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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도서관 - 인간의 의식 진화에 관한 다큐멘터리
니콜라스 험프리 지음, 김은정 옮김, 멜 칼먼 그림 / 이제이북스 / 2003년 6월
평점 :
품절
나는 쉽고, 그림이 있으면 더 좋고, 문어가 아닌 구어로 씌여있는 책을 좋아한다.
쉽게 읽히고, 이해가 쉽기 때문이다.
내가 현재 읽고 있는 책이 그런 책이다.
<감정의 도서관>이라는 제목을 단 이 책의 원래 제목은 The Inner Eye(내면의 눈)이다. 인간의식의 진화적 기원을 추적하려는 저자의 문제의식이 잘 드러나있는 좋은 책으로 1986년에 영국에서 출판된 책이다.
나는 이 책이 이름이 별로 없는 작은 출판사인 이제이북스에서 2003년에 번역되어 나왔다는 것을 알고 언제 절판이 될지, 품절이 될지 노심초사하면서 주문을 하였다. 이 책과 같이 주문한 책은 마음맹(盲) 즉 Mindblindness인데 두권 다 번역이 있고, 아직 절판이 되지 않은 것만해도 감사한 마음으로 샀다.
오늘 이 책을 읽다가 일부 내용을 책에서 소개한 그림과 함께 올렸는데 페친들의 관심이 이 책에 쏠렸다.(기대하지 못했다) 그래서 인터넷 서점에서 구할 수 있는지 그동안 품절이나 절판이 되지 않았는지 궁금해서 검색을 해보곤 경악을 금치 못했다. 별 5개 중에 별 2개에다가 내용이 없다는 식의 평이 단 하나 올라가 있었다. 아마 내가 책의 저자나 내용을 잘 몰랐다면 이 책 절대로 사지 않았을 것이다. 니컬러스 험프리는 다른 책에서 이미 접했던 저자이고 그의 문제의식이나 학문의 깊이에 매우 탄복했던 사람이다. 그런데 이 책에 대한 평가를 보고는 어이가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이 책을 거의 안읽은 것과 다름없다. 20여장을 읽다 말았으니 말이다. 그나마 읽은 20여장조차도 정독을 했다고 볼 수 없다. 통독을 했다는 말인데, 그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후루룩 책장을 넘기며 스쳐지나갔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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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도서관> 뭔가 그럴 듯한 책 제목에 한 껏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고, 부제로 딸린 '인간의 의식 진화에 관한 다큐멘터리'라는 말이 나를 이끌었으나 책은 나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이 책에는 다윈을 비롯하여, 플라톤, 화이트헤드 등의 진화론자와 철학자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거장들이 거론되기는 하지만 지은이가 이들의 이론과 대중성을 결합시키는데는 실패했다고 본다. 유아스럽고 한편으로는 유치해보이는 귀여운 그림까지 곁들이며 심각한 이들의 이론을 곁가지로 집어넣었지만 진지함과 재미남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한 책이 아닌가 한다."
결국 책은 안읽었지만 쉬워보이기 때문에, 더구나 그림까지 있기 때문에 그냥 '싫고' 유치해 보인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런 분이 딱 한 분이겠지만, 나는 쉽기 때문에 내용이 없을 거라는 편견은 극히 위험하다고 본다. 과학적 저술이나 인문학적 저술 모두 쉽게 쓰고 쉽게 읽히는 게 좋다. 자기도 무슨 소릴하는지 모르면서 지껄이거나 무엇을 읽는지 모르면서 읽는 사람들만큼 불쌍한 사람도 없다.
http://en.wikipedia.org/wiki/Nicholas_Humphrey
'내면의 눈'은 한 가지. 오직 한 가지 목적을 위해 진화되어왔을 것이다. 그것은 사람들이 자신과 똑같은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읽을 수 있게끔 진화되었다. 그리고 의식이 있음으로 해서 우리는 모든 사물을 읽는 데 우리의 마음을 척도로 삼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p.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