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마루야마 겐지 지음, 김난주 옮김 / 바다출판사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 보통 제목이 이렇게 강렬하면 낚시용이어서 내용은 예상보다 약하기 마련인데,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다. 목차는 더더욱 무시무시해서 이런 걸 들고 다니며 읽다가 누군가 들춰보기라도 한다면 다소 민망한 나머지 묻기도 전에 먼저 구구절절 변명을 늘어놓게 될지도 모르겠다. 근데 만약 상대가 친한 친구라면? "야, 이거 읽어봐. 진짜웃겨." 라고 권할 듯.

 목차의 제목과 소제목이 기가 막히다. 한문장 한문장이 압권이라서 전부 옮겨오고 싶을 정도다. 강한것 몇 개만 데려와보면,


부모란 작자들은 한심하다

태어나보니 지옥 아닌가

별 생각 없이 당신을 낳았다

노후를 위해 당신을 낳은 거다


부모를 버려라

밤 산책하듯 가출해라


국가는 당신을 모른다

바보 같은 국민은 단죄해야 한다


직장은 사육장이다

자유를 방기한 사람은 산송장이다


종교단체는 불한당들의 소굴이다

사람다워지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 종교다


알아서 기니 그 따위로 살다 죽는 것이다


연애는 성욕을 포장한 것일 뿐이다


생각 좀 하고 살아라

국가는 골 빈 국민을 좋아한다


동물로 태어났지만 인간으로 죽어라


몇 개만 데려오려 했는데 인상깊은 구절이 너무 많아서 1/3정도 데려왔다. 그렇다고 나머지 2/3의 강도가 약한 것도 아니다. 소제목이 이정도면 이를 아우르는 큰 제목은 어떨까?


부모를 버려라, 그래야 어른이다


머리는 폼으로 달고 다니나


아직도 모르겠나, 직장인은 노예다


신 따위, 개나 줘라


언제까지 멍청하게 앉아만 있을 건가


애절한 사랑 따위, 같잖다



에이, 제목만 이렇게 자극적이고 내용은 좀 더 돌려서 말하지 않을까? 싶겠지만 그것도 전혀 아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으로 직설적으로 말한다. 그리고 촉구한다. "제발 생각 좀 하고 살으라"고. 왜 그렇게 산 송장 같은 삶을 살고 있느냐고.

 책의 마지막 장에는 이 구절이 적혀 있다. 



너를 키우는 자가 너를 파멸시키리니.



이게 책을 관통하는 주제다. 그러니 경각심을 가지고 벗어나서 제발, 스스로 생각 좀 하라고!!!
 이런 점에서 나는 니체에 대한 글을 읽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그걸 좀 극단적으로 말하는 느낌?

 저자는 '너를 키우는 자'를 모두 깐다(비판과는 다른 느낌이고 그렇다고 근거없는 비난이나 막말도 아니라서 '깐다'라고 적는다. 다른 말을 못 찾겠다). 직접적으로 나를 키우는 부모가 그래서 제일 첫타자가 되고, 그 다음은 국가, 직장, 종교(신), 사랑, 삶과 죽음까지 모두 깐다. 이런 '너를 키우는 자'만 까임의 대상일까? 아니, '너'도 포함이다.

 서로 상호작용하는 관계에서 어느 한 쪽만의 일방적인 잘못은 없다. 일이 이지경까지 흘러가게 된 데에는 지분율의 차이일 뿐 다들 어느정도 일조한 부분이 있는 것이다. 자식이 떠나지 못하게 하는 부모의 잘못이 있으면 동시에 그걸 뿌리치지 못하는 자식의 잘못도 있는 것이다. 국가가 국민의 것이 아니고 소수의 '그냥 인간' 손에 의해 흘러갈 때, 왜 가만히 있는가. 멍청하게 있는 국민의 잘못도 있는 것이다. 역경을 구원해줄 대상을 찾으면서 왜 스스로 역경을 극복하려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종교집단에 속아 넘어가도 할 말이 없다는 식이다.

 이 책을 읽고 불쾌해질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반면에 나는 오히려 유쾌해졌다. 점잖은 어른이 있는 한편 과격한 어른도 있는 것이다. 더욱이 책이라는 매체에서 점잖은, 정갈한, 돌려말하는 아저씨만 만나다가 가끔은 이런 점잖빼는 것 없이 직설적이고 노골적으로 자신의 인생관을 말해주는 아저씨도 재미있지 않은가(그런 면에서 나는 마광수 작가의 에세이도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재미나게 읽었다. 초월번역일 것 같은 제목은 의외로 직역에 가깝다. 일본어 제목을 그대로 한국어로 옮겨왔듯, 책에서 말하는 것들은 그대로 한국에도 적용 가능하다. 항시 느끼지만 정말 너무나도 사회가 흡사하게 흘러가는 것 같아서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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