 이 글은 선생님이 잘 간직하고 있을 테니 너는 네가 쓴 동화책을 들고 와서 지금 이 순간을 떠올리며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고 칭찬을 하셨다. 누군가에게 칭찬을 받은 일은 많은 해가 지나도 이토록 생생하게 기억이 나나 보다. 그리고 덧붙이신 말씀은 우리반 아이들 모두의 글을 잘 복사해서 간직하고 있을 테니 10년 후에 선생님과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고 지금 쓴 이 글을 중학교 고등학교에 가서 힘든 일이 있을 때 다시 꺼내 보라는 것이었다. 그 때의 우리반 아이들, 16년이 지난 요즈음 명절이면 동창회가 열려 친구들 하나하나 소식을 전해 듣고 있는데 누구 하나 인생의 낙오자 없이 각자의 위치에서 성실하게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사설이 길었는데 이렇게 사담을 길게 쓴 이유는 초등학교 때 무슨 꿈을 가졌느냐가 정말 중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이다. 이 책에 나온 훌륭하신 인물들도 어린 시절 가슴에 꿈을 품을 수 있었기에 긴 인생 항로를 한 길로 걸어올 수 있었던 것이다. 현존하는 훌륭한 인사들의 이 글들은 아이들에게 내가 무엇이 되고 싶은 지를 고민하게 하고 혹은 가슴 속에 간직한 꿈을 더 단단히 다지는데 큰 도움을 줄 것 같다. 

 꿈을 이룬 사람들, 다시 말해 훌륭한 전문가가 된 사람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고 그것을 아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첫째 무엇보다 성실해야 한다는 것, 둘째 위인전기의 인물들이 그렇듯 훌륭한 인사들은 어려운 상황을 슬기롭게 잘 극복하는 지혜가 있다는 것이다. 그 지혜는 어린 시절의 많은 경험과 충고와 격려를 해주는 인생의 선배들에게서 얻어졌다. 요리사인 박효남 선생님은 어려웠던 가정 형편, 자연과 더불어 사는 최재천, 서진석, 이영문 선생님은 어린 시절의 대 자연, 화가인 김점선 선생님은 아빠의 칭찬, 시각 장애인 강영우 선생님은 본보기가 된 인생의 선배가 지혜의 텃밭이 되었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하게 짚어야 될 점은 책에 나온 인사들의 어린 시절에는 책이 항상 함께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쉬지 않고 무엇에 홀린 듯이 독서에 빠지기도 했다는 김점선 화가 선생님의 글이 감동적이었다. 한사람의 인격을 형성하고 능력을 만드는 데에 독서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를 보여주는 글이었다. 컴퓨터 전문가 안철수 선생님, 생물학자 최재천 선생님, 기자이자 동화작가 김병규 선생님의 글도 마찬가지다.

 행복해진다는 것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다는 것이다. 최재천 선생님은 유토피아를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사며 사는 곳이라고 했다. 책에 나온 인물 모두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행복해 하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행복이 무엇일까 하는 물음을 다시금 진지하게 던져 본다. 그리고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꿈을 담은 글을 써서 발표를 한 것처럼 우리 아이들도 이 책을 읽고 꿈을 가졌으면 좋겠다.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왜 이루고 싶은지에 대한 글을 써 본다면 좀 더 성숙한 마음으로 중학생이 될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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