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 나라 - 마의태자의 진실
이상훈 지음 / 파람북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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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의 마지막 왕은 경순왕이다. 그가 왕건에게 신라를 고스란히 주어버리자 그의 아들 태자는 나라잃음을 슬퍼하며 마의를 입고 금강산으로 들어갔다는 게 우리가 아는 역사의 단면이다. 麻衣는 삼베옷이다. 옛 조상들은 수의로 삼베옷을 입었으니 나라의 죽음을 슬퍼하며 마의를 입었다는 말이다. 태자가 금강산으로 가는 도중에 심었다는 나무가 용문사 은행나무이며, 오빠를 따라가다 도중에 홀로 남아야 했던 동생 덕주공주의 전설이 남은 곳이 바로 덕주사마애불이다. 어찌되었든 서글픈 이야기다. 그런데 이 책은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한다. 스님이 되기 위해 금강산으로 떠난 것은 그저 왕건을 안심시키기 위함이었으며 그를 따르던 무리들과 함께 힘을 길러 다시 신라를 찾기 위해 떠났다는 것이다. 그렇게해서 멈춘 곳이 인제의 한계산성이라고 하는데 역시 마의태자와 관련된 전설을 안고 있다. 신라의 부흥을 꿈꾸었던 곳이라고.


결국 왕건에게 쫓겨 다시 길을 떠나지만 그의 후손들에 의해 마의태자는 꿈을 이루게 된다는 이야기인데 그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알 수 없는 설레임을 느끼게 한다. 어쩌면 정말 그랬을지도 모른다고. 그동안 우리가 모르고 있었을 뿐일 수도 있다고. 사실 이 책을 통해 따라가는 일정속에는 우리와 비슷한 문화와 생활습관을 가진 민족이 꽤나 많다. 우랄알타이어족이라 일컬어지는 민족은 서로 유사성을 갖고 있다. 터키에서 중앙 아시아, 몽골, 한국과 일본에 이른다. 거기에 더 보탠다면 만주어, 몽골어, 터키어, 일본어, 헝가리어등이 비슷하다는 말도 보인다. 바로 그 여정들을 이 책이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엄청난 사료와 함께.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모르는 새 심장박동이 빨라지기도 한다. 정말 그랬을지도 모른다고. 마의태자의 후손들이 일궈낸 역사들은 중국마저도 우리의 역사였음을 말하고 있으니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우리는 왜 터키를 형제의 나라라고 할까? 한국전쟁 당시 우리를 도왔기 때문일까? 그 이유를 안 것은 그리 오래전의 일이 아니다. '아일라'라는 영화를 통해서 그 이유를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였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렇게 알게 된 터키와 우리나라의 기나긴 역사의 흔적을 이 책을 통해 다시 만나게 되었다.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교차한다. 그러면서도 하아, 한숨을 내뱉게 된다. 이 책이 주장하는 바가 사실이라면 그토록이나 장대한 우리의 역사가 왜 후손들에게 외면을 받아야 했는지 한탄스러워서 그렇고, 허구라면 그런 것들이 모두 우리의 역사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에 한번 더 큰 한숨을 내뱉게 된다.


책을 펼치고 가장 먼저 찾아보았으며 책을 읽는 중에도, 책을 다 읽은 후에도 눈길이 갔던 것은 역시 끝부분의 사진들이었다. 저자가 그 흔적을 더듬어가며 이야기의 흐름을 짚어냈다는 게 무척 흥미롭게 다가왔던 까닭이다. 답사를 다니며 이런 저런 문화유적을 많이 보았지만 어디서도 배우지 못한 우리의 역사를 안고 있는 유적이라 생각하니 새삼스러웠다. 여전히 일제의 식민사관에 사로잡혀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바라보려 하지 않는다며 일제 식민 사학자들에 관해 성토하던 책 속의 내용이 떠올랐다. '한반도가 일본의 식민지 사학에 단군조선의 역사를 빼앗긴 것이라면 만주 벌판을 넘어 실크로드를 지배했던 우리 조상들의 뿌리는 중국의 동북공정 속에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283쪽) 동북공정으로 인해 우리의 고구려 역사를 빼앗기고 있다는 건 알만 한 사람은 다 아는 일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임에 분명해 보인다. 고구려도 백제도 신라도 그리고 발해도 모두 우리의 역사인데 왜 이토록이나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우리의 역사는 지금 어디에서 후손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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