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헨리 단편선 생각뿔 세계문학 미니북 클라우드 21
오 헨리 지음, 안영준 옮김, 엄인정 / 생각뿔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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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렴에 걸려 병원에 입원중이던 가난한 화가 존시. 의사는 살아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하면서도 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면 살아날 가능성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침대에 누워있던 존시가 보고 있었던 것은 희망이 아니었다.  창밖에서 떨어지는 담쟁이덩굴의 잎을 세면서 그녀는 말한다. 저 잎이 다 떨어지면 자신도 죽을 거라고. 존시를 간호하던 친구 수는 출판사에 제출할 그림을 그리기 위해 이웃에 사는 노인 버만을 불러 모델로 삼는다. 버만 역시 가난한 화가로 근근이 삶을 이어가던 사람이었다.  다음 날 존시는 커튼을 열고 나뭇잎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확인한다. 간밤에 거센 비바람이 불었기 때문에 나뭇잎이 다 떨어졌을거라고 생각하면서. 하지만 단 하나의 잎이 떨어지지 않고 남아 있었다. 그 마지막 남은 잎을 보면서 존시는 삶에 희망을 되찾고 의사에게서 살아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말을 듣게 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버만이 폐렴으로 세상을 떠난다. 그 마지막 잎새는 버만이 존시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밤새도록 그린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라는 작품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보았거나 읽어보았을 작품이다. 남을 위한 배려와 희생정신을 그린 오 헨리의 대표작이기도 하다. <마지막 잎새> 못지않게 유명한 작품으로 <크리스마스 선물>도 있다. 크리스마스에 남편에게 선물을 하고 싶었던 아내는 자신의 긴 머리를 잘라 남편의 시계에 어울리는 시계줄을 산다. 그리고 남편은 아내의 긴머리에 어울리는 머리핀을 선물로 사기 위해 자신의 시계를 판다. 결국 두사람에게는 필요없는 선물이 되어버렸지만 서로를 향한 마음이 얼마나 커다란 선물이었는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알 수가 있다. 

 

오 헨리의 작품 대부분은 이렇듯 낮은 곳에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쓰여졌다. 가난한 사람들과 노숙인과 같은... <마지막 잎새>와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 모두 그런 배경을 가지고 있다. <경찰관과 찬송가>에서는 추운 겨울을 감옥에서 편하게 보내기 위해 이런저런 사건을 일으키던 부랑자 소피가 일자리를 구해야겠다고 다짐하던 순간 거리를 배회한다는 이유로 경찰관에게 체포되는 모순을 그리고 있으며, <20년 후>에서는 한사람은 경찰로 한사람은 수배자로 20년 후에 다시 만나게 되는 두 친구의 모습을 그렸다. <추수감사절의 두 신사>에서는 추수감사절에는 누군가를 도와줘야 한다는 사회의 관습에 얽매여 거리의 부랑자를 그 날만큼은 배불리 먹도록 하기 위해 자신은 사흘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채 굶어죽은 사람을 그리고 있다. 관습이란 굴레에 얽매인 사람들의 모습, 사회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악습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한다.  <백작과 결혼식 손님>, <메뉴판 위의 봄>, <가구가 딸린 셋방 >, <도시물을 먹은 사람 >, <카페 안의 세계주의자 >등도 주제는 비슷하다. 하지만 배경과 그 이야기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모두 다르다. 짧은 이야기를 통해서 작가의 심중을 어렵지않게 알아낼 수 있다. 작가의 시선은 언제나 주변 사람들에게로 향한다. 그들을 관찰하면서 이야기거리를 만들어냈다. 모두가 상점의 판매원처럼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거나 사회에서 낙오된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그럼에도 그들에게서 희망을 보며, 그들에게 사회의 관심과 배려가 필요함을 말하고 있다. 성공한 사람만이 이 사회를 이루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눈을 돌리는 곳마다 이야깃거리가 있어요. 세상의 모든 일은 모두 작품의 소재가 됩니다.”오 헨리의 말이다.

 

오 헨리는 작가로서의 활동 기간에 무려 300여편의 단편 소설을 남겼다. 대부분의 작품이 뉴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가 활동하던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의 미국은 공업화와 산업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미국은 수많은 발전을 이룩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있어 서민들은 더욱 살기 힘들어지고 부를 가진 사람들도 정서적으로 피폐해졌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었다. 작품을 통해 이기적이고 잔인한 도시인들을 향한 안타까움과 비판적인 시선을 함께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가 특히 관심을 가졌던 것이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적은 돈으로 근근히 생계를 유지해 나가는 소시민, 집 없이 거리를 떠도는 부랑자들이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것만 보더라도 그것을 알 수 있다. 미국 단편 소설의 대가로 불리워지는 오 헨리의 생애를 보면 어릴 적 어머니를 폐결핵으로 잃었으며 그 역시도 어머니와 마찬가지로 폐결핵을 앓고 있어서 건강이 좋지 않았다. 알코올 의존증에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아버지 대신 할머니와 숙부의 손에서 자라며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한 채 숙부의 약국일을 도왔다. 20살에 텍사스주로 넘어가 직공생활을 했으며 25살에 결혼을 한다. 하지만 아내 역시 폐결핵을 앓아 건강이 좋지 않았다. 예전에 잠시 근무했던 은행에서 공금횡령죄로 수배령이 떨어졌고, 후에 수감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본명 '윌리엄 시드니 포터'라는 이름 대신 '오 헨리'라는 필명으로 작가활동을 한다. 작품속에서 그의 험난했던 생을 보게 된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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