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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 수의사의 자연일기
다케타즈 미노루 지음, 김창원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숲 속 수의사의 자연일기> 란 책은 저자 다케타즈 미노루의 자전적 이야기이다.
그냥 자신의 자전적 얘기만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아주 오랫동안 정성들여 훗카이도 동북부의 자연을 관찰하고 느낀점과 사실만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사실 나는 수의사라고 하길래
수의사로서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책, 즉 영국 수의사였던 제임스 헤리엇의 책처럼
동물을 돌보고 치유하고 그 기적적인 감동과 마을 사람들간의 우정을 이 책에서도 기대했던 듯 하다.
일본의 수의사의 경험과 느낌은 어떨까.. 하고...
그런 점에서 내 기대와는 조금 다르지만 이 책도 그 못지 않게 자연의 생생함이 전해져 오는 책이다.
아니 40년의 경험이 농축된, 1년으로 나누어 본 훗카이도의 자연은 또 그것대로 아름다운 멋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수의사로서의 경험담이라기보단 생태학자로서의 자연관찰일지가 맞는 표현같다.
나는 일본이라고는 해도 사진으로 보기에는 우리나라 자연과 많이 비슷한거 같아서
그렇게 많은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다는 점에 우선 놀랐다.
일본에서도 조금 특이한 역사와 자연을 지녔다고 하는 훗카이도는 우리나라와 매우 비슷한 느낌이면서도
또 매우 달랐다. 게다가 그렇게 많은 동물들이라니...
우리나라도 조금만 자연에 신경을 쓴다면 주위에서 이런 동물들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들었다.
그렇다면 나도 말꼬리로 올가미를 만들어 다람쥐를 놀려줄 수 있을텐데... 말이다
우리 아빠는 가끔 길잃은 동물들을 구조하여 돌보는 프로그램을 보시면
사람들에게 신경쓸 시간도 없는데 동물들에게 저렇게 시간을 낭비해도 되냐고 하실 때가 있으시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우리 아버지도 개를 좋아하시는데 말이다.
이렇듯 야생동물에 대한 시선은 누구나 비슷한거 같다.
가끔은 불쌍하기도 하고 도와야한다고 느끼지만 사정에 따라 기분에 따라 항상 고정적으로 우선순위로 생각하기 어려운...
이 책에서도 이와 비슷한 시각이 나온다.
그는 제멋대로 구는 야생동물을 질색했지만 없애버리자는 데에는 앞장서서 반대했다.
또 그는 "모든 게 다 사람의 것은 아니지. 우리 농민들에게는 훼방꾼이 좀 있어야 쓸쓸하지 않아서 좋아" - p.262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런 자연은 동물과 사람이 더불어 사는 곳이라는 걸 알려주는 이 책에서
또 하나 좋았던 모습이 있다면 그건 바로 훗카이도 사람들의 모두가 함께하는 삶의 자세였다.
그들은 누구하나 앞서거나 뒤서거나 하는 법이 없이, 농작물을 거둬들일 때도 모두 함께
바다에 배를 띄울때도 모두 같이, 벚꽃놀이를 하러 나갈때도 모두 함께 날을 잡아 같이 했다.
그 모두가 욕심없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에서였다.
내용을 떠나서 내용과 함께 그에 따른 사진이 꼭 함께하는 구성도 참 맘에 드는 부분이었는데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은
56p 집짓기의 달인 오목눈이, 72p 디저트를 먹는 다람쥐 사진이었다
처음 알게되는 동물,식물,곤충들이 많았는데 하나하나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어서
알기도 쉽고 아름답게 느껴지고 그런 자연을 더 소중히 해야겠다는 맘도 생겨서 좋았다.
물론 오랜 세월 관찰하다보니 꼭 아름다운 변화만 있는 건 아니었다.
물질문명이 변화함에 따라 안좋은 폐해가 일어나는 일들도 있는데 작가는 이런 점을 경고하고 있다.
봄갈이는 사람에게 필요한 노동이면서 말과 찌르레기가 연출하는 햔 폭의 풍경화였다.
그때부터 4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은 트랙터 한 대가 말 두 마리가 끌던 가래질의 다섯 배 너비의 흙을 갈아엎으며 앞으로 나간다.
... (중략) ... 함께 데리고 가는 부하들도 없다. 한 마리의 찌르레기에게 줄 선물조차 흙 속에서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땅은 해마다 메말라 간다. - p.31
아내가 "송어든 연어든 가게에 1년내내 있잖아요."라고 대꾸한다. ... (중략) ...
세금으로 운영되는 대형 냉동 창고가 생선 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래서 우리들은 계절을 잃고 말았다. ... (중략) ... 송어나 연어란 원래
토막난 몸으로 바다를 헤엄쳐 다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늘어나지 않을까.
- p46-48
아름다운 자연과 그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메세지를 담고 있는 이 책은
자연을 보호하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알려준다.
그저 작은 관심, 주변에 대한 자그마한 관찰이면 충분하다.
검은딱새를 위해 일부러 풀을 다 베지 않고 남겨두는 사람들, 새들과 작은 동물들의 보금자리를 위해 걸어두는 인공둥우리상자들,
다친 부엉이를 구하기 위해 상처를 입으면서도 구해오는 청년 이 모두가 작은 관심과 노력들이다.
내가 사는 곳 주변에는 바다는 없지만 산은 있다.
가끔 아빠와 등산이라도 할라치면 벌레때문에 두려워 하던 곳이지만 가끔 작은 다람쥐나 새라도 보게 되면
금방 웃음이 나는 곳이다.
글쎄, 작가의 경험처럼 갑자기 큰 곰이 튀어나올리는 없겠지만 가끔은 위험하지만
그래도 큰 콤이 어딘가에 살아있다고 생각하고 싶다.
그렇게 되기까지 나도 내 주변에 좀 더 관심을 쏟고 자연이 옛날처럼 살아나길 노력해야겠다.
*오타
그 수가가 (-> 숫자가) 50마리쯤 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