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한국인
이상현 지음 / 채륜서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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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적으로 유전적 요인이라고 알고 있는 '기질'이라는 말이 있다. 태어날때부터 각자가 가지고 있는 성질로 제각각 다른 특성을 보인다. 사람마다 기질에 따라 여러모로 반응하는 형태가 나타날 것이다. 우리가 잘쓰는 말 중에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 걸 보면 타고난 성질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말일터다. "도대체 저 사람은 왜 그러는거야?" "내버려 둬, 저 사람은 원래 저렇게 생긴 사람이야" 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뱉어내는 말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원래 그렇게 생긴 사람이라는 말을 가만히 생각해보면 정말 사람은 원래의 기질이 따로 있는것처럼도 느껴진다. 하지만 나는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게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이들 중의 하나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 어떠한가에 따라 거기에 적응하는 사람들의 태도도 당연히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기질'이라는 게 문화권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하니 쉽게 생각할 일도 아닌 듯 하다. <그래서 한국인>이라는 책의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도대체 한국사람들은 왜 그러는거야? 라고 한번쯤은 생각해보았던 까닭이다.

 

외국인이 기겁한다는 '우리'라는 표현이 왜 우리에게는 자연스러운 것인지.. 한국, 하면 떠오른다는 빨리빨리 문화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한국인이 유난히 강하다는 중산층 의식속에 왜 진정한 중산층은 없는지.. 평등을 이야기하면서도 결코 평등을 원하지 않는 한국인의 속성은 무엇인지.. 대뜸 나이부터 물어야하고, 어디에 사는지, 무엇을 하는지, 고향은 어디인지 호구조사를 마쳐야만 직성이 풀린다는 한국인들..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우리는 왜 '언니'또는 '이모'라는 호칭을 아무렇지도 않게 쓸 수 있는것인지.. 도대체 왜 그러는거야? 라는 궁금증을 이 책이 속시원히 풀어냈다. 아하! 그럴수도 있겠다, 그래 맞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꽤 많다. 왜? 나도 한국인이니까. 그러므로 '그래서 나도 한국인'이라는 말도 되겠다. 그런데 그 풀이하는 시점이 이채롭다. 대부분을 '한옥'이라는 주거형태속에서 그 이유를 찾아내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으니 말이다. 알기로 작가는 한옥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한옥에 관한 그의 전작을 읽어본 기억을 더듬으며 책을 읽다보니 한옥이라는 우리의 가옥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역시 문화는 그냥 만들어지는게 아니다. 문득 '情'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우리의 문화속에 어엿하게 자리했던 '情'을 애써 외면한채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 조금은 서글퍼지기도 한다.

 

책을 읽기전에 한옥에 관한 책을 한 권쯤 읽어본다면 더 좋겠지만 굳이 그런 책을 읽지 않는다해도 마치 저 먼 기억을 불러오는 것처럼 우리가 살아왔던 지난날의 풍경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마당'과 '구들'이라는 형태가 한국인에게 얼마나 많은 특성을 제공했는지.. 왜 지금의 아파트라는 주거형태속에 한옥의 특성을 들여놓을 수 밖에 없었는지.. '마당'을 잃어버린 우리가, '아랫목'을 잃어버린 우리가 지금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溫故知新이라는 말이 그냥 있는게 아니었다. 마을사람 모두가 모여 한바탕 잔치를 열었던, 절절 끓어대던 아랫목에서 뜨끈하게 허리를 지지며 '아이구, 시원하다~' 말하던, 그 '마당'과 '아랫목' 문화를 나는 기억한다. 오래되었다고, 새로 생겼다고 더 좋거나 나쁜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는 우리에게 맞는 문화가 있을 뿐이며, 우리가 지켜야 할 문화가 있을 뿐이다. 모든 것을 서구화된 시선으로 볼 필요는 없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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