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기억
고종석 지음 / 개마고원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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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다만 내 개인적 지식의 깊이가 얇아서 책 속 내용을 지금 반도 제대로 이해했는지 의심스럽다.
일본,유럽,파리,미국 등등 평소 내가 관심있어 하던 나라는 물론이거니와 사실 처음 듣는 나라가 대부분이었다.
 
저자는 서른 둘의 나이에 첫 여행을 시작했다고 그 나이 때 치고는 경험이 적다고 부끄러워 하셨으나
선생님의 그때 그 나이보다 겨우 몇살 어린 나는 아직도 여행은 시작도 못 해봤으니 이를 어이할꼬.
 
저자는 세계 여러 나라들의 도시들은 서로 많이 닮아있다고 했다.
비슷한 침략의 역사나, 전쟁의 아픔, 그리고 산업화, 도시화로 인해 점점 고층빌딩이 들어서고 대형할인매장이 들어서고...
그렇게 사람사는 도시는 어디는 비슷하다.
그러나 닮았으면서도 엄연히 다른 점이 존재한다. 오래된 건축물이나 박물관, 특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내면이 다르다고 한다.
그렇게 파리 사람을 파리 사람으로, 서울 사람을 서울 사람으로 존재하게 하는걸 저자는 그 도시의 영혼, 도시 사람들의 영혼이라고 말한다.
 
어떤 도시를 방문한다는 것은 그 도시의 영혼과, 그 도시 사람들의 영혼과 교감한다는 뜻일 테다. - p.17
 
저자가 미리 말했듯 이 책 내용의 절반쯤은 저자가 직접 경험한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기록들이다.
처음엔 이것이 개인의 비밀일기장을 들여다보는 듯 해서 재미가 있었으나, 읽으면 읽을수록 나는 솔직히 조금 지쳐갔다.
그건 책의 나머지 반쯤을 이루고 있는, 내가 직접 가보지 못한 곳들에 대한 너무나 방대한 역사,종교 등의 지식 때문이었다.
 
역시 책을 읽고 무언갈 느끼는 것도 아는 만큼 더 많이 느낀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내 머리로는 갑자기 이 방대한 내용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리고 하나 약간 불만사항이 있다면 바로 사진들이다. 대부분의 사진들은 그대로도 아름답기는 하다.
하지만 앞장의 몇 사진들은 너무도 누추해보였으며 나머지 몇 장은 색있는 사진으로 보았다면 더 아름답게 느껴질 사진으로 보였다.
그렇다. 나는 사진이 컬러가 아닌게 조금 불만인 것이다. 욕심만 많아가지고는...
'이렇게라도 그곳을 느껴보는게 어디야?' 라는 감사는 몇 초만에 사라져버렸으니 사람이라는게 참 간사하다.
 
어쨌든 나는 그래도 꿈을 꿀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경주에 실망했다는 저자분과는 달리 나는 경주에 대한 아주 멋진 추억으로 웃음이 났다. (사실 나도 처음 아빠와 갔을때는 너무도 작은 석굴암에 실망을 했으나 두번째로 친구들과 갔을때는 무척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 언제고 가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또 파리가 데면데면해져 걱정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말에도 나는 아직도 가보지 못했기에 그곳이 더욱 더 그리워졌다.
지중해에 나도 발을 담그고 싶어졌고 과거 무슬람인들의 도시였던 알헤시라스의 하얀 작은 마을 카시레스에도 가보고 싶고, 아름다운 알람브라 궁전도 거닐어 보고 싶었다.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타고 리스본에 도착해 파두음악을 들어보고 싶어졌다.
코르도바의 가장 큰 모스크인 메스키타의 그 둥그런 신기한 기둥들도 직접 보고 싶고, 아픔이 숨겨진 하얀 도시 베오그라드에도 가보고 싶었다. 다뉴브의 진주, (아! 너무나 아름다운 말이라고 감탄했다) 영화 <피아니스트> 의 배경이 된 음악의 도시 빈, 그리고 파리 콩피에뉴, 잔 다르크의 동상이 있고, 마리 앙투아네트와 루이 16세가 산책하던 그 콩피에뉴 숲도 너무나 가보고 싶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들을 알려준 저자에게 감사한다.
저 중 나의 정신적 고향이 있을까? 왜냐하면 나도 언제나 먼 저 곳들을 그리워하나까...
 
타국의 예술가들에 의해 더 널리 알려지고 그 도시의 기억과 영혼을 만들어 냈던 것처럼 나도 언젠가는 그렇게 어느 도시의 나의 향기를 남기고 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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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놀이
크리스토프 하인 지음, 박종대 옮김 / 작가정신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먼저 밝혀두는게 낫겠다. 이 책에서 번역한 놀이의 의미를. 이 책에서 놀이로 번역한 독이러 'Spiel'에는 '놀이' '게임' '도박' 이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고 한다. 따라서 각 부분의 '놀이' 라는 개념을 적당히 번갈아 이해하는게 좋겠다. (더 자세한 설명은 p.94 참고)
 
 
한 성공한 변호사가 사람을 죽였다. 하지만 그는 그것이 '살인' 아니라 굳이 명명하자면 '불가피한 살해' 였다고 한다. 자신이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바로 지루한 삶에서 유일하게 그를 지탱해주는 '진정한 놀이' 라는 것이었다. 물론 그는 이것이 일생동안 저지른 처음이자 마지막인 불가피한 살해라고 한다. 자신에게도 어쩔 수 없었기에 저지른 일이지, 진정한 놀이꾼으로서는 우아하지 못한 불쾌한 일이었다고. 그리고 그는 감옥안에서까지 마지막까지 새로운 놀이를 준비한다.
 
우리는 이제 이 놀이를 시작해야 합니다. 승리의 쾌감과 질 수도 있다는 공포가 밀려들지 않습니까? 당신도 이 놀이에서 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놀이가 지루함을 몰아낼 겁니다. - p.47
 
그는 이기기 위해서, 혹은 명예나 돈을 위해서 놀이를 하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그저 놀이를 위한 놀이로서만 즐길 뿐이다. 그러기 위해선 감정이 불필요하다고 말한다. 그가 놀이에서 이겨 혹시 누군가를 상하게 했거나 누군가 무언가를 잃게 되더라도 그건 그가 딱히 누군가를 증오해서라거나 분노해서가 아니다. 다만 놀이의 규칙을 즐겼을 뿐이다. 그런 자신이 타인의 눈에 인간적이지 않거나 양심이 없는 괴물로 비춰지는게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그렇다고 딱히 도덕적이지 않거나 인간적이지 않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다음 말을 들어보면 그의 말이 납득은 간다.
 
만약 토스카나의 내 집과 이름도 모르는 아무개 천 명의 목숨 중에서 하나만 구할 수 있다면 난 일 초도 망설이지 않고 내 집을 선택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안타까워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것이 내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하는 거죠. 반면에 난 그 집을 장만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돈을 들였고, 그 집이 없어진다면 너무나 뼈아픈 손실이자 재난이 아닐 수 없습니다. - p.169 
 
따지고 보면 길가의 노숙자가 그리 많이 보여도 한번도 내 집에서 재워주지 않거나 아프가니스탄의 난민들의 어려운 상황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직접 돕지는 않는 나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고귀하게 타인을 위해 헌신적인 사람들보다 많은건 사실이다. 그의 말처럼 나역시 그처럼 남보다 나를 더 소중히 여기는 웬만큼 도덕적인 사람일 뿐인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그의 논리가 그저 궤변처럼 보이고 타인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것은 그는 모험을 즐기는 놀이꾼(우리에겐 잔인하고 냉정한 살인마로 보이는)이기 때문이다.
 
여론은 법을 모릅니다. 오로지 복수심과 동정 같은 감정밖에 모르죠. 그러나 법에는 감정이 없습니다. 아니, 법은 눈을 감고 귀를 닫아야만 제대로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여론은 언론에 이리저리 끌러다니면서 대중의 감정을 충족시키려고 합니다. - p.12
 
그것은 모든 놀이꾼이라면 불러내고 싶어하는 광란의 순간입니다. 그리고 모두 이 순간을 두려워하면서도 두려워합니다. 이것은 곧 놀이의 끝을 의미하고, 놀이꾼은 매번 죽기 때문이죠. - p.44
 
당연히 그도 게임을 이기려고 하지만, 그보다 더 원하는 것은 게임 그 자체이고, 우아하고 멋들어진 실력을 선보이며 노는 것입니다. - p.102
 
그가 놀이의 계획을 세울 때 치던 당구에 대한 이야기는 몇일전 친구들에게 처음으로 포켓볼을 배운 날을 떠올리게 했다. 우습게도 그날 나는 친구들에게 공을 구멍에 넣었을때의 기쁨을 표현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치는 각도와 공이 나아가는 방향을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우연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매우 기뻤고 재미도 있었다. 우습게도 몇 번 넣은 공의 대부분이 손가락 모양의 긴 막대기를 이용해 어줍잖게 넣었던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러니, 그렇게 사소한 성공에 기뻐했던 내가, 쉽게 뻔히 이기는 놀이보다 자신의 본 실력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어렵고 복잡한 놀이를 더 즐기는 이 주인공 때문에 얼마나 민망했을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리라.
 
그는 여전히 놀이를 즐기고 나는 그대로 여기 편안하고 안정적이지만 지루한 삶의 한복판에 머물러있다.
그런 그의 열정이 조금도 부럽지 않다면 그건 거짓말이겠지?
 
역자 후기에 이런 말이 있다.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자유가 대중에게는 너무 부담스러운 짐이라고, 나 역시 지난달에 동생과 그런 경험을 해 본 적이 있다. 2박 3일을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자기로 결정하고서도 막상 갈 곳을 찾지 못해 우리는 하루만에 집으로 돌아왔었다. 흥분과 설렘으로 시작해서 재밌으면서도 힘들었던 하루였다. 자유를 갈망하면서도 막상 시간이 생기자 어쩔 줄 몰라했던 우리들이었다. 그래서 주인공처럼 진정한 자유로서의 놀이를 즐기는 사람을 질투하는지도 모르겠다. 
 
끝으로 여지껏 알지 못하던 독일문학을 통틀어 가장 주목받는 작가인 크리스토프 하인을 이틀동안 연거푸 만난 이 이상스런 인연을 신기해하며 마칠까한다. 하나는 <나폴레옹 놀이> 라는 이 책을 통해서이고 다른 하나는 <도시의 기억> 이라는 책에서 스치듯 만나게 된 것이다. 안그래도 나는 앞장에 나와있는 그의 이력에 매우 관심이 가서 그를 특별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낯설은 수많은 예술인 가운데 유독 선명하게 그의 이름이 내 눈에 띄였으리라. 우리와 비슷한 분단을 겪었지만 멋진 통일을 이뤄낸 그 양쪽에서 문학활동을 했던 그의 다른 문학작품이 진심으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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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 하고 산산조각 난 꼬마들 - 카툰 문학의 거장 에드워드 고리 걸작선 1 카툰 문학의 거장 에드워드 고리 걸작선 1
에드워드 고리 글.그림, 송경아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그나마 팀 버튼 감독의 작품 <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 을 접해본 사람이라면 조금은 접하기 편할꺼라는
호란 씨의 말을 믿고 몇일전 도서관에 간 김에 에드워드 고리의 이 책을 찾아보았다.
조그맣고 앙증맞은 사이즈의 책 4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는데
친구와 약속이 있는 관계로 <펑 하고 산산조각 난 꼬마들> 한 권만을 뽑아 훝어보았다. 아니 저자소개까지 다 읽는데
호란씨 말처럼 10분도 채 안걸렸다.
 
도대체 이게 뭐란 말인가?
 
공연을 좋아하고 아이들을 좋아한다는 그의 작품은 이루 설명하기 어려운 충격이었다
 
페이지 한 장당 그림과 함께 짧은 문장 하나가 전부다.
그렇게 너무나도 쉽게 한 장당 한 아이가 죽는다.
알파벳 26자 각각으로 시작하는 이름을 가진 아이들 26명이...
카펫에 깔려 죽은 아이 그림은 그나마 귀엽다. 숨바꼭질이라도 하는 듯 기어들어가는 것처럼 보였으니...
그러나 불에 타 죽은 아이 그림은....
 
하지만 대부분의 그림이 끔찍하지는 않다.
오히려 어리둥절할 뿐이다.
도대체 왜! 이 아이는 그런 걸 갖고 놀았단 말인가? 대체 왜 저런 곳에서 죽어버린 것인가?
 
아이들이 누구인지, 어째서 죽는 것인지 원인은 없고 결과만 있다.
게다가 그저 직접적인 서술, 죽음에 대한 어떤 슬픔을 느낄 겨를도 애도를 느낄 생각도 들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계속 따져보려고 했다.
 
아이의 이름에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이름과 사인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걸까?
혹시 이 영어 단어에 뭔가 심오한 의미가 들어있는 건 아닐까?

하고 말이다.
 
책을 읽은지 3일이나 지났지만 시간이 생기면 계속해서 생각난다.
나는 이 책을 어떻게 평가하기가 그렇다.
하지만 가끔은 무언가 대단히 심오한 의미가 담겨있지 않더라도..
원인과 결과가 명확하지 않더라도
호란 씨 말처럼 그저 그 자체로 즐기고 오래도록 생각나는 책이라는 것도 좋은 것 같다.
 
하지만 뭔가 나처럼 대단한 의미를 기대한다면 답답할지도 모르니 그런 분껜 비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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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뒤흔드는 소설

1월부터 최근까지 읽은 책 중 눈물과 웃음으로 본 책들이다.

가까운 동생도 같이 읽고 즐거움을 느끼면 좋겠는데 동생은 바쁜데다가 책읽기를 그리 기꺼워하지 않아서...

나랑 같은 즐거움을 느끼는 이를 만나면 참 반갑다..왠지 이상한 동지애...ㅎㅎ

 


9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빌리 엘리어트
리 홀 원작, 멜빈 버지스 지음, 정해영 옮김, 박선영 그림 / 프로메테우스 / 2007년 2월
9,800원 → 8,820원(10%할인) / 마일리지 490원(5% 적립)
2008년 04월 24일에 저장
구판절판
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림원 / 2007년 12월
13,500원 → 12,150원(10%할인) / 마일리지 670원(5% 적립)
2008년 04월 24일에 저장
구판절판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
모리 에토 지음, 김난주 옮김 / 시공사 / 2007년 1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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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초콜릿을 만드는 여인들
카트린느 벨르 지음, 허지은 옮김 / 작가정신 / 2008년 3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2008년 04월 24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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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림원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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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목이 메인다. 이 단어를 말하는게 이렇게 힘이 들 줄이야.
단순히 아름다운 단어가 아닌.. 우리의 삶 중 가장 아름답고 고귀한 언어.. 친구.. 우정... 사랑...
이 책 속에는 정말이지 쉽게 말할 수 없는 감동적인 친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는 어린시절 겨우 몇 년을 아프가니스탄에서 살았을 뿐이다. 게다가 아주 부유하고 많은 형제들과 친구들 속에서 행복하게 살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선가 읽은 저자의 인터뷰를 떠올려보면 그는 27년만에 처음으로 카불에 돌아가 그 참담한 현실을 마주하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지금의 고국과 사람들에게 어떤 책임감을 느낀다고 한다. 물론 이는 그가 미국으로 망명을 하고 의사로서 성공을 한 아프가니스인으로써 고국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 그리움, 죄책감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걸로 그가 느끼는 책임감의 정체를 확실히 말할 수 있을까? 그가 고향사람들보다 부유한 어린시절을 보냈다고 해서, 그리고 그가 그사람들을 떠나 미국으로 와서 성공하였다고 해서 그게 그가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에게 뭔가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니지 않은가?
 
진흙 벽 바깥에 기대앉아 있을 때, 갑자기 이 나라에 대한 강한 유대감이 느껴졌다. 나 자신도 놀랄 일이었다. 잊어버릴 만큼, 잊혀질 만큼 오랜 세월 이곳을 떠나 있었다. 지금 기대고 있는 벽의 다른 쪽에서 잠자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은하계처럼 느껴질 수 있는 나라에, 나는 집을 가지고 있었다. 이 나라에 대해 까맣게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반달의 희미한 달빛 속에서 아프가니스탄이 내 발 밑에서 윙윙 거리는 것을 느꼈다. 어쩌면 아프가니스탄 역시 나를 잊지 않은 것 같았다. - p.360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국에 대한 깊은 애정을 나타내는 이런 부분들을 보면 왠지 내 마음까지 숭고해진다. 저자는 담담하게 아프가니스탄의 끔찍한 현실과 함께 아름다웠던 그곳의 모습과 풍습들을 알려준다.  전쟁이 있기전엔 그곳도 그 어느 곳보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이었다.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나는 지금 그곳의 끔찍함의 절반도 제대로 모르고 그 이전 아름다웠던 그곳은 더 모른다. 그리고 이 책이 아니었으면 그곳은 나에게 여전히 아무것도 아닌 곳이었을꺼다.
 
나는 이 책을 한번 나누어 읽었다.
"다시 좋아질 방법이 있단다" 라며 자기를 만나러 와주길 부탁하는 아버지의 오랜 친구, 라힘 칸의 전화를 받고 망설임 끝에 그를 만나러 가서 그의 이야기를 듣던 부분에서 나는 그만 책을 덮어버렸다. 내가 주인공 아미르도 아닌데, 그 과거 이야기가, 아미르를, 아니 나를 괴롭게 만들게 분명한 그 이야기들을 듣고 싶지 않았다. 아니 사실은 우정이 있어 빛나던 그 아름답던 시절을 너무 어려서 어찌할바를 몰라 그 이기심과 비겁함으로 내팽겨쳤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그랬다.
저녁을 먹고 나서 자리에 누워 느긋하게 책을 펼쳤던 나는 이미 조금 울고 있었다. 그리고 새벽이 될때까지 잠들지 못하고 조금은 질투심도 있었지만 그래도 즐거웠고 서로 아껴주던 어린시절 아미르와 하산을 생각했다.
연날리기 대회에서 우승하던 날, 오랫동안 아버지의 완전한 사랑을 갈구하던 아미르가 아버지의 사랑을 마침내 얻게 된 바로 그 날, 그는 대신 소중한 친구 하산을 잃는다.
 
"사람들 말이 같은 젖을 먹고 자란 사람들 사이에는 형제애가 있대요. 그거 아세요? - p.115
 
"도련님을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그렇게 할게요." - p.105
 
다음날, 점심이 되서야 다시 책을 펼쳤다.
그리고 뭐랄까, 신의 안배? 그 돌고도는 회귀에 대해 전율을 느꼈다. 어린 시절의 잘못을 만회하기 위해 용기를 내 과거와 다시 마주한 아미르, 그리고 아미르의 아내 소라야의 어머니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신이 가장 잘 아신단다, 얘야. 어쩌면 아기를 만들어줄 의향이 신에게는 없으신가 보다." (p.281) 아미르가 어린 시절 죄를 속죄하기 위한 이 기막힌 화해의 결말을 암시하는 부분이다.  
 

"네가 사람을 죽이면 그것은 한 생명을 훔치는 것이다. 그것은 그의 아내에게서 남편에 대한 권리를 훔치는 것이고 그의 자식들에게서 아버지를 훔치는 것이다. 네가 거짓말을 하면 그것은 진실을 알아야 할 다른 사람의 권리를 훔치는 것이다. 네가 속임수를 쓰면 그것은 공정함에 대한 권리를 훔치는 것이다. 알겠니?" (중략) "얘야, 도둑질보다 더 나쁜 짓은 없다. 사람 목숨이건 빵 한 덩어리건 자기 것이 아닌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가져가는 사람에게는 침을 뱉어주고 싶다." - p.32~33
 
아미르의 아버지가는 말했다. 하지만 그는 거짓말을 했다. 그 뿐만 아니라 책 속 거의 모든 인물들은 거짓말을 한다.  
책을 다 읽고 드는 생각은 자신을 부끄러워해서 진실을 숨겨야했던 아버지의 거짓말이나 아버지의 사랑을 얻고자 하산을 외면했던 아미르의 거짓말이나 아미르를 지키고자 해서 했던 하산의 거짓말이나 아미르의 죄책감을 덜어내고자 거짓말을 한 라힘 칸, 그들은 모두 거짓말을 했지만 가장 큰 거짓말은 아프가니스탄의 아름다움을 빼앗고 비극을 불러일으킨 전쟁의 거짓말인것 같다.
왜 그렇게 하자라인이니 파쉬툰인이니의 따위로 서로를 아프게 하는가? 왜들 그렇게 누군가를 죽고 죽이는 것인가?
그 아픔을 감당해야 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언제쯤 다시 그곳은 평화를 되찾고 행복하게 연을 날리며 웃을 수 있을까?
누구의 잘못도 아닌 세상이 가혹해서 그렇다는 아미르의 말이 너무 아프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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