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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완벽한 하루
채민 글.그림 / 창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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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다면 젊은 작가 채민의 만화와 시가 만났다. 시가 만화가 되는 것. 조금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구성인데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시를 읽고 만화를 읽는다. 내 주변에도 있을 것 같은 그녀들의 모습에 또 하나의 나일 수도 있을 것 같은 '그녀' 들의 모습이 몹시 현실적이고 담담하여 가슴이 아프다. 

  각각의 시와 각각의 만화는 커다란 접점을 가지고 이어져있다. 만화 속의 인물들은 이어져있지 않는 듯 하지만 이어져있다. 공무원, 주부, 편집자,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션 등 '그녀' 들의 직업은 다양하지만 현실에 지쳐 금방 스러져가는 모습은 비슷하다. 살아가는 생을 버릴 수도 도망칠 수도 없는 현실 속에서 '그녀' 들의 한숨은 늘어만 간다.

 요즘 젊은작가들에게서 보여지는 현대사회는 잿빛으로 가득하다. 젊은작가들은 현실을 담담하게 그려내기만 할 뿐  기성 작가의 작품들에게서 마지막에나마 보여지던 한 줄기 희망의 빛 따위 찾아 볼 수 없다. [그녀의 완벽한 하루] 속 '그녀' 들의 삶엔 희망이 없다.단지 우리 주위에도 이런 '그녀' 들이 많고 당신 또한 '그녀' 잖아요 라며 서글프게 말을 걸고 있다.

  과연 독자인 우리가 문학에서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이미 알고 있는 살아가는 것이 서러운 현실을 되짚어주는 것일까. 마지막에 나마 따뜻한 위로를 주는 긍정적으로 흘러가는 삶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을 원할까. 현실적으로 표현된 '그녀' 들의 삶을 바라보며 내가 문학에 바라는 것은 무엇일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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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딸 콤플렉스 - 착해서 고달픈 딸들을 위한 위로의 심리학
하인즈 피터 로어 지음, 장혜경 옮김 / 레드박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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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의 양육방식이 아이의 성격과 성향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발달심리학에선 아이의 성장에 환경, 즉 부모의 양육방식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성인이 된 누군가에게 어떤 정신적인 병이 있다면 어렸을 때부터의 생활방식을 되짚어보게 한다. 부모에 대한 이야기를 말하게 하기도 한다. 아마 이런 것들은 어렸을 때의 성장배경이 성인이 된 누군가의 마음의 병에 미치게 된 원인을 조사하기 위함일 것이다. [착한 딸 콤플렉스] 또한 인격장애의 원인을 사례자의 어린시절 성장배경에서 출발한다. 즉, 부모의 잘못된 양육방식으로 인해 생긴 인격장애에 대해서 다루고있다.

  [착한 딸 콤플렉스] 는 앞장에 실어놓은 동화 <거위 치는 소녀> 를 중심으로 인격장애를 풀어나간다. 동화에 나오는 각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인격장애를 설명하며 지은이 자신이 치료했던 사례자의 예를 끌어온다. 자신의 외로움을 딸을 이용해 채우려 했던 왕비, 그로 인해 '의존성 인격장애' 가 생긴 공주(거위 치는 소녀), 왕비의 그릇된 욕망의 표현된 시녀의 '자기애성 인격장애', 거위 치는 소녀가 된 공주와 거위 치는 소년 퀴르트헨의 관계 등 여러 개의 사람관의 관계, 인격장애가 한 권의 책속에 들어있다.

  '거위 치는 소녀' 라는 동화 안에서 '인격장애'를 찾은 저자는 '인격장애' 의 치료법 또한 동화 속에서 찾는다. 저자는 '거위 치는 소녀' 인 공주가 스스로 '공주' 의 위치를 되찾는 장소 '쇠난로' 에 주목한다. 의존하는 버릇을 버리고 자신을 인정하게 됨으로인해 그녀는 자신의 삶을 찾은 것이다. '자신을 인정하라' 는 큰 해답 속에서 저자는 또다시 다양한 사례를 끌어와 설명한다. 자신을 인정하고 분노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부모에게서 독립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가장 가까이있는 가족에게서 받은 사랑의 방식 덕분에 자신의 삶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결국 자신을 인정함으로 독랍하게 되는 이야기 속에서 나는 어떠한 삶을 살아왔고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스스로 묻고 답하게 된다. 결국 나는 또 묻는다. 나는 내 스스로를 인정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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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는 잘해요 죄 3부작
이기호 지음 / 현대문학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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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오랜만에 한국 소설을 읽었다. 그것도 남성작가의 한국 소설을 읽은 것은 간만이었다. 굳이 이렇게 나누고 싶진 않은데 남성작가와 여성작가는 그 문체가 다르고 속도감이 다르다. 여성작가의 문체가 평평하게 퇴적이 많이 되어 삼각주가 생겨버리는 느린 물살의 강 하류 같다면 남성작가는 자꾸 아래로만 흘러가는 속도 빠른 상류같은 느낌이 든다. 처음 이기호 작가를 만났다. 전작의 단편에서 특유의 유쾌함이 매력이라는 이야기는 예전부터 들어왔었다. 작가가 처음으로 내는 장편에선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 작가만의 조금 더 깊은 성찰이 있지 않을까 책 표지를 보는 순간부터 기대도 되고 설레기도 했다.

   어린시절부터 시설에서 자란 나와 시봉이 있다. 시설은 나와 시봉을 길들이기 위해 약과 폭력을 이용했다. 메스껍던 약에 중독되고 폭력에 익숙해질 때쯤 시설의 복지사들은 나와 시봉에게 죄를 묻는다. "네가 뭘 잘못했는지 알아?" 내가 대체 무슨 죄를 지은걸까, 내가 지은 죄를 이야기 하지 않으면 더욱 큰 폭력이 다가온다. 아이러니한 건 나에게 날아오는 주먹을 피하기 위해 짓지도 않은 죄를 고백하면 그 죄로 인해서 결국 주먹이 날아온다는 것이다. 결국 복지사들의 정당성을 인정하기 위한 폭력이 되기 위하여 나와 시봉은 짓지도 않은 죄를 고백하고 그 죄를 나중에 저지른다.


   나와 시봉은 쌍둥이처럼 항상 함께 다닌다. 시설을 나와서도 같이 생활한다. 밖에 나와서 사과를 대신 하는 일을 한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데 시봉과 나에겐 그 모든 일상조차 죄에 해당한다. 시설에서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남의 일상을 죄로 만들어 사과를 해야 한다. 죄가 된 일상은 결국 사람의 관계를 무너트리는 계기가 되고 망가지는 것만 남는다. 그 속에서 나와 시봉이 헤어지는 순간, 관계가 무너지는 순간 나는 성장한다. 사랑을 하고 새로운 길을 향해 걸어간다.


   작가의 단편에 대한 명성때문이었을까. 내 기대감때문이었을까. 생각만큼 [사과는 잘해요] 가 매력적으로 다가오진 못했다. 일상을 죄로 만들어버리는 나와 시봉의 세계는 흥미로웠으나 조금 가볍게 느껴졌다. 이야기를 유쾌하고 진지하게 이끌어나가려 하는 노력은 엿보였다. 결국 그 노력은 소설의 페이지를 빨리 넘길 수 있게 만드는 일만 했을 뿐 내용이 마음 깊이 다가오진 못하게 했다.작가가 단편을 잘 쓰는 작가인지 아니면 다른 식의 장편도 쓸 수 있는 작가일지 조금 더 많은 책을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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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운명을 바꾼 역사의 순간들 : 전쟁편
류펑 지음, 김문주 옮김 / 시그마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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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명이 탄생함과 동시에 인류는 전쟁을 만들어냈다. 지금까지 발전되는 문화속에서 형태 는 조금씩 달라졌지만 전쟁의 참혹함은 계속되고 있다. 대체 전쟁은 왜 일어나는 것이며 누구에 의해 일어나는 것일까. 전쟁을 통해 누군가는 무엇을 얻고 잃었을까. 우리는 현재 교과서에 쓰여있는 단 몇 줄의 문장으로 세계에선 이렇게 전쟁이 일어났었구나를 어렴풋이 짐작할 뿐 누가? 왜? 전쟁을 일으킨거야 라는 궁금증은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그 와중에 가려져 있던 전쟁의 미스테리를 밝혀준다는 책이 나왔단다. <인류의 역사를 바꾼 역사의 순간들-전쟁편> 이라는 책이었다.

   책속엔 다양한 전쟁이 나온다. 고대 권력자들의 영토 확장과 권력독점을 위한 전쟁부터 한반도가 나뉘어진 한국전쟁까지. 문명이 탄생한 5000년 동안 일어난 수많은 전쟁들 중 중요한 것만 쏙쏙 추려내어 권력, 종교, 민족분쟁, 경제공황 사태를 전가하기 위한 전쟁 등 다양한 주제로 분류해놓았다. 특히 한국전쟁 부분이 인상적이었는데 북한과 남한의 한국 전쟁과 그와 관련된 국가들과의 관계를 소상히 살펴주어 이해는 빨랐지만 중국정부와 미국 맥아더 장군과의 대치상황을 중점적으로 설명한 나머지 한국 전쟁에 관련된 남한과 북한의 이해관계는 잘 설명되지 않았다는게 아쉬운 부분이었다.

  너무 다양한 전쟁을 한 권의 책에 함축적으로 담아내려 했던 탓일까 주제별로 전쟁을 서술하여 전쟁은 알겠으나 이 전쟁이 어느 시대에 일어났는지 혼란스러웠다. 조금은 레포트스러운 글에 읽으면서 집중이 안되어 저자의 약력을 살폈더니 저자가 블로그에 역사 되짚어 보기 라는 글을 올려 유명세를 탔다고 되어 있다. 책의 사진들이 컬러가 아닌 것이 조금 아쉽다. 수많은 전쟁을 주제별로 분류하여 조금 더 이해를 높이도록 한 부분에는 큰 점수를 주고 싶지만 집중도가 떨어지는 문장과 시대를 알아볼 수 없어 혼란스럽게 한 부분이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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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가붕가레코드의 지속가능한 딴따라질
붕가붕가레코드 지음 / 푸른숲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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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가 좋아할 것 같은 노래예요 라고 추천받은게 아마 올 여름. 그렇게 '아마도 이자람 밴드' 와의 만남은(순전히 나 혼자서의 만남이겠지만) 부산에서 놀던(?) 동생의 추천이었지 싶다. 이자람의 목소리라면 내 남자도 바꿀 수 있다는 '아마도 이자람 밴드'부터 기상시간이 정해져 있다고 그리 외쳐주시던 '청년실업'이니, 소녀들을 춤추게 한다는 '치즈스테레오'니 보여주는 공연과 들려주는 음악을 하는 '장기하와 얼굴들' 까지. 이 밴드들의 공통점은 기분 나쁠 정도로 가슴을 후벼파게 만드는 가사들을 지니고 있다는 것일테지.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젊은 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그들이 써내는 음악이나 가사는 지독하리만치 덤덤하고 슬프도록 현실적이다. 잔잔한 리듬감도 가지고 있는데 아마 이걸 어쿠스틱하다고 표현하는 것이리라. 응 그래. 나의 취향을 담은 밴드들을 얼싸안고 있는 회사. 그게 붕가붕가레코드였다.

   수공업 음반을 제작하고 밴드를 기획하는 회사에서 책을 냈단다. 나름 회사에서 유명해진 한 사람. '장기하' 의 얼굴을 표지로 삼고 자그마치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이라는 요상스런 제목을 달고서. 남들 보기 민망한 회사이름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붕가붕가' 란 단어는 애견까페나 애묘까페에 가면 흔히 쓰이는 단어다. 다른 말로 '마운팅', 개나 고양이가 봉제인형이나 사람 다리에 매달려 비비적대면서 자신의 욕구를 해결하는 행위를 일컫는 단어다. 주류 대중음악(일반적섹스)과 기존 인디음악(자위) 사이인 대중지향적 인디음악을 위한 단어가 붕가붕가라는 것인데 내 마음에 드는 음악을 만들어 남에게 들려주고 싶고 결과를 남에게 맡기는 회사를 잘 표현한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사실 어감이 좋아 회사 이름에 쓰고 싶었는데 거창한 뜻을 여기저기 갖다 끌어다 썼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땐 그럴 줄 알았다며 혼자 피식 웃고 말았지만.   
 

  흔한 자기계발서들은 주장한다.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에 자기가 하고 싶은 것에 무조건 올인하고 열심히 하다보면 성공할 것이라고 말이다. 대체 무엇을 믿고 남의 인생에 그렇게 잘난듯이 충고를 할 수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젊은 친구들에게 충고를 한다. 아직 젊고 가능성만 믿고 현재를 대충 살아가고 있는 나에겐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어떻게 발을 들여놓아 볼까 걱정하다가 에이씨 조금 더 간보자 싶어 발을 빼고 멍하니 쳐다보고 있다. 아마 다른 친구들도 다르지 않을까. 붕가붕가 레코드 사람들은 그런 젊은 친구들과 다르지 않다. 생계 걱정않고 음악에 매달릴 깜냥은 못되고 열악한 음악시장을 의지로 돌파할 근성도 없지만 그렇다고 돈만 벌겠다고 음악을 포기할 용기도 없다. 소심하게 생업과 음악을 같이 하기 위해 찾는 '지속가능한 딴따라질' 꿈만 좇기엔 두렵고 돈은 벌어야 하는 젊은 세대들이 찾은 방법일테지.

  나에겐 확고한 신념도 없고 큰 일을 치룰만한 용기도 없다. 그렇다고 끈기가 있길 하나 단지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전쟁이고 나의 삶이다. 조금 소심하게 큰일 치루지도 못하고 근근히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 요즘은 어찌할 수 없는건가 싶어 웃음이 나기도 슬프기도 하다. 이 회사에 있는 밴드의 노랫말이 어떻게 젊은 친구들의 가슴을 울리게 되는지 정확하게는 알 수 없으나 뿌옇게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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