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으로 떠나는 인도여행 인문여행 시리즈 1
허경희 지음 / 인문산책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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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서쪽지방에서 농업과 수렵으로 먹고 살았고, 남근과 어머니신에 대한 숭배가 강했다던 고대 드라비다인의 역사가 있었다. 그것이 바로 교과서에서 배웠던 인더스 문명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인도를 중심으로 그 고대의 문화가 살아있다고 한다. 오래전 아리아인에게 정복되기도 했지만 그들의 신앙은 없어지지 않고 그대로 이어졌다. 아리아인들의 브라만교와 드라비다인의 토착신앙이 서로 어우러져서 힌두교라는 종교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인도의 신화속에서 보았던 창조신 브라마나 천둥의 신 인드라, 유지의 신 비슈누, 파괴의 신 시바가 결국은 힌두의 신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런데 왜 나는 인도를 생각하면 힌두교보다 불교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우리의 불교적인 문화의 영향때문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누구든 마시기만 하면 불로장생 할 수 있다는 암리타도, 시바의 아내였다는 사티도, 가릉빈가라고도 불리우며 鳥의 형상으로 표현되는 가루다도, 살아있는 제물을 좋아했다는 여신 칼리도 모두 힌두의 문화였다는 걸 이제사 알게 된다.

 

사실 요즘처럼 여행이 테마가 되는 세상에서는  셀 수 없이 많은 여행서를 만나게 된다. 기행문같은 여행서도 있고, 사진을 듬뿍 실어주어 시각적인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여행서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여행서라고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인도라는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모두 아우르고 있는 까닭이다. 나에게는 인도, 하면 불교라는 말이 당연한듯 따라오지만 그것처럼 항상 인도라는 말과 함께 동행하는 것이 카스트제도일 것이다.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말이지만 모순되게도 그것이 그들의 일상에서 오롯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그 이유가 늘 궁금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내세의 행복을 위해 현세의 아픔을 감내한다는 말이 이채롭기는 하다. 뭐, 우리에게도 현세의 아픔을 잊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종교적인 문화가 있으니 완전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는 공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시선을 끌었던 것이 <우파니샤드>라는 거였다. 찾아보니 산스크리트어로 '가까이 앉음' 이란 뜻이라는 말이 보인다. 인도의 고대 철학 경전이라고 하니 결국 사제간에 서로 주고받은 말들을 써놓은 글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원뜻처럼 스승과 제자의 철학적 토론으로 구성되어있다는 말을 보면서 아하! 한다. 불교의 모든 경전 첫머리에서 볼 수 있다는 '如是我聞' 이라는 말을 떠올린다. 우파니샤드 철학이라는 건 우주의 근본원리를 가리킨다는 브라만(Brahman : )과 개인의 본질인 아트만tman : )을 하나로 보는 범아일여() 사상으로, 인간은 윤회를 반복하지만 定과行을 통해 진리를 찾고 윤회에서 해탈하는 것을 이상으로 삼는다고 한다. 定과行을 통해 진리를 찾는다는 부분에서 '自燈明法燈明' 이란 말을 생각하게 되었다.  부처가 제자들에게 마지막으로 가르침을 주었다는 말이다. 자신을 등불로 삼아 앞으로 나아가라는 말인데 외부에서 무언가를 찾지 말고 내부에서 찾으라는 말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쯤에서 나는 살풋 웃음이 났다. 결국 나는 불교를 알고 싶어서 이 책을 손에 넣은 것이군,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다해도 인도라는 나라가 궁금했던 건 사실이다.

 

이 책은 나에게 인도라는 나라의 역사와 문화의 형성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물론 이 책만으로 인도의 역사나 문화를 모두 알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상당히 많은 이민족의 침입을 겪어내면서도 자신들의 특성을 고스란히 유지할 수 있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전통을 유지하면서 변화를 받아들이는 나라. 한편으로는 부러움이 밀려오기도 한다. 역사나 문화는 받아들이는 이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이겠지만 이 책 한 권을 들고 인도를 여행한다고 해도 왠지 듬직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문학적인 나라로 다가왔다던 저자의 시선을 따라 나도 한번 인도여행을 하고 싶다는 꿈을 꾼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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