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컴퓨터 매니아다 보니까 사전도 전자사전에 대한 갈망이 강한 편이었다. 그래서 몇년전에 모회사(에이원프로라고 밝히고 싶진 않다)의 제품을 거금을 들여 샀었다. 디자인도 첨단제품에는 걸맞지 않게 촌스러운데다가 무엇보다도 "주전원 밧데리가 부족합니다" 라는 이상한 경고가 자주 나온다. 거의 사용을 않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액정부분이 너무 작고 글씨의 폰트가 커서 사전을 찾았을 때 몇번을 스크롤 해야하는 것이 너무 불편했다. 한마디로 종이사전을 보면 한눈에 들어올 텐데, 이건 몇줄정도 밖에 나오질 않으니까 정말 "앓느니 죽지"!
마누라한테 욕먹을 각오를 단단히 하고 카시오 전자사전중에서 가장 좋다는 (내가 살 당시 즉 K-3000이 발매되기 전) K-2000을 샀다. 살 때부터 기대를 했지만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액정이 아주 넓고 글씨가 3단계로 크기조절이 가능해 단어를 찾았을 때 한눈에 다 들어와서 이젠 종이사전은 정말 필요가 없게되었다. 그리고 쓸데없는 발음기능(예전 것에는 있었지만 사실 사용한 적은 거의 없다. 그만큼 쓸데가 없다는 게 내 경험이다) 대신 점프기능(꼬리에 꼬리를 무는 단어 여행)이라든지, 다양한 예문 보기 thesaurus 등의 기능은 정말 막강하다.
디자인도 "죽인다". 정말 카시오 답다. 아주 얇고 세련되며 견고하다. 얼리어댑터라는 말이 있다. 나는 전자제품에 관해서는 얼리 어댑터인 셈인데, 얼리어댑터로서 에이원프로 제품을 샀다가 망했다고 본다면 카시오 제품의 얼리어댑터로서는 성공한 셈이라고 자평한다. 그러나 저러나 몇번 사용해보지도 못하고 퇴물이 되어버린 에이원프로 사전은 어떻게 처치를 해야한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