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의 프레임 - 우리는 왜 가짜에 더 끌리는가
샌더 밴 데어 린덴 지음, 문희경 옮김 / 세계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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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소리에 그다지 관심을 표명하지 않는다. 작금의 세상은 너무 많은 소리때문에 어지러울 지경이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가 너무 많아 TV와는 이미 오래전에 멀어졌다. TV에서 볼 만한 것이 없다는 것도 한몫 했겠지만. 개인적으로 유튜브를 보는 경우도 지극히 드물고 인터넷 서핑을 하며 흥미거리를 찾지도 않는다. 그런 까닭인지 디지털에 저항하면서 산다는 저자의 말이 이채롭게 들렸다. 이 세상에는 의외로 그런 사람도 많을텐데 어쩌다 보니 모두가 한 곳 만을 바라보라고 외치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 듯 하다. 심리학에 관한 책을 읽다 보면 늘 마주하는 글이 있다. 우리의 뇌는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한다고. 언뜻 보기에 그럴듯한 것이나 자신이 선호하는 것, 익숙한 것, 혹은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말에 더 동요한다는 것에 대해 아니라고 말 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사실여부와는 상관없이 여러번 반복해서 듣게 된다면 그것은 곧 진실이라고 믿게 된다는 뇌의 오류도 있다. 광고라는 것이 아마도 그 틈을 파고 드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일종의 가스라이팅이라고해도 틀리진 않을 것 같다. 각설하고, 이 시대는 너무나 많은 정보가 넘쳐난다. 귀를 막고 싶을 정도로 많은 정보들. 그러나 그 정보들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알려주지는 않는다. 판단과 선택은 오로지 자신의 몫이다.

뇌는 우리가 알거나 전에 본 적이 있는 주장에 진실 가치를 더 높게 부여한다. 연구에 따르면 가짜 뉴스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시간이 지나는 사이 잘못된 정보가 진실처럼 느껴지기 시작해 그 정보를 공유해도 윤리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43쪽)

거짓은 날아가고 진실은 절뚝이며 뒤따라간다.(-145쪽)

말 그대로 거짓은 진실이 신발을 채 신기도 전에 지구 반바퀴를 돈다.(-153쪽)

며칠 전에 <댓글부대>라는 영화를 보았었다. 그 영화를 보면서 살아내야 할 현실이 너무 무섭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 주변에 공기처럼 떠도는 가짜들을 누가 만들었을까? 그 거짓들을, 그 가짜들을 우리는 아마도 공기를 마시듯 귀로 들을 것이다. 옛말도 있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그러고 보니 거짓말과 가짜를 만들어내는 게 인간의 속성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거짓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에 대한 저자의 한마디가 큰 울림을 준다. 사람들이 직업적으로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데는 주로 금전적이거나 정치적인 이유가 있다.(-349쪽) 결국 또 돈인가?

잘못된 정보를 정정하면서 신뢰할 만한 설명이 제시되지 않으면 정신적 모형에 공백이 생긴다. 명확한 설명이 대안으로 주어지지 않으면 사람들은 일관성 없지만 정확한 정신모형보다 일관성 있고 부정확한 정신모형을 선호한다.(-122쪽)

책의 내용은 솔직히 조금은 장황하다. 거짓(가짜 뉴스)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퍼뜨린다. 그리고 반응을 살핀다. 과연 그 거짓(가짜 뉴스)를 얼만큼의 사람들이 맏는가, 그것을 믿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가, 그리고 한번 믿은 것에 대한 수정은 이루어지는가... 정말 많은 연구와 분석을 통해 결과를 분출해내는 과정들이 이 책속에 담겨 있다. 그래서 약간은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책이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드러난 결과들을 보면서 놀랍기도 했다. 며칠 전에 보았던 그 영화도, 지금 읽은 이 책에서도 말하고 있는 진실은 씁쓸했다. 앞에서 말했듯이 사람들이 직업적으로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데는 주로 금전적이거나 정치적인 이유가 있다... 는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까닭이다. 그 많은 연구 과정끝에 다다른 결론은 딱 하나다. 모든 것은 순간이고 세상은 생각하는 것처럼 개인에게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나만 뒤처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이상한 착각 때문에 멈추지 못하는 행동들. '좋아요'를 없애야 한다는 말도, 소셜 미디어의 운영자들에게도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저자의 말에도 백퍼센트 공감한다. /아이비생각

잘못된 정보가 퍼져나가는 것도 어느 한 사람이 그 정보를 공유하면서 시작되고, 또 한 사람에게서 잘못된 정보의 확산이 멈추기도 한다. 이제 개인의 저항력을 사회의 집단 면역으로 바꿔보자. 당신에게 맡기겠다. 진실이 당신과 함께하기를.(-4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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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경제 - 갈등이 경제를 이끄는 시대의 투자법
박상현 지음 / 메이트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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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크게 6장의 주제로 나뉘어져 있다. 가장 먼저 공존보다는 갈등으로 치닫고 있는 세계에 대해 역설하고 있는 저자의 목소리가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대한민국 뿐만이 아니라 세계의 모든 나라에서 부를 둘러싼 세대갈등으로 인해 사회와 정치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말이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그러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다큐멘터리를 종종 볼 수 있었던 까닭이다. 게다가 변화하는 사회의 현상으로 인한 세대간의 갈등은 더 이상 말 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 미국과 중국이 세계의 패권을 쥐기 위해 싸워대고 있는 이 순간에도 우리에게는 꺼야 할 발등의 불이 많다. 너무 빨리 접어든 고령화 사회, 태어나지 않는 아이들, 세대간의 이념 갈등 등... 수도 없이 싸워대기만 하는 현시점에서 우리는 과연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인해 생겨날 사태에 대비를 하고 있기는 한가? 책을 읽으면서 '회색 코뿔소'와 '흰색 코끼리' 라는 말이 시선을 끌었다. 모두 중국으로 인한 것들로 예시되고 있어 그 말의 의미를 찾아보았다. '회색 코끼리'는 지속적인 경고로 충분히 알려져 있고 발생했을 때의 파급력이 크지만, 사람들이 쉽게 간과하는 위험을 뜻하는 용어라고 한다. 코뿔소가 달려오면 큰 덩치와 땅의 진동으로 인해 위험을 쉽게 감지할 수 있지만, 두려움 때문에 대응하지 못하고 포기해버리는 것에 빗댔다고 하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작금의 우리가 겪고 있는 모든 현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경고 되어 왔던 것들이다. 늘 그렇듯이 설마~ 그러겠어?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임하다 보니 이렇게까지 극한 상황으로 내몰린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하는 말이다. 미리 대처하지 못하는 고질병이라는 생각마저 드는 건 왜일까? 거기에 '흰색 코끼리'는 처치 곤란한 물건을 의미한다. 불교에서 신성시 되어지는 흰코끼리가 처치 곤란한 존재가 되어버린 것은 왕이 불편한 관계에 있는 신하에게 흰 코끼리를 선물했던 것이 그 유래라고 전해진다. 코끼리는 평균 수명이 70년인데 하루에 엄청난 양의 먹이를 먹는다. 그러니 어지간한 사람이 아니면 제대로 키울 수조차 없는 존재인 것이다. 게다가 왕이 선물한 것이니 버릴 수도 없고 마음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이 회색 코뿔소와 흰색 코끼리는 중국이라는 국가의 변화가 대한민국에게 어떠한 존재로 바뀔 것인지를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회색 코뿔소와 흰색 코끼리 리스크가 동반해서 올 수 있다,고. 모든 문제를 차치한다 하더라도 '피크 코리아' 라는 말 앞에서는 주저앉고 싶었다. 앞으로 그런 세상을 살아내야 할 내 자식의 앞날이 암울하게 느껴졌던 까닭이다. 모든 단어 앞에 K- 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작금의 사회적인 분위기를 떠올린다. 그 수식어를 볼 때마다 불안감을 지울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거품처럼 느껴져서. 너무 빨리 샴페인 잔을 들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서. 지구는 하나라고 '지구촌'을 외쳐대던 세상의 목소리들이 이제는 각자도생이라고 외쳐대고 있다. 그 와중에 묻고 싶어진다. 대한민국은 각자도생의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가? 정신 못차리고 있는 국회의 작태가 그저 한심할 뿐이다.

읽기 전에 책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투자보다는 세상의 변화를 읽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저자는 투자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단지 세상을 알아야 투자도 할 수 있다고 마지막장에서 말하고 있을 뿐이다. 투자와는 상관없이 집중해서 읽을 수 밖에 없는 주제가 아니었나 싶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잘파세대라는 말이 이채롭다. 새로운 세대, 잘파세대. 쉽게 말해 디지털과 AI의 완전체 세대라는 말이다. 그들이 살아갈 시대는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하겠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라는 작품이 불현듯 떠올랐다. 어쩌면 세상이 정말 그렇게 변하지는 않을까? 1932년에 쓰여진 책이니 그런 시대가 오지 말란 법도 없지 않은가 말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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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슭에 선 사람은
데라치 하루나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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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설을 좋아한다. 극적인 트릭없이 담담하게 현실을 그리면서도 은근하게 저며드는 감정이 녹아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던 까닭이다. 정말 오랜만에 읽게 된 일본 소설이었지만 솔직히 말해 별 기대없이 읽기 시작했다. 읽으면서 느끼게 된다. 역시 일본 소설이군. 이 소설에는 정말 많은 것이 담겨 있는 듯 하다. 가부장적인 일본의 모습부터 사회로부터 외면당하는 소외된 자들의 아픔, 자신의 감정을 어쩌지 못한 채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주인공 기요세는 어느 날 낯선 전화를 받게 된다. 마쓰키씨를 아느냐고. 병원에 입원해 있으니 와 줄 수 있겠느냐고. 어떨결에 병원으로 달려간 기요세는 커다란 상처를 입은 채 의식불명으로 침대에 누워있는 마쓰키를 보게 된다. 그녀에게 다가오는 두 사람. 어떤 사이인가요? 약혼자입니다만... 마쓰키와 그리 깊은 사이가 아니었는데도 왜 약혼자라고 했을까? 기요세는 자신에게 반문한다. 그리고 기요세는 자신이 알고 있던 마쓰키라는 사람의 또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 도대체 나는 저 사람을 얼마나 알고 있었던 것일까? 이 책은 기요세가 알고 있던 마쓰키의 모습과 모르고 있던 마쓰키의 생활을 교차하며 보여준다. 마쓰키가 기요세에게만큼은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았던 모습들. 가족과의 껄끄러움. 기요세에게 오해를 받으면서까지 지켜주고 싶었던 친구와의 약속...

강기슭에 선 사람은, 바닥에 가라앉은 돌의 수를 알지 못한다. 하지만 기요세는 물밑에 가라앉은 돌이 저마다 다르다는 사실을 안다. 강조차도 모르는 돌이 가라앉아 있다는 사실도. 어떤 돌은 모났고, 어떤 돌은 동글동글 매끄럽고, 또 어떤 돌은 결정을 품고 아련하게 빛난다. 사람들은 돌을 다양한 이름으로 구분 지어 부른다. 분노, 고통, 자비, 혹은, 희망.(-305쪽)

세상은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나에게 관심도 없을 뿐더러 나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아니 이해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저마다 사는 것에 지쳐 있는 까닭일까? 그건 아닐 것이다. 우리의 뇌에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삶에 대한 지혜가 아니라 사회적인 규칙이나 규범이 입력되기 시작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이유로 사회는 공정을 꿈꾸고 공평을 꿈꾼다. 게다가 합리적인 것까지 원한다. 역설적이게도 불공정하고 불공평하며 불합리한 것이 사회라는 이름의 공동체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자라면서 알게 된다. 이론과 현실의 괴리를. 그러나 그런 괴리를 이겨낼 수 있는 것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관심과 배려라고 이 소설은 말하고 있는 듯 하다. 조금씩만 마음을 열어 상대방을 본다면 어떨까 묻고 있다. 약자라는 걸 들키기 싫어 거짓말을 하고 그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을 낳는다. 그러나 그 거짓이 자신을 강하게 만들어주지는 못한다는 걸 스스로도 알고 있다. 문제에 대한 잠깐동안의 회피일 뿐. 마쓰키에 대해 알아가면서 기요세는 깨닫는다. 자신이 얼마나 스스로의 감정을 기만하며 살아가고 있었는지를, 자신이 얼마나 다른 사람에 대해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는지를. 하지만 그것을 눈치챈다는 건 어려운 일임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현실에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강기슭에 서서 가만히 강물속을 들여다보면 그 안의 돌들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보일 것이다. 뭉클했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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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말해주세요, 꽃들의 비밀을 - 꽃길에서 얻은 말들
이선미 지음 / 오엘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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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찍는 순간은 모든 감각이 집중한다. 숨도 잠시 참아야 한다. 흔들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경험하겠지만 그 순간은 오롯이 저 너머의 꽃과 나만의 순간이다. 무념무상 완벽하게 단순하다. 하릴없이 분주한 일상에서는 만나기 힘든 그 순간의 침묵은 눈앞에 보이는 수백 수천의 사물을 넘어 ‘없음’의 순간으로 정신을 인도한다. 그런 시간들이 위로가 되지 않을 리 없다. 힘이 되지 않을 수가 없다.

책을 펼치고 「들어가는 글」중에서 읽게 된 말이다. 공감한다. 꽃을 찍는 순간은 오로지 꽃과 나의 순간이다. 거기서 꽃말고 다른 생각을 한다는 건 꽃을 제대로 보지 않는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는 걸. 저녁 산책을 시작하고 구름이 늘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는 걸, 해가 지는 모습이 늘 다르다는 걸 너무 신기하게 바라보곤 했다. 그러니 계절을 알려주는 꽃과 만난다는 건 경이로울 수 밖에 없다. 꽃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김춘수 시인의 '꽃' 떠오른다. 이름을 불러주고 싶다는 생각에 꽃을 더 가까이에서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결국 식물도감, 우리의 자생 식물, 야생화 도감을 곁에 두게 되었지만 사진으로 먼저 만나고 이름을 불러주며 다가갈 때의 설레임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터다. 저자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예사롭지 않게 들렸던 이유다. 이 책은 그렇게 꽃과 만나는 순간 순간의 기록인 듯 하다. 꽃이 철학자 한 분을 탄생 시킨 셈이다. 그만큼 꽃과 나무, 아니 모든 식물은 사람을 알 수 없는 시간 속으로 데려다 주기도 한다. 살고 있는 동네에서 해마다 봄이면 벚꽃 축제를 한다. 꽃이 지면 그 많던 사람은 모두 사라져버린다. 한번도 꽃이 진 후의 나무를 보러 오지 않는다. 꽃이 지고 나면 푸릇푸릇한 녹음이 우거지고 그 녹음이 그림자를 드리워 상쾌하게 만든다는 걸 사람들은 잊는다. 花無十日紅이라는 말이 있다.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말 속에는 '찰나'의 의미가 들어 있다. 우리 삶의 순간들은 모두 '찰나'일 뿐인데 모두가 아름답고 좋은, 화려함의 순간만을 보려 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도 가끔 있다. 저자는 말한다. 꽃의 뒷모습에 진실이 있다고. 책 속에 많은 꽃이 소개되어져 있다. 이름을 많이 들어봤던 꽃도 있지만 쉽게 만날 수 없는 꽃도 많다. 너도바람꽃, 변산바람꽃, 매발톱꽃, 깽깽이풀, 동강할미꽃, 은방울꽃, 양귀비, 앵초, 연꽃, 엉겅퀴, 수국, 병아리난초, 나도수정초, 호자덩굴꽃, 좀바위솔, 스노드롭... 희귀한 꽃을 만날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 사진이 좀 더 선명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잠시 마음쉼을 할 수 있어 좋았다. 이 책을 통해 제비꽃이 우리나라에만 60여 종이 핀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 미선나무처럼 우리 땅에서만 자라는 꽃도 많다. 학명을 빼앗긴 건 아쉽지만. 나를 잊지 말라고 말하는 건 물망초뿐인 줄 알았는데 세상에, 양귀비의 꽃말도 '나를 잊지 말아요' 란다. 엉겅퀴의 꽃말이 '나를 만지지 마세요' 라니! '슬픔은 사라지고' 라는 미선나무의 꽃말, '행복을 여는 열쇠' 라는 앵초의 꽃말이 참 좋다. 모든 작은 꽃이 장미가 되려고 하면 봄은 그 사랑스러움을 잃어버릴 거예요... 테레사 수녀의 말이라 한다. 단 한마디 속에 많은 의미를 담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누구나 저마다의 아름다움이 있다는 걸. 꽃의 비밀을 알려준다더니 삶의 순간 순간을 이야기한다. /아이비생각

우리가 외부에서 가해진 고통을 더욱 크게 만드는 이유는, 우리가 정말 고통없이 살아야 한다는 환상 때문이다. - 안셀름 그륀 <너 자신을 아프게 하지 마라> (-51쪽)

"내 인생은 순간이라는 돌로 쌓은 성벽이다. ... 나는 안다. 내 성벽의 무수한 돌 중에 몇 개는 황홀하게 빛나는 것임을. 또 안다. 모든 순간이 번쩍거릴 수는 없다는 것을. 알겠다. 인생의 황홀한 어느 한순간은 인생을 여는 열쇠 구멍 같은 것이지만 인생 그 자체는 아님을." - 성석제<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75쪽)

"따져보니 제대로 살아 본 것 같지 않다. 나는 나를 떠돌던 나그네. 지금까지 살아온 것은 누구였을까."

- 네팔 시인 두르가 랄 쉬레스타 (-2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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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기후적응 시대가 온다 - 종말로 치닫는 인간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
김기범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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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로 치닫는 인간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 라는 부제앞에서 서성인다. 정말로 우리에게 마지막 기회가 있긴 있을까? 한동안 우리는 2050년을 이야기했다. 어쩌면 그때가 인간의 시간에 한 획을 그을지도 모를 때라고. 그랬는데 예고도 없이 2030년으로 수정되었다. 그렇다면 책의 표지에서도 보이듯이 앞으로 남은 시간은 6년이다. 그 후로도 우리는, 아니 인간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모든 것이 그렇듯이 결정권을 쥔 것은 인간이다. 그러나 인간은 손에 쥔 것을 놓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데도 기회가 남아 있을거라고 말한다는 건 억지가 아닐까? 그렇게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일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 마지막 기회조차도 잡지 못할 건 불보듯 뻔한 일이다. 아니, 어쩌면 이미 늦었을지도... 영구동토층이 녹아내리고 있다느니,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고 있다느니, 환경변화에 관한 이야기가 날이면 날마다 매스컴을 탄다. 환경을 지켜야하니 이렇게 합시다, 저렇게 합시다... 국가별로 말은 많지만 누구하나 희생하려고 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환경위기가 아니라 인간위기로 말을 바꿔야 한다는 말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지구가 멸망하는 게 아니라 인류가 사라질 것이라는 저자의 말을 확성기에 대고 말하고 싶어진다. 북극곰이 위험에 처한 것이 아니라 바로 인간이 위험에 처한 거라는 걸. 이익을 창출해내야만 하는 자본주의 사회를 벗어나지 않는 한, 모든 것이 돈으로 귀결되는 삶의 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아무리 환경에 대한 위기를 말한다해도 인간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나는 비관주의자도 아니고 염세주의자도 아니다. 그저 우리 삶의 형식이 조금이라도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을 뿐이다. 책을 읽으면서 혹시나 했던 의문에 대한 답을 보았다. 그만 무너져내렸다. 한국이 기후빌런이라는 말앞에서. 면적이나 인구 대비로 볼 때 대한민국이 기후온난화에 앞장서고 있는 국가라는 현실이 참 서글펐다.

'생태계 학살'에 가까운 개발의 연속(-80쪽) 이라는 말이 무섭다. 사라져가는 동식물의 종류가 너무나도 많다. 이쯤에서 지구촌의 저출산 문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인간도 자연에 속한 동물인지라 환경변화에 대처하게 되어 있다. 그러니 먹고 살기 힘들어지는 이 상황에서 새끼를 낳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저출산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라고 최재천 교수도 말했었다. 과학자들은 합성섬유로 만든 옷을 세탁할 때마다,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할 때마다, 비닐을 뜯을 때마다 미세플라스틱이 나온다고 경고한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자연스럽게 하는 행동이 미세플라스틱의 다량 배출을 야기하고 있다. 플라스틱을 쓰는 이상, 자연을 미세플라스틱으로 오염시키는 일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131쪽) 미세플라스틱을 물고기가 먹고 그 생선을 우리가 먹는다는 말은 아주 단순한 일차원적인 이야기였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아이러니 한 것은 그렇게 말하는 과학자들은 또다시 새로운 미세플라스틱을 만들어내기 위해 연구를 한다는 점이다. 이제는 멈춰야 할 때라는 말의 울림이 얼마나 더 커져야 할까? 책을 펼치고 목차를 읽은 다음 뒤에서부터 읽기 시작했었다. 그래도 아직은 희망이 있다는 말에 기대를 하면서. 책을 덮으며 작은 희망조차도 갖지 못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기후변화가 심각해진다고해도 어쩌면 인간은 살아남을 것이다. 환경에 적응한 또다른 학명의 인류가 되겠지만 말이다. '자기앞의 생'을 걱정하기도 바쁜데 '후손의 삶'까지 생각하는 현대인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싶다. "생명과 자연앞에서 항상 겸손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는 저자는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감소, 그리고 이에 대한 인류의 대응을 취재하면서 앞으로 닥쳐올 6~10년의 시간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다고 느껴 이 책을 쓰게 됐다고 말하고 있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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