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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완벽한 하루
채민 글.그림 / 창비 / 2010년 1월
평점 :
젊다면 젊은 작가 채민의 만화와 시가 만났다. 시가 만화가 되는 것. 조금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구성인데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시를 읽고 만화를 읽는다. 내 주변에도 있을 것 같은 그녀들의 모습에 또 하나의 나일 수도 있을 것 같은 '그녀' 들의 모습이 몹시 현실적이고 담담하여 가슴이 아프다.
각각의 시와 각각의 만화는 커다란 접점을 가지고 이어져있다. 만화 속의 인물들은 이어져있지 않는 듯 하지만 이어져있다. 공무원, 주부, 편집자,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션 등 '그녀' 들의 직업은 다양하지만 현실에 지쳐 금방 스러져가는 모습은 비슷하다. 살아가는 생을 버릴 수도 도망칠 수도 없는 현실 속에서 '그녀' 들의 한숨은 늘어만 간다.
요즘 젊은작가들에게서 보여지는 현대사회는 잿빛으로 가득하다. 젊은작가들은 현실을 담담하게 그려내기만 할 뿐 기성 작가의 작품들에게서 마지막에나마 보여지던 한 줄기 희망의 빛 따위 찾아 볼 수 없다. [그녀의 완벽한 하루] 속 '그녀' 들의 삶엔 희망이 없다.단지 우리 주위에도 이런 '그녀' 들이 많고 당신 또한 '그녀' 잖아요 라며 서글프게 말을 걸고 있다.
과연 독자인 우리가 문학에서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이미 알고 있는 살아가는 것이 서러운 현실을 되짚어주는 것일까. 마지막에 나마 따뜻한 위로를 주는 긍정적으로 흘러가는 삶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을 원할까. 현실적으로 표현된 '그녀' 들의 삶을 바라보며 내가 문학에 바라는 것은 무엇일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