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문제는 따로 있었다. 마음 깊은 곳에서는 자신이 충동에 이끌려 이곳까지 온 게 아님을 깨닫고 있다는 점이었다. 달리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사실 그를 내몬 것은 경찰로서의 자아였다. 휴가를 희생하고 일을 하는 콜베리의 본능과 같은 종류였다. 일종의 직업병이다.
현대 여성들이 활력 있고 당당하게 펜을 들어 써내려간다면, 그것은 18세기와 19세기의 여자 조상들이 병들 정도로 심한 고립 속에서, 미칠 듯한 소외감 속에서, 마비를 일으키는 모호함 속에서 자신들의 문학적 하위문화에 고질적으로 퍼져 있던 작가 되기의 불안을 극복하려고 싸웠기 때문이다.
내가 당신의 가족이고 친구이고 직장동료라서 얻을 수 있는 이득 말고, 언젠가는 다시 돌아올 호의나 회계장부 속에 기록해 둘 친절 말고. 이따금 나의 깔끔한 합리성을 무너뜨리고 싶다. 타인의 작은 허물에 눈 감는 어수룩함. 살다보면 어느 정도 손해는 어쩔 수 없다는 체념. 햇빛이나 바람처럼 목적 없이 흩어지고 퍼져나가는 선량함. 그런 마음들 없이 내가 잘 지낼 수 있을까.