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림원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친구....목이 메인다. 이 단어를 말하는게 이렇게 힘이 들 줄이야.
단순히 아름다운 단어가 아닌.. 우리의 삶 중 가장 아름답고 고귀한 언어.. 친구.. 우정... 사랑...
이 책 속에는 정말이지 쉽게 말할 수 없는 감동적인 친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는 어린시절 겨우 몇 년을 아프가니스탄에서 살았을 뿐이다. 게다가 아주 부유하고 많은 형제들과 친구들 속에서 행복하게 살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선가 읽은 저자의 인터뷰를 떠올려보면 그는 27년만에 처음으로 카불에 돌아가 그 참담한 현실을 마주하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지금의 고국과 사람들에게 어떤 책임감을 느낀다고 한다. 물론 이는 그가 미국으로 망명을 하고 의사로서 성공을 한 아프가니스인으로써 고국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 그리움, 죄책감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걸로 그가 느끼는 책임감의 정체를 확실히 말할 수 있을까? 그가 고향사람들보다 부유한 어린시절을 보냈다고 해서, 그리고 그가 그사람들을 떠나 미국으로 와서 성공하였다고 해서 그게 그가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에게 뭔가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니지 않은가?
 
진흙 벽 바깥에 기대앉아 있을 때, 갑자기 이 나라에 대한 강한 유대감이 느껴졌다. 나 자신도 놀랄 일이었다. 잊어버릴 만큼, 잊혀질 만큼 오랜 세월 이곳을 떠나 있었다. 지금 기대고 있는 벽의 다른 쪽에서 잠자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은하계처럼 느껴질 수 있는 나라에, 나는 집을 가지고 있었다. 이 나라에 대해 까맣게 잊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반달의 희미한 달빛 속에서 아프가니스탄이 내 발 밑에서 윙윙 거리는 것을 느꼈다. 어쩌면 아프가니스탄 역시 나를 잊지 않은 것 같았다. - p.360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국에 대한 깊은 애정을 나타내는 이런 부분들을 보면 왠지 내 마음까지 숭고해진다. 저자는 담담하게 아프가니스탄의 끔찍한 현실과 함께 아름다웠던 그곳의 모습과 풍습들을 알려준다.  전쟁이 있기전엔 그곳도 그 어느 곳보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이었다.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나는 지금 그곳의 끔찍함의 절반도 제대로 모르고 그 이전 아름다웠던 그곳은 더 모른다. 그리고 이 책이 아니었으면 그곳은 나에게 여전히 아무것도 아닌 곳이었을꺼다.
 
나는 이 책을 한번 나누어 읽었다.
"다시 좋아질 방법이 있단다" 라며 자기를 만나러 와주길 부탁하는 아버지의 오랜 친구, 라힘 칸의 전화를 받고 망설임 끝에 그를 만나러 가서 그의 이야기를 듣던 부분에서 나는 그만 책을 덮어버렸다. 내가 주인공 아미르도 아닌데, 그 과거 이야기가, 아미르를, 아니 나를 괴롭게 만들게 분명한 그 이야기들을 듣고 싶지 않았다. 아니 사실은 우정이 있어 빛나던 그 아름답던 시절을 너무 어려서 어찌할바를 몰라 그 이기심과 비겁함으로 내팽겨쳤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그랬다.
저녁을 먹고 나서 자리에 누워 느긋하게 책을 펼쳤던 나는 이미 조금 울고 있었다. 그리고 새벽이 될때까지 잠들지 못하고 조금은 질투심도 있었지만 그래도 즐거웠고 서로 아껴주던 어린시절 아미르와 하산을 생각했다.
연날리기 대회에서 우승하던 날, 오랫동안 아버지의 완전한 사랑을 갈구하던 아미르가 아버지의 사랑을 마침내 얻게 된 바로 그 날, 그는 대신 소중한 친구 하산을 잃는다.
 
"사람들 말이 같은 젖을 먹고 자란 사람들 사이에는 형제애가 있대요. 그거 아세요? - p.115
 
"도련님을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그렇게 할게요." - p.105
 
다음날, 점심이 되서야 다시 책을 펼쳤다.
그리고 뭐랄까, 신의 안배? 그 돌고도는 회귀에 대해 전율을 느꼈다. 어린 시절의 잘못을 만회하기 위해 용기를 내 과거와 다시 마주한 아미르, 그리고 아미르의 아내 소라야의 어머니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신이 가장 잘 아신단다, 얘야. 어쩌면 아기를 만들어줄 의향이 신에게는 없으신가 보다." (p.281) 아미르가 어린 시절 죄를 속죄하기 위한 이 기막힌 화해의 결말을 암시하는 부분이다.  
 

"네가 사람을 죽이면 그것은 한 생명을 훔치는 것이다. 그것은 그의 아내에게서 남편에 대한 권리를 훔치는 것이고 그의 자식들에게서 아버지를 훔치는 것이다. 네가 거짓말을 하면 그것은 진실을 알아야 할 다른 사람의 권리를 훔치는 것이다. 네가 속임수를 쓰면 그것은 공정함에 대한 권리를 훔치는 것이다. 알겠니?" (중략) "얘야, 도둑질보다 더 나쁜 짓은 없다. 사람 목숨이건 빵 한 덩어리건 자기 것이 아닌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가져가는 사람에게는 침을 뱉어주고 싶다." - p.32~33
 
아미르의 아버지가는 말했다. 하지만 그는 거짓말을 했다. 그 뿐만 아니라 책 속 거의 모든 인물들은 거짓말을 한다.  
책을 다 읽고 드는 생각은 자신을 부끄러워해서 진실을 숨겨야했던 아버지의 거짓말이나 아버지의 사랑을 얻고자 하산을 외면했던 아미르의 거짓말이나 아미르를 지키고자 해서 했던 하산의 거짓말이나 아미르의 죄책감을 덜어내고자 거짓말을 한 라힘 칸, 그들은 모두 거짓말을 했지만 가장 큰 거짓말은 아프가니스탄의 아름다움을 빼앗고 비극을 불러일으킨 전쟁의 거짓말인것 같다.
왜 그렇게 하자라인이니 파쉬툰인이니의 따위로 서로를 아프게 하는가? 왜들 그렇게 누군가를 죽고 죽이는 것인가?
그 아픔을 감당해야 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언제쯤 다시 그곳은 평화를 되찾고 행복하게 연을 날리며 웃을 수 있을까?
누구의 잘못도 아닌 세상이 가혹해서 그렇다는 아미르의 말이 너무 아프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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