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화요일 비룡소의 그림동화 84
데이비드 위스너 글.그림 / 비룡소 / 200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대단하다. 데이비드 위즈너는 더 대단하다. 사람이면 누구나 어릴적에, 아니 어른이 된 지금도 공부를 하다가 때론 밥을 먹다가 뭔가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 하고 상상력을 발휘해볼 것이다. 상상력은 누구나 있다. 좀 더 기발한 상상을 하는 사람이 있고, 일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진부한 상상을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나는 가끔 ‘갑자기 우리 가족 중에 누군가가 없다면?’하고 끔찍한 상상을 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는, 복권에 당첨되는 등등의 상상을 한다. 이건 너무나 일상과 가까운 진부한 상상일 것이다. 여섯 살인 나의 아들은 동심이 있기에 상상력이 기발하다. 네 살 초입 무렵에는 밥그릇에 수저를 꽂아 놓고 로켓이라 하기도 했고, 오늘만 해도 블록과 자동차를 혼자 가지고 놀며 독무대인 연극에 심취해 있었다. 자동차가 말을 하고 공중으로 날아다니기도 하고, 블록이 사람이 되고, 귀신이 되기도 했으며 햄버거가 되기도 했다. 뭐 이정도가 기발할 것까지야 없지만 아이들의 상상은 일상과 무관하게 시 공간을 초월해서 발휘된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예를 들었다.

이러한 아이들의 상상력에 더 큰 날개나 프로펠러를 달아주는 그림책 작가를 꼽으라면 단연 ‘데이비드 위즈너’일 것 같다. ‘가끔 테이블 위에 놓인 수저나 혹은 볼펜들이 일어나 춤을 춘다면?’이라는 상상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 순간 스치고 지나가는 상상을 구체적인 그림으로 표현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그림책 작가가 아닌가 싶다. 거기에 더욱 풍부하고 기발한 상상력을 마치 영화를 보는 듯 그림으로 표현해 내는 사람, 칼데콧 상으로 인정받았기에 더욱 대단해 보이는 사람이 데이비드 위즈너이다.

  개구리들이 연잎을 타고 하늘을 날다니, 얼마나 신나고 재미있었을까? 개구리들의 눈동자는 호기심으로 똘똘 뭉쳐 있고, 사람의 세상을 점령한 그들은 사뭇 전투적이기까지 하다. 슈퍼맨 보자기를 목에 두르고 하늘을 날고, 빨래를 망가뜨려도 죄책감이 없고, 태연하게 텔레비전을 보고, 마당의 개를 떼지어 공격하고, 온통 개구리 난장판이 되었다. 아침이 되어 서둘러 연못으로 돌아가며 아쉬움이 역력한 불만스러운 표정이다.


화요일 저녁 여덟시에 왜 이 같은 일이 벌어질까? 시간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이유는 뭘까 나름대로 생각을 해봤다. 내 생각이 작가의 의도와는 무관하겠지만 상관없다. 동화는 어차피 상상이니까. 월요일은 한 주가 시작되어 지난주의 못다 한 일을 처리하기도 하고, 한 주를 준비하기도 하고 바쁠 것이다. 화요일 아침과 낮엔 계획한 일들을 하느라 바빴을 것이고, 저녁을 먹고 나서 여유를 부릴 여덟 시에 슬슬 지난주와 별반 다름없이 진행되는 일상에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이번 주엔 뭔가 재미있는 일이 있었으면 하고 기대를 할 것이다. 그 찰나 개구리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면 어떻게 될까. 개구리들은 저녁에 자주 우니 말이다. ‘저 개구리들!’하고 생각한 순간 개구리들이 일상을 점령한 상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을지 모른다. 그것을 그림으로 그려내지 않았을까? 그리고 화요일 저녁만 되면 일상의 질서를 깨는 상상 내지 공상의 세계로 들어가고 싶은 생각에 끝 장면엔 돼지를 등장시켰을지도 모른다. 그 다음 주엔 고양이, 그 다음 주엔 닭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재미있기도 하지만 조금 끔찍하다는 느낌도 든다. 개인적으로 동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일 거다. 우리 아이는 “우와! 개구리가 날아다녀!”하며 괴성을 지르더니 개구리가 탄 연잎을 “이건 뭐야?”하고 물어봤다. “연꽃잎.” 하고 대답해 주었더니 “개구리가 연꽃잎을 타고 날아다녀! 우와 좋겠다!” 한다. 아마도 자신이 개구리가 되고 싶은 모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