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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평점 :
책장을 펼쳤을때부터 마지막장을 덮을 때까지 정말 단숨에 읽어냈다.
그만큼 재밌는 책이었다. 몇몇 부분은 계속해서 반복해서 읽으며 웃어댔다.
그리 가벼운 주제의 책은 아니었는데 어쩜 그렇게 나를 웃기던지...
책의 주인공은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열일곱소년 도완득,
그는 베트남 어머니와 난쟁이인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다.
처음에 완득이는 어머니의 존재를 모르다가
그의 사생활을 지독히도 침범하는 담임 동주에 의해 어머니를 만나게 된다.
담임선생님 동주
이 분, 정말 독특한 캐릭터이시다. 처음 완득이는 교회에 나가 담임을 죽여달라고 하느님께 의뢰?를
드릴 정도로 담임을 싫어한다. 참.. 그 우스꽝스러운 기도라니....쿡쿡
내가 본 동주는 다른 어른들보다는 인간적인 어른이었다.
마음의 문을 닫고 자신만의 세계에 틀어박혀 있는 완득이를 끊임없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그만의 방법으로 이끌어준다.
싫어도 싫다는 말 못 하고, 아파도 아프다는 말 못 한대요. 아니, 안 한대요.
그냥 다 속에 담고 산다는 거에요. 누가 먼저 말을 걸지 않으면 하루 종일 한마디도 안 한대요.
- p.162
아이들에게 체벌을 줄때 할부나 집행유예라는 재밌는 방법으로 주기도 하고
완득이가 싸움을 했을때도 적극적으로 그의 편을 들어준다.
앞집아저씨와 티코낙서사건으로 경찰서에 가는 사건은 정말이지 너무 재밌었다.
앞집아저씨
이 분도 정말 잊을만하면 나오는 재밌는 분이시다. 밤마다 동주와 완득이 사이에서 한마디씩 날려주는 그만의 입담.
역시나 나중에는 그와 동주의 확실한 캐릭터만큼 개성적인 화해를 이룬다.
그리고 완득이의 여자친구 당찬 여자 정윤하
그녀는 어느날 갑자기 완득이의 마음속에 들어와 완득이에게 웃음을 준다.
시련도 겪지만 청춘아닌가! 그들에게는 아직 앞날이 더 많이 남았다. 그것도 밝은 내일이..
게다가 윤하는 매우 당차고 미래에 대한 확신이 있다. 자신이 나아가고 싶은 길에 대한 확신이..
그런 그녀가 참 예뻐보였다.
배울 거 다 배우고, 세상이 나한테 뭐라고 못하게 만든 뒤에,
뛰어다닐 거야. 내 이름을 걸고 취재하러 다닐 거라고. - p.195
이 책에는 전체적으로 끝까지 악인인 캐릭터는 없다.
완득이 친구 혁주도, 도도했던 정윤하도, 못말리는 선생님 동주도...
모두 알게모르게 웃어도 진짜 웃는게 아니고 속으로만 모든걸 담아두던 완득이가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데 도움을 준다.
킥복싱도...
이 킥복싱 마음에 든다. 내가 진짜로 살아 있다는 걸 실감하게 해준다. - p.95
넉넉한 웃음 가운데서도 여전히 완득이네 집은 가난하고 여러 문제들이 있다.
가난한 삶, 장애인인 아빠와 가짜삼촌 남민구, 그리고 베트남인 어머니.. 이들에 대한 사회적 무시와 편견
이런 것들이 책 여기저기에서 웃음 사이로 불쑥불쑥 튀어나오지만 한없이 슬프거나 전혀 비현실적이지 않아서 좋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넉넉한 나라에서, 꼴 같지 않게 제 3세계니 뭐니 해가며 가난한 나라 사람들을
아낌없이 무시해주는 나라에서, 어머니가 무척 힘들었을 거라고 - p.43
가난한 나라 사람이, 잘사는 나라의 가난한 사람과 결혼해 여전히 가난하게 살고 있다.
똑같이 가난한 사람이면서 아버지 나라가 그분 나라보다 조금 더 잘산다는 이유로 큰 소리조차 내지 못한다.
- p.142-143
성장소설을 보는 재미는 주인공이 어려움을 헤쳐내고 삶을 개척해내는 모습도 보기 좋지만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도 희망과 기쁨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있다.
이 책은 그런 어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조차 해학적으로 다루고 있어 더 좋았다.
흘려보낸 내 하루들. 대단한 거 하나 없는 내 인생, 그렇게 대충 살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 거창하고 대단하지 않아도 좋다. 작은 하루가 모여 큰 하루가 된다.
평범하지만 단단하고 꽉 찬 하루하루를 꿰어 훗날 근사한 인생 목걸이로 완성할 것이다. - p.215
나는 사실 이 책을 중반까지 읽을때만해도 나는 이 책의 시대상이 1960년대쯤 되는줄 알았다.
그러다가 동방신기의 노래 <step by step> 이 튀어나와 깜짝 놀랐다.
전에 보았던 특별기획 드라마 내용도 이 책 내용처럼 우리보다 더 못사는 다른 나라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다루는 내용이었다. 사회가 발전하고 모두가 좀 더 많이 배우게 되면서
이런 편견쯤은 금세 사라질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알게모르게 우리 사회에 이런 편견은 아직도 많은가 보다.
정말 이 노래처럼 한단계 한단계, 이런 편견들이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
내 주위에 있을 또다른 완득이를 내가 정윤하처럼, 또는 동주처럼 보듬어주고 싶다.
정말 간만에 유쾌하게 새 친구를 사귄 즐거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