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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불행사회
홍선기 지음 / 모티브 / 2026년 1월
평점 :
'反面敎師' 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나 사물 따위의 부정적인 면에서 얻는 깨달음이나 가르침을 주는 말로 쓰인다. 그러나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두 노인의 희극' 이란 이야기로 시작되는 이 책은 일본의 지나간 40년을 훑어보며 그것을 거울 삼아 대한민국이 어떻게 변해야하는지를 말하고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이란 말은 우리 귀에 익숙한 말이기도 하고, 그것을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재이기도 하다. 왜 그럴까?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일까? 아니면 알고도 모르는 척 그저 자신만의 안위를 생각하는 위정자들 탓일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는 흔히 말한다. 대한민국의 위정자들은 당장 표를 얻을 수 있는 일만 찾아서 한다고. 멀리 내다보고 미래를 설계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 이면을 돌아보면 씁쓸한 현실이 보인다. 이 책의 저자도 말하고 있지만 시민들의 의식이 먼저 깨어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내용에 공감할 수 밖에 없다. 저자는 일본의 40년을 분석하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가 그 길을 따라가지 않을 수 있는지 해법을 찾고자 한다. 정치인들이 표를 잃을까봐 말하지 못한 9가지의 금기된 제안은 이채롭다. 그리고 시선을 끈다. 우리가 모르는 척 외면하고 싶었던 질문들이 이 책속에 있다. 그리고 말한다. 이렇게 하면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이렇게 하면 불행을 최소화하는 사회가 될 것 같다고. 일본의 실패를 대한민국은 反面敎師로 삼고 있을까? 일개 촌부가 보더라도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 그래서 미래를 이야기하는 걸 주저하게 된다.
45쪽, 온실 속 화초를 다룬 부분은 참 씁쓸했다. 昨今의 아이들 모습이 떠올라서. 그러나 그건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늘 하는 말이 있다. 부모학교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우리의 아이들은 가정이 포기했고, 학교가 포기했고, 사회가 포기했다. 아니라고?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우리는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이쯤 되면 또다시 공교육이 사라진 오늘날의 교육현장을 이야기 해야 하지만 입만 아프니 그만 두자. 책을 읽으면서 정말 깜짝 놀랐다. 힐링, 원조교제, 오픈런, 플렉스, 소확행, 욜로, 요노, 웰빙, 웰-다잉, 베란다에서 작은 정원 가꾸기, 프라모델 조립, 혼밥, 혼술등과 같이 익히 들어왔던 현상들이 모두 일본을 거쳐 왔다는 사실이다. 결국 대한민국은 일본의 사례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말일 터다. 은퇴 후 설 곳을 잃은 남편을 '큰 쓰레기'나 '젖은 낙엽'이라고 하기도 한다. 대한민국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은퇴하고 있는 지금의 현상 역시 일본과 별반 다르지 않은 듯 하다.
영혼까지 끌어모은 부동산 대출을 막아버린 작금의 현실은 그야말로 우왕좌왕이고, 흥청망청 소비를 하더니 카드빚만 늘었다. 게다가 위정자들의 부패가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간다. 기업에서는 명예퇴직을 권하고, 그것조차 안되면 책상 빼기를 한다. 일본 여행을 갔을 때 호기심에 들러 보았던 동키호테가 생각났다. 온통 싸구려처럼 보이는 상품들을 사려고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던 기억이 난다. 결국 아무것도 사지 않고 나와버렸지만(사실 살 만한 것도 없었다!) '가심비'를 이야기하는 지금의 소비 패턴과 맞물려 있다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부분 부분 보이는 저자노트는 꽤나 설득력이 있다. 본인이 겪은 일이니 오죽할까. 저자는 10년 동안 일본을 71번이나 다녀왔다고 한다. 물론 이런 저런 이유로 다녀온 것이겠지만 그만큼 보고 느낀 것도 많았을 것이다. 이 책을 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생각이 있었을까.
2부에서 다루고 있는 '거울 속 한국: 이미 시작된 파국' 을 보면서 가슴을 쓸어 내리게 된다. 부제들만 봐도 대한민국의 현주소가 이렇구나 생각하게 되는 까닭이다. 금융위기와 각자도생 시대의 서막, 인간이 문제다, 분노한 자연의 역습, 위기의 주범은 누구인가? 책임지지 않는 사람들, 불황 속에 표류하는 민주주의, 방 안에 갇힌 100만 명의 청년들, 중산층의 몰락, 모두가 추락하는 하류사회, 희망마저 불평등한 사회, 국가에 대한 배신감만 키우고 있다는 연금, 내 아이만 귀한 부모들의 갑질, 육아지원금.... 거기다 돌봄 대파국까지. 문득 고향사랑기부제라는 말이 눈앞으로 다가온다. 이 제도는 지금 긍정적인가 부정적인가를 묻고 있던 어떤 기사가 떠올라서. 아무도 모르게 홀로 죽어가는 고독사 문제도 그렇고, 가벼운 병으로 큰 병원을 찾아가는 것도 그렇다. 아무래도 생존배낭 하나 쯤은 챙겨 놔야 할 것 같다.
처음 시작했던 두 노인의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돈 많은 노인도 돈 없이 홀로 사는 노인도 결국 시스템의 부재앞에서는 똑같은 결과와 마주할 것이라는. 돈이 많아도 돌봄시스템이 무너지면 아무 소용없다. 돈이 없어 홀로 죽어가는 노인과 무엇이 다른가 말이다. “혼자 살아남으려 할수록, 함께 무너진다”는 책 속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리는 이유다. 가짜 뉴스, 독박육아, 근로 시간 단축, 초솔로사회, 면허 반납의 딜레마, 코로나19로 드러난 시스템의 민낯, 노인이 노인을 돌보고 아이가 어른을 돌보는 문제, 폐교, 결혼은 안했지만 함께 사는 사실혼 부부등 우리 앞에 산재되어 있는 문제는 많다. 그 문제들 뒤에 저자가 제시하는 9가지의 금기된 해법은 정말 꼼꼼하게 읽혔다. 앞으로의 세상을 살아갈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 필요한 해법이기도 하지만 나이 든 채로 반평생을 살아야 할 기성세대를 위해서도 필요한 해법으로 느껴진다.
해법 1 폐교를 활용한 ‘시니어 대학 타운’ 설립 - 대학의 폐교시설을 예로 들었다. 쾌적한 환경을 가진 장소도 그렇지만 기숙사를 이용해 시니어층에게 제공할 수 있는 부대시설들을 이용하자는 말이다. 해법 2 가격 심리전: VAT 별도 표기 - VAT 별도 표기는 실제 소비자가와 소비자가 내고 있는 세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함이다. 해법 3 ‘단절 세대’ 간 의무 멘토링 프로그램 법제화 - 세대 간에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기성세대가 얻은 삶의 지혜를 젊은 세대에게 전해줄 수 있다. 라떼는 말야~ 하고 말하기보다는 서로의 공감과 이해를 불러 올 수 있고, 서로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해법 4 익명 마약에 중독된 대한민국: 인터넷 실명제 - 한번 실패했던 제도지만 인터넷 실명제는 반드시 해야만 한다. 가짜 뉴스와 사이버 범죄가 자꾸 늘어나는 현시점에서만 보더라도. 해법 5 최저임금 차등제 도입 - 최저임금제는 지금도 노동계와 기업 사이에 설왕설래하는 문제다. 획일적이고 동일한 적용은 아니라고 본다. 해법 6 돌봄 파산을 막는 연대 비용: 보험료 즉각 인상 - 세금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투명성은 꼭 필요하다. 내가 낸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 있다면 세금 인상에 대한 저항은 적어질 것이다. 해법 7 수도권 ‘메가시티세’ 신설 - 지방 소멸을 걱정한다면 이 제도는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모든 기능이 서울로만 치중 되어져 있는 대한민국의 기능은 정말 심각해 보이기 때문이다. 해법 8 노후 자산가에게 연대 비용 징수:고령화 기금 신설 - "....." . 해법 9 선거 투표권 면허제 도입 - 이 해법은 저자도 말했지만 오해의 소지가 많아 보인다. 그러나 어떤 조건으로든 투표를 제한하자는 말은 아니다. 시민 의식을 높일 수 있다는 말에는 공감한다. 투표에 대한 시민 의식이 높아진다면 거기에 따라 위정자들의 공수표 남발도 사라질 것이다. 다 읽고 나니 오랜만에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책의 표지에 희망은 온기가 아니라, 계산된 안전망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보인다. 책을 내려놓으며 이 문장을 다시 보니 왠지 새롭게 다가온다. 온기로 희망을 나누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생각하는 까닭이다. 과연 대한민국에게 미래는 있을까? 만만찮은 책의 두께지만 술술 읽혔다.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아이비생각
"일본이 10년간 겪은 지옥을 한국은 압축해서 겪을 것이다. 대비하지 않으면, 더 참혹할 것이다."(-145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