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로 떠나는 테마 여행 - 지금은 전철 시대 빠르고 간편하게 강원도 충청도까지
박민정.이요석 지음 / 예조원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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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즘 사람들 정말 바쁘다. 무엇이 그렇게 바쁜지도 모르면서 엄청나게 바쁜 사람들이다. 물어보면 하나같이 글쎄, 뭐 그렇게 바쁠것도 없는데 바쁘네요..라고 말하며 베시시 웃는다. 그 웃음속에서 느껴지는 허함이 왠지 안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일탈을 꿈꾼다. 잠깐이라도 여기서 벗어나보고 싶다고 말한다. 그런데 어디로? 글쎄요... 어디로 가야할지는 아직... 그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실감나는 표정일 것이다. 어딘가로 떠나고 싶지만 막상 어디로 가야하는 것인지 방향조차도 가늠할 수 없는 그런 것..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갈 곳은 많다. 아직 가보지 못한 곳도 많다. 내가 오기를 기다려주는 곳도 찾아보면 참 많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갈 곳을 정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것은 간단하다. 가봐야 맨날 그게 그거고, 그 풍경이 그 풍경이다. 거기다가 막히는 길은 망설임을 더 극대화시킨다. 와아, 길이 저렇게 막히는데 가긴 어딜간다고? 하면서 주저앉아버리고 말았던 경험을 누구나 한번쯤은 겪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있다. 그저 눈으로만 즐기는 여행, 오직 나만을 위한 여행을 하기 위한 생각에 쌓여있었던 까닭에 그만 발길을 돌렸던 것이라는 걸 생각하지 못한다. 나로부터 떠나 모든 것을 자연속에 맡기고 싶어하면서 오직 나만을 위한 여행을 꿈꾸니 마땅히 갈 곳이 없는 건 당연한 일이다. 마음 한 곳을 비워보자. 꽉 채워져 이제는 무엇도 더 채우지 못할 것 같은 마음 한구석을 조금만 시간에게 양보해 보는 거다. 나를 위한 여행이 아니라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도록 만들어달라고 시간에게 나를 맡겨보는 것이다. 그러자면 눈으로 보는 여행이 아니어야 한다. 온전히 그 시간속에서 마음의 펀안함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꼭 무엇을 보아야만 하고, 누군가에게 나 거기 가보았다고 말해 줄 근거를 찾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거다. 한가지 테마를 정해서 오롯이 그곳에 녹아들 수 있는 여행이라면 짧아도 참 좋았다, 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한번만 주변을 살펴본다면 그런 사람들을 위해 멀리 가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곳을 콕 집어주는 단거리 여행책이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가까운 거리인지라 굳이 자동차를 타고 가지 않아도 되는 곳을 많이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한 권, 한 권 책장을 넘기다보면 책마다 소개된 곳이 모두가 한결같다는 걸 금방 눈치챌 수가 있다. 목록부터 주변의 상황까지 어쩌면 그리도 한결같은지.. 서로가 서로의 책을 베껴놓은 것같은 착각마져도 생길 때가 있다. 그럴때는 나의 안목으로 골라야만 한다. 내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부터 따져볼 일이다. 나의 경우에는 내가 선택했을 때 나에게 가장 많은 즐거움과 편안함을 선사해 줄만한 코스가 담겨 있는지, 소개하고 있는 곳에 대한 설명이 알찬지, 얼만큼이나 시간을 아낄 수 있는 교통정보를 소개해 주고 있는지 뭐 그런 것들을 살펴보게 된다.  작은 책속에 많은 것을 담고싶어하는 욕심을 부린 책에게는 절대로 눈길을 주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그렇게 많은 실망감을 안겨주지는 않았다. 아홉가지 테마로 여행의 코스를 잡아주었는데 나름대로는 정리가 잘 되어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史) 역사 유적 탐방,  (學) 체험 학습 여행, (村) 테마 거리, 마을 순례, (休) 마음을 풀어놓는 곳, (色) 도심 속의 자연, (靑) 청춘 스케치, (遊) 즐거운 놀이마당, (場) 행복한 쇼핑 코스, (味) 맛있는 전철 여행 ... 부모라면 아이들의 손을 잡고 찾아갈 만한 곳도 있고, 연인이라면 말하지 않아도 잡은 손끝으로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해주는 곳도 있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맛있는 곳을 소개해주기도 하지만 명심하시라, 이것조차도 각자의 느낌이라는 것을. 소개해주는 사람이 좋았다고 하여 나도 좋을것이라는 것은 착각이다. 단지 내가 그곳에서 어떻게 즐길 수 있는가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라는 말이다. 어느곳에 있든, 무엇을 먹든 그것을 선택한 후의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한가지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 물론 역사 유적 탐방은 필수적이겠지만 어느곳을 가더라도 그곳에 대한 사전정보는 익히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아주 단순한 곳에 갈지라도 그곳에 대한 유래나 그곳에 얽힌 이야기 하나쯤 가슴에 품고 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찾아간 곳은 틀림없이 무언가 다른 느낌을 나에게 선사해 줄 것이다.

책 좀 읽으시나요? 물으면 하나같이 시간이 없어서...라고 말한다.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따로 필요한 것은 아닐진대도 사람들은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야말로 짬짬이 책을 읽어내는 사람들은 많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어디로 가지? 거기가면 뭐가 있는데? 에이, 뭐 그런데를 간다고...라고 말하기 이전에 일단 어딘가로 떠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거기가면 뭐가 있는데?라고 물으며 나도 갔다왔다,는 증명서를 발부해주기를 바라지 말라. 그렇게 눈에 보이는 증명서를 발부해주는 곳이라야 뻔할 뻔자다. 당신이 에이, 뭐 그런데를? 했던 곳에서 정말 멋진 여행의 맛을 찾아내는 보통의 사람도 많다. 무엇을 볼 것인가를 묻지말고 어떻게 즐길 것인가를 먼저 따져보자. 어느곳엘 가더라도 온전히 나 자신의 시간을 맡길 수 있는 여행이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일탈, 어렵지 않다. 정하여진 영역 또는 본디의 목적이나 길, 사상, 규범, 조직 따위로부터 빠져 벗어남.. 이라고 국어사전에 나와 있는 것이 일탈이다. 어디로 가든 다시 돌아와야 하는 것이 우리의 여행인 것이다. 기차를 타고, 배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만이 여행은 아니다. 동남아로 가고, 남미로 가고, 유럽으로 가는 것만이 여행은 아닌 것이다. 크게,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못 떠날 것도 없다. 늘 가던길에서 옆길로 살짝 돌아가보는 것이 여행이고 일탈일테니 말이다. /아이비생각 


                                                                                성북동 -길상사-에서 잠시 머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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