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루이스 캐럴 지음, 오은숙 그림 / 별이온(파인트리)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아! 앨리스가 이렇게 예의가 없는 소녀였다니!!
 
원작을 읽어본 적은 없지만 기본적인 내용을 알고있던 나는 앨리스가 이렇게 버릇이 없는 아이인줄은 몰랐다.
말하는 토끼를 따라갔다가 약병에 든 물을 마시고 커졌다 작아지고 커졌을 때 흘린 자신의 눈물에 빠지거나
이상한 티타임에 초대를 받거나 억울하게 여왕의 카드 병사들에게 쫓기다가 꿈에서 깨는 건 알았지만,
그래서 참 재밌고 신났고 그래서 쫓기던 앨리스가 잡힐듯말듯 할 때는 불안불안 걱정하기도 했던 기억이 있는데...
 
원작의 앨리스는 어찌보면 그런 고난을 겪는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리석은 행동을 자꾸 한다.
무조건 먹는 것만 보면 욕심을 내서 먹어치워 곤란을 겪고, 남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말을 계속한다.
(아직 어린아이고 낯선 곳에서 겁이 나서 그런 것일 수도 있으리란 생각도 들긴 하지만...)
 
순수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어린아이들의 멋진 동화의 세계를 마음껏 꿈꾸는 동화라고 들었는데 나에겐 왜 이리 어려운지..
영국의 전설과 기원, 낯익은 여러 지명에 대한 풍자를 재미있게 해놓았다고 들었지만, 내게는 생소한 것들이라 그런지
원작의 재미를 제대로 느낄 수 없는 게 아쉬웠다.
실제로 내용이 참 엉뚱하게 웃기는 시, 노래가 많이 나오는데 하나도 알 수 없는 것들이라 무얼 이야기하는지 알 수가 없으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앨리스의 진정한 재미를 느끼려면 영국의 문화나 전설에 대해 먼저 좀 알아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게다가 루이스 캐럴의 마법같이 기가막히다는 언어유희들을 보여 주려고 하는 노력은 보였지만 번역본은 그 한계가 있는 법,
'이야기(tale)' 와 '꼬리(tail)'(p.60), '아니다(not)' 와 '매듭(knot)'(p.64) 등의 번역으로 설명되어진 것을 보는 것으로는
그 매력을 직접적으로 느끼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영어원작을 보라고 하나보다.
 
내가 순수함을 잃어서인지 너무 분석적인 감상만 늘어놓은듯 하다.
내용 자체와 책으로만 본다면, 이 책은 너무나 예쁘고 매력적이다.
아기자기하고 다정다감한 화려한 색깔들로 표현한 여러 그림들(p.134의 그림속 앨리스의 뚱한 표정이 참 재밌다.)과
엉뚱한 상상이 주는 재미, 기발한 모험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너무나 환상적이면서도 그저 단순하지만은 않아서
여기저기 생각해 볼 거리를 주는 문구가 많았다.
 
"오! 불쌍한 내 발들! 이제 누가 너희에게 신발과 양말을 신겨줄까? 난 너희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더 이상은 돌봐줄 수가 없단다. (중략) 발들에게 소포를 보내야겠어. 자기 발들에게 선물을 한다는 건
정말 이상한 일이지만 말이야. 게다가 그 주소라는 건 또 얼마나 우스꽝스러울까!"
- p.30
 
"자라면 보나마나 못생긴 아이가 될 거야. 하지만 돼지라면 꽤 잘생긴 편일꺼야." - p.126
 
"이렇게 한번 떨어져봤으니 앞으로 계단에서 구르는 일쯤은 아무것도 아니겠는걸.
가족들이 그런 날 보고 얼마나 용감하다고 할까! 이젠 지붕 꼭대기에서 떨어져도 툭툭 털고 일어나야지."
- p.15
 
게다가 앨리스도 처음에는 울기만 하더니 나중엔 울음도 참고, 자신에 대해 고민도 하고, 
처음보다는 타인을 조금 더 배려하기도 해서 점점 성장해 나가는 앨리스를 지켜보며 함께 모험에 흔쾌히 빠진다면
더 즐겁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게 이 책은 동화적인 판타지보단 앨리스란 소녀의 성장소설로 보여진다.
그리고 피터팬과 마찬가지 느낌이 드는 아이들을 위한 동화라기보단 어른을 위한 조금은 슬프기도 한 동화같다
영원히 자라지 않는 소년, 피터팬이 웬디와 헤어질 때 나는 그가 너무 안쓰러워서 슬펐다.
웬디는 자라겠지만 피터팬은 영원히 자라지 않는다.
겉으로 보기엔 언제나 신나는 모험을 즐기는 피터팬이 신나보이고
<앨리스> 의 내용 또한 순수하고 아름다운 동화스런 모험의 세계같지만
결과적으로 피터팬은 책임을 져야 하는 어른이 되기 싫어 도망친. 콤플렉스를 지닌 채 영원히 혼자여야하는 외로운 아이일 뿐이고,
앨리스는 언젠간 잃어버릴 어린시절의 순수함이다.
 
"하지만 당신도 갑자기 번데기로 변했다가 조금 후에는 나방으로 변해버린다면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얼떨떨할 거에요" 
- p.90
 
토끼굴 안의 세계에서 자꾸만 커졌다 작아지는 몸과 전에 알고 있던 것을 다르게 기억하고 잃어버려 자신이 변했다고 걱정하는 앨리스.
어린아이는 언젠가는 자라서 어른이 되고 그러면 몸도 마음도 자라고
전에 알고 있던 것들 중 어떤 건 잃어버리고 다른 것들을 알게 된다.
그렇게 변한다. 모두가.
아직 그것을 잘 모르는 앨리스는 그것을 두려워하지만 결국엔 알게 될 것이다.
그 모습도 자신이라는것을...
앨리스의 언니는 그것을 알고 있다.
 
마침내 그녀는 지금은 이토록 작고 귀여운 동생이 언젠가 성숙한 여인이 되었을 때도
지금처럼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마음을 지니고 있을까 상상해보았다.
'아이들과 한자리에 둘러앉아 오래전 꿈속에서 보았던 그 이상한 나라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아이들의 눈망울을 초롱초롱 빛나게 할 수 있을까? 어린 시절의 행복했던 여름날을 떠올리며
아이들의 그 티 없는 슬픔을 함께 느끼고, 그들의 소박한 기쁨을 함께할 수 있을까?'
- p.243
 
모든 게 변해버리고 어린시절의 순수하고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더라도
가끔, 이렇게 앨리스와 함께 토끼굴로의 모험을 떠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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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의 내가 알았더라면 - 성공한 여성 30인이 젊은 날의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
엘린 스프라긴스 외 지음, 김양미 옮김 / 글담출판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시적인 제목의 아름다움과 한 폭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그림의 표지..
그리고 이미 성공한 여성들의 조언이 모인 아름다운 책이었기 때문이다.
나도 여성이고 지금 방황중이라는 점도 이 책을 선택하게 된 이유다.
 
이 책을 받고 한동안 표지만 몇일을 바라보고 쓰다듬었다.
아름다운 책 자체가 위안과 만족감의 기쁨을 주었다고 할까.
 
이 책속에서 지금 성공하고 사회에 여러 영향을 끼치는 대단한 여성 30명의 글들이 모여있다.
모두 그들 스스로가 과거 그들 자신에게 보낸 편지글들이다.
하지만 그 글들은 자신의 성공담을 자랑하거나 자신에게만 위안을 주는 글이 아니라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들에게 조언이 되는 유익하고 아름다운 글들이다.
 
그들은 각자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보낸 자신에게 편지를 보냄으로써
자신을 위로하고 그 일을 견뎌낸 자신들이 자랑스럽기도 하겠지만
그 분들의 글을 읽고 그 조언이 도움이 될 많은 사람들에게 또 한번 큰 일을 하게 된 셈이다.
 
책 속에 성공한 이 여성분들은 모두 처음부터 큰 성공을 그저 거머쥐지는 않았다.
학교를 다 마치지 못한 이도 있고, 가난해서 자신이 가족의 생계를 꾸려나가야 했던 사람도 있었고,
일찍 부모를 여의거나 심지어는 너무나 일찍 결혼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또 이혼을 하고,
잘못된 애인과의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너무나 평범한 면들을 보여준다.
잦은 이사로 친구가 없거나, 직장 이직의 문제로 괴로워 하거나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 지금은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눈부시게 성장한 그들이지만
그들도 보통 다른 사람들처럼 비슷한 어려웠던 시기를 겪어왔던 것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어둠이 있으면 빛이 있듯이 지금의 실패와 고통을 이겨내면
앞으로 나에겐 눈부시게 행복한 날들이 찾아올꺼라고... (p.94~95)
 
그녀들은 과거의 자신을 후회하고 미래를 바꾸려는 말을 하는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믿고 자신있게 하나씩 장애물을 뛰어넘으며 현재를 즐기라고
후회보다는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놀고, 열심히 성취하고, 열심히 사랑하라고 말한다. (p.49)
 
지금 아프고 지금 당장 괴로운 사람들은 고통에만 휩싸여 지금 당장 무언갈 즐기거나
다른 사람을 살필 여력이 없어 어리석은 실수를 저지를 때가 많다.
우리가 고민하는 대다수의 일들은 충분히 이겨내거나 해결책이 있고
지나고나면 때론 아무것도 아닌 일일 때가 많다.
하지만 지금 당장 힘든 사람들은 이를 모른다.
분명 이 책에 나온 대부분의 여성들도 그렇게 힘들고 방황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것을 슬기롭게 이겨냈고, 그래서 우리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은 혼자 힘들었지만 혼자가 아니라고 말하며 여러 상황에서 꼭 필요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30명의 저마다의 다른 고민들로 힘들어햇던 그녀들이지만 그들이 그런 자신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비슷한 점이 많다.
그렇기에 나는 이 책이 힘들어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분명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을 열고 이 책의 조언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면 그도 곧 지금의 고난을 이겨내고
이 책의 여성들처럼 행복하고 성공한 삶을 살게 될꺼라고 확신한다.
 
 
[*책 속 좋은 글]
 
이제야 내가 깨달은 것은 낭비할 시간이 없다는 사실이야. 그러니 앤, 이제부턴 네 참모습에 자신감을 가지렴. (p.27)
 
이제 네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을 찾으려 하는 지금, 극복해야 할 장애물을 뛰어넘어야 해. (p.32)
 
다른 사람을 지나치게 비판하지 마. 성급하게 등을 돌려서도 안돼. (p.78)
 
"그렇게 생각하다니 믿을 수가 없군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죠?"
너무 고지식한 말들이라 생각하지 않니?
결국 그렇게 응대해 온 사람들에게서 네 자신이 무언가 배울 기회를 스스로 막아 온 셈이지. (p.79)
 
고통만 이겨 내려 하지 말고 즐기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어. (p.94)
 
넌 지금 모든 곳에 보이지 않는 선을 긋고 있어. 잘못된 믿음 속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단다.
... (중략) ... 많은 것들을 경험해 보렴. 경계선을 넘어서란 말이야. (p132~133)
 
넌 네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친구도 애인도 아닌, 너 자신과 보낼 시간을 가져야 해. (p.148)
 
넌 네 시간을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 보내는 데 쓰고 있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시간과 사람이야. (p.191)
 
내가 약속하는데 이런 순간들도 곧 지나가 버리고 만단다. 모든 게 변하고 많은 것들이 더 좋아질 거야.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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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벗겨줘 - 빨간 미니스커트와 뱀피 부츠 그리고 노팬티 속에 숨은 당신의 욕망
까뜨린느 쥬베르 외 지음, 이승우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우리가 매일 입는 옷, 제2의 피부라고 말하는 옷에 대한 독특하고 야릇한 책이 내 관심을 끌었다.
표지와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이 책은 우리가 선택하는 옷들이 우리의 은밀한 심리와 욕망을
어떻게 드러내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심리분석책이다.
내가 입는 옷은 분명히 나의 선택에 의해 골라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조차도 눈치채지 못하는 은밀한 욕망을 나타내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신기했다.
19가지 특별한 이야기들과 그에 대한 설명은 참으로 재밌어서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그리고 무의식중에 나도 나와 엄마의 선택을 비교해보며 읽었다.
 
우리가 입는 옷을 고르는 취향과 특별한 옷차림에 대해 어떠한 일반적인 분석을 통해
사람들의 심리와 욕망을 설명해주려는 시도는 좋았으나 몇 가지 단점 또한 눈에 띤다.
 
일부러 사람들의 은밀한 욕망에 대해서 설명하고 한 책이라면 성공한 셈이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옷을 고를때 그런 은밀한 욕망들만으로 옷을 고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또, 저자의 말처럼 우리가 처음 옷을 고르는 취향은 부모, 특히 어머니의 최초의 선택에 의한 것이 맞기는 하지만
우리는 자라면서 여러 경험과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런 선택들에 영향을 받고 변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거의 모든 해석에는 어머니나 가족에 대한 언급으로 그 연관성을 분석하고 있는데
일부러 그렇게 연관된 예들만 든 것인지, 조금 억지 해석이 아닌지 분간이 안된다.
앞에 저자 소개를 보니 청소년 심리 분석가라고 하던데 그래서 그런 듯도 하지만 다양한 시도의 해석이 아니라서 조금 아쉽다.
하지만 우리가 매일 입고,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옷에 대해 이제야 이렇게 독특하고 재미있는 책이 나왔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한가지 더 아쉬운 점은 번역하신 분도 말씀하셨다시피 번역의 어려움이었다.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단숨에 읽기는 했지만 중간중간 몇 부분은 천천히 반복해서 읽어야만 했다.
전반적으로 한문장씩 읽으면 이해는 되었지만, 각 문장을 다른 문장과 이어서 보다 보면 뭔가가 어색했다.
너무 어려운 단어의 반복이었다. 원서를 읽을 실력이 되면 더 좋았을까? 그 점이 조금 아쉽다
예를 들어 이런식이다.
 
모든 묘사는 청소년기의 딸이 목격한 엄마의 오락처럼 보이고 있다.
딸은 그렇게 엄마의 행동에서 어떤 결말을 찾으려 하며, 거울 앞에서의 엄마의 관점을
자신의 존재를 이끄는 도면으로 여기고 막연히 지켜보게 된다. - p.50
 
지금까지 옷에 의해서 자신을 동일시해 왔던 이미지들에 사로잡힌 와중에도 노라는 자신의 참모습을 알려고 해왔다.
이러한 탐색을 위해 노라는 그동안 결코 넘을 수 없는 순수한 열정의 대상물로 가득한 ...(중략)... - p.88
 
각 문장만 따로 보면 이해는 가지만, 좀 더 쉬운 표현이었으면 하는데, 아마 번역하신 분도 이런 점이 어려우셨던 듯 하다.
 
내가 가장 공감했던 에피소드는 나에게도 자매인 여동생이 있어서인지
여섯번째 에피소드 자매들간에 옷 바꿔입기 였다.
그러나 내가 인상깊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정확이 이 내용과 나는 반대의 상황이어서이다.
나는 옷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예쁜 옷을 입고픈 욕망은 있지만 편하고 털털한 남자같은 옷만 입는다.
이는 나의 어머니도 그렇다. 확실히 나는 그런 어머니의 성질을 고대로 물려받은듯하다.
그러면서도 예쁜 옷에 대한 욕망을 갖고 있어서인지 나는 동생이 입고 선택하는 옷들을 보며
이 책에 나오는 동생의 마음을 그대로 갖고 있다.
 
나는 매일 아침이면 일상이 되어버린 자괴감으로 괴로워하곤 했다. "입을 옷이 하나도 없다니...."
내 것과는 반대로 언니의 옷들은 항상 그 매력을 잃지 않았다. 아주 신비스러운 현상처럼 보였는데,
처음 구입한 뒤 몇 해가 흘러도 언니의 옷들은 끔찍하게도 매력적으로 보였다.
...(중략)... 그 옷에 현기증 나는 언니의 향수 냄새가 더해지면 못생긴 작은 오리 새끼라도
변화시킬 수 있는 마법의 분위기를 가진 듯했고, 그 옷을 입으면 마치 내가 우아하고 매혹적인 피조물이 된 듯했다.  - p.71
 
또 16번째 에피소드인 추억을 담고 있는 옷 편은 다른 이야기들과는 조금 다른 옷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특별히 좋았다.
 
아래는 읽으면서 공감하고 인상깊었던 구절들이다.
 
아이들은 엄마에게 있어 옷이란 자기 동일화의 욕망을 나타내는 도구임을 깨닫는다. - p.29
 
따라서 옷을 겹쳐 입는 행위 뒤로 자신의 여성성을 숨기는 것은
어머니를 보호하기 위한 무의식적인 방법이었을 것이다. - p.65
 
그녀는 비록 엄마를 떠나려는 의지는 가지고 있었지만 여전히 스스로 엄마를 필요로 했기 때문에
엄마로부터 분리되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 p.108
 
여주인공에게는 세상과의 관계를 형성시켜 온 모성애적 금지사항이 존재한다.
그녀는 자신의 욕망에 도달하기 위해 그리고 그녀 스스로 여성으로서의 자아를 찾기 위해
일종의 모성에 대한 친밀한 감정을 그만 떠나보낼 필요가 있다. - p.109
 
옷은 여기서 기억을 되살리는 작용을 하고 있다. 옷은 현재에는 사라지고 없는 소중한 사람의 초상화를
덧칠해서 그에 대한 기억을 재구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 - p.174
 
 
 
*오타
p.53 5번째 에피소드 제목
~ 사춘기 옷차이... -> ~ 사춘기 옷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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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코맥 매카시 지음, 임재서 옮김 / 사피엔스21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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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의 주요인물은 세 명이다.
냉혹한 살인마 시거, 우연히 돈가방을 주워 들어 파멸의 길로 들어서는 모스
그리고 그저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늙은 보안관 벨.
이 세 사람이 번갈아가며 사건을 담담하게 묘사해 나간다.
 
나는 영화를 먼저 봤는데 영화에서는 조금 이해가 안되던 장면들이
책을 보고 자세히 이해가 되기도 하고
세 명의 화자에 의해 번갈아 묘사되는 어떤 부분은 시간순서가 엇갈려 조금 이해가 어렵기도 했다.
 
책 제목과 연관된 시 구절이 지나가면 어떤 사람의 눈의 그림과 차례가 나오는데
이는 그 뒷장 벨의 서술 부분에 나오는 말 때문에 왠지 의미심장한 느낌이 든다.
 
흔히들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게 무엇을 내다보는 창인지 나는 모른다.
굳이 알고 싶지도 않다. - p.12
 
이 말은 벨의 성격이 조금은 드러나는 부분이다.
벨은 마을의 정의를 지키고 마을 사람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이지만
오랜 세월 동안, 부모님 세대와는 점점 다르게 더욱 더 폭력적이고 잔인하게 변하는 세상에 대해
매우 방관적이고 회의적인 입장이다.
그는 마을에 마약과 관련한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마을 주민 모스의 실종,
그리고 계속 벌어지는 살인들을 조사하며 그 행적을 따라 움직이긴 하지만
딱히 무언가 적극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리고 결국엔 그는 그 유령같은 살인자를 끝까지 쫓지도 않는다.
그는 이미 이 세상에 대해 어느 정도 포기란 감정을 갖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그가 한 다음 말은 이러한 그의 성격을 증명한다고 생각한다.
 
선량한 주민들을 다스리는 데는 힘쓸 일이 거의 없다. 정말 거의 없다.
그리고 나쁜 인간들은 다스리기가 아예 불가능하다. 아니면 다스릴 수 있었다는 얘기를 내가 들어본 적이 없거나. - p.76
 
그는 악마를 믿지 않는다면 지금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것이 설명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고작 40년 전 학교에선 겨우 수업중 떠드는 아이, 복도를 뛰는 아이, 숙제를 베끼는 아이들에 대한 교육을 걱정했지만
지금은 아이들의 마약,강간,살인,방화,자살 등의 문제가 심각하다.
그리고 아이들을 돌보지 않으려는 부모들, 범죄를 모른채 하는 사람들과, 비리 경찰들..
그는 진정으로 앞날을 걱정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그것에 대한 대책이나 준비 또한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항상 다루던 놈들과 다를 바 없겠지. 내 할아버지가 다루던 놈들과도 같을 테고.
그 놈들은 가축을 훔쳤지. 지금은 마약을 거래하고. - p.92
 
내 생각에 그래서 이 책에 제목이 이해가 된다.
점점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세상에서 늙은 벨과 늙어갔어야 했던 모스와 시저의 자리는 없다.
벨은 방관자로 그렇게 죽을 테고, 아내와 행복하게 살려고 돈을 가져갔던 모스는 죽어버렸다.
그리고 <노인을 위한 나라> 를 없에고 살인자 시저 역시 죽을 것이다.
 
과거에 그들이 무슨 짓을 했건 지금은 다만 죽은 사람들이라는 것 뿐이야. - p.86
 
영화는 영상으로 인해 잔인함이 좀 더 강조되고 책은 잔혹하거나 끔찍한 장면을 영화를 보는 것처럼 세심하게 묘사하여
현실의 잔인한 모습을 보여준다. 너무 자세한 묘사라 어떤 부분은 너무 끔찍해 읽기 싫은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너무 차분하게 묘사되는 잔인한 장면들을 상상하며 읽노라면 너무나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어
나까지도 담담해졌다.
 
모스의 부인과 보안관 벨이 나누던 대화가 생각난다.
모스 부인의 말처럼 모스는 변하지 않았기에 죽었고 벨의 회의적 태도도 시저의 냉혹한 모습도
이 소설의 끝까지 변하지 않는다.
 
나는 그이를 잘 알아요. / 알았던 거겠죠.
지금도 잘 알아요. 그는 변하지 않아요. / 아마도.
믿지 않으시는군요. / 솔직히 말하면 돈이 사람을 바꾸지 않는 경우는 알지도 못하고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 p.144
 
이 책에서 시저는 분명한 악이다.
하지만 나머지 사람들이 무조건 선하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책을 다 읽었지만 뭔가 답답한 이 기분은 도대체 뭘까?
끔찍한 살인의 현장이 계속 떠오른다.
사실 지금 내가 있는 이 현실도 피가 튀지 않을뿐, 모스와 벨과 시저가 살고 있는
노인을 위하지 않는 나라임에는 맞는 것 같다.

 
하나 재밌는건 쫓고 쫓기는 관계인 모스와 시저가 공통된 생각 하나를 한다는 점이다.
살아가면서 선택했던 자신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미래의 나를 만든다는것.과연 지금 우리의 선택은 어떤 미래로 나아가도록 만들고 있는 선택일까...

 
아주 작은 거라도. 심지어는 당신이 알아차릴 수 없는 것도 있소.
그것들은 손에서 손으로 떠돌아 다니지만 사람들은 별 주의를 기울이지 않지.
그리고 어느날 결산이 이루어지는 거요. - p.68~69 (시저)
 
그렇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건 없어.  내가 말하려는 게 이거야. 너의 발자국은 영원히 남아.
그걸 없앨 수는 없지. 단 하나도. - p.248 (모스)

 
나에겐 결정권이 없어. 인생은 매순간이 갈림길이고 선택이지.
어느 순간 당신은 선택을 했어. 다 거기서 초래된 일이지. 결산은 꼼꼼하고 조금의 빈틈도 없어.
그림은 그려졌고 당신은 거기에서 선 하나도 지울 수 없어. - p.283 (시저)
 
너는 어제 몇 시에 일어났는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거야. 하지만 중요한 건 어제야.
다른 건 중요치 않아. 그런 하루하루가 모여서 너의 인생이 되지. - p.249~250 (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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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알라딘도서팀님의 "<책을 읽는 방법> 댓글 이벤트"

저는 재미를 추구하는 판타지 소설을 많이 읽다보니 저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어렵거나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건너뛰거나 대충보면서도 책 전체적인 내용이해에 해가 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속독하는 버릇이 생겼어요 전체적으로 책 내용은 이해가 되지만 그러다보니 조금 시간이 흐르고 나면 간략한 줄거리 외에는 잘 기억이 나지 않고, 또 너무 어려운 책들은 아예 읽지 않게 되더라구요. 최근엔 이런 습관 버리려고 여러 책을 보려고 노력은 하지만 아직도 소설 장르에서 벗어나지 않는것같아요. 저도 모르게 자꾸 속독이 되는 터라 인간의 심리에 대해 좀 어려운 부분은 자꾸 의식적으로 반복해서 읽어 기억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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