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대왕 청목 스테디북스 95
윌리엄 골딩 지음, 강우영 옮김 / 청목(청목사)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어쩌면 아이들을 내세워 어른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어른이었다면...
어른이었다면...
수도없이 되뇌이면서 아이들은 어른의 세계속에 있지 못함을 안타까워하지만
어른이었다해도 그런 절박한 상황속에서 뭘 어떻게 할 수 있었겠느냐 말이다.

아이들의 몸속에 어른들의 생각을 넣어놓고는 마치 실험용 동물들마냥
한 섬에 떨어뜨려 놓는다.
그 섬에는 아무것도 없다. 무인도...
처음엔 하나였다가 소라나팔소리를 기점으로 하나의 무리로 불어나는 인간 사회.
인간이 여럿 모이다보면 틀림없이 그들위에 군림하고 싶어하는 자가 생겨난다.
(혹은 무리를 이끌 누군가를 내세우고자 한다.
 일종의 책임회피 현상으로 보여질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는 갈래를 나눈다.
이성적이냐와 감정적이냐를 사이에 두고서.
이성을 택하면 반드시 따라오게 되는 규칙과 규범.
어떤 상황이 와도 그들은 그 규칙에 따라 움직여야만 하고
그 규칙을 만들었거나 내세운 자는 대체적으로 우두머리가 된다.
그러나 감정적인 쪽을 따르면 어떻게 될까?

작자는 처음에는 이성적으로 상황을 대처해나가다가 점점 감정적으로 변해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무시할 수 없는 현실성을 그리고 있다.
어찌되었든 배가 고프다는 건 당장에 느낄 수 있는 현실일테니까 말이다.
이성적 모델로 등장하는 소년 랠프와 감정적 모델로 등장하는 소년 잭.
랠프는 끝까지 지켜야만 하는 룰을 내세워 그들을 통제하려 하지만
자의보다는 타의에 의해 대장이 되었던 탓에 상황에 부딪힐때마다 흔들린다.
그리고는 끝없이 회의에 회의를 거듭한다. 소라나팔을 불어대면서.
그러나 당장 그들에게 필요한 먹을 것을 구해다 주는 것은 잭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를 회의하고 의견을 나누고
봉화를 올려야 한다는 따위의 말보다는 우선 당장 필요한 것을 줄 수 있는
또하나의 대장인 것이다.
짧은 시간속에서 이성과 감정의 대립이 시작되고 패가 갈린다.
결국 이성은 감정에게 지배되고 랠프는 잭과 그를 따르는 무리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어느 한쪽만이 우선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절박한 상황하에서는 결국 이성은 감정을 이기지 못한다.
종결부에서 잭의 무리에게 쫓기던 랠프가 구사일생으로 구조되는 순간에 터뜨린 울음.
그 울어버리는 모습을 통해 작자는 그말을 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극단적으로만 치닫는 현실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를 알기위한
인간 실험이 아니었을까? 적어도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이 책...
사실 그렇게 재미있다고는 말할수 없다.
이것이다하고 내세울수 있는 매력이나 끌림도 찾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사람냄새를 그리워하고 인간성을 되찾고 싶어하는 지금의 세상속에서
꼭 한번은 읽어볼만한 책이 아닌가 싶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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